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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테토의 아트스페이스

캔버스 위에 물결치는 조각가 심문섭의 세계

On February 21, 2022

세계적인 조각가 심문섭 작가의 새로운 회화작품은 고향 통영 앞바다를 닮았다. 캔버스 위에서 물결치는 파도를 따라가면 만나게 되는 미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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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회화 시리즈 ‘presentation’을 작업하며 마크 테토에게 설명해주는 심문섭 작가.

새로운 회화 시리즈 ‘presentation’을 작업하며 마크 테토에게 설명해주는 심문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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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닮은 색들을 모아 서로 대화를 시키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심문섭 작가.

바다를 닮은 색들을 모아 서로 대화를 시키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심문섭 작가.

예술가에게 태어나고 자란 곳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마크 테토와 세계적인 조각가이자 화가인 심문섭 작가를 만나러 통영을 찾았다. 일찍부터 통영은 소설가 박경리, 작곡가 윤이상, 시인 유치환 등 한국의 걸출한 예술가들을 배출한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심문섭 작가의 고향도 이곳 통영으로 그에게는 바다가 놀이터였고, 더 넓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꿈을 키우는 터전이었다.

통영의 바다는 심문섭이라는 작가가 지닌 예술성의 원천이 되었고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키워냈다. 통영을 방문한 마크 테토에게 작가는 ‘고향의 봄’의 한 소절을 불러주고 한국인이 고향에 대해 갖는 감정을 설명해주었다. 그의 고향 사랑은 세계적인 조각가들이 참여한 조각 공원을 조성하고, ‘조각가의 집’이라는 조각가가 직접 디자인한 숙소를 열기도 했을 정도로 뜨겁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심문섭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으며, 1968년과 1970년 두 번이나 국전에서 수상하며 국내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작가는 전통적인 조각에서 벗어난 ‘반조각의 조각’을 추구했으며, 조각 자체보다는 조각이 되어가는 배경과 존재의 이유를 찾고자 했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혁신적인 작업으로 한국 조각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또 한국 조각의 세계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파리, 상파울루, 시드니, 도쿄, 베니스 등 주요 국제 비엔날레에 참가했으며 헨리 무어 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다니엘 뷔랑, 니키 드 생팔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던 파리 팔레 루아얄 정원에 초대된 최초의 한국 작가이기도 하다.

최근까지도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는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국내에 머물며 작업실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이 일이 전화위복이 되었을까? 가장 최근에 시작한 회화 작업이 어느덧 대중 앞에 보일 만큼 만족스럽게 완성되었고, 다가오는 봄에는 개인전을 열 계획이라고. 작가의 작업실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마을에 있다. 파도를 닮은 그림이 환대하는 작가의 작업실에서 나눈 마크 테토와 심문섭 작가의 속 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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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옆면의 물감이 흐른 자국들도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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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사인이 적힌 캔버스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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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곳곳에 걸린 작가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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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화백과 돈독한 사이였던 심문섭 작가는 작년에 세상을 떠난 선배 화가를 기억하기 위해 흉상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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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섭 작가의 초기 조각들.

심문섭 작가의 초기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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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ation’ 시리즈를 감상하는 마크 테토.

‘presentation’ 시리즈를 감상하는 마크 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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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느끼지 못한 것을 드러내서 보여주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제 작품을 감상하면서 과거의 좋았던 순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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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회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해온 심문섭 작가. 그는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기도 하다.

색의 대화를 바라보면 미지의 세계가 열립니다.

여러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신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합니다.
시작은 테라코타이고 조각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조각이다, 회화다 이렇게 획을 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자유롭게 합니다. 조각은 재미있고 좋아서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조각도 밑그림은 필요하고, 드로잉 도구를 연필로 하느냐 붓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니까요. 저는 어떤 의미에서 갈증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예술은 질문을 통해서 일어난다고 보는데, 여러 가지를 시도하다 보면 새로운 질문이 계속 생깁니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할 때도 조각, 회화, 사진 작업들을 선보였더니 언제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해왔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아직까지도 내 길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거라고 대답했죠. 나는 영원히 질문을 찾아서 헤맬 거라고요.

작가님 말씀을 듣고 보니 인위적인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의 아름다움을 알 것 같아요.
근대 조각은 작가가 마음대로 다 합니다.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말대로 작가가 모든 걸 다 장악했는데 저는 적당한 지점에서 서로가 만나기를 바랐죠. 표현의 절제를 통해 필요한 것만 드러내는 미니멀 아트를 추구했던 셈이죠.

어떤 소재들을 사용하셨어요?
돌부터 나무, 쇠, 종이까지 소재를 가리지 않았어요. 최대한 많은 재료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평론가는 저보고 탐욕적으로 소재에 몰두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에요. 저는 그의 말대로 더 많은 것을 찾아다녔고요. 조각은 물질의 예술이고, 모든 재료가 조각의 소재가 됩니다. 그만큼 많은 것을 느끼고 싶었고, 더 많은 의문을 갖고 싶었어요.

회화작품 ‘presentaion’을 접하고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그냥 푸른색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바다’ 하면 어떤 색이 떠오릅니까? 한 가지 색일 거예요. 하지만 바다의 색은 하나가 아니에요. 파도가 철썩거리는 곳, 바람이 와 닿는 곳, 햇살이 비치는 곳 모두 다르지요. 제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바다와 파도의 이미지를 차용해 푸른색들을 사용했고, 캔버스 위 색들이 어우러지는 것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주고 싶었습니다.

그 색은 어떻게 표현되는 건지 궁금해요.
흰 색의 캔버스에 제일 먼저 짙은 푸른색을 칠해요. 간단하게 얘기하면 그게 ‘바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것을 ‘바탕’이라고 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는 색이라고 말합니다. 바탕색이라는 것은 위에 어떤 행위를 하기 위한 보조적인 것이지만, 저는 그 짙은 푸른색 위에 색을 올릴 때 처음의 색이 살아 오르게, 혹은 숨을 쉬게 올려요. 색을 뭉그러뜨리는 게 아니라, 밑의 짙은 색과 그 위에 올리는 색들이 어느 지점에서 서로 교차하게 만들죠. 그리고 색들은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하죠. “나는 쉴 게 너는 살아라.” 그렇게 색들의 상호 작용 속에서 그림이 형성되는 거예요.

색깔들이 대화를 한다니, 굉장히 재미있는 설명이네요.
각각의 색들이 붓질로 인해 서로의 자리를 찾아갑니다. 어느 부분은 색이 막 살아 숨 쉬고, 다른 부분은 쉬고 있고요. 리드미컬하고, 애매하게 보이기도 하죠. 그 순간이 작품이 관객을 끌어당기는 지점이고, 상상이 펼쳐지는 시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어떤 사람들은 내 회화가 조각처럼 입체적으로 보인다고 해요. 올록볼록 웨이브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요. 이게 뭐지 하고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고 하죠.

색깔끼리도 대화를 하고, 작품과 관객도 소통하게 되는 거네요?
보는 사람이 개입함으로써 비로소 제 그림이 완성돼요.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고 이것은 시간의 개념이에요. 지웠다가 그렸다가 또 지웠다가 그리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가운데 제가 생각지도 못한 어떤 세계가 피어나게 됩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한 어떤 것을 드러내서 보여주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이 상상의 세계를 동원하고 그래서 자기의 옛날 기억으로 여행을 떠나게 해주고 싶어요.

통영의 바다가 작가님에게 영감을 주었나요?
나의 작품은 내가 살아온 곳, 내가 자란 바다 이런 것들이 압축되어서 튀어나오는 것이에요. 제가 아니면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성격의 것이죠. 거기에는 내가 자란 배경, 특히 유년 시절의 체험이 그대로 묻어나죠. 통영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에게 바다는 유년 시절의 전부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이제껏 나의 살던 고향에서 물려받은 것들로 파리도 가고 뉴욕에도 가보면서 작가로 살 수 있었어요.

통영에서 보낸 작가님의 어린 시절도 궁금해요.
통영은 바다가 많아서 매일 바닷가에서 노는 게 일이었지요. 그래도 가장 좋아했던 건 그림 그리기였어요. 매일 아버지에게 “돈 십환만 주세요”라며 따라다녔어요. 그 돈이면 갱지 다섯 장을 살 수 있었거든요. 스케치북도 없던 시절이라 그걸 사서 매일 그림을 그렸어요.

작가로서 데뷔는 언제부터였어요?
제가 학사장교로 군대에 있을 때였어요. 마침 부대 뒤에 옹기 공장이 있더라고요. 쉬는 날이면 틈틈이 공장에 가서 흙으로 테라코타 작업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국전에서 특선을 받은 거에요. 그때 후배들한테 얼마나 핀잔을 들었는지 몰라요. 당시 교수님께서 군대에서도 상을 받는데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열심히 안 하는 거 아니냐고 놀리셨다고 합니다. 허허.

파리 비엔날레에 여러 번 참가하고 세계적인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통영 앞바다를 보면서 이 바다가 이어진 대양을 따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떠났습니다. 일본에 도쿄화랑이라는 곳이 있어요. 도쿄에서 가장 큰 화랑으로, 사장인 야마모토 씨가 한국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김창열, 이우환, 박서보 같은 작가들과 활발히 교류했고요. 그분이 제 작업에 관심이 많았고 그 계기로 일본에서 개인전을 여러 번 했어요. 또 선배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좋은 전시나 예술 행사에 저를 데리고 다니셨는데 그 덕에 견문도 넓어지고 좋은 결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통영 바다의 빛깔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통영의 멋진 경관들을 소개시켜줄 테니 다음에 또 오세요. 저는 5월에 서울에서 회화를 중심으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때까지는 매일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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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사용했던 세트를 그대로 작업실에 갖다 두었다. 그의 드로잉과 전시했던 사진들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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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사용했던 세트를 그대로 작업실에 갖다 두었다. 그의 드로잉과 전시했던 사진들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마크 테토(Mark Tetto)

마크 테토(Mark Tetto)

JTBC〈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 생활 12년 차, 북촌의 한옥 마을에 거주하며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매일 누리고 있다. 경복궁 명예 수문장을 역임하고, 한국 공예품과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 중 한 명. 매달〈리빙센스〉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세계적인 조각가 심문섭 작가의 새로운 회화작품은 고향 통영 앞바다를 닮았다. 캔버스 위에서 물결치는 파도를 따라가면 만나게 되는 미지의 세계.

CREDIT INFO

에디터
심효진
포토그래퍼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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