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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차린 연희동 편지 가게, 글월

On October 11, 2021

취향을 쌓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오랫동안 쌓은 취향을 타인과 공유할 때 그 즐거움과 깊이는 배가된다. 좋아하는 일을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 공간이 필요했고, 그 공간으로 인해 더 행복해진 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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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월의 대표 서비스는 펜팔 서비스로, 모르는 이에게 편지를 쓰고 펜팔함에 넣어두고 가면, 다른 사람이 두고 간 편지를 가져갈 수 있다. 잘 알지 못하는 사이끼리 주고받은 편지에서 의외로 감동을 받았다는 후기도 많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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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월의 베스트셀러인 제비 편지지와 필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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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교환 일기, 연애장 등으로 편지 쓰기의 잔뼈가 굵다는 문주희 대표.

편지 덕후들의 성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메일을 주고받는 요즘이지만, 손편지는 언제부턴가 특별한 날에만 쓰게 되는 행사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하지만 보내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손편지가 갖고 있는 따뜻하고도 묘한 감정은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연희동의 작은 편지 가게 글월은 편지에 진심인 이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작은 골목의 오래된 건물 4층에 자리한 가게는 제대로 된 간판도 없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인장 문주희 대표의 단정한 취향에 감탄하게 된다.

차분한 살구색으로 칠한 주인장 부부가 직접 만들었다는 편지지 전용 원목 쇼케이스, 그리고 편지를 쓸 수 있도록 마련한 작은 테이블과 의자도 공간과 잘 어우러지도록 특별히 디자인한 것이다. 다양한 편지지와 필기구 등 편지를 즐기는 데 필요한 각종 용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당장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 그리고 편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서간문 형태의 책들도 만날 수 있다.

글과 기록에 의미를 두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편지 형태의 글을 모으고 책으로 내는 출판사 ‘봉투북스’를 시작하게 된 것. 저자가 부모님의 결혼 27주년을 기념하면서 부모님의 연애편지를 모아 발행한 《조금 더 쓰면 울어버릴 것 같다. 내일 또 쓰지》라는 책이 첫 책으로, 이 책을 구하기 위해 일부러 글월을 찾아오는 독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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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남편과 함께 손수 단장한 글월 공간. 직접 벽에 페인트칠을 하고 편지지를 잘 소개할 수 있는 서랍 형태의 쇼케이스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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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바깥쪽에 매달린 편지봉투를 당기면 안쪽의 종이 울린다.

친구와 함께 교환 일기를 즐겨 쓰던 문주희 대표는 글월이라는 공간을 열면서 본격적인 덕질의 장을 펼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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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별로 편지봉투를 쌓아둘 수 있는 선반에 가지런히 정리된 편지지들.

크기별로 편지봉투를 쌓아둘 수 있는 선반에 가지런히 정리된 편지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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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바깥쪽에 매달린 편지봉투를 당기면 안쪽의 종이 울린다.

점점 빠져드는 편지의 매력

처음부터 편지 가게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잡지사 에디터 일을 그만둔 후,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당시엔 제 장점이 인터뷰 기술이라고 생각했고,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인터뷰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이 공간도 인터뷰를 하기 위해 얻었고, 그 프로젝트를 좀 더 특별하게 포장하고 싶어서 당사자에게 편지 형식으로 전달했는데 이상하게도 편지지에 열정을 쏟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편지 가게로 발전하게 됐어요(웃음).”

예상치는 못했지만, 어쩌면 편지 가게는 문주희 대표가 가장 잘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쓰는 일에 진심이었다는 그녀. 친구들과 교환 일기 쓰는 게 학창 시절의 낙이었고, 예쁜 글씨체를 갖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연구해왔던 그녀는 서비스로 제공하려던 편지지 한 장도 허투루 만들 수 없었다고. 을지로와 충무로를 돌아다니며 편지 쓰기에 가장 적합한 종이를 찾아내고 예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몸은 힘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즐거웠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예쁜 편지지가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났고, 문주희 대표도 편지와 관련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이 일을 하면서 편지의 매력에 더 빠져들게 된 것 같아요. 편지는 마음을 풀어놓고 싶게 만들고, 실제로 고객들이 편지를 쓰고, 읽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는 경우도 많거든요. 저도 편지와 관련해 더 많은 일에 도전해보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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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 안에 붙여둔 정겨운 옛날 우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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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와 관련된 다양한 소품을 진열해둔 쇼케이스.

취향을 쌓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오랫동안 쌓은 취향을 타인과 공유할 때 그 즐거움과 깊이는 배가된다. 좋아하는 일을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 공간이 필요했고, 그 공간으로 인해 더 행복해진 이들의 이야기.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김의미 기자
사진
김덕창,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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