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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 환상 그 너머의 희망

On July 27, 2022

황홀하리만치 찬란한 유리구슬.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에 미세한 흠집을 품고 있다. 깨진 유리 파편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장-미셸 오토니엘은 묵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고통과 희열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그와 작품에 대해 내밀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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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honiel Studio

© Othoniel Studio

BLUE RIVER

Blue Indian glass bricks, 26×7.1m, 2022

제가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 중 가장 거대한 크기예요. 잔잔한 물결의 푸른 강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전시장에 깊고 고요한 기운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주죠. 벽돌의 푸른색은 인도어로 피로지(Firozi)라 불리는 색상으로 인도ㆍ유럽 문명권에서 사용된 구릿빛 푸른색을 의미합니다. 이 평화로운 색이 저의 ‘매듭’ 작품들을 서로 연결해주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다줄 거예요.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한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이 지난 6월, 한국의 고요한 정원을 찾았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 그리고 덕수궁에서 8월 7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장-미셸 오토니엘 : 정원과 정원>을 통해 최근 10여 년간 발전시켜온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이토록 세계적인 작가의 설치작품을, 그것도 우리의 고궁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오토니엘은 2000년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기념해 팔레 루아얄-루브르박물관역 입구에 제작한 ‘야행자들의 키오스크’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19년 후, 루브르박물관이 오토니엘의 회화 연작 ‘루브르의 장미’를 영구 소장하면서 그는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다. 40여 년 전, 루브르박물관의 경비로 일했던 그로서는 볼품없는 유리 파편이 비로소 영롱한 유리구슬로 태어난 것과 같은 경이로운 순간이었을 테다.

어릴 때부터 연약한 꽃에 매료되었던 오토니엘에게 정원은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환상의 세계이자 예술을 재인식하도록 해주는 사색의 공간. 덕수궁 연못에 자리한 ‘황금 연꽃’과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황금 목걸이’는 덕수궁을 신화적 무대로 탈바꿈시킨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서면 ‘루브르의 장미’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신작 ‘자두꽃’을 비롯해 파란색 유리 벽돌 7000여 개를 설치한 ‘푸른 강’과 신비로운 빛의 유리벽돌로 이루어진 ‘프레셔스 스톤 월’, 벽돌 작업을 건축적으로 확장한 ‘아고라’까지 오토니엘이 설계한 예술적 유토피아를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단지 환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갖은 상처를 안고도 희망을 꿈꾸고 살아갈 수 있다는 알 수 없는 힘을 전해준다. 아마 그것이 그의 작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진정한 마법일 것이다.

© Othoniel Studio

© Othoniel Studio

© Othoniel Studio

THE GOLD NECKLACE

Stainless steel, gold leaf, dimensions variable, 2022

덕수궁에 처음 왔을 때 연못 중앙에 자리한 작은 섬이 마법처럼 신비롭다고 느꼈어요. 그 섬에서 자란 소나무에서 특이한 곡선 형태의 나뭇가지를 발견했고, ‘황금 목걸이’ 3점을 나뭇가지에 걸기로 했죠. 연못의 가장자리에서만 이 작품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소중함 섬을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보물섬이자 순수한 욕망의 원천으로 여기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 KNOT

    Mirrored glass, stainless steel, 72×65×35cm, 2019 © Othoniel Studio

    2009년 ‘라캉의 매듭’을 통해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 것을 시작으로, 구슬을 연결한 다양한 형태의 ‘매듭’ 연작을 작업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멕시코의 수학자 오빈 아로요(Aubin Arroyo)와 함께 연구하면서 수학과 예술, 이성과 직관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죠. 매듭의 엇갈림이 무한히 반복되는 ‘와일드 노트’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작업입니다.

  • © Othoniel Studio

    © Othoniel Studio

    © Othoniel Studio

    THE KNOT OF THE IMAGINARY

    Stainless steel, 2021

  • © Othoniel Studio

    © Othoniel Studio

    © Othoniel Studio

    LOUVRE ROSE

    Painting on canvas, black ink on white gold leaf, 164×124×5cm, 2019

    루브르박물관의 소장품 가운데 루벤스의 회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화면 속 인물들의 발밑에 떨어진 붉은색 장미가 눈에 들어왔죠. 루벤스의 회화는 화려하고 에로틱하며 에너지 넘치고, 기술적으로 혁명적인 회화입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마치 루벤스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만약 그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모든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을 거예요.

  • © Othoniel Studio

    © Othoniel Studio

    © Othoniel Studio

    PRECIOUS STONEWALL

    Indian mirrored glass bricks in various colors, dimensions variable, 2022

    인도로 여행을 떠났을 때 인도인들이 집을 짓기 전에 벽돌을 쌓는 것을 보았고, 이 풍습이 그들에게 희망을 의미한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의식을 좋아했어요. 의식은 저에게 희망의 표식이자 일상생활에 기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루브르박물관의 경비로 일했을 당시 저는 항상 같은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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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 YongKwan

© Kim YongKwan

PLUM BLOSSOM

Painting on canvas, color ink on white gold leaf, 164×124×5cm, 2022

덕수궁 건축물에 사용된 오얏꽃문 문양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그 강렬한 색감과 단순한 모양이 참 마음에 들었죠. 자연의 순수한 표현이라고나 할까요. 꽃가루를 표현하는 밝은 노란색과 꽃잎을 표현하는 붉은색, 이렇게 2가지 색을 사용했어요. 두 색이 혼합되면서 우연하게 만들어내는 다양한 오렌지색 빛깔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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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honiel Studio

GOLD LOTUS

Stainless steel, gold leaf, 150×160×145cm, 2019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한국의 전통 건축과 공예에서 자주 보이는 연꽃 문양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진흙 속에서 깨끗한 꽃을 피우는 연꽃에서 고통을 넘어 깨달음에 이르는 불교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죠. 덕수궁 연못에서 피어난 ‘황금 연꽃’은 초록 풍경과 대조되면서 새로운 시공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을 거예요.

황홀하리만치 찬란한 유리구슬.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에 미세한 흠집을 품고 있다. 깨진 유리 파편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장-미셸 오토니엘은 묵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고통과 희열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그와 작품에 대해 내밀한 대화를 나눴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승민
취재협조
서울시립미술관(sema.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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