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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스토리

일상을 디자인하는 색과 형태의 마술사,조지 소든

On May 21, 2021

멤피스 디자인의 마지막 계보를 잇는 조지 소든은 언제나 일상과 가까운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그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언제나 기능보다는 삶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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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든과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HAY가 협업한 전기주전자와 보온병, 틴 케이스, 텀블러 등은 지난해 출시 당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조지소든이 2020년 디자인한 제타(Zeta) 컬렉션. 영국의 디자인 레이블 ‘더 아트&디자인 그룹ʼ과 협업했다

조지소든이 2020년 디자인한 제타(Zeta) 컬렉션. 영국의 디자인 레이블 ‘더 아트&디자인 그룹ʼ과 협업했다

조지소든이 2020년 디자인한 제타(Zeta) 컬렉션. 영국의 디자인 레이블 ‘더 아트&디자인 그룹ʼ과 협업했다

1. 1988년 올리베티(Olivetti)와 협업해 디자인한 전화기. / 2. 2018년 멤피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주최한 전시를 위해 디자인한 세라믹 화병 ‘Materialism’

1. 1988년 올리베티(Olivetti)와 협업해 디자인한 전화기. / 2. 2018년 멤피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주최한 전시를 위해 디자인한 세라믹 화병 ‘Materialism’

1. 1988년 올리베티(Olivetti)와 협업해 디자인한 전화기. / 2. 2018년 멤피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주최한 전시를 위해 디자인한 세라믹 화병 ‘Materialism’

멤피스 디자인의 마지막 무형유산

디자인 역사상 가장 크게 주목받았던 디자인 팀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멤피스’를 말하겠다. 1981년 에토레 소트사스, 나탈리 뒤 파스키에, 조지 소든이 시작한 이 스튜디오는 단순한 팀을 넘어 하나의 디자인 운동으로 발전했다. 당대는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생각에 전환을 불러일으키던 시기였다. 인류의 삶에 컴퓨터와 전자기기가 들어왔고, 전통 복장 대신 펑크룩이 유행했다. 이때를 주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 일컫는다. 1981년 9월 멤피스 디자인이 밀라노에서 첫 번째 전시회를 열었을 때부터 반향은 대단했다. 이들은 밝고 명랑한 색채에 관념을 깨는 형태의 디자인으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 됐다. 현재, 에토레 소트사스는 전설적인 디자이너가 되었고, 나탈리 뒤 파스키에는 예술가로서 명성을 쌓고 있다. 올해 79세를 맞이한 조지 소든은 여전히 밀라노의 사무실로 매일 출근한다. 그에게 온 이메일에는 직접 답변하고, 활발히 디자인 커리어를 쌓고 있다. “저는 디자이너이고, 제 일상은 신제품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제조업체에게 그 디자인을 구현할 정보들을 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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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와 협업한 ‘조지 소든 컬렉션ʼ 중 일부인 양념 보관통 ‘Salt & Pepperʼ.

시대와 일상을 반영한 소든식 디자인

시대별로 그의 디자인을 돌아보면, 그의 작업들이 하나하나 유명하지는 않을지언정 시대를 명확히 반영하고 있음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인류의 일상에 컴퓨터가 들어온 1970년대에 그는 컴퓨터를 디자인했고, 1980년대에는 당대의 첨단 IT 제품이라 할 수 있는 프린터, 팩스, 개인용 PC도 디자인했다. 이뿐이랴. 가구는 물론 가전제품, 필기도구, 계산기, 믹서 등등…. 그의 디자인은 요즘 유행하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디자인과 첨예하게 다른 지점에 있다. 유려한 곡선과 다채로운 컬러를 썼으며, 다양한 형태를 접목했고, 때론 기괴하리만치 실험적인 패턴도 선보였다.

“저는 멋지고, 새롭고,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크게는 환경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디자인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예술가는 아니죠. 텍스타일 패턴이나 도자기의 장식을 화려하게 한다 해도 그건 절대 예술의 영역이 아닐 겁니다. 디자이너는 예술가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술은 조금 더 이해하기 어렵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시적 메시지를 세상에 던지는 일이니까요.”

2017년 밀라노에서 <THE HEART OF THE MATTER>라는 제목으로 열린 전시는 당대 그가 했던 디자인에 대해 알 수 있는 발문으로 시작한다. “제품이라는 디자인적 맥락이 없어진다면 그건 그저 컬러와 형태일 뿐입니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자이너였다. 그의 디자인이 이다지도 화려한 건, 무엇이건 그만의 감도로 해석해내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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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든 컬렉션의 다채로운 컬러감이 적용된 토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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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2018년 디자인한 캐비닛 ‘Margheritaʼ. / 1985년 멤피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창립된 이후 디자인한 ‘Marmouniaʼ 암체어.

강호의 선비처럼 여생을 디자인하다

1990년대에 이르러 조지 소든의 관심은 개인과 집으로 돌아왔다. 디자인의 스케일을 조금 줄여 작은 화병이나 전화기, 시계, 토스터, 프라이팬, 커피머신 등을 디자인하기 시작한 것. 조지 소든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겐 신념이 하나 있습니다. 각각의 물건에는 정체성이 있습니다. 물건이 곧 정체성을 창조해내죠. 내가 디자인한 물건은 내가 그 안에 무언가를 넣었을 때 비로소 생기를 얻습니다. 다른 사람이 해도 마찬가지죠.”

사용하는 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일상용품의 특성이 그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 것이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디자이너로서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을 제품으로 구현하는 중이다. 2018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멤피스는 1990년대부터 그들이 선보여온 일상용품 디자인에 집중한 전시를 기획했다. 이 전시에는 당시 소든의 고민이 드러난다. “산업 생산량 때문에 지구 전체는 사물로 뒤덮이고, 이념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은 상품에 의해 점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몇 해 전 주전자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의 커피메이커는 그의 말대로 ‘폭력적인’ 방식으로 커피를 뽑아내는 프레스 대신 브루잉을 하는 방식으로 커피를 만든다.

이 커피메이커를 일러 그는 “마이크로 엔지니어링 제품에 사용되는 값비싼 장치에 의존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뜻한 물을 붓고, 커피가 충분히 브루잉될 때까지 조금 기다리며 여유를 찾아보세요.” 파격에서 시작해 삶의 태도까지 디자인하는 방식을 취하는 70대 디자이너는 아직도 세상에 들려줄 이야기가 많다. 최근 덴마크의 디자인 브랜드 HAY에서 출시한 소든 컬렉션의 대성공은 여전히 대중이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멤피스 디자인의 마지막 계보를 잇는 조지 소든은 언제나 일상과 가까운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그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언제나 기능보다는 삶의 태도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취재협조
George sowden studio(www.georgesowd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