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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바이어 부부가 가꾼 삼청동 한옥, 하연재

On April 04, 2022

아파트로 빼곡한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 아담하고 고즈넉한 한옥집 ‘하연재’. 매일 ‘신상’만을 접하는 패션업계 바이어 이소영, 여병희 씨 부부는 패션뿐 아니라 모든 문화의 본질은 ‘클래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으며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오래된 집을 가꾸고 취향을 채워 넣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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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정취를 더 짙어지게 해주는 처마 끝 풍경. 바람이 불 때마다 영롱한 소리를 낸다.

 
 

삼청동의 작은 집

결혼 5년 차 부부인 이소영, 여병희 씨는 삼청동에 있는 작은 한옥에서 산다. 백화점 바이어로 일하며 일터에선 누구보다 숨가쁘게 하루를 보내지만 부부의 하루가 저무는 곳은 평온하고 고즈넉한 한옥이다. ‘여름에 까치가 놀러 오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 붙인 ‘하연재’는 단독주택을 꿈꾸며 수십 채의 집을 돌아보던 부부가 고심 끝에 선택한 집이다. 연희동, 남가좌동, 홍제동 등 인근에 가보지 않은 동네가 없었지만 부부는 아름다운 한옥이 모인 삼청동을 택했다. 아파트에서만 살아왔던 아내 이소영 씨는 단독주택에서만 가능한 자연 친화적인 생활이 그동안의 생활과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말한다. “흔히 한옥을 친자연적인 건축이라고 하는 이유는 나무와 돌 같은 자연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이지만, 실제로 살아 보니 문을 열면 바로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정말 자연과 맞닿아 살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어요. 집 중앙의 정원에 눈이 쌓이거나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때면 더 그렇죠.” 창틀의 나무 틈이 벌어지며 외풍이 들어오기도 하고 바로 외부와 연결되는 탓에 집 안으로 들어온 낯선 벌레들과 마주치기도 하지만 매일 다르게 느껴지는 소나무의 결, 한지의 온기, 우아하게 내려앉은 처마 끝의 기와로부터 얻게 되는 영감은 ‘아름다운 것’에 유독 관심을 쏟는 부부에게는 단점을 상쇄시킬 만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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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바이어로 일하는 이소영, 여병희 씨 부부.

백화점 바이어로 일하는 이소영, 여병희 씨 부부.

백화점 바이어로 일하는 이소영, 여병희 씨 부부.

앵글포이즈 조명과  한옥의 기둥, 전통식 노리개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응접실.

앵글포이즈 조명과 한옥의 기둥, 전통식 노리개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응접실.

앵글포이즈 조명과 한옥의 기둥, 전통식 노리개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응접실.

 
 

아름다운 집, 아름다운 물건

이소영, 여병희 씨 부부는 건축에 대해선 물론이고 미술이나 공예품, 가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국내 정상급 갤러리가 모인 삼청동에 살다 보니 그 관심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아름다운 것을 찾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그 분야가 확장되었다고 부부는 말한다. “저희가 종사하는 패션업계를 예로 들자면,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만인에게 인정받고 검증받은 ‘클래식’을 찾아내는 것이라 생각해요.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의 제품들도 결국 수십 년 전 디자인된 클래식 라인이 가장 사랑받잖아요. 어떤 분야에서든 본질을 찾아내는 일은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과도 같다고 믿어요. 결국 모든 건 내가 먹고, 입고, 쓰는 물건들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니까요.” 아름다운 물건의 기원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던 부부의 취향은 전통문화와 공예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름다운 물건들을 사들이진 않는다. 그동안 실패를 거듭하며 얻어낸 소비 노하우와 부부가 세워둔 기준에 부합해야 비로소 두 사람의 집 문턱을 넘을 수 있다. 기존의 물건들과 잘 어울릴 것, 만족하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일 것. 덕분에 하연재에는 부부의 취향과 쓸모에 완벽히 들어맞는 물건들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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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M, 루이스폴센, 몬타나 등의 현대식 가구와 한옥의 서까래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주방.

USM, 루이스폴센, 몬타나 등의 현대식 가구와 한옥의 서까래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주방.

칼 한센 CH37 체어

아내 이소영 씨가 여러 개의 의자를 사고 팔기를 반복하다 비로소 정착한 제품. 페이퍼 코드를 짜 시트를 만드는 20세기 중반의 셰이커 체어다. 직선과 곡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한옥을 닮아 가장 아낀다고.

백당 윤명호 화백의 그림

남편 여병희 씨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화실이 화재로 전소된 후 지금은 몇 점 남지 않아 더 애착이 간다. 미니멀한 그림이나 단색화가 유행이지만 조만간 동양화의 유행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 여병희 씨는 매주 화실을 다니며 동양화를 배우고 있다.

 
 

한옥에 살며 배운 것

“한옥에 살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검소하게 사는 법을 체득하게 돼요. 큰 평수의 아파트였다면 고민하지 않고 들여놨을 최신 가전제품이나 다양한 기능의 가구들도 한옥에선 포기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원하던 물건을 포기해야 했던 아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음으로 바뀌었다. 작은 책상, 작은 소파, 작은 침대. 집이 작아 선택했던 작고 소박한 가구들을 통해 미적 완결성을 압축한 표현이라 생각하며 늘 마음에 담아두던 ‘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의 의미를 깨치기도 했다. 최근 크게 오른 아파트 가격에 잠시나마 가졌던 아쉬운 마음도 금세 잊고 초연해졌다.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며 집값과 자산 모으기에만 몰두했더라면 알지 못했을 많은 것을 집으로부터 배운 셈이다. 애초부터 소유하지 않았으니 아쉬울 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요즘 부부는 미래를 위한 안목 키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구옥을 리모델링한 멋들어진 게스트하우스나 한옥 체험 스테이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들은 부부에게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어준다. 언젠가 부부만의 작은 호텔을 운영할 날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크고 호화로운 곳은 아니지만 부부만의 색다른 감각을 담아낸 호텔을 열고 싶다는 이소영, 여병희 씨 부부. 집 안 곳곳 내려앉은 부부의 감각을 바라보자니 하연재를 닮은 작고 아름다운 호텔이 문을 열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만 같다.

  •  하연재에는 늘 신혼부부처럼 다정한 대화가 오간다.

    하연재에는 늘 신혼부부처럼 다정한 대화가 오간다.

    하연재에는 늘 신혼부부처럼 다정한 대화가 오간다.

     

  • ㄷ자 형태로 지어진 한옥의 오른편은 부부의 오피스이자 거실.

    ㄷ자 형태로 지어진 한옥의 오른편은 부부의 오피스이자 거실.

    ㄷ자 형태로 지어진 한옥의 오른편은 부부의 오피스이자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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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침실과 욕실 등이 있는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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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에는 작은 선반을 만들어 부부의 취향이 담긴 향수를 놓아뒀다.

 
 
  
 

아파트로 빼곡한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 아담하고 고즈넉한 한옥집 ‘하연재’. 매일 ‘신상’만을 접하는 패션업계 바이어 이소영, 여병희 씨 부부는 패션뿐 아니라 모든 문화의 본질은 ‘클래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으며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오래된 집을 가꾸고 취향을 채워 넣으며 살아간다.

CREDIT INFO

에디터
장세현
포토그래퍼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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