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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론> 립스틱

On November 09, 2009 0

송혜교가 했다기에 <나일론>도 해봤다. 가을에 어울릴 우수에 젖은 꽃분홍 립스틱을, 그것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립스틱을 만들기 위해 벌인 남자 에디터의 악전고투, 아니 동분서주.

자고로 입술은 촉촉해야 한다. 아무리 유행이라도 입술 주름이 그대로 보이면 할머니 같아 보인다는 게 에디터의 생각이다. 그래도 선명한 입술 색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없었고, 그런 이유로 한동안 여자친구를 위한 선물은 선명한 색을 내는 립글로스의 차지였다. 하지만 남자가 립글로스의 촉감을 느끼는 건 키스를 할 때뿐이라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립글로스의 질감은 오래가지 않아 질렸다. 때마침 입술 주름 그대로 드러내는 딸기 우윳빛 입술이 유행하기에 그 립스틱을 선물했더니 돌아오는 건 ‘텁텁하다’ ‘얼굴이 칙칙해 보인다’는 불만과 뷰티 에디터의 자질을 의심하는 질타뿐이었다. 그러다가 라네즈에서 모델인 배우 송혜교가 직접 립스틱을 만드는 광고를 보고, 남자 뷰티 에디터로서 세상의 여자들을 위해 불만 제로 립스틱을 만드는 것에 직접 도전하게 됐다.

립스틱 제작 과정
1, 2. 원하는 색상 찾기(브랜드 매니저와 컬러리스트의 참여로 유행을 앞서고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색상 선택)→ 3. 왁스 오일 베이스와 물감 섞기→
4. 색을 첨가하면서 원하는 색상 만들기→ 5. 완성된 액의 기포 제거→ 6. 색 테스트→

라네즈의 립스틱을 비롯한 모든 화장품은 용인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의 연구소에서 태어난다.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은 아니고 제품이 개발되는 곳으로 우리나라 화장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하지만 연구소 내부로 들어서니 옛것의 채취보다는 최첨단 시설과 세상 끝에서나 맡아볼 법한 원료의 향이 먼저 반겼다. 립스틱 개발을 담당하는 고영운 연구원의 안내로 립스틱 제작을 시작했다. 과정 소개는 간단했다. 인체에 무해하도록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무향의 왁스 오일 베이스(이것의 향이 진할수록 완성품의 향이 탁해진다)에 바르고 싶은 색을 낼 수 있는 물감을 넣고, 맡고 싶은 향을 넣고 굳힌 다음 케이스에 담으면 완성이랬다. 에디터가 원하는 요즘 유행하는 꽃분홍에서 가을 느낌을 넣기 위해 약간의 단풍잎 색을 넣어 깊이가 더해진 색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을 여자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런던 거리를 거니는 여자에게 어울릴 그런 립스틱 말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 색을 컬러 차트에서 찾은 다음, 오렌지색과 노란색, 진한 남색 등을 섞어 기본적인 분홍에 오렌지색이 살짝 걸친 색을 만들었다. 85~90℃의 온도를 내는 철판 위에서 왁스 오일 베이스를 녹이며 저었다(물론 보다시피 자동으로 저어주는 기계가 있다). 베이스가 녹으면서 생기는 액에 처음 넣은 물감이 제대로 섞이면 만들어지는 색을 보며 추가로 넣을 물감을 정한다. 고영운 연구원의 도움으로 파랑 0.02g, 빨강 0.55g, 노랑 2.1g을 추가로 넣으며 점점 가을로 물들어가는 색을 만들었다. 추가하는 물감은 소수점 4자리까지 정확하게 집어내는 저울을 사용한다. 고영운 연구원은 연구소에서의 0.0001g의 차이는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에서의 수십 kg과 같은 양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며 손을 떠는 에디터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난생 처음 수전증을 경험하며 소수점의 무게를 맞추면서 원하던 색과 비슷한 색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건 혼자만의 생각이었는지 중간 단계까지 완성된 색에 대한 스태프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 에디터 : 황민영

[기사 전문은 <나일론> 11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Credit Info

에디터
황민영

200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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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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