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석이 다시 뜨겁다. 흰 배경에 검은 줄무늬를 지닌 반짝이는 대리석 대신 과감한 컬러와 아티스틱한 무늬, 색다른 질감으로 다시 비상하는 중. “하늘 아래 같은 핑크는 없다”는 뷰티업계의 격언은 대리석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명제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절부터 건축과 조각 재료로 사랑받던 최고의 재료, 대리석 특유의 고급스러움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올드한 이미지 때문에 외면을 받던 시기도 있었고, 관리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에 홀대를 받았던 때도 있었다. 화이트에 은은한 패턴이 있던 비교적 얌전한 대리석이 사랑받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핑크, 그린, 블루 등 다채롭고 아티스틱한 대리석이 각광을 받는다. 가장 클래식하면서 또 가장 트렌디한 대리석의 재발견.

TEXTURE
대리석의 무늬가 자연 그 자체라면, 사람이 대리석을 연마하는 것은 자연의 목소리를 재해석하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행위일 것이다. 오래전 미켈란젤로가 아름다움의 근본에 다가서기 위해 ‘다비드’나 ‘피에타’의 재료로 대리석을 선택했듯이, 현대에는 국내외의 대리석 브랜드가 대리석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마감 방식으로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 경도가 비교적 낮은 대리석은 대개 높은 수압으로 텍스처를 만든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무광 연마법. 경도 높은 광물이나 석재로 광이 나지 않을 정도로만 표면을 갈아내는 방식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만나는 반짝거리는 대리석은 물갈기 연마로 만든다. 물을 뿌려 매끄럽게 만드는 방식으로, 대리석의 색과 무늬가 뚜렷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유행하는 건 ‘레더 피니시’라 불리는 가공법을 거친 대리석이다. 강한 물줄기로 표면을 깎아내 손으로 만지면 가죽의 표면처럼 굴곡이 느껴지도록 한 것. 지문이나 얼룩이 덜 묻는 데다 특유의 우아함을 지녀 인기를 끌고 있다.

COLOR
대리석 원석은 한 권의 책이자 자연의 예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수만 년에 걸쳐 퇴적된 광물이 긴 시간 열과 압력에 의해 쪼개지고 뭉개지며 단단히 굳어진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그마한 대리석 조각일지라도 조금 경건한 마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리석을 일컫는 ‘마블(Marble)’이 ‘빛나는 돌’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마르마로스(Marmaros)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는 고대인들 역시 대리석의 형태나 생성 과정을 잘 알고 귀히 여겼기 때문 아닐는지. 대리석은 무슨 퇴적물이 어떤 환경에서 변형을 일으켰는지에 따라 색이 다르다. 가장 익숙한 흰 대리석은 석회석이나 백운석이 퇴적작용을 일으키며 생긴다. 최근 국내에서는 컬러와 무늬가 과감한 대리석에 주목하는 추세다. 산화철이 많은 땅에서 캐내는 갈색 대리석, 철과 장석이 섞인 곳에서 채취한 분홍색과 빨간색의 대리석, 산소와 규소가 주재료인 사문석이라 불리는 토양에서 캔 녹색 대리석, 철분의 일종인 포르피린이 든 침전물이 있는 토양에서 캐내는 보랏빛 대리석 등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대리석이 다시 뜨겁다. 흰 배경에 검은 줄무늬를 지닌 반짝이는 대리석 대신 과감한 컬러와 아티스틱한 무늬, 색다른 질감으로 다시 비상하는 중. “하늘 아래 같은 핑크는 없다”는 뷰티업계의 격언은 대리석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명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