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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아름다움, 막집

조병수 건축가의 재생 건축

On July 23, 2021

다양한 재생 건축물을 지은 조병수 건축가를 만났다. 역사와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공간을 부수고 덧붙이면서 생기는 우연함, 그로 인해 공간에 더해지는 따뜻함에 매료된 그는 막집이라는 새로운 재생 건축물을 통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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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110년 된 한옥과 60년 된 양옥을 연결해 재생 건축한 막집. 조병수 건축가는 2개의 시점이 충돌하는 이곳의 마당을 좋아한다.

지은 지 110년 된 한옥과 60년 된 양옥을 연결해 재생 건축한 막집. 조병수 건축가는 2개의 시점이 충돌하는 이곳의 마당을 좋아한다.

양옥의 창밖으로 보이는 한옥의 기와.

양옥의 창밖으로 보이는 한옥의 기와.

양옥의 창밖으로 보이는 한옥의 기와.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인 렉산과 다른 건축 현장에서 남은 나무를 재활용해 한옥의 외관을 유니크하게 꾸몄다.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인 렉산과 다른 건축 현장에서 남은 나무를 재활용해 한옥의 외관을 유니크하게 꾸몄다.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인 렉산과 다른 건축 현장에서 남은 나무를 재활용해 한옥의 외관을 유니크하게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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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과 화장실 등을 증축하느라 본래의 역할을 못 했던 한옥의 마당에서 불필요한 건축물을 들어내고 여백의 미를 살렸다. 비워야 아름다워지는 여백의 미, 이것이 그가 말하는 막의 미학이다.

주방과 화장실 등을 증축하느라 본래의 역할을 못 했던 한옥의 마당에서 불필요한 건축물을 들어내고 여백의 미를 살렸다. 비워야 아름다워지는 여백의 미, 이것이 그가 말하는 막의 미학이다.

오래된 벽체를 살리고 창에는 투명 비닐 커튼을 달았다. 커튼을 열면 내부로 바람이 통하고, 시야가 확 트인다.

오래된 벽체를 살리고 창에는 투명 비닐 커튼을 달았다. 커튼을 열면 내부로 바람이 통하고, 시야가 확 트인다.

오래된 벽체를 살리고 창에는 투명 비닐 커튼을 달았다. 커튼을 열면 내부로 바람이 통하고, 시야가 확 트인다.

과거를 드러내고 현재를 덧붙이는 재생 건축

우리나라의 도심 곳곳에선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재건축 현장의 열기가 뜨겁다. 새로 지은 아파트와 건물은 깨끗하고 편리하지만,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은 덜하다. 이러다 도시의 개성은 사라지고 높은 건물만 숨막히도록 빼곡하게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우려를 씻어주는 것이 바로 재생 건축이다. 재생 건축은 오래되고 낡은 건물을 완전히 밀고 새 건물을 짓기보다는, 부술 부분은 부수고 남길 부분은 남기면서 현대의 것을 덧붙이는 건축 형태다. 재생 건축은 유럽에서 많은 관심을 갖는 분야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재생 건축을 가장 사랑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이 바로 BCHO Architects Associates의 대표인 조병수 건축가다. 그는 낡은 건물에서 남길 부분을 남기고 드러낼 부분을 드러내는 작업 속에서 생기는 우연함과 기존 소재들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창의성 등이 재생 건축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20년간 계속되어온 미니멀의 시대가 가고 복잡하지만 풍요로운 디테일을 추구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건축도 마찬가지죠. 여기에 환경과 미학적 관점을 더해서 생각하면 트렌드와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재생 건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심에서 재생 건축은 중요하다. 서울의 사대문 안쪽은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재건축보다는 재생 건축이 더 적합하다고. “경복궁 안의 중앙청은 완전히 철거돼 현재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젊은 세대는 중앙청의 존재 자체를 모르기도 하죠. 건물을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는 재생 건축을 통해 땅에 묻혀 있는 것은 그대로 보존하고 그 위의 일부를 유리로 덮었다면 다음 세대가 과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가 재생 건축으로 역사성과 시간성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곳은 또 있다. 바로 도심의 달동네. 이곳에는 건축가 없이 만든 집들이 많은데, 그는 이를 토속 건축이라고 부른다. 이런 토속 건축물들은 건축가가 짓지 않아 상하수도를 비롯해 위생 시설과 도로, 소방도로 등 여러 제반 시설들에 문제가 있지만, 자연스럽고 그 나름의 멋이 있다. 그는 살면서 불편할 만한 제반 시설만 해결이 된다면 토속 건축물이 많은 곳들은 자생적으로 멋스러운 동네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오히려 1960~70년대의 향수가 묻어나는 옛것을 좋아하더라고요. 토속 건축물이 모여 있는 동네의 불편한 요소들만 나라에서 해결해준다면 젊은이들이 작은 집을 사서 감각적으로 꾸미지 않을까요? 이런 것이 진정한 재생 건축의 의미를 되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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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벽체를 그대로 살려 재생 건축한 한옥의 내부에 조병수 건축가가 앉아 있다.


막집은 한국적인 아름다움, 즉, 막의 미학을 담은 재생 건축물입니다. 두 시대가 공존하고 여러 시간이 레이어링된 한옥과 양옥을 재생 건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비워내고 여백이 주는 편안함을 담았습니다.
 

재생 건축물에서는 시간이 만든 알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재생 건축물에서는 시간이 만든 알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재생 건축물에서는 시간이 만든 알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증축된 주방과 화장실로 꽉 들어찼던 마당에서 숨을 쉴 수 없어 죽은 주목.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죽어도 쉽게 썩지 않는 주목의 곁에 건물 바깥쪽에 있던 라일락나무를 옮겨와 심었다.

증축된 주방과 화장실로 꽉 들어찼던 마당에서 숨을 쉴 수 없어 죽은 주목.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죽어도 쉽게 썩지 않는 주목의 곁에 건물 바깥쪽에 있던 라일락나무를 옮겨와 심었다.

증축된 주방과 화장실로 꽉 들어찼던 마당에서 숨을 쉴 수 없어 죽은 주목.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죽어도 쉽게 썩지 않는 주목의 곁에 건물 바깥쪽에 있던 라일락나무를 옮겨와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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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하며 걷어낸 한옥의 구들장을 마당 한쪽에 오브제처럼 쌓아두었다.

공사를 하며 걷어낸 한옥의 구들장을 마당 한쪽에 오브제처럼 쌓아두었다.

건축가의 공간, 막집

그의 첫 재생 건축물은 1996년 봄 한국에서 사무실로 오픈했던 성북동 스튜디오다. 주택을 스튜디오로 개조했는데, 기술자들 없이 직접 고치면서 건물의 내·외장재를 100% 재활용해 쓰레기가 하나도 배출되지 않았다. 요즘에는 기존의 뼈대만 남기고 러프하게 개조한 공간을 많이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굉장히 새로운 시도였다. 건축가들이 직접 심사해서 뽑는 크리악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을 정도로 건축가들 사이에서도 많이 회자됐다. 서촌에서 갤러리 겸 카페로 운영되는 온그라운드는 그의 여러 재생 건축물 중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자평한다.

“공간을 가로막던 벽을 모두 뚫고 비닐로 된 커튼을 달았어요. 커튼을 올리면 모든 공간에 바람이 통하고 시야가 트이면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습니다. 7~8년간 갤러리로 사용하다 카페로 바뀌면서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데요. 사람들이 어떤 공간을 좋아하는지를 직접 볼 수 있어 건축가로서도 배우고 느끼는 바가 많은 공간입니다.” 그의 최신 재생 건축물은 온그라운드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곳으로, 110년 전에 지어진 한옥과 60년 된 양옥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그는 이곳을 ‘막집’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막걸리, 막사발 할 때의 그 ‘막’이 공간의 이름이 된 셈이다. ‘막’이 진정한 한국적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는 그.

“막은 자연스러우면서 약간은 덜 채워진 채 남겨진 여유로움이에요.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일본은 모든 것이 완결된 상태에서 약간의 언밸런스함을 주는 ‘와비사비’를 미학이라고 말하거든요. 우리나라의 여백의 미, ‘막’과는 엄연히 다르죠.” 그는 막의 미학을 알리기 위해 건축가들이 보는 국제적인 매거진이나 책에 막의 미학에 대한 글을 여러 차례 기고했다. 그의 이런 노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교과서로 쓰이는 책에 이와 관련된 글이 실리기도 했다. 막집은 이러한 미학을 살린 건축물로,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막의 미학을 알리고자 한다.

“2개의 다른 시점에서 지어진 집이 마주 보는 형태인데, 두 공간이 마당에서 충돌하는 시선이 건축가 입장에서는 충격이고 강렬합니다. 올드와 뉴를 어떻게 중첩시키며 재생할 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현재까지도 고민 중입니다.” 막집을 연 지 벌써 석 달째, 이곳에서 그는 막의 미학에 대한 전시를 했고 건축가들의 8개의 주택에 대한 전시를 열었으며, 건축가협회의 전시도 하고 토론도 하는 등 문화적인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길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먼저 써보면서 공간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한 뒤 다시 개조를 해볼 생각이에요.” 지금의 막집이 그랬듯 앞으로의 막집도 미완일 예정이다. 누군가가 공간을 수없이 개조해서 쓰다가 그가 물려받은 것처럼 그 또한 이 공간을 여러 차례 개조하면서 매력을 발견해나가다 후대에 물려주고 싶다고. 역사와 동시대를 함께 품고있는 재생 건축, 그는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그 의미를 발견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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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체를 잘라내고 구멍을 뚫어서 사방이 연결되도록 만든 온그라운드의 내부.

벽체를 잘라내고 구멍을 뚫어서 사방이 연결되도록 만든 온그라운드의 내부.

유리 창호 대신 달아놓은 비닐 커튼. 커튼을 열면 내부와 외부가 완전히 연결된다.

유리 창호 대신 달아놓은 비닐 커튼. 커튼을 열면 내부와 외부가 완전히 연결된다.

유리 창호 대신 달아놓은 비닐 커튼. 커튼을 열면 내부와 외부가 완전히 연결된다.

여러 겹의 벽지를 뜯어내다 발견한 벽체. 우연히 발견한 벽체를 멋스럽게 살릴 수 있도록 조명을 배치했다.

여러 겹의 벽지를 뜯어내다 발견한 벽체. 우연히 발견한 벽체를 멋스럽게 살릴 수 있도록 조명을 배치했다.

여러 겹의 벽지를 뜯어내다 발견한 벽체. 우연히 발견한 벽체를 멋스럽게 살릴 수 있도록 조명을 배치했다.

양옥의 기존 벽돌을 그대로 살린 외관. 기존 외장재를 그대로 살리고 나무 벤치, 비닐 커튼 같은 것을 매칭하며 재료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양옥의 기존 벽돌을 그대로 살린 외관. 기존 외장재를 그대로 살리고 나무 벤치, 비닐 커튼 같은 것을 매칭하며 재료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양옥의 기존 벽돌을 그대로 살린 외관. 기존 외장재를 그대로 살리고 나무 벤치, 비닐 커튼 같은 것을 매칭하며 재료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막집으로 들어가는 입구. 이곳을 지나면 한옥과 양옥을 만나게 되는데, 화려한 도시를 뒤로하고 과거로 타임 슬립하는 기분이 든다.

막집으로 들어가는 입구. 이곳을 지나면 한옥과 양옥을 만나게 되는데, 화려한 도시를 뒤로하고 과거로 타임 슬립하는 기분이 든다.

막집으로 들어가는 입구. 이곳을 지나면 한옥과 양옥을 만나게 되는데, 화려한 도시를 뒤로하고 과거로 타임 슬립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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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체를 잘라내고 구멍을 뚫어서 사방이 연결되도록 만든 온그라운드의 내부.


재생 건축을 하기 전 구조적으로 튼튼한지, 어떤 식으로 보강해야 하는지를 먼저 판단합니다. 계속해서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털어내는데, 어느 정도 옛 모습과 흔적을 남겨야 공간이 흥미로워지죠. 여기에 용도에 맞게 새로운 형태를 가미하는 과정을 거치면 새 건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부각됩니다.
 

다양한 재생 건축물을 지은 조병수 건축가를 만났다. 역사와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공간을 부수고 덧붙이면서 생기는 우연함, 그로 인해 공간에 더해지는 따뜻함에 매료된 그는 막집이라는 새로운 재생 건축물을 통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CREDIT INFO

기획
한정은 기자
사진
이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