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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살 한옥에서 이룬 부부의 마당있는 삶

On November 22, 2021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성북동 좁은 골목길, 인테리어 디자이너 오지창 씨 가족의 아담한 보금자리가 있다. 100년 가까이 된 한옥을 공간 디자이너인 엄마가 가족을 위해 리노베이션한 집으로, 마당 있는 삶을 소망하던 부부의 꿈이 실현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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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한옥의 매력을 그대로 살린 주방과 다이닝 공간. 서까래를 살리고 한지를 덧댄 창문과 중문을 제작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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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과 다이닝, 거실 공간이 일자로 이루어진 구조. 왼쪽의 중문은 집의 입구로 중문을 열면 탁 트인 마당이 보인다.

주방과 다이닝, 거실 공간이 일자로 이루어진 구조. 왼쪽의 중문은 집의 입구로 중문을 열면 탁 트인 마당이 보인다.

작은 한옥을 만나기까지

정겹고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에 반해 성북동에서 세 번째 보금자리를 마련한 오지창, 박승배 씨 부부. 신혼 시절부터 성북동에 터를 잡은 부부는 두 번의 주택살이를 통해 아파트가 아닌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서 로망을 실현하며 살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전에 살던 집의 계약 종료를 앞두고 부부는 인근의 주택 매물을 찾다가 우연히 이 집을 만났다. 어느 노교수가 서재 겸 작업실로 사용하던 작고 낡은 한옥으로, 부부의 사정을 알고 있던 공인중개사가 매물로 나오기 직전에 소개해준 것.

“세 식구가 살기에 조금은 작은 감도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거의 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에 반해 매입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오래된 집이라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했지만 아내와 저는 오히려 저희의 생활 방식에 맞게 수리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죠.”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아내 오지창 씨 역시 아이와 함께 살게 될 공간을 디자인하며 많이 설레고 행복했다고 말한다.

“저에겐 첫 한옥 현장이어서 어려운 일 투성이었지만, 한옥만의 특성을 받아들이며 세 식구가 만족스럽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실현해가는 과정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가령 처음엔 바닥에 단차를 두지 않으려고 했는데 막상 철거해보니 바닥을 들어내기가 어려운 구조여서, 방과 거실 사이에 계단 하나 정도로 단차가 생겼어요. 예상치 못한 변수였지만, 이 집만의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자동차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가 단차를 활용해 장난감 자동차를 부릉부릉 움직이며 놀면 좋겠다는 상상도 했어요. 입주 후에 아이가 그곳에서 잘 노는 모습을 보니까 그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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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곳곳에 오래된 한옥과 잘 어울리는 소품을 채웠다. 오렌지색 전등갓이 돋보이는 테이블 조명은 오지창 디자이너가 오래전 여행길에서 득템한 빈티지 제품으로 가장 아끼는 소품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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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가을비가 내리던 촬영 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한옥의 그윽한 정취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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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가구와 소품으로 채운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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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한옥이 모여 있는 성북동 골목 풍경.

오래된 한옥이 모여 있는 성북동 골목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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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에서 보이는 풍경. 방의 한쪽 벽면을 통유리로 마감해 마당이 훤히 내다보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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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으면 마당이 내다보이고, 누우면 기와와 하늘만 보인다는 가족의 유일한 방. 통유리 반대쪽 벽은 수납공간으로 가족의 옷은 물론 잠자리용 토퍼까지 수납이 가능하다.

"한옥은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공간의 크기보다는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누리는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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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으면 마당이 내다보이고, 누우면 기와와 하늘만 보인다는 가족의 유일한 방. 통유리 반대쪽 벽은 수납공간으로 가족의 옷은 물론 잠자리용 토퍼까지 수납이 가능하다.

삶의 태도가 바뀌는 공간

서까래의 미감부터 숨통이 트이는 작은 마당까지 한옥에 살아서 좋은 점은 많다. 하지만 한옥에 살아서 불편한 점도 그만큼이다. 오래된 건물의 구석구석을 일일이 손보는 일, 편하지 않는 동선과 싫든 좋든 곤충과 공존해야 하는 점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부부에게는 이 모든 것이 낭만이다. 불편한 낭만.

“건평이 14평 채 안 되는 집에서 세 식구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주변에서 공간이 좁은 대신 층고가 높으니 복층 구조로 해보라거나, 작더라도 공간을 쪼개서 활용도를 높이라는 조언을 해주셨는데, 저와 남편, 아이가 그동안 공간을 사용한 패턴을 생각했을 때 방 하나로도 큰 문제가 없겠더라고요. 지금까지도 큰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어요.”

그 덕에 꼭 필요한 것만 갖추다 보니 미니멀을 넘어 ‘에센셜 라이프’를 살게 됐다는 가족. 남편 박승배 씨는 필요한 물건이 없는 불편함을 참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향유함으로써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공간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무얼 하는지, 느끼는 행복감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0년 가까운 시간을 살아온 집에 저희 가족이 살게 됐으니, 우리만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담아 앞으로도 아름답고 정겨운 집으로 지켜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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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나무 기둥이 어색하지 않은 욕실. 작은 조적식 욕조도 제작해 아이가 마당을 내다보며 물놀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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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에서 보이는 풍경. 방의 한쪽 벽면을 통유리로 마감해 마당이 훤히 내다보이도록 했다.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성북동 좁은 골목길, 인테리어 디자이너 오지창 씨 가족의 아담한 보금자리가 있다. 100년 가까이 된 한옥을 공간 디자이너인 엄마가 가족을 위해 리노베이션한 집으로, 마당 있는 삶을 소망하던 부부의 꿈이 실현된 곳이다.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
디자인·시공
미세스포에틱(@mrspoetic_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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