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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품은 유리온실 #1

언덕을 품은 글라스 하우스 스테이모든날&온이재

On May 10, 2021

1949년 미국의 건축가 필립 존슨은 호숫가 작은 언덕 위에 유리를 재료 삼아 집을 지었다. 자연의 일부이면서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그의 집은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내외부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의 생동감을 오감으로 느끼려는 시도가 많아지는 요즘, 필립 존슨의 집처럼 독립적인 형태의 글라스 하우스나, 데크를 활용한 선룸 시공 사례가 늘고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유리온실을 지은 집주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말한다. 작은 유리온실 하나가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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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이재 2층에서 바라본 온실 로젠달의 전경. 영국의 유리온실에서 착안해 공들여서 만든 박공지붕 모양의 디테일이 멋스럽다.

언덕을 품은 글라스 하우스

사계절 초록빛이 고운 전남 보성의 고즈넉한 마을 어귀, 건물 세 채가 나란히 풍경 속에 스며 있다. 언제나 따뜻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한 집이라는 뜻의 ‘온이재(溫怡齋)’와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 ‘스테이모든날(@stay_modeunnal)’, 그리고 이 두 건물 사이에 자리한 하얀 박공지붕 모양의 작은 유리온실이 그것이다. 이곳의 시그니처인 유리온실에는 스톡홀름의 로젠달 가든처럼 모든 이들과 평온함을 공유하고 싶다는 집주인의 바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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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고영선 씨는 마음의 여유를 더하고 싶은 날이면 유리온실에서 다구를 손질하거나 꽃을 다듬는다.

호스트 고영선 씨는 마음의 여유를 더하고 싶은 날이면 유리온실에서 다구를 손질하거나 꽃을 다듬는다.

오랜 꿈을 실현한 온실 로젠달

두 아이를 둔 엄마이자 스테이모든날을 운영하는 호스트 고영선 씨는 9년 전 교사인 남편이 전남 보성의 한 중학교에 발령을 받자 이곳에 터를 잡았다. 우연히 내려온 곳이지만 자연환경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는 그녀. 순천과 광주, 남해 등이 1시간 거리에 있어 산과 바다를 모두 누릴 수 있는 보성의 진가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그녀와 남편은 보성에 아예 정착하기로 마음먹고, 2019년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마당 넓은 집을 지으면서 이곳을 찾는 여행객을 위한 숙소도 함께 지었다.

“보성은 여행하기 정말 좋은 곳인데 마땅히 쉴 만한 숙소가 없는 게 아쉬웠어요. 이곳을 찾는 누군가의 여행이 값진 경험이 되도록 편히 쉴 수 있는 숙소를 운영하면 어떨까 했죠.” 언덕 위 주차장을 가로질러 마당으로 들어서면 잘 가꾼 정원과 떨어진 두 건물 사이에 하얀 박공지붕 모양의 작은 유리온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영선 씨와 남편은 대학 시절 함께 영국으로 자원봉사를 떠났는데, 가드닝 문화가 발달한 그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유리온실을 마주했다. 이때 본 유리온실에 매료돼 나중에 집을 짓게 된다면 꼭 유리온실도 짓겠노라 다짐했다고. 2019년 여름에는 온 가족이 스톡홀름의 로젠달 가든을 방문해 다양한 쓰임새의 유리온실을 견학하는 기회도 가졌다.

“원래 왕실 정원이었던 곳이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정원이 됐어요. 그곳을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더라고요. 로젠달 가든처럼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유리온실을 별채로 지어 시그니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로젠달 가든 방문 후 집 짓기를 시작한 그녀와 남편은 마당 한가운데에 직접 설계한 화이트 프레임의 유리온실을 짓고, ‘온실 로젠달’로 명명하면서 오랜 꿈을 실현했다.

스테이모든날에 방문하면 로젠달에서 고영선 씨가 정성스럽게 내어주는 보성 녹차와 목련차, 매화차 등을 맛볼 수 있다.

스테이모든날에 방문하면 로젠달에서 고영선 씨가 정성스럽게 내어주는 보성 녹차와 목련차, 매화차 등을 맛볼 수 있다.

스테이모든날에 방문하면 로젠달에서 고영선 씨가 정성스럽게 내어주는 보성 녹차와 목련차, 매화차 등을 맛볼 수 있다.

로젠달의 한쪽 면엔 목수에게 의뢰해 맞춤 제작한 책장이 놓여 있다. 여기에 그녀의 취향이 묻어나는 소품들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로젠달의 한쪽 면엔 목수에게 의뢰해 맞춤 제작한 책장이 놓여 있다. 여기에 그녀의 취향이 묻어나는 소품들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로젠달의 한쪽 면엔 목수에게 의뢰해 맞춤 제작한 책장이 놓여 있다. 여기에 그녀의 취향이 묻어나는 소품들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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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오두막을 연상케 하는 로젠달은 스테이모든날의 시그니처 공간이다.

청명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로젠달 내부의 모습.

청명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로젠달 내부의 모습.

청명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로젠달 내부의 모습.

청명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로젠달 내부의 모습.

청명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로젠달 내부의 모습.

청명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로젠달 내부의 모습.

집과 스테이의 연결고리

온실 로젠달은 스테이모든날을 찾는 손님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이다. 손님들은 이곳에서 웰컴 티를 마시면서 여행을 시작한다. 로젠달은 집주인의 개인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온 가족이 모여 다과를 즐기기도 하고, 꽃을 좋아하는 그녀가 꽃을 다듬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햇빛이 내리쬐는 낮의 로젠달도 예쁘지만 밤의 정취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온실의 분위기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매번 달라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햇빛을 듬뿍 받는 따뜻한 온실을 떠올리지만 눈이나 비가 올 때는 훨씬 운치 있어요.” 이토록 낭만적인 유리온실이지만 짓는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그녀는 영국식 유리온실을 짓고 싶었는데,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시공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그간 수집해온 영국식 유리온실 사진을 보여주면서 똑같은 형태로 지어달라고 요구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유리온실을 짓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어렵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벽돌을 완벽하게 수평을 맞춰 조적하는 것도 어려운 데다 유리 시공이 잘못되거나 비바람, 우박 등 자연재해에 의해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정교한 작업을 맡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

“지금이야 글라스 하우스나 선룸을 짓는 사례가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 유리온실에 관한 정보가 부족했어요. 엄청난 검색을 거듭해야만 했지요. 남편과 함께 영국의 원예 잡지 <가든스 일러스트레이티드(Gardens Illustrated)>를 정기 구독하면서 시공과 관련한 기초 정보들을 수집했어요.”

부부는 시간과 시공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기초를 다지는 바깥 벽돌을 시공하는 업체와 프레임을 세우는 업체를 각각 따로 물색하고 계약했다. “프레임 간격이 균일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 달라요. 1cm만 틀어져도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아 구조를 잡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죠. 저희의 요구사항이 많아 시공업체에서 힘들었을 테지만 결과물을 보고는 저희도 시공업체도 만족했어요.”

로젠달은 영국식 유리온실에서 착안한 박공지붕의 꼭대기 디테일이 특징이다. 이 역시 국내 기술로는 미비한 부분이 많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점이 어려웠지만, 깐깐하게 공들인 만큼 만족도도 높다. 이처럼 아름다운 유리온실에서 온 가족이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고 소박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 이곳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따뜻함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모두 그녀에게는 참 행복이다.

정원 한쪽에는 튤립, 팬지, 라일락 등 다채로운 꽃이 핀 미니 정원이 있다. 그녀는 정원을 더 확대해 담장 전체를 초록 식물로 단장할 계획.

정원 한쪽에는 튤립, 팬지, 라일락 등 다채로운 꽃이 핀 미니 정원이 있다. 그녀는 정원을 더 확대해 담장 전체를 초록 식물로 단장할 계획.

정원 한쪽에는 튤립, 팬지, 라일락 등 다채로운 꽃이 핀 미니 정원이 있다. 그녀는 정원을 더 확대해 담장 전체를 초록 식물로 단장할 계획.

마당에서 식물을 가꾸는 시간이 풍요롭다는 고영선 씨.

마당에서 식물을 가꾸는 시간이 풍요롭다는 고영선 씨.

마당에서 식물을 가꾸는 시간이 풍요롭다는 고영선 씨.

자연을 품은 유리온실 시리즈 기사
#1 언덕을 품은 글라스 하우스 스테이모든날&온이재

1949년 미국의 건축가 필립 존슨은 호숫가 작은 언덕 위에 유리를 재료 삼아 집을 지었다. 자연의 일부이면서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그의 집은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내외부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의 생동감을 오감으로 느끼려는 시도가 많아지는 요즘, 필립 존슨의 집처럼 독립적인 형태의 글라스 하우스나, 데크를 활용한 선룸 시공 사례가 늘고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유리온실을 지은 집주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말한다. 작은 유리온실 하나가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노라고.

CREDIT INFO

기획
한정은 기자, 임지민(프리랜서)
사진
정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