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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아트스페이스

동양화가 김선형 작가의 작업실에서 만난 푸른 에너지

On April 14, 2022

푸른색 아크릴 물감이 만들어내는 동양화 정원이 있다. 김선형 작가의 작업실에서 만난 기분 좋은 푸른색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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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스타일로 작업한 ‘가든 블루’ 시리즈를 만날 수 있는 김선형 작가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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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붓과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는 김선형 작가. 3 작업 도구는 간단한 편이다. 캔버스, 아크릴 물감, 물, 붓, 스크레이퍼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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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도구는 간단한 편이다. 캔버스, 아크릴 물감, 물, 붓, 스크레이퍼가 전부.​

푸른색을 만나다

깊은 새벽 동트기 전과 낮에서 밤으로 향하는 하늘의 색은 어떤 색이라고 불러야 할까. 김선형 작가는 이 경계의 색을 푸른색이라고 부른다. 경계의 시간은 무척 짧기에 오랫동안 눈으로 감상할 수 없다. 마음에 담아두어야 한다. 김선형 작가는 마음에 담아둔 이 푸른색으로 자연을 그린다. 그에게 자연이란 그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다. 길가에 핀 꽃이기도 하고, 숲속 오솔길이기도 하다. 집 앞에서 만나는 길고양이도 그의 캔버스 속 주인공이 된다. 20년 전 우연히 본 하늘의 색에 푹 빠진 후로 지금까지 푸른색 물감으로 작업을 해왔다. 그렇게 김선형 작가의 ‘가든 블루’ 연작이 시작되었고, 이 시리즈는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그동안 줄곧 바깥에서 동양화를 바라보는 급진적인 시각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198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하고 그 후로 활발한 전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선형 작가. 파란색을 뜻하는 BLUE는 영어권에서는 우울함을 뜻하지만 우리에게 푸른색이나 쪽색은 희망을 의미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푸른 에너지가 가득한 그의 작업실을 마크 테토가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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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스타일로 작업한 ‘가든 블루’ 시리즈를 만날 수 있는 김선형 작가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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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에게 ‘가든 블루’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김선형 작가.

마크 테토에게 ‘가든 블루’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김선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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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동 작업실의 한 공간은 오랫동안 수집한 오브제와 책으로 채워두었다.

자양동 작업실의 한 공간은 오랫동안 수집한 오브제와 책으로 채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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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동 작업실의 한 공간은 오랫동안 수집한 오브제와 책으로 채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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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사용하는 각종 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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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 작가의 작품은 캔버스 옆면과 뒷면도 작품의 일환이다. 옆 면들끼리 만들어내는 문양도 멋있지만, 캔버스 뒷면에 적힌 메시지도 하나의 시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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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의 인상을 떠올리며 작업한 ‘가든 블루’ 앞에 선 김선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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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좀 더 가볍고 서정적인 터치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엔 좀 더 가볍고 서정적인 터치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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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동과 파주 두 곳의 작업실을 오가며 작업하는 김선형 작가. 파주 작업실은 스케일이 큰 작품을 주로 다룬다.

자양동과 파주 두 곳의 작업실을 오가며 작업하는 김선형 작가. 파주 작업실은 스케일이 큰 작품을 주로 다룬다.

물감 같은 것은 남의 것을 빌려다 쓰지만 그 안에 담긴 나의 모습은
 온전히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M 작가님 안녕하세요! 푸른색 기운이 가득한 작업실이 정말 멋지네요.
멀리까지 찾아와줘서 고마워요. 여기는 제가 오랫동안 사용한 작업실입니다. 여기서 주로 책을 읽기도 하고 작업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M 푸른색으로 표현한 자연의 면면들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오랫동안 같은 색깔을 사용하셨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드로잉들이 눈에 띄어요.
제 나이가 올해 60으로 그림을 그린 지 벌써 40년이 됐어요. 지난 40년 동안 연습을 한 거죠. 이제까지 그린 것들은 모두 습작처럼 느껴지네요. 앞으로도 아마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게 될 것 같아요.

M 고양이가 그려진 그림들도 새로운 스타일처럼 보입니다. 뭔가 여유가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제가 지난해 좀 아팠는데, 회복하면서 가볍게 그리기 시작한 것들이에요. 저희 동네에 길고양이들이 많이 살거든요. 그중 한 마리가 저희 집 현관 앞에 자주 놀러 와서 밥을 먹고 가는데, 고개를 들고 저를 쳐다보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요. 저한테 애교도 떨고 그러는 모습이 제 기억에 깊이 남았는지 어느 날부터 그림에 고양이가 나왔어요. 미리 구상을 하고 그린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등장하더라고요.

M 평소에도 주변에서 주제를 찾으시는 편인가요?
예전부터 그림 그릴 때 구상을 하거나 밑그림을 그리는 편은 아니에요. 붓이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그리는 편입니다. 제 생각을 마음에 꾹꾹 담았다가 캔버스 앞에서 그 마음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거죠. 사실 마음속에 있는 게 전부가 아닐까 해요. 물론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지만 정말 중요한 건 남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꺼내서 그리는 게 제 목표예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관념적인데 동양화의 특성이기도 해요.

M 그림 그리는 건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물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대회가 있었어요. 신라시대에 출토된 금동 허리띠를 그리려고 하는데 금색이 잘 표현되지 않더라고요. 금색을 만들어내려고 고뇌하던 저에게 선생님께서 “크레파스에 금색이 없지? 그런데 왜 저걸 금색으로 봐야 할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색은 달라진다” 하시면서 다른 색으로 표현해보라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나름 고민하다가 검정색으로 그렸는데 수상의 기쁨을 맛봤구요. 그런 경험이 제가 미술을 대하는 태도나 자신감에 영향을 준 것 같았어요.

M 그 후에 화가의 꿈을 키운 거예요?
원래는 문학에 관심이 많고 글도 잘 쓰고 싶었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글로 남을 감동시키는 건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렇지만 예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미대를 진학하려고 공부를 시작했어요. 미술학원에서 동양화, 서양화, 조각, 디자인 중에 전공을 골라야 한다고 했는데 저는 동양 사람이니까 당연히 동양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웃음).

M 동양화를 전공하셨지만 지금은 동양의 재료가 아닌 것들을 사용하고 계시잖아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저희가 대학을 다닐 때 서양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화두였어요. 저는 동양화도 그 자리에 머물러 예전 것을 답습하기보다는 도전하고 실험해서 진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일 먼저 포기한 게 먹이었어요. 4학년 때부터는 먹을 안 쓰고 아크릴을 사용하면서 재료와 표현에 변화를 주려고 했죠. 그리고 바깥에서 동양화를 바라보겠다고요.

M 아크릴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이에요?
아크릴은 한 번 칠하면 안 지워지는 성질이 마음에 들었어요. 먹은 그림을 완성한 후에 물이 튀면 번지는데 그런 점들이 저하고는 맞지 않더라고요. 수묵화의 단순한 번짐보다 좀 더 진보하고 싶었어요. 아크릴에 물을 섞어서 사용하면 아크릴과 물의 물성 차이가 만들어내는 표현들이 물을 더 물같이 느껴지게 합니다. 그것도 제 마음대로 되진 않고, 환경에 따라서 번지고 마르는 형태가 달라지죠. 자연의 섭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거예요. 인위적인 재료를 사용하지만, 그림은 인위적이지 않죠.

M 파란색만을 사용하시는 이유도 궁금해요.
20년 전쯤 차가운 겨울날 저녁이었어요. 구례 화엄사라는 절에서 우연히 법고 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산속에서 듣게 되는 북소리는 어떤 마음의 울림 같은 게 있어요. 그런데 그 순간 맞은편 범종각에서 종이 울리고 그 소리에 맞춰 새 한 마리가 하늘로 푸드덕 날아가더라고요. 그때 하늘의 색깔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요즘 주로 사용하는 ‘울트라 마린’ 색처럼 쨍하고 진한 푸른색이었는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색이었어요. 지금도 그 순간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죠. 그때 어떤 계시를 받은 기분이었고요. 그 후에 푸른색으로만 작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M 주로 자연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으신다고 했는데, 작가님에게 자연은 어떤 대상이에요?
자연은 참 신비로운 것 투성이에요. 저는 풀 한 포기가 흙을 뚫고 올라오는 게 신기하고, 조약돌을 보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요. 길을 걷다가 보이는 한 알의 조약돌을 봐도 측은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자연은 거기에 그대로 있지만 언제든지 찾아가면 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예요. 그게 자연이 갖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자연을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을 캔버스에 표현해요. 그래서 밑그림도 없이 쓱쓱 그리는 것 같아요.

M 작가님의 작품 ‘가든 블루’가 사람들에게 어떤 자연이 되어주길 바라세요?
답답한 시기이잖아요. 모든 것이 급변하고 있지만 나는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고요. 제 그림이 그런 마음을 시원하게 해줄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어요. 요즘은 볼 것, 즐길 것들이 너무나 많지만 벽에 걸린 그림 한 장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그 안에 자신을 투영해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 여백을 느꼈으면 좋겠고, 그 그림 속에 펼쳐지는 무한한 세계를 경험해보길요.

푸른색 아크릴 물감이 만들어내는 동양화 정원이 있다. 김선형 작가의 작업실에서 만난 기분 좋은 푸른색의 향연.

CREDIT INFO

에디터
심효진
포토그래퍼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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