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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젝트 유세미나 대표와 함께 '사는' 물건들

On November 09, 2021

오브젝트는 ‘현명한 소비’를 지향하는 편집숍이다. 국내에서 가치를 소비하는 문화가 생소하던 시절 ‘물건을 오래 쓰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로 설립됐다. 오브젝트는 홍대 입구 근처의 작은 숍을 시작으로 10년간 종로구 삼청동, 마포구 서교동, 성동구 성수동으로 매장의 수를 늘렸다. 지금 오브젝트는 윤리적 물건의 소비라는 가장 트렌디한 문화 안에서 권위 있는 큐레이터라는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오브젝트의 수장 유세미나 대표가 있다. 그는 사업가이자, 기획자이자, 사회활동가의 면모를 지닌 알파 우먼. 최근 결혼을 준비하며 새로운 공간으로 거처를 옮긴 그녀의 집에〈리빙센스〉가 초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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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미나 대표의 거실. 물건을 한번 사면 오래두고 쓴다는 그는 이번 이사를 준비하면서도 새로운 가구를 거의 들이지 않고, 쓰던 것을 들여왔다.

유세미나 대표의 거실. 물건을 한번 사면 오래두고 쓴다는 그는 이번 이사를 준비하면서도 새로운 가구를 거의 들이지 않고, 쓰던 것을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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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유세미나 대표와 함께한 반려견 창덕이. 조용한 성품을 지녀 좀처럼 짖지 않고, 낯을 가리는 편이다.

오랜 세월 유세미나 대표와 함께한 반려견 창덕이. 조용한 성품을 지녀 좀처럼 짖지 않고, 낯을 가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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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원룸 생활을 할 때부터 함께해 온 빈티지 다이닝 테이블, 체어 세트와 임스 체어 두 개 역시 유세미나 대표의 애장품이다.

오래 전 원룸 생활을 할 때부터 함께해 온 빈티지 다이닝 테이블, 체어 세트와 임스 체어 두 개 역시 유세미나 대표의 애장품이다.

오브젝트 유세미나 대표의 집은 와우산을 등진 비탈에 있다. 테라스로 손바닥만 한 사마귀가 날아들어 햇볕을 쬐고 가기도 하고, 아침이면 새소리에 눈을 뜨게 되는 그런 집이다. 이곳을 채우는 건 유세미나 대표의 어제들. 8년 전 산 원목 식탁과 빈티지 임스 체어, 오랫동안 모아온 LP와 만화책, 손때 묻는 천 가방과 북 커버…. 그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반려견인 ‘창덕이’와 함께 창가에 나란히 앉아 오전 시간을 보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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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가지런히 놓인 인센스와 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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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그를 위해 누군가가 손수 만들어 선물한 것.

마음에 다가오는 것, 소중히 생각하는 것,
나를 기쁘게 하는 것.

이 집은 어떤 콘셉트로 스타일링했나요?
스타일링이랄 게 없어요. 다이닝 룸에 있는 식탁을 빼고는 전부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것들이거든요. 가구는 빈티지 제품을 구매한 후 10년 가까이 쓰고 있고, LP와 만화책도 중고로 구매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것들이에요. 저는 옷이나 가구를 살 때 오래 쓸 수 있는 걸로 사요. 거실에 있는 테이블은 벌써 7~8년간 이리저리 함께 이사를 다니다 보니 흠집도 많이 났고 헌 가구가 되었지만 제가 정말 아끼는 물건이에요.

개인이 사용할 물건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요?
오래 입을 수 있나, 오래 쓸 수 있나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사용하는 물건은 재사용의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에요. 컵 감싸개, 작지만 충분한 가방, 오브젝트 무지 노트 같은 거요.  

오브젝트가 벌써 10년이 됐다고요?
스물일곱 살에 패션 관련 사업을 하다 버려지는 천들을 보며 ‘이건 아니다’ 싶어 단박에 사업을 접고 첫 매장을 열었는데, 벌써 그렇게 됐어요. 당시 가게를 자주 찾으면서 얼굴을 익힌 손님들이 있는데요. 요즘은 가끔 매장에 나오는 저와 만나면 “우리가 처음 만날 때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저 이제 아이 엄마 됐어요!” 같은 근황을 들려줘요.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아요.

꾸준히 찾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니, 뿌듯하겠어요.
오브젝트와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이 계속 찾아와주는 게 정말 고맙죠. 오브젝트의 모든 매장은 ‘힙’하다는 동네에 있지만 찾아와야만 하는 골목에 있어요. 1000원짜리 볼펜 하나를 산데도 원하는 물건이 있는 곳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사는 마음까지가 물건의 가치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그런 가치를 판매하고 있다는 게 뿌듯해요.

오브젝트는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고르나요?
소규모 공방의 제작자가 손으로 만든 물건이 우선이에요. 만드는 과정에서 윤리적 가치를 따르고, 제작자의 정성이 드러나는 물건을 골라요. 소소한 미감을 지닌 작가들이 좋은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전시를 열고, 그에 관한 아트 굿즈를 만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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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미나 대표가 추천하는 ‘오브젝트적 삶’을 위한 기물들. 마법 파우치와 패브릭으로 감싼 다이어리, 컵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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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모아 온 만화책과 LP가 있는 유세미나 대표의 취미방. 그는 이 곳에서 그가 좋아하는 것을 보고 들으며 휴식을 취한다.

오브젝트의 전시는 매번 회자되는 것 같아요. 이런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뭔가요?
일반 갤러리에서 이름을 걸고 전시를 열려면 적어도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이 드는데요. 부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작은 브랜드와 젊은 작가가 그걸 감당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또 그런 전시를 해서 자신을 알리지 않으면, 생계가 위태로워져 작업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죠. 오브젝트는 그런 작가들로부터 물건을 받아야 하고, 마침 공간이 있으니 협업하기로 한 거예요.

전시를 열고 회자된 일례 중에는 스티커 브랜드 이너피스나 일러스트레이터 쏘쏘호텔, 김그레가 있죠?
맞아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스티커만 만들고 싶다거나, 그림만 그리고 싶다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대개 이런 식으로 저희와 한 번 인연을 맺은 브랜드나 아티스트와는 계속 연을 이어가요. 그래서 10년 동안 퇴점을 하는 브랜드가 거의 없었고, 때문에 다른 셀렉트숍과 달리 물건의 변화가 거의 없고, 신규 입점의 턱도 높은 편이에요.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효율적이지 않은 판단 아닌가요?
그렇지가 않아서 신기해요(웃음).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서교점과 성수점은 트렌디하면서도 오브젝트와 결이 맞도록 공간을 디자인했어요. 삼청점은 10년 전과 같은 모습 그대로죠. 방금 말했듯 물건의 변화도 거의 없어요. 그런데도 매출이 계속 오르고, 찾는 손님이 많아요. 

서울은 매일 ‘힙’한 공간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 도시이니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걸 그대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지도 몰라요.
맞아요. 그래서 요즘은 지속 가능한 매장으로서, 오브젝트의 결을 좋아하는 지방 도시 손님들을 위한 매장으로서 기능할 지역 매장도 생각 중이에요.  

요즘은 온라인 판매도 많이 이루어지는데, 굳이 지역에 매장을 두려는 이유는 뭔가요?
저는 온라인 판매가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가 만든 건지, 어떤 촉감인지, 어떤 곳에 진열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버튼 한 번 누르면 구매가 끝나잖아요. 택배 박스 사용에 대한 고민도 끝나지 않았어요. 친환경적인 배송을 하겠다고, 기존에 사용하던 비닐 포장재를 다 버리고 종이 포장지를 다시 생산하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의미가 없어요. 종이 포장재를 만들겠다고 나무를 또 베어내야 할 거고… . 저는 그게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어요. 시대를 따른다면 더욱 공격적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해야겠죠. 저의 고민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오브젝트는 온라인 판매의 폭이 매우 적어요.  

환경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저의 인생 최대 고민은 동물권과 환경이에요. 요즘은 수질 이슈에 대해 관심이 커요. 환경과 관련한 이슈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것과 아닌 것이 있는데, 수질과 관련한 문제는 의견을 내는 이가 많지 않은 편이죠. 지키기가 정말 힘들지만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나 천연 제품을 사용하려고 노력해요. 사실 핵심은… 저는 소외된 모든 것들에 애정과 집착이 있어요(웃음). 

앞으로 대중이 더 주목해야 하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핸드메이드의 가치요. 소량 생산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잖아요. 사람의 손으로 만들다 보니 물건이 다 같지도 않고요. 조금씩은 모난 것들의 자연스러움이 더 많이 사랑받기를 기대해요. 컵 받침 하나를 만들더라도 이 조그만 거 하나를 잡고 몇 시간을 고생하는 제작자의 에너지가 다 들어 있는 물건은 따뜻함과 마음의 위로를 주니까요. 오브젝트가 더 많이 알려야죠(웃음).

오브젝트는 ‘현명한 소비’를 지향하는 편집숍이다. 국내에서 가치를 소비하는 문화가 생소하던 시절 ‘물건을 오래 쓰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로 설립됐다. 오브젝트는 홍대 입구 근처의 작은 숍을 시작으로 10년간 종로구 삼청동, 마포구 서교동, 성동구 성수동으로 매장의 수를 늘렸다. 지금 오브젝트는 윤리적 물건의 소비라는 가장 트렌디한 문화 안에서 권위 있는 큐레이터라는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오브젝트의 수장 유세미나 대표가 있다. 그는 사업가이자, 기획자이자, 사회활동가의 면모를 지닌 알파 우먼. 최근 결혼을 준비하며 새로운 공간으로 거처를 옮긴 그녀의 집에〈리빙센스〉가 초대받았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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