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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대담한 아트 컬렉팅 #1

초보 컬렉터를 위한 가이드

On July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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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세계 미술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아트페어가 취소되며 작가들의 발이 묶여 주춤하던 사이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경매가 활성화되고, NFT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작품이 본격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뉴욕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NFT 콜라주 작품이 6930만 달러, 우리 돈 약 783억원에 팔리며 미술시장을 넘어 경제 분야의 이슈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미술계도 들썩였다. 작가 마리킴의 작품이 국내 첫 NFT 미술품 경매를 통해 약 6억원에 거래되었으며,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의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배나 늘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주식이나 부동산 관련 뉴스에나 나오던 ‘신고가’라는 단어가 미술품 시장에 연이어 등장하고, RM을 비롯한 톱스타들이 아트페어에 등장해 컬렉터임을 자처하니 여러모로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 트렌드에 민감하고, 소비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MZ세대들이 특히 미술계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솔직히 이 모든 관심의 핵심은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이 작품 사면 오를까?’ 하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니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세대를 겨냥해 작품에 공동 투자하고 재판매해 수익금을 나누는 공동구매 플랫폼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반면 한편에선 여러 전문가들이 여전히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아트 쇼핑에 우려를 내보인다. 지금 미술시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아트 컬렉팅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일찌감치 아트 컬렉팅에 눈을 떠 예술을 향유하고 소유하는 기쁨을 누려온 이들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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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작가가 ‘욕망의 벽’이라고 부르는 자택 한쪽 벽면. 주로 6개월마다 배치를 바꾸는데, 최근에는 제이슨 마틴, 에텔 아드난, 스탠리 휘트니, 배헤윰, 정희민 작가의 작품 등을 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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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벽을 찾기 힘든 이소영 작가의 집.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복도에 걸린 작품은 왼쪽부터 김민희, 김진, 김한샘, 권현빈, 로리다나 스페리니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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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갠더, 정희승, 코악(Koak), 이은새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는 현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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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원목으로 마감한 부분에는 서용선 작가의 조각을 배치했다.

컬렉팅 인생 15년, 15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한 이소영 씨.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그림을 소개하는 ‘아트 메신저’를 자처한다. 덕분에 《그림은 위로다》, 《출근길 명화 한 점》,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를 집필하기도 했다. 그녀의 컬렉션은 유명 화가의 작품부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 신진 작가의 작품까지 다양하다. 오래 시간 컬렉팅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미술품을 잘 구입하면 분명 그 가치는 오르지만, 돈으로 환급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쉽지 않다는 것. 이소영 작가와 초보 컬렉터가 꼭 알아야 하는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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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로서 제일 처음 구입한 데미언 허스트의 판화 작품과 박노완 작가의 드로잉이 진열되어 있는 곳은 이소영 작가가 운영하는 아트 살롱 ‘리아트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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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회화로 유명한 조효리 작가의 원형 작품과 정이지, 파트리시아 페르난데스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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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킹테이프를 겹겹이 붙여서 만든 조형물은 박건우 작가의 작품. 뒤에 보이는 선반 속 아트 토이는 옥승철과 갈라 포라스 킴 작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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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미솔라, 파올라 살바도르의 최신작이 걸려 있는 리아트. 이소영 작가의 앞에 있는 설치작품은 얀 베로니카 얀센스의 작품.

작가님의 첫 컬렉팅 작품은 무엇인가요? 데미언 허스트의 판화 작품이에요. 그때가 스물여섯 살 대학원생이었는데, 미술사를 전공해서 주로 고대와 근대의 작가와 작품을 연구했거든요. 저도 뭔가 컬렉팅을 시작해보고 싶었는데 제가 공부하는 작품들은 너무 오래되고 귀해서 구입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고, 제 수준에서 적합한 것을 고르게 됐어요. 그때 데미언 허스트, 줄리안 오피 같은 영국의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들의 인기가 높았는데, 원작은 너무 비싸서 판화를 구입했어요.

그때 판화의 가격은 얼마였어요? 500만원 정도였어요. 물론 결코 싼 가격은 아니었는데 판화도 소장 가치가 있고, 작가의 명성을 산다고 생각했으니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돈을 조금씩 모아서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사기 시작했어요. 1년에 약 다섯 점씩 구입했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는 컬렉팅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됐어요. 미술품 소장에 재미가 붙다 보니 다른 부분엔 자연스럽게 돈을 아끼게 되더라고요.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소장하게 되나요? 좋아하는 그림을 향유하는 마음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새롭게 전하는 메시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 작품이 마음에 들면 집에 두고 매일 보고 싶은 마음? 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떻게 살아야 할지 더 깊이 고민하게 되는데,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인생을 배우기도 하죠. 그래서 늦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했지만 많은 사람에게 성실한 삶과 행복을 보여준 모지스 할머니도 알게 됐고, 그분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어요. 얀 베로니카 얀센스라는 작가도 좋아하는데요. 벨기에의 브리쉘에서 작업하는 중년 여성 예술가인데 시골에서 묵묵히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고 있어요. 그런 작가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죠. 또 1990년대의 젊은 작가들이 어깨 힘을 빼고 툭툭 멋있게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많이 배워요. 예술 작품은 텍스트가 없는 인생 교과서 같아요.

초보 컬렉터를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하시는데, 주로 어떤 걸 가르치나요? 요즘은 많은 사람이 미술 관련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또 무조건 돈이 된다고 자극적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좀 더 솔직하게 현실을 알려주는 편이에요. 사실 어떤 작품을 사면 돈이 된다고 찍어주는 건 불가능하거든요(웃음). 제가 15년 동안 컬렉팅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좋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면 그 가치는 분명히 오른다는 거예요. 미술은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걸 믿는 사람들에겐 값어치를 하죠. 그러니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공부하고 작품을 향유하기 위해 소장한다면 그 작품의 값어치가 올라가는 경험을 할 거예요.

예술을 향유하고 재테크에도 성공하려면 어떤 작품을 구입하면 좋을까요? 이왕이면 작가가 개인전을 열었을 때 접할 수 있는 최신작을 구입하는 걸 추천해요. 본인이 좋아하고 평단에서도 기대하는 작가가 신작을 내놓았을 때 구입한다면 그 작품은 앞으로 값어치가 높아질 확률이 높죠. 그리고 원작이 아닌 판화의 경우 여러 갤러리나 예술 작품 판매처에서 판매하는데, 발품을 팔면 좀 더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요. 이 방법은 젊고 시간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요.

컬렉팅 할 때 좋은 작가를 알아보는 법이 있을까요? 미술관과 갤러리를 열심히 다니면서 많은 작품을 보는 게 제일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분명 내 마음에 들어오는 작가가 있어요. 그 작가들의 인터뷰를 찾아보고, 개인전을 찾아다니다보면 그 작가의 생각이나 비전을 알 수 있거든요. 앞으로 건강하고 멋진 비전을 갖고 열심히 작업을 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그 작가가 바로 좋은 작가입니다.

작가님을 비롯한 영 컬렉터의 특징이 있나요? 요즘 젊은 컬렉터의 문화는 ‘디깅’인 것 같아요. 본인이 좋아하면 끝까지 파고들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온라인 오픈마켓을 경험했던 세대이기 때문에 미술도 검색과 비교를 통해서 판단하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작품도 더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고요. 예전에는 갤러리나 딜러들이 정보를 독점했지만, 이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에요. 하지만 디깅만으로 좋은 작품을 구입할 수는 없어요. 좋은 작품은 구매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번호표를 받고 순서대로 구입하는 게 아니라 작가나 갤러리에서 팔고 싶은 사람에게 판매합니다. 그런 경우 제일 저렴한 것을 찾는 고객보다는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던 고객에게 판매하는 게 당연하죠.

현명한 컬렉터가 되려면 알아야 할 게 많네요. 네, 미술 시장만의 특징이 있으니까요. 또 아무리 가격이 싸다고 한들 몇만 원이 아니고 수십만 원에서 수천, 수억 원까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분야이니까 자신의 취향, 컬렉팅 목적을 분명하게 하고 시장이 돌아가는 법칙 같은 걸 깨치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작품을 내 공간에 두었을 때 기쁘고 행복한 마음이 들어야 한다는 거죠. 일반적으로 미술품의 가격이 오르는 데는 10년 이상 시간이 걸리거든요. 투자 가치 때문에 산다면 그 세월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겠어요(웃음). 좋아하는 작품을 기쁘게 사서 걸어두는 심미적인 소비가 이루어질 때 그 미술작품은 제대로 값어치를 할 거예요.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김의미 기자
사진
김덕창, 이지아, 정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