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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앤그레이 대표의 자유로운 새 작업실

On August 03, 2022

프로젝트 그룹 아이보리앤그레이(Ivory and Gray)를 이끄는 임수정, 왕혜원 공동대표의 새 공간을 찾았다. 서로의 대화에서 영감을 주고받으며 부유하는 찰나의 순간을 작업으로 옮기는 자유로운 수행자들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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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 놓인 붉은색 과일 오브제는 왕혜원 대표의 작업. 우드 클레이에 아크릴로 색을 입혔다.

식물의 형상이 엷게 번진 천 조각, 볼그스름하게 무르익은 듯한 과일 조각. 지난봄, 셀렉트 마우어의 팝업 전시에서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긴 아이보리앤그레이의 작업이다. 대학교 동창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임수정, 왕혜원 공동대표는 각자 패션 디자이너와 건축가로서 왕성히 활동하다 5년 전 아이보리앤그레이로 함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최근 도심 한복판에 있던 작업실을 정리하고 서울 근교로 이사했다. 방 5개와 온실이 딸린 복층 구조의 집. 낡은 등과 보일러 정도만 교체하고 쓰던 가구들은 그대로 가져왔다. 소파처럼 육중한 가구는 없다. 베르토이아의 체어,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 아일린 그레이의 리볼리 테이블처럼 모두 부피를 차지하지 않는 간결한 것들이다.

“언제든 가변적으로 바꾸고 옮길 수 있는 가벼운 가구를 선호해요. 언제 또 이사할지 모르니까요(웃음).” 이전 작업실보다 공간은 넓어졌지만 살림은 줄이고 대신 작업 규모의 확장을 택했다. 왕혜원 대표의 작업실은 부엌과 다이닝 공간이 있는 1층, 임수정 대표의 작업실은 온실과 작은 방들이 자리한 2층으로 정했다.

패브릭에 식물로 ‘드로잉’ 작업을 하는 임수정 대표는 각종 식물을 말리거나 발효하는 일부터 직물을 전처리하고 염색하며 마지막 봉제에 이르기까지 각 과정별로 공간의 용도를 나누었다. 그중 실외와 실내의 경계에 있는 온실 공간을 가장 좋아한다.

“햇빛이 잘 들고 완전히 외부가 아니다 보니 식물을 컨트롤하기에 더 편하더라고요. 이곳에서 빵을 굽기도 하고, 저녁에 선선해지면 와인 한 잔 하기에도 좋아요.” 왕혜원 대표는 햇살이 비껴드는 창문이 마음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 너머로 하늘이 보이는데 문득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창을 통해 당연히 보여야 할 것들을 이제야 보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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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앤그레이를 운영하는 임수정, 왕혜원 공동대표는 걸어서 산책할 수 있는 동네로 작업실을 옮겼다. 녹음으로 짙은 산길을 걷고 있는 왕혜원 대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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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선으로 이루어진 철제 가구를 좋아하는 두 사람의 취향이 엿보인다. 리볼리 테이블에 베르토이아 체어를 매치했다.

내 속의 자연을 찾아가는 여정

두 사람이 작업실을 옮긴 데는 더 자주, 오래, 그리고 쉽게 산책하고 싶은 이유가 크다. 매일 새벽이면 수행자처럼 가까운 공원과 산길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두세 시간 동안 산책을 다녀오면 그냥 뻗고 말아버린다”며 웃으며 말하지만 그들에게 천천히 걷는 행위는 작업의 일부처럼 보인다.

왕혜원 작가는 산책하는 동안 생각을 ‘조율한다’고 말한다. 마치 피아노의 현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음을 맞추듯이. “작업자들이 가지는 시간은 균질하거나 직선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찰나의 순간들’이 나열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산책을 할 때는 ‘이런 생각을 해야지’ 하고 마음 먹지는 않지만,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찰나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더군요.” 작업자의 시간은 음표를 노래하는 음악처럼 흐른다는 그의 말뜻이 조금 이해가 된다.

복층 구조의 집. 2층의 층고는 낮지만 온실과 작은 방 4개가 자리한다. 문이 열린 방이 왕혜원 대표의 작업실이다.

복층 구조의 집. 2층의 층고는 낮지만 온실과 작은 방 4개가 자리한다. 문이 열린 방이 왕혜원 대표의 작업실이다.

복층 구조의 집. 2층의 층고는 낮지만 온실과 작은 방 4개가 자리한다. 문이 열린 방이 왕혜원 대표의 작업실이다.

건축 재료의 물성에 관심이 많은 왕혜원 대표의 테이블 위에는 파이버 페이스트,
한지, 젯소 등 갖가지 재료가 놓여 있다.

건축 재료의 물성에 관심이 많은 왕혜원 대표의 테이블 위에는 파이버 페이스트, 한지, 젯소 등 갖가지 재료가 놓여 있다.

건축 재료의 물성에 관심이 많은 왕혜원 대표의 테이블 위에는 파이버 페이스트, 한지, 젯소 등 갖가지 재료가 놓여 있다.

주로 식물을 다루는 임수정 대표는 산책을 통해 재료가 아닌 성찰을 얻는다. “간혹 오해하시기도 하는데, 저는 들판의 꽃이나 식물을 함부로 채집하지 않아요. 꽃시장에서 상품 목적으로 절화된 것만을 사용하죠.” 임수정 대표는 자연에서 자신을 찾고, 자신에게서 다시 자연을 찾는다.

“저 역시 자연의 일부니까요. 자연을 사람과 분리해서 아름답다고만 대상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제 작업이 더 좋아진다면, 그건 좋은 꽃과 잎을 사용해서라기보다는, 제 자신이 아름답고 좋아졌기 때문일 거라 믿어요.” 산책하며 문득 만난 찰나의 순간들은 켜켜이 쌓여 있다가 작업대에 앉았을 때 비로소 자신의 것으로 소화되어 나온다고 말한다. 이들의 작업이 한 권의 시집을 읽은 듯 고요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번진 임수정 대표의 ‘리브스 드로잉(leave’s drawing)’ 작업.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번진 임수정 대표의 ‘리브스 드로잉(leave’s drawing)’ 작업.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번진 임수정 대표의 ‘리브스 드로잉(leave’s drawing)’ 작업.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번진 임수정 대표의 ‘리브스 드로잉(leave’s drawing)’ 작업.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번진 임수정 대표의 ‘리브스 드로잉(leave’s drawing)’ 작업.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번진 임수정 대표의 ‘리브스 드로잉(leave’s drawing)’ 작업.

산책 중에 마련한 간소하면서도 귀여운 찻자리.

산책 중에 마련한 간소하면서도 귀여운 찻자리.

산책 중에 마련한 간소하면서도 귀여운 찻자리.

임수정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온실 공간.
이곳에서 그는 꽃잎을 건조하거나 발효하는 등
재료의 밑작업을 진행한다.

임수정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온실 공간. 이곳에서 그는 꽃잎을 건조하거나 발효하는 등 재료의 밑작업을 진행한다.

임수정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온실 공간. 이곳에서 그는 꽃잎을 건조하거나 발효하는 등 재료의 밑작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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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들이 가지는 시간은 균질하거나 직선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찰나의 순간들’이 나열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산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찰나의 순간을 만나는 경우가 있어요.

임수정 대표가 다가올 9월 전시를 위해
준비한 꽃잎을 확인하고 있다.

임수정 대표가 다가올 9월 전시를 위해 준비한 꽃잎을 확인하고 있다.

임수정 대표가 다가올 9월 전시를 위해 준비한 꽃잎을 확인하고 있다.

한지 위에
드로잉 작업을 하는 왕혜원 대표.

한지 위에 드로잉 작업을 하는 왕혜원 대표.

한지 위에 드로잉 작업을 하는 왕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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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2층의 봉제실이다. 패션 디자이너 출신인 임수정 대표는 패브릭 조각에서 의상으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프로젝트 그룹 아이보리앤그레이(Ivory and Gray)를 이끄는 임수정, 왕혜원 공동대표의 새 공간을 찾았다. 서로의 대화에서 영감을 주고받으며 부유하는 찰나의 순간을 작업으로 옮기는 자유로운 수행자들의 집이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승민
사진
김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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