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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든 예술조각, 대리석

01 이탈리아로 떠난 대리석 여행

On January 27, 2022

최고의 대리석을 찾기 위해 세계 각지의 석산과 대리석 회사를 찾아 다니는 르마블 김연지 실장의 이탈리아 트립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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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로마 시절부터 건축과 조각 재료로 사랑받던 최고의 재료, 대리석 특유의 고급스러움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올드한 이미지 때문에 외면을 받던 시기도 있었고, 관리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에 홀대를 받았던 때도 있었다. 화이트에 은은한 패턴이 있던 비교적 얌전한 대리석이 사랑받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핑크, 그린, 블루 등 다채롭고 아티스틱한 대리석이 각광을 받는다. 가장 클래식하면서 또 가장 트렌디한 대리석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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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분위기의 이탈리아 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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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들의 성지 피에트라 산타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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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처럼 잘린 석산의 단면.

두부처럼 잘린 석산의 단면.

대리석의 나라, 이탈리아의 석산에 오르다

대리석을 보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보통 1년에 10번 정도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데, 지난 2년 동안은 코로나19 때문에 발이 묶였다. 어쩔 수 없이 산지의 대리석 회사들이 보내주는 사진과 영상에 의존해 대리석을 선별, 수입해왔지만 대리석은 가공품이 아니기에 현지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답답한 마음에 하늘길이 언제쯤 열릴지 외교부 홈페이지를 수시로 들어가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다 작년 10월 위드코로나를 시행하면서 해외에 다녀와도 자가 격리가 면제된다는 소식을 듣고 빠르게 준비해 이탈리아 베로나와 카라라로 2주간 출장을 다녀왔다.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방문해 익숙했던 곳이지만 2년의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특히 현지에서는 아시아인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거래처에서는 우리를 더욱 반갑게 맞이해줬다. 최고의 대리석을 찾아 나선 출장이지만, 늘 함께 해왔던 거래처 사람들의 안부를 묻느라 더욱 바쁜 여정이기도 했다. 이번 출장에서는 30여 곳이 넘는 대리석 회사를 방문했다. 오랜만에 대리석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대리석 페어도 진행됐기에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중 첫 번째 방문한 곳이 카라라에 있는 한 석산이다. 석산은 가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석산을 가지고 있는 석산주가 있고, 그것을 두부처럼 자른 대리석 슬랩을 판매하는 회사가 따로 있는데, 대부분은 대리석 회사와 거래를 하기 때문에 석산을 직접 방문할 기회는 드물다. 우리가 거래하는 회사 중 한 곳은 석산도 가지고 있어서 특별히 몇 차례 그들의 석산에 우리를 초대해줬다.

이번 출장에서도 그들의 석산을 방문한 것이다. 우리가 간 석산은 카라라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비앙코카라라, 아라베스카토, 스타투아리오, 바르딜리오 등 화이트 & 그레이 대리석이 나오는 곳이다. 이 지역에서는 멀리서 석산을 보면 여름에도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장관을 이룬다. 유럽에서는 대리석을 ‘신이 그린 그림’이라고 부르는데, 석산에 오르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경외심이 생긴다. 석산에서는 대리석을 마치 두부처럼 잘라내 채굴한다. 그래서 군데군데 반듯하게 잘라낸 표면이 마치 산 하나를 조각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우리가 방문한 석산에서는 그 지역의 유명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석산에서 대리석을 활용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었는데, 그중 일부를 아직도 남겨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부분을 잘라내야 그 뒤에 대리석을 계속 채굴할 수 있음에도 아티스트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해 작품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대리석을 대하는 자세 또한 마찬가지다. 수천 년 동안 자연 속에서 만들어진 대리석을 더욱 가치 있게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이탈리아는 최고의 연마 기술을 가진 대리석의 나라가 되었고, 우리는 그들의 대리석에 매료되어 매번 이탈리아로 출장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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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수공의 끝을 보여주는 조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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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회사에서 열린 전시.

예술 작품을 고르는 마음으로

최근 들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커스터마이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이 빚은 결과물이기에 세상에 같은 컬러, 같은 패턴이 없는 대리석은 요즘의 추세에 적합한 자재다. 매장에서 디자이너나 소비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화이트나 베이지 등 안정적인 컬러의 대리석 외에도 다양한 컬러와 강렬한 무늬의 대리석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이 때문에 이번 출장에서는 국내에 들어와 있지 않은 새로운 대리석을 찾기 위해 더욱 분주하게 발품을 팔았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베르데 치폴리노같이 푸르거나 초록 빛이 감도는 대리석을 선보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물론 기존에도 블루, 그린 톤이 가미된 대리석들을 우리 매장에서 볼 수 있었지만 이번에 찾는 대리석은 좀 더 톤다운된 무드여서 공간을 더욱 고급스럽게 꾸미고자 하는 분들의 취향에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리석을 고를 때는 무늬와 크랙 여부, 마감 방법 등을 주의 깊게 살핀다. 특히 같은 대리석이라 하더라도 무늬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무늬를 고를 때 정말 신중해지는데, 그 순간은 예술 작품을 선택할 때와 비슷한 마음이 든다. 우리가 고른 대리석은 현지에서 일정한 두께로 재단해 표면을 반질반질하게 가공한 상태로 들여오며, 그 뒤에는 사용처에 따라 공장에서 재단하고 여러 기법의 마감을 더해 매장으로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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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선반을 근사하게 활용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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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으로 만든 세면대.

더 아름답고 가치 있게

내가 본 이탈리아의 어느 대리석 회사는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하거나 럭셔리 브랜드와의 아트워크를 통해 대리석을 좀 더 가치 있게 즐기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었다. 카라라 근처에는 피에트라 산타라는 지역이 있는데, 그곳은 조각가들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미술대학이 있기도 하지만 카라라의 대리석을 쉽게 공급 받을 수 있어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헨리 무어, 이사무 노구치 등 이곳에 머물면서 예술혼을 불태운 조각가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각 대리석 회사의 사무실에서는 대리석을 활용한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뜻하지 않게 일상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2년 동안 그들은 대리석을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발견해낸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 방문한 한 대리석 회사는 지하에서 대리석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었는데, 작년 한 해 동안 봤던 전시 중 최고로 손꼽을 만했다. 자연이 수놓은 대리석 무늬에 사람이 손으로 굴곡 등을 주어 좀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한 아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이번 출장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이 지역에 방문하면 대리석 회사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대리석을 활용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상점의 문 손잡이, 길거리 벤치의 발 디딤판까지 모든 것이 대리석이다. 개인의 주거 공간뿐 아니라 카페와 레스토랑, 약국 등 모든 공간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처음엔 굉장히 놀라웠다.

대리석을 쓰는 사람들은 대리석 상판이 오염되거나 사용한 흔적이 생길까 마음을 졸이는데, 산지에서 만난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리석이 깨지면 깨지는 대로 그 자체가 멋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물건을 적극적으로 쓰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긴달까. 대리석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그들의 자세는 좀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대리석의 역사가 꽤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리석을 수급하는 것뿐 아니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전파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고의 대리석을 찾기 위해 세계 각지의 석산과 대리석 회사를 찾아 다니는 르마블 김연지 실장의 이탈리아 트립 에세이.

CREDIT INFO

에디터
한정은, 박민정
글·사진
김연지(르마블)
포토그래퍼
김덕창,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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