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Radar

밀린 음악 들으러 왔습니다.(1)

오지은의 익숙한 새벽 세시

On February 05, 2016 0

겨울잠보다 더 깊은 휴식기에 들어간 뮤지션 세 팀을 깨워 그들과 그들이 만드는 음악의 행방을 찾아냈다.

무려 3년 동안 새로운 음반을 만나볼 수 없었다. 그동안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책을 썼다.

책을 쓰는 동안에는 전혀 음악 작업을 하지 않은 건지?
책을 쓰는 근육이랑 음악을 쓰는 근육이 달라 양립이 안 되더라. 몇 년 전부터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그건 글로 써야겠다 싶어 책을 택했다. 원래 재작년 5월이 마감 예정이었는데, 1년 6개월이나 늦어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음반도 늦어진 거고.

책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한 건가?
써야겠다는 마음이 든 건 3집을 만든 이후부터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4년 초반부터였다.

얼마 전 그 결과물인 <익숙한 새벽 세시>가 발간되었다. 반응이 좋더라.
수상하다. 매사에 의심하는 성격이라 일이 잘 풀리면 왠지 수상하다. 그래서 주위 사람이나 팬들이 섭섭해한다. “아우, 좋다니까요”라고 말해도, “고마워. 하지만 나중에 안 좋아할 수도 있어. 그땐 어떻게 할 거야? 나 상처 받을 거야”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내가 만든 것을 좋아해주는 사람과 그런 정도의 관계도 재미있지 않나? 그 어떤 것도 안전하지 않은 관계 말이다. 하하. 영원히 사랑하지는 않지만 일단 지금 내가 만든 건 좋아해주는 거지.

하하. 책이 나왔으니 그럼 이제 음악을 시작하는 건가?
작년 11월에 마감하면서 원고를 보낸 날부터 신기하게 노래가 나오더라. 그래서 지금 밴드 원펀치의 서영호 씨랑 듀오로 작업하고 있다. 곡은 모두 나왔고, 편곡 작업을 하는 중이다.

그럼 그 음반은 언제 만나볼 수 있는 건가?
여기부터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큰데, 우리는 3월을 보고 있긴 하다. 그런데 뮤지션이 3월을 보고 있다고 하면 보통 더 있다가 나오지 않나. 하하. 놀아서가 아니고 잘하려다 보니 그런 거다.

그 음반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이전까지의 음반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랑에 대해 얘기했다. 그런데 일상생활 속에서 티가 나지 않는, 그다지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하는 애정을 이야깃거리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별거 아닌데 존재하는 것들이 사실은 비율로 보면 더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게 더 슬플 수도 있다. 시원하게 사랑하고 헤어지면 후련하기라도 하지, 이건 꺼내지도 못한 감정이니까. 나는 만들면서 그렇게 느끼긴 했는데, 듣는 분은 어떨지 모르겠다.

오지은의 솔로 음반이 나올 줄 알았는데, 좀 의외다.
나는 지독하게 우울한 유의 감정을 꺼내는 사람인데, 혼자 하면 그게 편한 길이라 그 길로만 갈 것 같은 마음에 도전을 했다. 나는 노래를 절제 없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데 반해, 서영호 씨는 절제 있는 사람이다. 그와의 작업을 통해 절제하면서 불러 어디까지 슬플 수 있는지 시도하는 중이다. 너무 슬퍼 엉엉 우는 게 아니라 “그냥, 아니야”라고 말하는 씁쓸한 슬픔을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게 개인적인 목표다.

팀 이름은 정했나?
일단 ‘오지은서영호’다. 뾰족한 다른 생각이 잘 안 난다. 참고로 김간지X하헌진처럼 중간에 X는 없다. 띄어쓰기도 없다.

팀으로서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는지?
작년 11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12월에 단독 공연을 5번이나 했다. 신인 밴드라 못한다고 소문나는 게 싫어 조용히 비밀스레 진행했다. 아무도 안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작게 했는데, 다행히 어떻게 알고 모여서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밀린 음악을 들으러 왔으니 음반이 나오기 전, 미리 한 곡 정도 공개한다면?
원고를 보낸 날 나온 노래가 ‘이것은 아마도 사랑’이라는 곡이다. 첫 가사가 ‘밤하늘에 반달이 동그랗게 보인다면 이것은 아마도 사랑 / 있지도 않은 마음을 착각하는 게 사랑이라면 이것은 아마도 사랑’이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전에는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단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라고 노래하지 않았나?
맞다. 용암처럼 솟아나는 사랑에 대해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 그러다 사랑이 아닌 건데 사랑인, ‘이렇게 하찮은 게 사랑이라고? 근데 그게 사랑인 것 같아’라는 유의 것을 하고 싶어졌다. 스스로 도전 같은 걸 하고 있다.
 

3 / 10
/upload/nylon/article/201602/thumb/26257-86890-sample.jpg

(왼쪽부터)2008.12 1집 〈지은〉, 2009.04 2집 〈지은〉, 2013.05.14 3집 〈(3)〉

(왼쪽부터)2008.12 1집 〈지은〉, 2009.04 2집 〈지은〉, 2013.05.14 3집 〈(3)〉

길게 소식이 없는 동안 잊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없었는지?
그런데 그전에도 뭐 많이 알았을까? 하하. 나는 나를 알거나 좋아하는 분들의 수를 파악할 수가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좋아하다가 말 수도 있는 거니까. 그냥 ‘필요하면 듣겠지’라는 마음이다. 만약 내가 새 음반을 냈을 때 그걸 좋아하면 지금 그 사람과 서로 운때가 맞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것도 서로 약속할 수 없는 거다. 그때 어떤 사람의 상황에 내 음악이 맞으면 쓰임을 당하는 거고, 아니면 쓰임을 안 당하는 거고. 의리로 들을 수는 없다. 음악에 의리라는 것도 없고. 그러니까 진부한 얘기지만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야구로 치면 매번 풀 스윙을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인지 이전에도 사실 부지런히 자주 음악을 내는 편은 아니었다.
결국 하고 싶은 얘기가 생겨야 뭘 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 같다. 물론 이야기도 자주 생기고, 결과물도 잘 나오면야 쭉쭉 하고 싶지.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이 생기고, 작업을 하고, 녹음을 하고, 다시 하고, 계속하고. 이렇게 다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책만 해도 처음에 에필로그 부분만 50번 넘게 썼다. 그게 뭐 별거라고.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빨리 읽히더라.
내용이 희망적인 게 아니라 좀 어두워서 읽기라도 편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읽히면 좋겠다는 마음에 쉽게, 순화해서 썼다.

음악은 어떤 때 쉽게 잘 만들어지는 편인가?
익숙한 새벽 3시에 잘된다. 하하.

주위에 필요한 소품은?
휴대전화 메모장이랑 수첩과 볼펜, 그리고 피아노나 기타 말고는 아무것도 없을 것. 왜냐하면 딴 게 있으면 그게 더 재미있으니까.

음악보다 더 재미있는 딴짓은 무엇인가?
파이널 판타지. 첫 온라인 게임인데, 너무 재미있다. 요즘 푹 빠져 있다.

어느 정도로 빠졌나?
만랩 찍었다.

새 음반이 나올 수 있을지 왠지 걱정이다.(웃음) 혹시 음악적으로 풀 이야기가 생각나기 위해 노력하는 제스처가 있나?
기본적으로는 잡생각을 많이 한다. 그중에 노래로 만들 만한 게 무엇인지는 무의식중에 계속 레이다를 세우고 있기는 하다. 대화랑 마찬가지로 음악도 억지로 하려면 어색해진다. 그래서 이게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게 맞는지, 일단 한발 떨어져서 지켜보는 것 같다. 그게 어쩌면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는 시간일 수도 있고.

그렇게 이야깃거리가 생각날 때마다 싱글로 음반을 내면 더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오지은과 늑대들이라는 팀을 하기 전에 선행 작업으로 싱글을 낸 적은 있다. 그런데 결국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큰 덩어리로 되어 있어서, 한 곡으로는 약간 부족한 기분이 들더라. 이렇게 말하고 갑자기 싱글을 낼 수도 있다. 시대가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어 뭐가 가장 자연스러운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뮤지션으로서 음악을 만들면서 어떤 지점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지?
편드는 걸 수도 있는데, 새로운 음악을 내는 모든 뮤지션을 존경한다. 왜냐하면 진짜 힘들다. 했던 거 또 하면 진부하다고 하고, 새로운 거 하면 삽질한다고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렵다. 새로운데, 익숙하면서,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지만, 진부하지 않으면서, 음악적으로 깊은 음악을 만들어야 하거든. 음반마다 점점 허들은 높아지는데, 더 이상 스스로에게 어리광을 피울 수 없는 거다. 새 음반은 결국 그 허들을 넘었다는 거니까, 그런 점에서 존경한다. 가끔 동료와 그런 얘기를 한다. “어떻게 관둬야 해? 이미 늦었어?”라고. 하하.

그럼에도 계속해서 오지은이라는 뮤지션의 새로운 음악을 기대해도 될까?
새로운 곡이 하나 나올 때마다 보너스 스테이지를 하는 느낌이다. 언제 끊길지 모르니까. 내가 지금 서영호 씨랑 작업하고 있지만, 다음에 곡이 안 나오면 이 팀도 끝인 거다. 그리고 나 또한 잘 모르겠다. 괜찮을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다면 지금까지 내 이야기에 공감하고 좋아해준 그 사람을 배신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럴 거면 안 하겠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가정주부에 취업을 하겠다. 그런데 소질이 없어 못할 수도 있겠다. 그냥 다른 일을 알아보겠다.  

겨울잠보다 더 깊은 휴식기에 들어간 뮤지션 세 팀을 깨워 그들과 그들이 만드는 음악의 행방을 찾아냈다.

Credit Info

EDITOR
KANG YE SOL
PHOTOGRAPHER
KIM YEON JE
DESIGNER
NAM SANG HYUK
MAKEUP
DO YEON AT VAIRA
HAIR
YOUNG MI AT VAIRA

2016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KANG YE SOL
PHOTOGRAPHER
KIM YEON JE
DESIGNER
NAM SANG HYUK
MAKEUP
DO YEON AT VAIRA
HAIR
YOUNG MI AT VAIRA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