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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 김정범의 가을 플레이리스트

On October 21, 2021

차가워진 바람에 마음도 함께 서늘해지면 떠오르는 음악이 있다. ‘푸디토리움’ 김정범과 누렸던 음악이 필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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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오피스텔을 개조해 꾸민 김정범의 작업실. 이곳에서 주로 곡을 쓰고 연주하며 시간을 보낸다.

꿈같은 음악

뮤지션 김정범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삶의 채도가 조금 높아지는 기분이다. 감성적인 피아노 연주와 나른하면서도 톡톡 튀는 매력을 품은 ‘푸디토리움’의 노래들, 또 영화의 감동을 배가하는 OST…. 재즈밴드 ‘푸딩’을 거쳐 1인 프로젝트 밴드 ‘푸디토리움’을 이끌어온 김정범은 영화 <멋진 하루>, <허삼관> 등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꿈같은 음악을 선보여 왔다. 오랫동안 명반을 소개해온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그의 음악과 글을 접하면 짐작할 수 있다. 김정범의 공간도 음악만큼이나 감성적일 것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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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돈된 작업실. 음악 작업에 열중하기 위해 이곳은 취식 금지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돈된 작업실. 음악 작업에 열중하기 위해 이곳은 취식 금지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오랫동안 라디오 심야 음악방송을 진행해왔는데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청취자들이 음악을 전문적으로 좋아하는 마니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정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그 시간에
깨어 있고 사연을 보냈어요. 우리에게 음악이 필요한 순간은 어떤 특별한 시간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매순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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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이 2016년 발표한 싱글 앨범 <AVEC>는 프렌치 감성의 일렉트로닉 팝으로, 프랑스 뮤지션과 함께 작업했다.

푸디토리움이 2016년 발표한 싱글 앨범 <AVEC>는 프렌치 감성의 일렉트로닉 팝으로, 프랑스 뮤지션과 함께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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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공간에 좋아하는 음악 LP들을 모아두었다.


낯선 음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에게 음악은 반짝이는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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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자대학교 현대실용음악과에서 학과장을 맡고 있는 김정범의 연구실.

안녕하세요! <리빙센스>에 햇살과 멋진 피아노가 어우러진 작업실을 공개해주셔서 감사해요. 작업실인데도 뭔가 아늑한 느낌인데요? 어떤 공간으로 만들고 싶으셨어요? 어떤 뮤지션들은 집에서 먼 곳에 작업실을 구하기도 하는데, 저는 가까운 곳에 마련했어요. 창작을 하다 보면 극도로 외로워질 수 있거든요. 그때 빨리 집에 가기 위해서 가까운 곳으로 찾았어요(웃음). 그리고 이 근처에 나무가 많은 하천이 있는데 그런 분위기도 너무 좋고요. 그리고 집은 아니지만 집만큼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간이길 바랐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구들을 배치했고, 불필요한 것들은 들이지 않았어요. 지금은 식물이 몇 개 없는데 앞으로 식물을 좀 더 채워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보통 작업실은 방음시설을 잘 갖춘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좀 달라 보이기도 하고요. 이곳에서 좀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음악하는 공간이지만, 방음시설 없이 최대한 텅빈 공간으로 만들고, 평범한 집 같은 분위기에서 악기를 조율하고 녹음을 하고 싶어요. 스튜디오가 아닌 공간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튜닝해서 음악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푸디토리움은 음악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도 많이 소개해주잖아요. 그래서 묻고 싶었어요. 우리에게 음악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라고 생각하나요? 오랫동안 라디오 심야 음악방송을 진행해왔는데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청취자들이 음악을 전문적으로 좋아하는 마니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정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그 시간에 깨어 있고 사연을 보내시더라고요. 취업 준비 중인 학생이나 갓난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든지, 또 아픈 가족을 돌보고 있는 분들도 사연을 많이 보내시더라고요. 그분들의 소소한 일상을 음악이 위로해주고 있다는 것을 그때 많이 느꼈어요. 음악은 어떤 특별한 순간보다는 일상을 더 빛나게 해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요. 낯선 음악이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에게 음악은 특별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본인에게 음악이 필요해진 건 언제부터에요?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CD나 음반을 사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공부는 못해도 음악 순위의 차트는 달달 외우고 다녔을 정도예요(웃음). 중고등학교 때 <전영혁의 음악세계>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했어요. 낯선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음악과 아티스트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어린 시절의 음악 교과서이자 좋은 선생님이었어요.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비록 부모님의 반대로 음악을 전공하지는 못했지만 대학에 진학해서도 밴드를 결성하고, 주변에 무용과 학생들이 작품을 발표할 때 라이브 음악이 필요하다고 하면 직접 가서 연주하기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음악에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음악이 위로가 되어주었나 봐요. 푸디토리움만의 감성을 만들어가는 방식도 궁금해요. 만드는 사람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을 때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푸딩 1집은 주로 밝은 음악들이었지만,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바친 앨범이거든요. 그때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고, 음악이 거울처럼 나를 비출 수 있길 바랐어요. 일부러 슬픔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고요. 음악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슬픔이라는 정서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수많은 감정들이 조금씩 도드라져서 피부에 느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해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음악의 감정들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푸디토리움의 음악은 팬들에게 어떤 감동을 주고 싶나요?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좋다고 느껴지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공작새가 날개를 확 펼치듯 누군가에게 순간적인 감동을 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 아이가 지금의 제 나이가 됐을 때도 이 음악이 들을 만한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어서도 그 노래로 위안을 받고 싶어 다시 찾아오길 요.

이번 가을에 들을 만한 음악을 추천해주신다면요? 맥 밀러의 <Circles>라는 앨범과 알로 팍스의 음악들을 추천합니다. 맥 밀러는 미국 래퍼인데 아쉽게 세상을 떠났지만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음악감독 존 브라이언이 프로듀싱한 <Circles>를 유작으로 남겼어요. 세상을 떠나기 전 그의 고뇌들이 깊이 있게 담겨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에요. 또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인 알로 팍스는 최근에 등장한 신인인데요. 소수자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은 가사와, 지역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음악적인 시도들이 좋아요. 과거의 음악이지만 현대를 대변하고 미래를 투영하는 작업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푸디토리움은 현재 어떤 작업들을 준비 중이에요? 정규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가 함께 연주하는 앨범을 구상 중이에요. 그리고 기존의 앨범을 재해석하는 리웍스 앨범도 만들어보려고 하고요. 또 단편영화의 음악도 맡았는데 이제 곧 공개될 것 같아요. 정규앨범은 올해 안에 발매하는 게 목표이고, 저도 빠른 시간 안에 팬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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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한쪽 벽면에 존경하는 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사진들을 붙여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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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음향 기기와 수없이 많은 CD, LP가 공존하는 김정범의 연구실. 학생들과 과거에 들었던 음악에 대해 논의할 때, 그때마다 바로 음악을 들려줄 수 있게 그동안 모은 앨범들을 연구실에 모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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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음향 기기와 수없이 많은 CD, LP가 공존하는 김정범의 연구실. 학생들과 과거에 들었던 음악에 대해 논의할 때, 그때마다 바로 음악을 들려줄 수 있게 그동안 모은 앨범들을 연구실에 모아두었다.

오래된 음향 기기와 수없이 많은 CD, LP가 공존하는 김정범의 연구실. 학생들과 과거에 들었던 음악에 대해 논의할 때, 그때마다 바로 음악을 들려줄 수 있게 그동안 모은 앨범들을 연구실에 모아두었다.

차가워진 바람에 마음도 함께 서늘해지면 떠오르는 음악이 있다. ‘푸디토리움’ 김정범과 누렸던 음악이 필요한 순간.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
촬영협조
성신여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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