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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MOMENT

도예가 부부의 순백의 흙을 탐구하는 시간

On July 25, 2022

강원도 양구, 질 좋은 백토가 매장되어 있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려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백자 생산이 계속되어온 곳. 한국 도자기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곳에서 김덕호, 이인화 부부는 함께 백자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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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경기도 용인의 고려시대 가마터에서 1000년 전쯤 사용하던 왕실의 백자 제기가 무더기로 출토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도자용 흙은 밀가루보다 더 고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불순물이 조금이라도 섞이면 제대로 소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업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 역시 살짝 만지기만 해도 금세 바스라질 만큼 곱다. 하지만 작가의 손이 닿아 빚어지고 소성된 백자만큼은 놀라울 만큼 견고하고 단단하다. 곱디고운 백색의 흙 안에 1000년의 시간을 이겨내는 영험한 힘이라도 깃들어 있는 것일까? 어쩌면 세월을 견디는 영험한 힘이란 작가가 쏟는 애정과 시간, 간절한 마음이 담긴 손길의 횟수와 비례할지 모르겠다.

매일 백색의 흙과 마주 앉는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의 작업 방식은 비슷한 듯 다르다. 부부는 서로 다른 색의 점토를 층층이 겹쳐 무늬를 만들어내는 연리 기법을 선호하는데 남편 김덕호 작가는 흙을 물레에 돌려 형태를 잡고, 표면을 다양한 방법으로 깎아낸다. 이 과정에서 내부에 퇴적되어 있던 연리의 흔적이 드러나 아름다운 문양이 된다.

아내 이인화 작가의 작업에 다른 점이 있다면 형태를 잡은 도자기 벽의 두께를 채 2mm도 되지 않을 만큼 얇게 깎아낸다는 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백자는 해가 잘 드는 창가에 두었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 때로는 은은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비추는 햇빛이 백자 고유의 색과 질감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란히 놓인 두 사람의 백자는 다른 듯 닮았다. 김덕호 작가가 만드는 백자에는 이인화 작가의 이름이 함께 새겨져 있고, 이인화 작가가 만드는 백자에도 김덕호 작가의 이름이 함께 새겨진다. 대학에서 만나 오랜 시간 함께하고 2015년 결혼을 한 뒤로 쭉 그래왔다. 두 사람의 원대한 꿈은 앞으로도 오래오래 도예가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곳에서, 함께.

도예가 김덕호, 이인화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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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 예술인촌으로 조성된 부지를 분양 받고, 설계 단계부터 저희의 의견이 오롯이 반영된 집이라 정말 내 공간이라는 행복과 안도감을 느껴요. 더 이상 유목민처럼 계속 이사를 다닐 필요도 없어졌고요.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
예술인촌으로 조성된 부지를 분양 받고, 설계 단계부터 저희의 의견이 오롯이 반영된 집이라 정말 내 공간이라는 행복과 안도감을 느껴요. 더 이상 유목민처럼 계속 이사를 다닐 필요도 없어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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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를 만드는 과정에서만 볼 수 있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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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정원 생활 도자기 작업은 시간과 노력을 아무리 많이 쏟아도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아요. 가마에 넣기 전엔 멀쩡하던 작품이 굽는 과정에서 깨져버리기도 하고요. 그런 좌절의 순간에도 식물들만큼은 관심과 사랑을 준 만큼 보답을 해줘요. 작업으로 얻는 행복이나 만족감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부부의 정원 생활
도자기 작업은 시간과 노력을 아무리 많이 쏟아도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아요. 가마에 넣기 전엔 멀쩡하던 작품이 굽는 과정에서 깨져버리기도 하고요. 그런 좌절의 순간에도 식물들만큼은 관심과 사랑을 준 만큼 보답을 해줘요. 작업으로 얻는 행복이나 만족감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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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영감
저희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물건, 공간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곤 해요. 작업 도중에 떠오를 때도 있고, 둘이 이야기를 나누다 불현듯 뭔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특히 자연으로부터 얻는 영감도 굉장히 많아요.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뜨거운 여름날의 태양처럼 매 순간 변하고 사라지는 것들로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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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덕호, 이인화 두 사람에게 묻고 답을 들었다

Q 스튜디오까지 오는 내내 창밖을 보며 감탄했어요. 온통 나무, 또 나무네요. 이곳에서의 생활은 어떠세요?
이곳은 작가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는 공간이라 생각해요. 도시에 있을 때보다 작업 공간이 넓어지면서 작업의 규모나 구상도 달라지고 있고요. 우리가 만든 도자기를 놓아둘 수 있는 장소가 생각보다 더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설치 작업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크기를 변화시키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어요. 물론 도시 생활에 비해 불편한 점도 많아요. 아끼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왔고, 도시에 나가야 할 일이 생기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자연과 가까이한다는 점은 정말 만족스러워요. 주위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기되거든요. 자연은 도시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저희에게 새로운 변화와 자극을 줘요.

Q 하루는 어떻게 보내세요? 도시에서보다 더 단조로워졌나요?
맞아요. 가장 단조로워진 부분은 작업실로 향하는 여정인 것 같아요. 이곳에 정착하면서 수십 분에서 1시간 이상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없어졌거든요. 집과 작업실을 한 공간에 두는 건 작업에 몰두하는 데에 꽤나 효과적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가드닝에 심취해 있는데, 덕분에 2층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었어요. 저희보다는 반려묘인 진주가 더 좋아하는 것 같긴 하지만요. 날아가는 새도 관찰하고,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도 듣고, 저희보다 하루를 더 다채롭게 사용할 줄 아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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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집 겸 작업실인 이 공간에 ‘소만(小滿)’이라는, 절기의 이름을 붙이셨어요.
소만은 24절기 중 여덟번째 절기로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저희가 제작한 도자기들은 어쩌면 그저 작은 사물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사용하시는 분들의 삶만은 보다 풍요로워지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붙인 이름이에요. 백토는 아름다운 만큼 다루기가 힘든 재료예요. 사소한 조건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기본에 더 충실해야 하고요. 그리고 그 기본이란 건 반복되는 노동과 기술의 체득으로만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오랜 시간을 들여 기본을 쌓아 만든 백자의 물성을 사용하는 분들이 더 내밀하게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Q 반복되는 노동이라는 말이 와닿아요. 작업하시는 모습을 잠시 지켜봤지만 예술이란 어쩌면 수행의 길과도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엔 어떤 작업을 하고 계세요?
물레를 차고, 굽을 깎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들은 다시 흙으로 반죽해 재사용하는데, 흙으로 돌아가기 전 찰나의 순간에만 마주하게 되는 아름다움이 있어요. 그 작은 조각들 안에도 각각 다른 연리의 흔적이 존재하거든요. 최근엔 그 흔적들을 붙잡아 삶의 시간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계속 도자기 표면을 깎아내고, 한 사람은 그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 중 가장 예쁜 조각을 핀셋으로 골라내요. 그리고 골라낸 조각들은 한지처럼 얇게 펴 소성한 평평한 도자기 위에 차례대로 붙이는 식이에요. 이 작업은 지금의 스튜디오와도 정말 잘 어울려요. 해가 쏟아져 들어오는 창가에 세워두면 얇은 도자기 판이 정말 종이라도 된 것처럼 아름다운 빛을 통과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Q 예술이라 쓰고 수행이라 읽는 이 길을 계속 걸으실 생각이시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백토는 다루기도 까다롭고 관리도 어려워요. 때론 그 점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백자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볼 때면 어쩔 도리 없이 빠져들고 말아요. 새하얀 빛깔과 매끈한 질감, 백자만의 투광성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저희는 아직 부족하고 배워가야 할 점도 많으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백토의 물성을 탐구하고 극복하는 일에 매진하고 싶어요. 지금은 6월 23일부터 7월 15일까지 성북구의 엘케이트 갤러리에서 열릴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금속을 다루는 민덕영, 박미경 작가님과 함께하는 전시예요. 이 기간 동안 작품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과의 다양한 소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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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 질 좋은 백토가 매장되어 있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려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백자 생산이 계속되어온 곳. 한국 도자기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곳에서 김덕호, 이인화 부부는 함께 백자를 만든다.

CREDIT INFO

에디터
장세현
사진
김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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