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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 에가미 에츠와 나눈 작품 비하인드

On August 30, 2022

소통을 위한 기술과 도구가 나날이 발전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에가미 에츠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소통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록 오해 속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이라도 그 간극을 주목하면 무지개 같은 희망을 엿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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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Time《Psychology keeps walking》(Émile Zola), 2021, Oil on canvas

소통은 오해를 기반으로 한다

이방인에게 언어는 생존의 도구다. 하지만 타국의 언어를 완벽히 습득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낯선 언어로 소통하는 일은 도리어 오해와 좌절의 그늘을 만들고 진정한 의사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 유럽에서 유년기를 보낸 작가 에가미 에츠에게는 이러한 경험이 일상이었고 늘 진정한 소통이 화두였다. 작가의 경험상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지만 동시에 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었다. 익숙지 않은 언어는 대부분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엉뚱한 결과를 낳아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가끔은 자신의 귀보다 눈을 믿는 게 나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이러한 경험은 작가가 ‘소통’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차연(Différence)’에서 말하는 언어의 한계, 즉 독자적으로 정의되거나 동시에 이해될 수 없는 특성을 공감했다. 진정한 소통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직면한 철학적 화두라고 생각한 작가는, 독창적인 작업 방식으로 ‘언어의 본질’과 ‘진정한 이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난봄 ‘아트부산’, 세계적인 갤러리 탕 컨템포러리 아트와 화이트스톤이 전면으로 내세운 작가는 에가미 에츠였다. 그의 작품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전시되었고, 갤러리스트들은 에가미 에츠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도 작가의 이력은 화려하다.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디자인원(HfG)과 베이징 중앙미술학원(CAFA)에서 수학하고 화이트스톤과 일본 지바 미술관, 런던 플레이그라운드, 베이징 사르트 갤러리, 베이징 탕 컨템포러리 아트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포브스의 ‘2021 아시아 U30리더’로 선정되었다. 작가의 작업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평행선’이다. 색색의 평행선이 무지개처럼 층층이 쌓여 얼굴들을 만들어낸다. 평행선들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운명으로, 완벽히 이해되지 않는 오해가 쌓인 형상이다. 하지만 거센 폭풍우가 몰아친 후 무지개가 찾아오듯, 작가는 오해의 중첩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한다.


3 / 10

 

‘SOCIAL DISTANCE’ series

제 이름을 중국어로 읽으면 ‘쌀 한 컵’이라는 뜻으로 들려 놀림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저는 이 경험을 작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첫 개인전은 <This is not a Mis-hearing game>이라는, 음향과 영상을 접목한 관객 참여형 작업이었죠. 관객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주고 다시 받아써 보게 하면서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이 작업을 하면서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고, 그때부터 회화 작업을 통해 제 감정을 시각화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연장선상에서 ‘Social Distance’를 작업할 때는 의사소통이 서로 가까워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거리를 알기 위한 것이라고 느꼈고 ‘나’와 ‘너’의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통이 정지된 순간을 깊게 살피고 그 경계를 확인하는 노력이 자연스럽게 소통이 가능하게 해줄 거라고 믿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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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BOW》, 170cm×250cm, 2021-2022, Oil on Canvas

《RAINBOW》, 170cm×250cm, 2021-2022, Oil on Canvas

  • 《RAINBOW》, 170cm×250cm, 2021-2022, Oil on Canvas 《RAINBOW》, 170cm×250cm, 2021-2022, Oil on Canvas
  • 《RAINBOW》, 196cm×126㎝, 2021, Oil on Canvas《RAINBOW》, 196cm×126㎝, 2021, Oil on Canvas

‘RAINBOW’ series

평행선은 제 마음의 상태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더 가까워지기 위해 소통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서로의 거리를 확인하게 되지 않나요? 오랫동안 타지에서 살았던 경험이 이 시리즈에 영감을 주었는데요, 미숙하게 구사한 외국어는 결국 웃음거리가 되고, 그 상황은 이방인을 고통스럽고 우울하게 만들죠. 상대방에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영원히 닿지 않는 평행선이 되는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완전한 소통이 불가능하더라도 우리는 공존하기 위해 소통하고 서로의 거리를 확인합니다. 언어의 모호함과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 저는 진정한 소통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느껴요. 그렇게 평행선은 무지개가 됩니다. 각각 빛나는 선이 모인 형상의 무지개는 희망과 꿈을 상징합니다.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걸 절실히 느낄 때 제 작품 속 무지개는 어두운 빛깔을 띠었고요. 하지만 최근에는 그 색들이 좀 더 밝아지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3 / 10
Star Time《I Am a Cat》(Natsume Sōsek), 2021, 194㎝×162㎝, Oil on canvas

Star Time《I Am a Cat》(Natsume Sōsek), 2021, 194㎝×162㎝, Oil on canvas

  • Star Time《I Am a Cat》(Natsume Sōsek), 2021, 194㎝×162㎝, Oil on canvasStar Time《I Am a Cat》(Natsume Sōsek), 2021, 194㎝×162㎝, Oil on canvas
  • Star Time《Crime and Punishment》(Dostoevsky), 2021, Oil on canvas Star Time《Crime and Punishment》(Dostoevsky), 2021, Oil on canvas
  • Star Time《Confessions of a Mask》(Yukio Mishima), 2022, Oil on canvas Star Time《Confessions of a Mask》(Yukio Mishima), 2022, Oil on canvas
  • Star Time《No Longer Human》(Osamu Dazai), 2021, Oil on canvas Star Time《No Longer Human》(Osamu Dazai), 2021, Oil on canvas

‘STAR TIME’ series

세계적인 소설가들의 얼굴을 그린 작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이하면서 시작하게 된 작업이에요. 전염병의 위험 때문에 어디도 갈 수 없게 되었을 때 저는 작업실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현대문학에 끌리더라고요. 현대문명의 명암, 근대화와 서양화를 동시에 맞이한 동양, 산업화에 대항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까지도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과거의 소설가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죠. 저는 오랫동안 인간의 본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물화를 그리게 되었어요. 지난 봄 ‘아트부산’에 방문했을 때 많은 분들이 저에게 MBTI를 묻더군요. 역시, 인간의 본성은 영원한 탐구의 대상인가 봅니다.


ABOUT Egami Etsu

ABOUT Egami Etsu

1994년 일본 도쿄 출생. 유럽과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중국과 독일에서 수학한 작가는 다양한 의사소통 장벽을 경험하고 이를 작품으로 끌어냈다. 영상, 음성, 드로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본능과 소통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소통을 위한 기술과 도구가 나날이 발전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에가미 에츠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소통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록 오해 속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이라도 그 간극을 주목하면 무지개 같은 희망을 엿볼 수 있다고.

CREDIT INFO

에디터
심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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