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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January 06, 2017 0

한 번도 소리 내어 말한 적이 없어 추측만 하고 있던 귀여운 캐릭터의 실체와 진심을 공개한다. 이들의 부모이자 창조자인 작가가 대신 입을 열었다.

빨 강 머 리 N

빨강머리N의 생년월일은
2015년 8월 21일이다. 안타깝지만 태어나자마자 30대가 되었다.

빨강머리N의 탄생 과정은

작년, 내 인생과 직장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부터 시작됐다.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분출하지 못해 답답하던 때 생각난 캐릭터다. ‘원작인 만화 <빨강머리 앤>의 앤이 지금, 이곳에 태어나 자랐다면 아직도 긍정적인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시대의 이야기를 투영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조금은 무겁고 비관적인 현실을 향해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No’라는 의미를 담아 빨강머리N으로 만들었다. 빨강머리N의 부모인 나는 누구보다 평범하다. 점심 메뉴가 맛있으면 기뻐하고,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열렬히 고민하고, 잠자는 걸 가장 좋아한다. 빨강머리N의 성격은 삶에 찌든, 굉장히 현실적인 아이다. 욕도 잘한다. 좋은 점은 정말 솔직하다는 거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담아두지 않고 다 말한다.

빨강머리N과 잘 어울려 다니는 친구는

없다.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낸다. 간혹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만나고 나면 피곤해한다.

빨강머리N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는
회사 옥상. <미생>의 한 장면처럼. 빨강머리N이 좋아하는 건 기름지고 자극적인 모든 음식. 심금을 울리는 가사. 새빨간색을 좋아할 것 같지만 모노톤이나 파스텔 톤의 색을 좋아하고, 고독한 가을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건, ‘멍 때리기’다. 나와 닮은 빨강머리N의 모습은 내숭과 가식이 없는 점.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내가 만든 빨강머리N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아이고 안쓰럽다’. 이제 지치고 힘든 일은 좀 덜어버리기를. 그런데 너무 행복해지면 네 존재가 의미 없겠지. 어쩔 수 없이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건가. 이 아이러니!

앞으로 빨강머리N은

나, 그리고 독자와 함께 공감하며 나이 들기를 바란다. 그리고 제발 너라도 연애를 시작했으면 한다.

빨강머리N의 밝은 미래에 가장 방해되는 건

빌어먹을 야근과 주말 출근.

 

아 리

아리의 생년월일은
2014년 6월 6일.

아리의 부모인 나는
미대생이다. 나가는 걸 귀찮아하고, 로맨스 영화와 쇼핑을 좋아한다. 항상 맛집을 찾아다니면서도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외치고 있다. 남자친구랑 다투고 울다가도 금세 웃어버리는, 단순하지만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다.

아리의 탄생 과정은

부끄럽지만 강의 내용이 재미없어 교수님 몰래 노트에 낙서하다가 나왔다. 아리의 성격은 하나로 표현하기 힘들다. 웃다가 상처도 잘 받고, 소심하지만 한편으로는 즉흥적일 때도 있다. 그러기 힘들다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가급적 많은 사람이 좋게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살고 있다.

아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는

카페, 지하철, 버스, 그리고 거리. 그중에서 제일은 24시간 카페! 사실 혼자 생각에 빠지기 좋은 장소는 어디든 상관없다.

아리가 좋아하는 건 음식은
바게트 빵, 가래떡, 사탕. 음악은 갈란트의 ‘Weight In Gold’와 오케이션의 ‘Get that Money’. 색은 검은색, 회색, 남색. 계절은 봄과 가을.

나와 닮은 아리의 모습은

어른스러운 태도를 제외한 모든 것. 아리가 나고, 내가 아리라고 생각한다. 아리는 내가 만든 캐릭터이자 내 생각을 털어놓는 일기장이다.

아리가 가진 비장의 무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아리에게는 단순한 공감에서 더 나아가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에너지를 주는 힘이 있다. 아리의 밝은 미래에 가장 방해되는 건 없다. 사실 예전에는 사소한 것에 일일이 반응하는 자신이 방해 요소인 것 같아 힘들어한 적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런 과정도 다 도움이 되더라. 안 좋은 일도 다 아리의 성장 과정 중 하나임을 요즘 많이 느낀다.

내가 만든 아리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지나온 내 시간과 앞으로의 성장이다. 아리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힘을 얻는 이들을 보면서 철없고 어린 내가 감사함을 배우며 성숙해진 것 같다. 아리가 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준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아리를 만든 건 나지만 정작 나를 성장시킨 건 아리다. 그래서 아리에게 늘 고맙다.

 

E 씨

E씨의 생년월일은
2014년 12월경. 태어난 게 아니라 발견된 날이다.

E씨의 탄생 과정은

엄마의 반찬에서 시작되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맛있는 엄마의 반찬으로 조촐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참이었다. 맛난 깍두기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뭔가 말캉한 느낌이 나더라. 놀라서 뱉고 보니 조그만 무언가가 깍두기 속에 숨어 있었다. 그게 첫 번째 E씨였다. 그 아이를 시작으로 그날부터 한 마리씩 발견되기 시작했다. E씨의 부모인 나는 희대의 오지라퍼.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그 덕분에 E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E씨의 성격은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은 편이다. 수줍음이 많은 만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마음을 열고 나면 누구보다 진한 애정을 준다. 약간 츤데레 느낌이랄까?

E씨와 잘 어울려 다니는 친구는

자신처럼 털이 많은 친구들. 그중 고양이를 특히 좋아한다. E씨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는 햇볕이 내리쬐는 곳. 실내든 야외든 햇볕만 있으면 된다. 따뜻한 볕 아래 가만히 놔두면 천천히 녹아내리기도 한다.

E씨가 좋아하는 건
온기와 손길. 특히 생명의 온기를 좋아한다. 동물이나 사람이 오랜 시간 머물렀다 떠난 자리의 온기나 애정이 듬뿍 담긴 손길에 미세한 진동 반응을 한다. 행복이 극에 달하면, 옹동이( E씨의 몸)를 부르르 떤다.

나와 닮은 E씨의 모습은

항상 웃는 것처럼 보이는 입. 사람들은 잘 모르는 E씨의 숨은 비밀은 귀여운 척, 말랑한 척 숨기고 있지만 알고 보면 육식 동물이라는 것. E씨가 좋아하는 사람을 해하는 것들은 조금씩 물어뜯어 먹는다.

E씨의 밝은 미래에 가장 방해되는 건

고양이. 사실 부모 입장에서 좋은 친구와의 교류는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E씨가 귀여움으로 세상을 평정하기에 고양이의 귀여움이 방해될 것 같다.

내가 만든 E씨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귀여워!

 

몰 리

몰리의 생년월일은
1990년 3월 26일.

몰리의 탄생
과정은 심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심해란 광대한 무의식과도 같다. 언제 어떤 것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두려움의 장소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광대하고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곳을 배경으로 스케치를 동그랗게 하다가 짧은 다리 문어 몰리가 탄생했다.

몰리의 부모인 나는
늘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몰리는
다리가 짧아 헤엄을 못 치는 문어다. 그렇지만 기죽지 않고, 오히려 당찬 걸음으로 광활한 해저 바닥을 걸어 나간다. 몰리는 호기심이 많은 성격인데, 그 호기심이 몰리를 심해에서 육지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된다.

몰리와 잘 어울려 다니는 친구는
패들리안. 패들리안은 물살에 떠밀려 바닷속을 부유하는 해초 더미다. 목적지 없이 떠돌다가 몰리를 만나 함께 여행하는 메이트다.

몰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는
바다, 육지, 우주, 상상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몰리가 좋아하는 건
플랑크톤. 특히 빛나는 플랑크톤! 플랑크톤을 먹고 기분이 좋아지면 몸의 색이 변한다. 높은 파도가 치는 거친 날씨도 좋아한다. 높은 파도가 서핑을 즐기기에는 제격이다.

나와 닮은 몰리의 모습은
짧은 다리.

사람들은 잘 모르는 몰리가 가진 비장의 무기는

색이 변하는 몸. 그리고 다리에 숨어 있는 어마어마한 힘의 빨판. 앞으로의 몰리는 상상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가게 하고 싶다. 어떤 배경에 가더라도 몰리스럽게, 몰리만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몰리의 밝은 미래에 가장 방해되는 건

막연한 두려움. 지나고 보면 그저 지나가는 풍경이 되어버리는 것인데 말이다. 내가 만든 몰리를 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세상의 가장 어둡고 낮은 곳에서 꾸던 꿈이 마침내 빛과 바람을 만난다는 몰리의 이야기처럼, 우리 삶에도 그런 빛나는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몰리의 짧은 다리 파워를 나눠주고 싶다.

한 번도 소리 내어 말한 적이 없어 추측만 하고 있던 귀여운 캐릭터의 실체와 진심을 공개한다. 이들의 부모이자 창조자인 작가가 대신 입을 열었다.

Credit Info

EDITOR
KANG YE SOL
ASSISTANT
sung chae eun

2016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KANG YE SOL
ASSISTANT
sung chae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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