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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2022 트렌드 키워드

On January 17, 2022

이맘때면 쏟아지는 각종 트렌드의 홍수 속에서 반드시 취해야 할 키워드와 이를 통찰하는 전문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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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하우시스

©LX하우시스

최근 있었던 LX하우시스의 트렌드 발표회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서두를 열었던 한 문장이다. “요즘의 트렌드는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은 초연결 사회가 되었지만 현대인은 오히려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있다. 심지어 가족 공동체마저 무너지며 홀로 살아가는 개인이 늘어난다. 예전에는 주류를 이끄는 메가 트렌드가 존재했지만, 이제는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해 여러 갈래로 세분화된 형태로 방대한 키워드가 쏟아진다. 무수히 많은 트렌드가 존재하는 ‘나노 사회’. 자신만의 확고한 주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주류에 편승하던 사람들에게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세상이다.〈리빙센스〉는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트렌드를 엄선하고, 전문가의 시선에서 재해석했다. 고급스러운 안목을 갖추고 고아한 취향을 찾는 일을 독려하기 위해!


Korea Contemporary

멋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K라는 글자가 붙는 순간 전 세계적으로 힙함을 인정받는 시대. 국내 디자이너들이 해외의 리빙 전시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저명한 출판사인 ‘파이돈’이 선정한 디자이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일련의 성과들이 K-팝, K-푸드, K-컬처를 지나 이제 K-디자인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아닌지 기대를 품게 한다. 우리에게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멋있는 것”이라는 말이 익숙하다. 그러나 전통은 고루한 것이라는 편견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간극을 채우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현대적인 미감을 가미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체성을 살린 전통적 모티프와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나라 특유의 멋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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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하우시스

Truly Cozy

이상적 감정 해독
지난 2년간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었거나, 힘들게 일상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동안 유예했던 다양한 감정을 위로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켜켜이 쌓인 감정의 묵은 때를 벗기고 마음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 만나는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챙기면서 진정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사람마다 아늑하게 느끼는 순간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자연과 더불어 있을 때 비로소 편안함을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과 함께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꾸민 진정한 코지 스타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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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SON & OBJET

©MAISON & OBJET

New Luxury

지극히 사적인 플렉스
메종&오브제와 LX하우시스 트렌드 발표회, 전문가들까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럭셔리의 변화이다. 그동안 공간에서의 럭셔리란 범접할 수 없는 웅장함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플렉스의 개념에 가깝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평소 눈여겨보던 빈티지 가구를 장만하고, 취향을 반영한 소품을 구입한다. 자신의 취향을 위한 플렉스이니만큼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누리면서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럭셔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달라지면서 럭셔리 브랜드도 공예와 접목해 더욱 가치를 높이거나, 다양한 컬래버를 통해 친화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취향 저격 일상템이 된 럭셔리가 풍요로운 일상을 향유하는 재미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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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TON

©PANTON

My Palette

새로운 희망을 채우다
수십 가지 물감이 한데 섞인 팔레트는 그 나름의 멋이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팔레트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물감을 짤 만한 하얀 여백의 공이 컸다는 것이다.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각자의 취향으로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여백이 존재해야 한다. 그 여백을 무엇으로 채우는가는 개인의 선택이다. 요즘 사람들은 멋스러운 아트 오브제나 미술품 등을 채우기도 하고, 물건이 아닌 자연의 빛이나 바람을 채워 여백의 미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다채로운 컬러를 들이는 것도 여백을 채우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집콕 생활이 지속되면서 집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컬러만큼 강렬한 효과를 주는 것도 없기 때문. 올해의 컬러 ‘베리 페리(Very Peri)’를 시작으로 하나 둘 나만의 컬러를 채워볼 것을 추천한다.
 

DESIGNER INTERVIEW #1 공간 디자이너 이희진

쏘노리 스튜디오 이희진 대표는

쏘노리 스튜디오 이희진 대표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스튜디오에서 5년간 근무하며 국내 신세계백화점, JW 메리어트 호텔 등의 프로젝트와 카시나, 부드리 등 주요 브랜드의 밀라노 디자인 위크 전시를 맡았다. 8년간의 밀라노 활동 후 귀국해 현재는 쏘노리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한국 지사장 및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조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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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노리 스튜디오

©쏘노리 스튜디오

Tailored Home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쏘노리를 운영하는 이희진 대표는 럭셔리가 한층 더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럭셔리 브랜드 제품으로 휘황찬란하게 도배하는 것이 아니라 이케아같이 중저가 브랜드 사이에 열심히 모은 돈으로 좋아하는 브랜드 혹은 선망하던 디자이너의 작품을 구입해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이 요즘 추세. ‘내돈내산’ 아이템이니만큼 즐기는 것도 적극적이다. 그녀는 이리저리 옮겨보고, 스타일링도 바꾸면서 맞춤 정장처럼 자신의 취향에 맞춰 가라고 조언한다. 그 과정에서 더 높은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이제 럭셔리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일종의 취향템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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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노리 스튜디오

©쏘노리 스튜디오

Very Peri

그녀는 팬톤에서 발표한 올해의 컬러 베리 페리처럼 오묘한 느낌을 주는 보라색을 사랑한다. 하지만 이런 색을 공간에 그대로 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녀는 이런 채도 높은 컬러를 사용할 때는 재질에 변화를 주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투명한 유리에 컬러를 입힌다든지 벨벳이나 직조감이 두꺼운 모직 등 텍스처가 있는 패브릭을 활용하는 식. 컬러는 빛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빛 반사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텍스처를 사용하면 솔리드한 원 톤을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또한 보색인 그린을 매칭하는 것도 감각적인 활용법.
 

맞춤 정장을 짓듯 정성스럽게 취향을 채우고 컬러로 과감하게 변신을 꾀하는 것, 공간을 향유하는 즐거움입니다.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에 오픈한 ‘테일러드홈’의 공간을 디자인하셨죠?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인데 강남이 아니라 젊음의 상징인 건대 앞에 위치한 것이 신기했어요. 자라나 H&M, 혹은 보세 옷을 입다가도 돈을 모아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아이템을 구입해서 즐기는 것처럼, 요즘에는 인테리어를 할 때도 꼭 사고 싶었던 명품 가구를 한두 품목씩 구입하는 추세예요. 럭셔리의 접근성이 낮아지고, 누구나 즐기는 문화가 형성된 거죠. 테일러드홈도 마찬가지예요.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을 표방했지만 그 안에서는 카시나 같은 명품 가구가 가성비 있는 아이템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럭셔리를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풍요로움을 향유하는 요즘의 추세와 닿아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취향을 커스터마이즈한다’는 콘셉트 또한 요즘의 리빙 트렌드와 같은 결이더라고요.
요즘 가구와 가전제품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구성과 컬러, 재질 등을 조합할 수 있는 모듈식으로 나와 있어요. 그럼에도 집이라는 공간을 인테리어할 때는 결국 무난한 선택을 하게 돼요. 자신의 취향을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같은 아파트라도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면 얼마든지 다르게 꾸밀 수 있는데 아쉬운 일이죠. 테일러드홈에서는 마치 정성스럽게 맞춤 정장을 지어 입듯, 집도 취향과 삶을 반영한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최대한 다채로운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이유예요.

커스터마이즈도 럭셔리의 하나인가요?
럭셔리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원한다고 모두 손에 넣을 수 없는 ‘레어템’이라는 거예요. 그것을 소유하면 왠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주죠. 온리원을 만드는 커스터마이즈는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이죠. 제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스튜디오에서 일할 때 경험한 그 나라 사람들의 공간에서는 몇천만원짜리 가구도 원래 있던 가구나 소품, 패브릭과 편하게 조합해서 또 다른 무드를 만들더라고요.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커스터마이즈하면서 다양하게 즐기는 것이죠.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컬러를 감각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해요. 대표님의 프로젝트에서도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던 다양한 컬러 조합이 인상적이에요.
저도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의 과감한 컬러 매칭을 좋아해요. 그녀는 제게 늘 “우리의 생명은 컬러”라고 말했어요. 그간 우리나라는 집에 컬러를 많이 사용하진 않았어요. 화이트에 무채색을 가미하거나 우드 컬러 등의 무난한 조합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집 밖에서 하던 다양한 활동들을 집 안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집이 점점 화려해지고 있거든요. 덕분에 과감하게 컬러를 들이는 시도도 많아지고 있어요.

공간에서 컬러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컬러는 굉장히 심리적인 거예요. 왜 아이방에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많이 쓸까요? 밝고 귀엽고 장난스러운 에너지를 주는 컬러이기 때문이에요. 파란색을 보면 프레시한 느낌이 들고, 보라색을 보면 판타지스러운 기분이 들죠. 공간에 성격을 부여하기 가장 효과적인 요소가 컬러입니다.

올해에는 어떤 컬러들을 눈여겨보면 좋을까요?
컬러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선택하고 즐기면 됩니다. 다만 매해 팬톤에서 발표하는 올해의 컬러를 보면서 트렌드를 유추해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발표한 컬러는 ‘베리 페리’더라고요. 다이내믹한 블루와 열정의 레드가 조화를 이루어 창의력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컬러라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좋아하는 색이자 저희 쏘노리 스튜디오의 메인 컬러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베리 페리 컬러는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사람들은 흔히 포인트 컬러 하나와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기본 컬러를 매치합니다. 예를 들어 베리 페리에 보랏빛이 가미된 그레이나 차분한 베이지를 매칭하는 식으로요. 저는 보색을 활용할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색상표를 보면 보라색의 보색이 그린 계열임을 알 수 있어요. 이렇게 대조되는 컬러를 일대일로 매칭하면 의외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컬러 초심자는 컬러를 쓰는 것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컬러를 감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총면적의 20% 정도에만 컬러를 사용해도 엄청난 효과가 있어요. 컬러를 활용할 때는 심플하게 생각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원하는 컬러의 의자 같은 소품 하나부터 시작해보세요. 무채색의 공간에 하나의 컬러가 들어오면 이질감이 느껴질 거예요. 그럼 그 주변으로 어울리는 것들을 하나씩 들이게 되죠. 마치 흰 도화지에 수채 물감이 퍼져나가는 것처럼요.
 

DESIGNER INTERVIEW #2 공간 디자이너 임태희

임태희 디자인 스튜디오 임태희 소장은

임태희 디자인 스튜디오 임태희 소장은

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했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건축학을 배웠다. 귀국 후에는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뒤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근대건축 보존과 리노베이션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광교에 자리한 정관 스님의 두수고방을 비롯해 전북 고창의 ‘상하농원’, 을지로 카페 ‘을지다락’, 한지문화산업센터 등 다양한 공간을 연출하면서 특유의 미감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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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디자인 스튜디오

©임태희 디자인 스튜디오

Philosophical Minimal

위로가 필요한 때, 아늑한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공간 디자이너 임태희 소장은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고 진정한 안식을 얻기 위해서는 공간에 어느 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꽉 채워진 공간은 예쁠 순 있지만 쉼을 주진 않는다. 반면 여백은 스스로 나답기 위해서 필요한 공백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미감과도 맞닿아 있는데 미니멀이 공간을 비우는 데 목적을 둔다면 여백은 사람의 행위에 따라 결정된다. 여백에 자연의 요소를 들이거나, 빈 공간을 플렉서블하게 활용하면서 자신만의 힐링을 경험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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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디자인 스튜디오

©임태희 디자인 스튜디오

Inspiration of Nature

사람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잘 자고 잘 먹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쉼을 얻을 수 없다. 진정한 휴식을 위해서는 정신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영감이다. 사람마다 영감을 얻는 방법과 대상은 다르지만, 많은 사람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 식물 집사들이 늘고 자연 소재 마감재가 인기를 끄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그녀가 공간에서 자연을 즐기는 방법은 좀 다르다. 비례감이 좋은 창을 내 차경을 즐기거나, 햇빛을 들이고 바람을 통하게 하고 그림자를 즐긴다.
 

쉼이 있는 집을 만드는 2가지 요소는 자연이 주는 영감과 사람의 행위를 배려한 여백입니다.

나노 사회에 맞춰 트렌드도 세분화되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큰 대로가 있고 작은 골목이 있는 사회에서 살다가 지금은 골목만 있는 사회에서 살게 되니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길을 잃게 된 거죠.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예요. 옛날과 달리 지금은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있을 때 행복한지를 찾아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남을 배려하는 것을 강요받아 왔다면, 요즘에는 ‘나’를 돌보는 것이 트렌드가 된 셈이군요.
사실 나를 돌본다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자연은 ‘스스로 자(自)’, ‘그럴 연(然)’이라는 한자의 조합이에요. 우리는 순리에 맞게 당연한 것을 자연스럽다고 말합니다. 나다울 수 있고, 나답게 사는 것처럼요.

최근 오랜만에 주거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무엇인가요?
집은 쉼이 있어야 하는 공간이에요. 최근에 디자인한 집의 클라이언트도 제게 주문한 것이 ‘집에서 정말 잘 쉬고 싶다’였어요. 전에 살던 집도 예쁘게 인테리어를 한 집이었대요. 그런데 예쁜 집에서 사는 것과 집에서 어떠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냐는 다른 문제거든요. 그래서 저는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시간의 퀄리티를 보장해주고 싶어요. 진정한 쉼이란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니까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은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안식처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집을 더욱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꾸미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진정한 쉼이 있는 공간이 될까요?
우리가 얻고자 하는 쉼은 다시 활동을 하기 위한 쉼이에요.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죠. 기계는 배터리를 충전하면 되지만 사람은 단순하지가 않아서 밥을 먹고 잠을 잔다고 해서 충전이 되는 게 아니에요. 진정한 쉼을 얻으려면 머무는 공간에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한 여백이 있어야 하고, 정신적인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영감을 주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장님은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영감이라는 게 주관적인 것이거든요. 결국 앞서 말한 것으로 되돌아가는데 ‘나’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집 안에 어떤 영감의 요소를 들일지가 결정이 됩니다. 제게 영감을 주는 것은 자연이에요. 사람은 결국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자연에서는 그 어떤 것보다 더 좋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집 안으로 자연을 들이려는 노력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을 만큼 자연은 요즘 드문 메가 키워드이기도 해요. 소장님이 공간에 자연을 들이는 방법이 궁금해요.
사람의 감정과 느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연의 요소를 들이는 것을 선호해요. 예를 들면 밖으로 나무의 푸르름이 가득하다면 차경을 중요한 요소로 둡니다. 한지로 창문이나 조명을 만들어 빛을 들이거나, 바람을 집 안으로 들이기 위해 창의 배치를 조절하기도 하고요. 햇빛이 어떻게 들어올 것인지, 바람이 어떻게 통할 것인지, 그림자가 어떻게 질 것인지까지 고려하죠. 그리고 그 자연을 잘 들이기 위해서 적절한 여백을 만듭니다.

그러고 보니 소장님의 프로젝트에는 항상 여백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한국적 여백은 그저 비어 있는 것이 아니고, 외국에서 말하는 미니멀과도 달라요. 미니멀은 공간에 의해서 비워지는 것이고, 여백은 사람에 의해 비워지는 거예요. 사람의 행위에 따라 여백이 크게 필요한 부분과 작게 필요한 부분, 심지어 없어야 하는 부분이 결정되죠. 여백이 많고 움직임이 가벼운 공간에서는 집주인이 공간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어요. 그게 또 하나의 재미이자 힐링이 되기도 합니다.
 

DESIGNER INTERVIEW #3 가구 디자이너 윤소현

가구 디자이너 윤소현 작가는

가구 디자이너 윤소현 작가는

아크릴 특유의 물성을 활용해 가구와 오브제를 디자인한다. 그중 한복 특유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한 톤(Tone) 시리즈 덕에 파이돈 출판사가 선정한 과거와 현재 100년 동안 활약한 여성 디자이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뉴욕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갤러리 퍼스트딥스(1stDibs), 독일 디자인 전문 백화점 스틸베르크(Stilwerk) 등을 비롯해 페이스북, CJ ENM 등 국내외 기업,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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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현

©윤소현

Korean Heritage

배우 윤여정이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단지 세계가 지금 주목할 뿐”이라고. K-팝에 이어 K-컬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는 이때, 윤소현 작가는 여성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파이돈 출판사가 선정한 여성 디자이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녀는 그 비결로 자신이 좋아하는 ‘한복’이란 전통적인 요소를 가장 현대적인 물성인 아크릴과 결합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통은 고루하다는 편견 대신 현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 비로소 그 아름다움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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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현

©윤소현

Self-Worth

개인화는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런 시대에서는 ‘나다움’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취향을 알고, 취향을 찾으면서 사람들은 점점 ‘나만의 것’에 열광한다.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가 인기를 끌고, 개인의 취향에 맞춰 플렉서블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듈 가구가 사랑받는다. 공간과 그 안을 채우는 오브제들도 점점 커스터마이즈화되는 추세이다. 그녀 또한 데뷔할 때부터 개인의 취향에 맞춰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체어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취향을 파악한 대중들은 점점 관대해진다. 기존에 쓰이지 않았던 물성과 컬러들을 과감히 쓰는 새로운 시도들이 눈에 띄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을 동시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한국적인 미감은 현대적인 공간에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룹니다.

파이돈에서 선정한 여성 디자이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셨다고 들었어요. 축하합니다!
파이돈 출판사에서 과거와 현재 100년 동안 디자인 분야에서 활약한 여성 디자이너들을 선정해《WOMAN MADE : GREAT WOMAN DESIGNERS》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영광스럽게도 그 책에 레이 임스, 아일린 그레이, 플로렌스 놀, 파예 투굿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양태오 디자이너 또한 파이돈 출판사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 100인’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어요. K-팝처럼 K-디자인이 통한다는 방증일까요?
저는 한국, 뉴욕, 터키 등 다양한 나라에서 디자인 공부를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각 나라마다 아이덴티티가 다르고, 어느 나라든 그 나라만의 특색 있는 미감이 타국에서는 창의적으로 느껴지며,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도 우리나라의 헤리티지가 담긴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요. 얼마 전 미국 마이애미의 아트바젤과 파이돈 ‘WOMAN MADE’ 셀러브레이션 행사에 참석했는데요. 여러 저명한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 생각보다 더 한국의 색이 드러난 디자인을 새롭게 느끼고 흥미로워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국적인 미감이라고도 표현하더라고요. 하지만 꽤 추상적인 단어라 쉽게 이해가 되진 않는데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할 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명언을 인용한 말인데요. 마찬가지로 가장 한국적인 것에서부터 새로운 것이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한국적이라고 느끼는 요소는 다르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은 한복의 고운 색감과 특유의 분위기입니다. 곱고 단아한 한복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가구 작업을 주로 해왔고, 그것에 파이돈이 주목한 것 같습니다.

전통이란 고루하다는 편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한국의 미감이 동시대의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제가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동시대에서 전통을 아름답게 여기고 즐기기 위해서는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디자이너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죠. 동시대적으로 풀어낸 전통은 현대적인 공간에서도 충분히 조화를 이루면서 그만의 독특한 아름다운 분위기를 뿜어냅니다.

가구 디자이너로서 활동하면서 주목하게 된 동향이 있으세요?
코로나19로 인해 리빙 분야와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어요. 2022년에도 계속될 것 같고요. 특히 개개인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 또한 더 큰 인기를 끌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5년 전 데뷔할 때 선보였던 레이어 시리즈 또한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가구였어요. ‘나다움’이 강조되는 시대에 개성과 취향을 존중한다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어요. 디자이너로서 느끼는 트렌드가 궁금합니다.
요즘 가구들은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물성, 즉 유리나 아크릴, 비비드한 목재 등을 과감하게 쓰고 있어요. 앞서 말한 커스터마이징에 최적화된 것이 모듈 가구인데요. 모듈 가구에도 금속과 함께 이러한 소재들을 접목합니다. 이처럼 예전보다 물성의 과감한 결합들이 눈에 띄는데요. 대중이 리빙에 대해 관심을 두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관대해진 덕분에 가구에서도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저 역시 그동안 가구에는 잘 쓰지 않았던 비비드한 컬러의 아크릴 소재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은 결과도 있었던 것 같고요.
때마다 동시대 사람들이 좋아하는 흐름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변화의 속도가 정말 빠른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변하지 않는 본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흐름을 예측하기보다는 흐름을 만드는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이맘때면 쏟아지는 각종 트렌드의 홍수 속에서 반드시 취해야 할 키워드와 이를 통찰하는 전문가의 시선.

CREDIT INFO

에디터
한정은
자료협조
메종&오브제 국내 사무국, 팬톤코리아, LX하우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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