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유튜브 네이버TV캐스트 블로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FEATURE

양태오의 내일의 공예10

유기의 깊이 있는 아름다움과 멋

On June 18, 2021

‘안성맞춤’은 조선시대의 신조어다. 안성에서 사는 물건은 대부분 품질이 좋고 사는 사람의 마음에 쏙 들기 때문에 좋은 물건을 보면 안성에서 맞춘 것처럼 마음에 든다는 뜻으로 ‘안성맞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안성맞춤 중에 가장 으뜸은 바로 유기. 3대째 유기 일을 해오는 김수영 장인을 만났다.

/upload/living/article/202106/thumb/48347-456732-sample.jpg

스칸디나비안 가구와도 잘 어울리는 유기 반상 세트에 메밀국수와 반찬을 담았다. 보온과 보냉 기능이 뛰어난 유기그릇은 여름철 차가운 음식을 담으면 오래도록 차가운 맛을 느끼며 먹을 수 있다.

주물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유기를 제작할 때는 구리와 주석을 녹여 거푸집에 부어야 한다.

주물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유기를 제작할 때는 구리와 주석을 녹여 거푸집에 부어야 한다.

주물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유기를 제작할 때는 구리와 주석을 녹여 거푸집에 부어야 한다.

작업장에 진열되어있는 다양한  유기 제품들.

작업장에 진열되어있는 다양한 유기 제품들.

작업장에 진열되어있는 다양한 유기 제품들.

/upload/living/article/202106/thumb/48347-456735-sample.jpg

김수영 장인이 화로에서 유기 제품을 꺼내는 모습.

살균효과가 뛰어난 유기

‘안성맞춤’은 주문자가 만족스러워하는 맞춤 제품이란 뜻이다. 이 단어의 어원은 조선 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 조정은 나라 살림이 어려워지자 수공업자들에게 세금 대신 물품을 받는 ‘방납(防納)’ 제도를 실시했는데, 방납 중개인과 지방 관리의 횡포로 폐단이 많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공업자의 방납을 폐지하고 필요한 만큼 조정에서 직접 사들이는 ‘선혜지법(宣惠之法)’을 시행했고, 이 법의 최대 수혜지는 경기도 안성이었다. 방납이 사라지면서 조정이나 관아에서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매했고, 품질 좋은 안성의 유기가 인기를 끌면서 안성은 수공업의 메카가 되었다.

게다가 경기도 남부에 위치해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의 물산이 모이는 길목이라 좋은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다 보니 안성에서 맞춘 물건은 대부분 품질이 우수하다고 알려지게 되었고 ‘안성맞춤’이 우수한 물건의 대명사처럼 사용되었다. 안성에서 제작한 물건 중에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유기였다. 한성(서울)의 명문 사대부 집안에서 그릇들을 맞춤으로 주문받아 제작했고, 안성의 유기는 더욱 전국적으로 인기가 많아졌다. 유기는 청동기시대부터 제작한 전통 있는 공예품으로 주로 종교와 관련된 기물들이 많이 생산되었지만 조선시대부터는 일반 대중에게 사랑받는 식기로 자리 잡았다.

제작 방법에 따라 표면의 질감과 구현할 수 있는 기물의 형태가 달라지고, 휘거나 깨지지 않고 쉽게 변색되지 않아 사용할수록 윤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보온·보냉 효과가 뛰어나 음식의 맛을 살려주며 몸에 이로운 비타민, 단백질 등의 영양소는 장시간 유지시켜준다. 게다가 소량의 미네랄을 방출해 음식 내 식중독균의 부패 세균을 살균하는 효과도 있으며 독성물질에도 반응하는 똑똑한 식기류다. 하지만 일반 식기보다 무겁고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점차 일반 가정에서 찾지 않게 되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전통이 지난 100년 사이에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형태가 만들어지면 깎고 다듬어야 매끄러운 표면과 본래 유기가 갖고 있는 색이 나온다. 유기를 깎고 있는 김수영 장인과 이를 관찰하는 양태오 디자이너.

형태가 만들어지면 깎고 다듬어야 매끄러운 표면과 본래 유기가 갖고 있는 색이 나온다. 유기를 깎고 있는 김수영 장인과 이를 관찰하는 양태오 디자이너.

형태가 만들어지면 깎고 다듬어야 매끄러운 표면과 본래 유기가 갖고 있는 색이 나온다. 유기를 깎고 있는 김수영 장인과 이를 관찰하는 양태오 디자이너.

다양한 제품의 틀이 작업 공간에 걸려 있다.

다양한 제품의 틀이 작업 공간에 걸려 있다.

다양한 제품의 틀이 작업 공간에 걸려 있다.

완성 직전 단계의 유기그릇들.

완성 직전 단계의 유기그릇들.

완성 직전 단계의 유기그릇들.

표면을 다듬는 작업이 진행 중인 숟가락들.

표면을 다듬는 작업이 진행 중인 숟가락들.

표면을 다듬는 작업이 진행 중인 숟가락들.

3대째 이어가는 유기의 전통

국가무형문화재 고(故) 김근수 유기장의 아들로 태어난 김수영 장인은 선친의 뒤를 이어 40여 년 동안 유기를 만들어왔다. 김수영 장인이 제작하는 유기는 주물 방식으로 만든다. 구리와 주석을 녹인 쇳물을 일정한 틀에 부어 형태를 만들고, 그것을 원하는 모양으로 깎고 다듬어야 비로소 온전하게 완성되는 것. 김수영 장인이 아버지의 작업을 보고 자란 시기에는 지금처럼 설비가 갖춰진 작업장이 없어 일반 가정집에서 수공업으로 작업을 하던 시절이었다.

비록 환경은 열악했지만 지금보다 더 신명나는 시절이기도 했다. 질 좋은 유기 혼수용품이나 제기는 안성에서 사야 한다는 게 하나의 ‘진리’였던 시절, 안성 유기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전통공예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었다. 유기를 찾는 사람은 줄어들고 공장은 타격을 입었지만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언젠가 사람들이 유기의 좋은 점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김수영 장인의 믿음은 그의 세 아들에게도 이어졌고, 현재 장인의 아들들은 유기의 현대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유기에 인생을 바친 김수영 장인은 2014년 예올에서 선정한 ‘올해의 장인ʼ으로 뽑혔고, 조기상 산업디자이너와 함께 현대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동시대적인 미감을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양태오 디자이너와 만나 유기의 내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3 / 10
/upload/living/article/202106/thumb/48347-456740-sample.jpg

거푸집에서 나온 유기는 화로에 들어가 한 번 더 뜨겁게 달궈지는 과정을 거쳐야만 더욱 견고한 물건으로 탄생한다.

거푸집에서 나온 유기는 화로에 들어가 한 번 더 뜨겁게 달궈지는 과정을 거쳐야만 더욱 견고한 물건으로 탄생한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유기 공장은 처음인데 공정이 엄청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네요. 꽤 고생스러운 작업이죠? 네, 뜨거운 쇳물을 다뤄야 하는 일이라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지금은 공장에서 만들기라도 하죠.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집에서 만들었어요. 쇠를 달구는 기계가 없어서 자전거에 팔랑개비를 달아 바람을 만들면 불을 키우고 그랬어요.

그래도 예전에는 안성에서 유기를 만든다고 하면 누구나 알아주는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옛날 못살던 시절엔 국민학교 졸업하고 일 시작하는 분이 많았거든요. 당시만 해도 유기 공장은 그나마 제대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어린 친구들도 일을 배우겠다고 몰려왔어요.

대단했네요. 주로 어떤 것들이 많이 팔렸어요? 혼수용품이나 제기용품이 인기가 많았죠. 그런데 예전에 시집살이하던 시절에는 며느리들이 유기를 관리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유기는 관리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들었던 사람들은 유기를 별로 안 좋아해요. 게다가 연탄보일러가 한창 유행했는데, 유기는 연탄가스하고 만나면 색이 변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유기를 찾는 사람들이 없어지더라고요,

유기가 가진 장점이 많은데, 선생님께서는 요즘 사람들이 유기의 어떤 점을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게 있으세요? 저는 유기의 빛깔이 그렇게 예뻤어요. 금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노르스름한 빛깔이 참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유기는 일반 그릇하고 달리 보온성도 좋고 균을 죽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이로운 점이 많아요.

선생님께서는 유기의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보시는 거죠?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꾸준히 잘 팔리는 제품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특별한 물건은 아니고 그냥 밥그릇, 국그릇, 반찬 그릇이에요. 아무래도 주물 식기에 음식을 담으면 특별해지니까, 점점 생활이 고급화될수록 주물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예올하고 협업해서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제품을 새로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그런 시도가 계속되어야 전통공예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요즘처럼 바이러스가 무서운 시대에 항균 기능의 식기류가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반갑기도 합니다. 저도 많은 분들이 유기의 장점을 알아봐줬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제 아들들이 많이 도와주는데, 젊은 사람들이 나서면 좀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먼 곳까지 찾아와 주셔서 고마워요.

거푸집에서 나온 유기들은 누런색과 검정색이 섞여 있다.

거푸집에서 나온 유기들은 누런색과 검정색이 섞여 있다.

거푸집에서 나온 유기들은 누런색과 검정색이 섞여 있다.

틀에서 유기그릇을 빼내는 장인의 손길.

틀에서 유기그릇을 빼내는 장인의 손길.

틀에서 유기그릇을 빼내는 장인의 손길.

/upload/living/article/202106/thumb/48347-456743-sample.jpg

유기로 제작한 찬합을 들고 있는 양태오 디자이너. 모던한 디자인의 찬합이 디자이너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양태오 디자이너는 유기 제품이 전통에만 머물러있지 않을것이라 예상한다. 구리와 주석은 이미 현대사회에서 여러 분야의 물건에 사용해 온 소재이기 때문. 유기로 만든 식기는 다른 소재로 만든 것보다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며, 얼마든지 모던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그 쓰임새를 증명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깊이감 있는 찬합은 어떤 음식을 담아 잘 어울린다.

깊이감 있는 찬합은 어떤 음식을 담아 잘 어울린다.

깊이감 있는 찬합은 어떤 음식을 담아 잘 어울린다.

오염과 변형에 강한 유기그릇 안에 화산석을 넣고 디퓨저로 활용하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없다.

오염과 변형에 강한 유기그릇 안에 화산석을 넣고 디퓨저로 활용하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없다.

오염과 변형에 강한 유기그릇 안에 화산석을 넣고 디퓨저로 활용하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없다.

3 / 10
/upload/living/article/202106/thumb/48347-456746-sample.jpg

유기그릇에 여름철 별미인 메밀국수를 담아 깔끔하고 정갈한 한 상을 차렸다.

유기그릇에 여름철 별미인 메밀국수를 담아 깔끔하고 정갈한 한 상을 차렸다.

/upload/living/article/202106/thumb/48347-456747-sample.jpg

2014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 프로젝트를 통해 조기상 산업디자이너와 김수영 장인이 협업해서 만든 유기그릇들. 전통적인 크기와 모양에서 벗어나 모던한 형태와 색깔, 질감의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물성이 주는 깊이감

양태오 디자이너는 유기의 물성이 갖고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었지만 일의 특성상 여전히 사무실에 모여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 손이 많이 닿는 부분은 어떤 재질로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 거론되는 재질 중 하나가 바로 유기라는 것. 높은 온도에서 제작한 유기는 오염이나 변형에 강한 데다 항균력이 있어 많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도 비교적 안전하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리와 주석을 녹여서 만들기 때문에 특유의 빛깔을 내는데, 최근 건축 인테리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색이기도 하다. 유기의 세련되고 깊이 있는 컬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양태오 실장의 생각이다.

“저는 유기 제품이 전통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이미 현대의 다양한 분야, 다양한 물건들에 사용할 수 있는 재질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고요. 유기로 만든 식기는 다른 소재의 식기보다 훨씬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장점도 있어요. 디자인이 가장 문제인데, 디자인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양태오 디자이너가 가장 눈여겨본 아이템은 예올과 김수영 장인이 협업해서 제작한 유기그릇들이다. 특히 제품 표면에 옻칠을 한 것은 새로운 시도였는데, 서로 다른 소재들이 만나서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새로운 물성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양태오 디자이너 역시 유기의 이런 가능성이 좀 더 확장된다면 일상의 쓰임새가 커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리빙센스>×디자이너 양태오×예올
‘내일의 공예 프로젝트’ 열 번째 이야기- 유기 공예

<리빙센스>가 디자이너 양태오, 재단법인 예올과 함께 한국 전통공예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내일의 공예’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을 지키고 이어오는 장인을 만나 한국공예의 미래를 그려보고 그 현대적 쓰임을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소개된 공예품은 예올샵(www.yeol.org/product)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안성맞춤’은 조선시대의 신조어다. 안성에서 사는 물건은 대부분 품질이 좋고 사는 사람의 마음에 쏙 들기 때문에 좋은 물건을 보면 안성에서 맞춘 것처럼 마음에 든다는 뜻으로 ‘안성맞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안성맞춤 중에 가장 으뜸은 바로 유기. 3대째 유기 일을 해오는 김수영 장인을 만났다.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