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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이 있는 자연 속의 집을 짓다, 고유연시

On August 02, 2021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맺어지는 인연의 소중함, 그리고 그 가치를 담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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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박마음 씨와 남편 김석희 씨, 그리고 반려견 미루가 함께 있는 공간은 1층의 중정이다. 가장 마지막에 단장할 수 있었던 공간으로, 전국을 돌며 직접 찾아낸 적송을 심고 그 주위에 이끼와 풀들을 심어 작은 산처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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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하 작가에게 특별히 의뢰해서 제작한 다이닝 테이블과 체어, 한국적인 오브제로 채운 벽면이 조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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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과 세라믹으로 마감한 주방 전경. 아일랜드를 비롯한 모든 가구는 격자무늬를 모티프로 부부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아일랜드 상판은 세라믹으로 마감했다.

원목과 세라믹으로 마감한 주방 전경. 아일랜드를 비롯한 모든 가구는 격자무늬를 모티프로 부부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아일랜드 상판은 세라믹으로 마감했다.

파티시에로 활동했고,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 박마음 씨를 위해 남편 김석희 씨는 편리한 동선을 짜고 좋은 가구를 설치해 주방을 꾸몄다.

파티시에로 활동했고,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 박마음 씨를 위해 남편 김석희 씨는 편리한 동선을 짜고 좋은 가구를 설치해 주방을 꾸몄다.

파티시에로 활동했고,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 박마음 씨를 위해 남편 김석희 씨는 편리한 동선을 짜고 좋은 가구를 설치해 주방을 꾸몄다.

소중한 인연이 머무는 건축물

집을 짓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혼자 사는 집이 아닌, 부부의 인연을 맺고 평생을 함께하기로 맹세하고 짓는 집은 단순한 건축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서울 근교 한적한 산자락에 위치한 ‘고유연시’는 김석희, 박마음 씨 부부가 신혼집으로 신축한 집이다. 패션계에 몸담았다가 가업을 이어받아 건축 및 개발회사를 경영하는 박석희 대표가 아내와 반려견을 위해 직접 디자인하고 설계와 시공 전 과정에 참여하며 꼼꼼하게 지어 올렸다. 부부의 인연을 맺으며 지은 집이고, 앞으로의 삶을 통해 맺어가는 수많은 관계들을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로 김석희, 박마음 씨 부부는 집에 ‘고유연시(固有緣時)’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가을 입주한 부부는 새로 지은 집의 안팎을 가꾸며 사계절을 보냈다. 정원과 중정에 나무와 풀을 심고, 공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가구를 찾거나 제작하고, 또 집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물건들을 구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긴 시간이 필요했다. 천천히 채워진 고유연시는 차분하고 여유로운 멋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집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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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옆 작은 방은 남편 김석희 씨의 집무실이자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다. 창문 앞에 책상을 배치해 자연을 보면서 일할 수 있게 설계했다.

주방 옆 작은 방은 남편 김석희 씨의 집무실이자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다. 창문 앞에 책상을 배치해 자연을 보면서 일할 수 있게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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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공간에는 박마음 씨의 친정아버지가 선물한 골동품을 비롯해 부부가 아끼는 물건들을 진열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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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선과 세로선이 만나 생기는 격자무늬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고유연시를 김석희 씨가 회화로 표현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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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한쪽 벽면에 있는 오래된 가구는 박마음 씨의 친정아버지가 아끼던 것을 물려준 것. 흰색 조명은 폰타나아르떼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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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과 층을 연결하는 계단도 어둡지 않게 창을 내 채광에 신경을 썼으며, 벽면에 액자와 가구를 배치해 포인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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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마당이 함께 있는 2층 공간. 안쪽 벽면 붙박이장에 살림살이를 보관한다. 소파는 프리츠한센의 PK31 시리즈.

거실과 마당이 함께 있는 2층 공간. 안쪽 벽면 붙박이장에 살림살이를 보관한다. 소파는 프리츠한센의 PK31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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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들어서면 한옥의 창살 같은 중문이 반겨준다. 화강암 디딤돌도 박마음 씨의 친정아버지께 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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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 침실은 휴식에 집중할 수 있게 침대와 작은 협탁만 들였다.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게 창을 최대한 크게 만들었다.

3층의 침실은 휴식에 집중할 수 있게 침대와 작은 협탁만 들였다.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게 창을 최대한 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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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바로 옆이 중정이다. 천장이 뚫려 있어 2층의 마당과 연결된, 중정 덕분에 집 안 전체의 공기가 잘 순환하는 느낌이라고.

주방 바로 옆이 중정이다. 천장이 뚫려 있어 2층의 마당과 연결된, 중정 덕분에 집 안 전체의 공기가 잘 순환하는 느낌이라고.

집에 ‘고유연시’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궁금해요. 석희 고유연시는 시간의 흐름 속 인연의 선 안에 우리의 삶을 채워간다는 뜻이에요. 저희 부부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담았어요. 결혼 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을 만끽하면서 반려견과 함께 살고 싶다는 걸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다만 일 때문에 도시와 너무 멀지 않은 곳을 찾았고 집을 짓게 되었습니다.

어떤 집을 짓고 싶었어요? 부부의 생각이 달랐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석희 우선 저부터 말씀드리면, 의미와 디자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우리 부부의 삶을 잘 담아내야 하고, 가족이 쾌적하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축물이길 바랐죠. 마음 결혼하기 전에 주택을 개조해 살면서 베이킹 클래스를 운영했거든요. 그때 이미 주택살이가 너무 좋았어요. 막연하게 결혼을 하면 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렇게 멋진 집에서 살게 돼 너무 좋아요. 2년 동안 고생해서 지은 집이라 더 각별하게 느껴지고요.

2년은 꽤 긴 시간이네요. 석희 임야였던 땅에 집을 짓다 보니 형질변경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그런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그 후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고 시공할 때 튼튼하고 안전한 건축물을 짓고 싶은 생각에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보통 전원주택은 목조를 기반으로 짓게 마련인데 저는 튼튼하고 안전한 집을 짓고 싶어서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었어요. 그리고 내외부 마감재도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것을 찾느라 시간이 걸렸고요.

집의 전체 콘셉트를 설명한다면요? 마음 집을 짓기 전에 디자인에 대해서 서로 많이 대화를 나눴는데 원하는 스타일이 많이 닮았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정갈한 공간으로 꾸미되, 한국적인 디자인을 녹여보자고요. 석희 그러다가 한국의 전통 창호 무늬를 떠올렸어요. 가로선과 세로선이 서로 만나 반복적인 패턴을 이루는 격자무늬를 건축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저희 집 건축도 1층이 가로선, 2~4층이 세로선 역할을 하거든요. 1층의 차고 지붕 위를 정원으로 만들고, 2층과 3층, 4층을 좁게 올렸어요. 그리고 붙박이 가구를 제작할 때도 격자무늬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의뢰했고요. 저는 크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제작하시는 분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고생 끝에 멋진 집을 만나셨군요.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예요? 마음 2층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반려견 미루를 포함한 저희 식구가 모두 좋아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이에요. 2층 밖으로 너른 마당이 보이고, 또 소파에 앉아서 TV나 영화를 시청하는 시간도 좋고요. 주택에 사는 가장 큰 장점이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인데 미루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도 너무 좋아요. 석희 저는 1층이 좋아요. 공들여서 가꾼 중정도 좋지만, 요리를 좋아하고 얼마 전까지 파티시에로 활동했던 아내를 위해서 좋은 주방을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오랫동안 고민해서 탄생한 디자인의 주방이기도 하고, 또 이곳에 어울리는 좋은 가구를 들여서 애착이 가요.

고유연시를 설계하면서 특별히 더 신경 썼던 부분이 있나요? 석희 전원에서 살다 보니 뷰를 최대한 확보하려고 했어요. 창문 밖으로 초록 숲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자연 속에 집을 지었는데 창이 작아서 자연을 못 누리면 너무 슬프니까요. 침실도 침대와 작은 협탁만 두고 넓게 창을 만들어서 전망이 탁 트였어요. 현재 게스트 룸으로 활용하는 4층은 복층으로 설계하고 전망이 좋은 면은 창으로만 벽을 만들어서 뷰가 정말 최고예요. 집 안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게 중정을 만들었는데, 이끼로 작은 산맥을 만들고 적송을 심어 멀리 있는 산처럼 보이게 만들었어요. 마음 저희가 원하는 스타일 안에서 최대한 자연과 어우러지게 가꿔보려고 했어요. 가구가 많지는 않지만 저희가 예전부터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가구 디자이너들에게 의뢰한 것이 많아요. 다이닝 공간의 테이블과 체어는 평소 한국적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잘 풀어내는 이재하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제작을 의뢰했고, 거실의 커피 테이블은 알루미늄으로 고전 문양을 재현하는 최원서 작가님의 작품이에요.

앞으로 고유연시에서의 시간은 어떨 것 같아요? 석희 저희 가족의 삶의 방향을 오랫동안 고민하고 지은 집이어서 모든 공간이 특별하게 느껴져요. 힘들고 지칠 때 힘이 되어주는 가족과 함께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게 될 것 같아요. 마음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는데 지난 2년 동안 집을 짓느라 이 집이 제대로 된 신혼집이거든요. 이제야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가 만들어진 것 같고, 저 역시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지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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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위를 둘러싼 나무와 하늘이 그림처럼 보이는 중정.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맺어지는 인연의 소중함, 그리고 그 가치를 담은 집.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