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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의 용감한 라이프9

물 공포증이여 안녕

On July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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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이빙은 ‘물속에서 숨을 참으며 잠수하는 수중 스포츠ʼ다. 수면을 둥둥 떠다니며 물속을 관찰하는 스노클링과도 다르고 공기통과 장비를 들고 잠수하는 스킨스쿠버와도 다르다. 바다를 좋아하지만 첨벙 뛰어들지 못하는 자신을 가련하게 느끼고 있던 참에, 수영을 못 해도 상관없다는 지인의 말에 자신감을 가지고 등록했다. 지금 배우지 않으면 여름 내내 바다에서 구명조끼만 입고 있을 모습이 선했다. 이번만큼은 바다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마음, 바닷속에서도 한번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물로 이끌었다.

프리다이빙을 위한 이론 수업과 호흡법을 익히고 올림픽수영장의 5m 깊이 풀장에 처음 들어갔던 봄날을 잊지 못한다. 부력이 있는 슈트와 롱핀을 차고서도 물에 떠 있는 것이 무서웠다. 레인과 부이를 잡고 바들바들 떨었다. 가장 익숙한 것이 실내 수영장이라고 생각했는데 1m20cm와 5m는 다르게 다가왔다.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이 5m 깊이 풀장의 바닥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편하게 몸을 던지세요”라고 말하던 강사의 말이 어찌나 야박하게 들렸는지 모른다. 무서운데 어떻게 내려가느냐고. 덜덜 떨다가 끝이 났던 첫 번째 트레이닝이었다. 온몸에 얼마나 힘을 줬으면 집으로 돌아온 뒤 이틀을 꼬박 앓았다. 다음 주에 있을 두 번째 트레이닝이 겁나기도 했다. 나는 프리다이빙을 배우러 온 수강생들 중 물 공포증이 심한 편에 속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 두 달을 꼬박 다녔다. 줄을 잡고 5m 바닥을 천천히 내려가는 법과 오리처럼 머리를 쏙 집어넣어 덕 다이빙을 하는 것,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퀄ʼ이라고 불리는 압력 평형 기술도 배웠다.

두 달이 지나니 한강 수영장이 그랬던 것처럼 5m 깊이도 제법 익숙해졌다. 익숙함은 확실히 공포심을 덜게 해준다. 물이 무서웠던 나는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물에 어떻게든 ‘떠 있기 위한ʼ 영법들을 배워왔다. 그런데 프리다이빙은 달랐다. 물에 떠 있는 것은 잠수를 위한 예비 동작일 뿐,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스포츠인 것이다. 가라앉는 것이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라 ‘다이빙ʼ하는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오니 그제야 물이 조금 편해졌다. 뜨는 것은 쉬웠지만 제대로 가라앉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수영장까지는 왕복 3시간 반의 먼 거리였지만 어느새 나는 프리다이빙을 하러 가는 날을 기다리게 됐다. 중독성이 있었다. ‘가라앉는 것=다이빙ʼ이라는 공식이 생기니 공포심은 조금씩 설레임으로 바뀌었다. 온전히 내 호흡만으로 물속에 들어가는 재미를 느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다른 수강생들보다는 진도가 더딘 편이었지만 조급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저번 주보다는 덕 다이빙을 힘차게 할 수 있는 나, 핀을 차는 솜씨가 조금씩 늘어나는 나, 물속에 점점 익숙해지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성취감이 있었다. 줄을 잡고 5m 깊이 바닥으로 내려가 숨을 참고 머무는 짧은 순간에는 신기하게도 평온함마저 일었다. 기껏해야 2분 정도밖에 머물지 못하지만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함 때문일까? 온몸을 휘감는 물의 느낌도 더 이상 공포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바다는 무섭고 뛰어들 때는 1초쯤 망설이지만 이제는 안다. 바다는 둥둥 떠다니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 첨벙 소리를 내며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글쓴이_이홍안
오랫동안 패브릭 브랜드의 마케터로 일했고, 지금은 마케팅 컴퍼니를 운영하며 현재 잘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고 있다. 여덟 살짜리 아이의 엄마로 여행과 캠핑을 좋아하는 그녀는 지난해 아이와 단둘이 남미 캠핑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제주에서 1년씩 살아보기도 하면서 용감한 일상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글·사진
이홍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