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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아트스페이스

화가 김근태, 보이지 않는 마음을 그리는 마음

On May 13, 2022

화가 김근태에게 예술은 보는 이의 마음에 점 하나를 찍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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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KIM KEUN TAI, 1953~)

김근태(KIM KEUN TAI, 1953~)

중앙대학교 회화과 졸업. 직접 제작한 석분 물감으로 작업해 도자의 표면을 닮은 연작과 유화 물감을 층층이 쌓은 듯이 칠한 연작이 대표작. 단순한 색과 구도를 사용한 추상화 기법으로 작가는 철학적 사유를 작품에 담고자 했다. 성곡미술관, 리안갤러리, 조선일보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성곡미술관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한화은행 등 다수의 기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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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분으로 작업한 작은 크기의 작품들을 살펴보며 작가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석분으로 작업한 작은 크기의 작품들을 살펴보며 작가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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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바닥에 동시에 작업하는 캔버스들이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다. 작업 중인 작품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작가와 마크 테토.

작업실 바닥에 동시에 작업하는 캔버스들이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다. 작업 중인 작품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작가와 마크 테토.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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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분과 접착제를 섞어 만든 물감은 캔버스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고, 굳으면 도자기 같은 질감을 보인다.

평소 음악 감상을 즐겨 하는 작가의 작업실에 자리한 음향 기기들.

평소 음악 감상을 즐겨 하는 작가의 작업실에 자리한 음향 기기들.

평소 음악 감상을 즐겨 하는 작가의 작업실에 자리한 음향 기기들.

재료와 형상 사이의 접점을 찾다

김근태 작가의 작품은 도자기처럼 말갛고 고요한 얼굴을 하고 있다. 유약을 바른 도자기처럼 뽀얀 표면은 돌가루로 만든 물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오직 그만이 펼칠 수 있는 세계를 찾다가 돌가루를 만난 작가는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발판 삼아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다. 재료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손상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작가. 캔버스에 목탄으로 형상을 그리고 그 위에 물감을 덧칠하는 작업 방식을 고수한다. 층층이 쌓인 물감은 마르고 나면 가마에서 나온 도자기처럼 뽀얗고 수수한 얼굴을 하고 있다. 바라보는 이에게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선물하는 작품. 작가는 작품이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는 늘 옆에 있는 푸근한 사람 같은 대상이 되길 바란다.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없으면 허전한 그런 존재가 되길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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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로 흰색 물감을 칠한 캔버스들. 작가는 하나의 캔버스에 약 30회 정도 물감을 올린다.

1차로 흰색 물감을 칠한 캔버스들. 작가는 하나의 캔버스에 약 30회 정도 물감을 올린다.


작업할 때 생각은 잠시 멈춥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매일 해온 일이기 때문에
손이 기억하고 있어요. 물감 배합, 붓질은 손과 호흡이 하는 일이에요.
 머리를 쓴다고 안 되는 걸 되게 할 수는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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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무실 한쪽 벽면은 작가의 작품과 분청사기, 오래된 키보드와 가구를 배치했다. 2. 햇살을 받아 자연의 질감이 더욱 잘 드러나는 작품들. 3. 창작의 재료를 직접 만드는 작가의 다양한 시도들이 엿보이는 작품들.

1. 집무실 한쪽 벽면은 작가의 작품과 분청사기, 오래된 키보드와 가구를 배치했다. 2. 햇살을 받아 자연의 질감이 더욱 잘 드러나는 작품들. 3. 창작의 재료를 직접 만드는 작가의 다양한 시도들이 엿보이는 작품들.

M 작업하시는 모습을 봤는데 돌가루로 물감을 만들어 사용하시는 게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았죠. 처음엔 돌가루만 쓰려고 했는데, 재료의 성질상 캔버스 위에서 제대로 표현이 안 되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질감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접착제와 물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어요. 돌도 처음에는 경주 지역의 것을 사용했는데, 다양한 지역의 돌을 사용해보면서 저에게 가장 맞는 재료를 찾아서 쓰고 있어요.

M 분청사기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해요.
그 형상이나 색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저는 그 분청사기를 만들었던 도공들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어요. 수수하고 말간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태도와 마음이요. 속세의 어떤 가장 순수한 정신세계를 갖춘 분들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연의 이치를 몸으로 체득하고 물건으로 만들어내는 분들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M 도자기 표면처럼 보이는 작품의 표면은 볼수록 놀라워요. 가마도 없는데 이런 표현이 가능한 비법이 궁금해요.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제 성격상 뭐든지 좀 다르게 해석하고 풀어보려고 했는데, 그런 발버둥의 결과물일 거예요. 우선 돌가루를 접착제와 잘 섞어서 물감처럼 만든 후 캔버스 위에 바릅니다. 재료의 농도가 묽은 편이라 캔버스 옆으로 흘러내리기도 하고, 돌가루가 캔버스 표면 위에 방울을 만들기도 하죠. 제가 중간에 개입해서 흐르는 방향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30번 정도 칠하고 말리는 걸 반복하면 완성이에요. 한 번 칠하고 한 4시간 정도 말리는데, 매번 결이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에 낚시꾼이 물고기가 낚싯바늘을 물기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레는 시간이죠.

M 작가로 활동하던 초기부터 이런 작업이었나요?
 대학교 시절엔 극사실주의, 민중미술이 큰 흐름이었는데, 저는 오히려 추상 쪽으로 마음이 가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꼭 똑같이 재현한다고 가능한 일은 아니잖아요?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서양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기하학적인 요소들이 보이는 작업을 많이 했고요. 그러다 1993년에 처음으로 유럽에 갔는데 렘브란트의 초상화를 직접 보고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경험을 했어요. 어떤 에너지라고 할까? 유럽의 오랜 역사나 시간 같은 게 작품에 농익어서 묻어 있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서양의 작품을 따라 그리면 모양은 흉내 내겠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죠. 그리고 한국에 와서는 2년 정도 그림을 못 그렸어요.

M 그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셨어요?
우연히 친구들하고 경주의 남산에 갔는데 등산로 곳곳에 돌부처, 석탑 같은 것들이 길가 아무 곳에나 서 있더라고요. 그리고 정상에 올라가면 칠불암이라는 절에 바위에 새긴 마애불상이 있어요. 그 앞에 섰는데 또 어떤 감정이 탁 오더라고요. 렘브란트를 봤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었죠. 자연 속에 서 있는 불상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은 왜 이런 돌조각을 이렇게나 많이 만들었을까? 석굴암, 문무대왕릉 등 경주 일대를 돌며 많은 석탑을 만났고, 돌의 질감이라든지 기운이 너무 좋아서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돌가루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게 됐죠.

M 우연한 경험이 재료와 그림 스타일에 큰 영향을 주었겠네요.
석조각들은 인간의 정신이 물질화되는 과정을 알려준 것 같아요. 저는 그때까지 눈으로 본 세계만 믿고 그걸 좇았는데, 경주에서의 경험이 마음의 눈으로 본 걸 펼쳐낸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거죠. 마음은 실체가 없어 볼 수도 없고 확인할 수도 없고. 하지만 그 마음은 어딘가에 작용은 하고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담는 저만의 방식을 찾아가게 된 거예요.

M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본질을 담는 것이 작가님의 목표였던 거죠?
 끊임없는 발버둥의 결과였던 것 같아요. 처음엔 모더니즘에서 빠져나오는 것, 그리고 눈에 안 보이는 세계를 찾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죠. 그러는 사이 인생의 굴곡도 경험하고 삶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면서 많은 것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있는 그대로, 자연이 그대로 있듯이 나의 어떤 지식이나 행위를 배제하고 그대로 드러내는 쪽으로 향하게 됐어요. 이 재료가 가지고 있는 그 물성 그대로를 그냥 놔두고 싶은 거죠. 거기에 저의 약간의 제스처를 통한 흔적을 남기는 게 요즘 저의 작업들이고요.

M 아까 어떤 작업은 숯으로 캔버스에 소나무를 그리시고, 그 위에 흰색 돌가루 물감으로 칠하며 덮으셨어요.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는 뜻이었어요. 우리의 추억, 상처, 행복 같은 모든 기억이 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덮이고 쌓이고 사라지죠.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의 시를 좋아하는데요. ‘설니홍조(雪泥鴻爪)’라는 시구가 있어요. 눈 위에 난 기러기의 발자국이 눈이 녹으면 없어진다는 뜻이에요. 어딘가에서 기러기가 날아와 발자국을 남기고 또 어딘가로 훌쩍 떠나가죠. 남긴 발자국도 눈이 녹으면 사라져요. 저는 그 시를 읽으며 우리의 삶이 허망한 것이 아닌, 집착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자는 뜻으로 이해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작업하는 그 순간이 가장 좋습니다.

Mark Tetto

Mark Tetto

마크 테토는 JTBC〈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 생활 12년 차, 북촌의 한옥 마을에 거주하며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매일 누리고 있다. 경복궁 명예 수문장을 역임하고, 한국 공예품과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 중 한 명. 매달〈리빙센스〉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화가 김근태에게 예술은 보는 이의 마음에 점 하나를 찍는 일이다.

CREDIT INFO

에디터
심효진
포토그래퍼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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