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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으로 마감한 파주 시골 집

휴식이 필요한 도시인의 안전가옥

On April 23, 2021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브랜드 컨설팅 스튜디오 쿤스터(@kunster.kr)를 운영하는 선우건 대표와 웹툰 <수영은 음파음파>의 문수미 작가(@seeyou.soom) 부부는 그런 질문을 품고 파주의 전원주택으로 갔다. 환경을 바꾸니 내가 조금씩 보였다. 도시에서 모르고 살았던 것은 결국 휴식이었다. 그걸 알게 되는 과정의 중심에 그들만을 위한 안전 가옥, 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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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루이스폴센의 조명을 특별히 좋아한다. 빛에 대해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브랜드이고, 그 빛이 은은해 밤 늦게까지 작업을 하는 올빼미형 인간인 둘에게 잘 맞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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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건 대표의 아버지가 선물한 독일식 난로가 인상적이다. 화로에 장작을 넣어 불을 때면 대리석으로 마감한 벤치를 데우고, 그 훈기가 집 안을 따뜻하게 덥힌다고.

독일식 난로에 장작을 넣는 선우건 대표. 파주는 추운 지역이라 초봄까지는 난로를 사용한다.

독일식 난로에 장작을 넣는 선우건 대표. 파주는 추운 지역이라 초봄까지는 난로를 사용한다.

독일식 난로에 장작을 넣는 선우건 대표. 파주는 추운 지역이라 초봄까지는 난로를 사용한다.

학동사거리의 삶에서 떠나

부부의 집은 파주 시골에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나무 향이 그윽하게 주변을 에워싸는 기분이다. 이 집의 중심인 거실은 층고가 높아 개방감을 주고, 층고만큼 키 큰 창문이 햇볕을 그대로 집 안으로 들여 따뜻하다. 거실의 긴 테이블 주변에 놓인 기물 하나하나가 부부의 취향을 드러낸다. 벽에는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의 사진, 창가엔 출력 좋은 JBL 스피커, 거실의 중심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LC2 암체어, 한쪽 벽엔 독일식 난로가 자리한다.

선우건 씨는 집의 마감재나 인테리어에 관해 말하기 전 자신의 청년기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10대에 집에서 나와 혼자 살기 시작했고, 20대 초반에는 암을 얻었다. 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의 도움과 꾸준한 치료로 병을 이겨냈다. 졸업 후 시작한 사업이 실패하는 경험도 했다. 몇 해 후엔 가까운 가족이 큰 병을 앓게 됐다. 그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직장에 다녔다. 사회 생활에도 충실했다. 그러다 번아웃을 겪었다. 문수미 작가도 직장인으로 오래 살았다. 힘들어도 이 악물고 버틸 때가 많았다. 나긋하며 사랑스러운 성격이었던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화를 내며 산다는 걸 깨달았다. 부부는 당시를 ‘학동사거리에서의 삶’이라고 칭한다.

“저는 환경이 사람의 삶과 생각을 지배한다고 믿어요. 능동적으로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수동적으로 살 것 같았죠.” 부부는 반복되는 굴레를 끊어내고 싶었다. 다른 삶을 선택해본 적 없는 사람은 내 손에 선택지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지론. 부부는 9년을 연애하고 10년이 되는 해에 결혼을 결심하며 도시에서 탈출해 이 집으로 이사 왔다.

부부는 당시를 ‘학동사거리에서의 삶’이라고 칭한다.
 “저는 환경이 사람의 삶과 생각을 지배한다고 믿어요.
능동적으로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수동적으로 살 것 같았죠.”
부부는 반복되는 굴레를 끊어내고 싶었다. 다른 삶을 선택해본 적 없는 사람은
내 손에 선택지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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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출하게 꾸린 다이닝 공간. 왼쪽에 보이는 것이 독일식 난로의 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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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바라본 거실 풍경.

2층에서 바라본 거실 풍경.

장독대 같은 패시브 하우스

파주 신촌동은 자유로와 가까워 도시와 접근성이 좋은 동네다. 이 때문에 공장들이 많이 들어섰는데, 큰길에서 벗어나 좁은 골목으로만 들어가도 시골스러워서 정겨운 정취가 있다. 사람들이 사는 집, 논, 밭, 뛰노는 고라니 같은 것들이 신촌동의 풍경이다.

선우건, 문수미 씨 부부는 유명한 건축가나 디자이너 없이 건축주 직영의 공사를 시작했다. 집을 지어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듯, 부부도 건물을 절반 남짓 지었을 때 이미 예산을 다 써버렸다. 그래서 반드시 전문가가 필요한 작업을 빼고는 선우건 대표와 그의 아버지가 직접 품을 팔아 친환경 내장재로 마감을 했다.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면 이 집은 커다란 장독대나 마찬가지입니다.” 선우건 씨의 말은 농담이 아니다. 이 집을 마감한 재료가 왕겨 껍질과 진흙이기 때문이다. 선우건 씨와 그의 아버지는 경주에서 공수한 왕겨의 껍질을 직접 훈탄했다. 훈탄한 왕겨 껍질은 보온과 해충 방지 효과가 탁월하고, 집이 스스로 습도를 조절하게 돕는다.

훈탄한 왕겨 껍질을 내장재로 채우고 그 위에 질 좋은 건축용 진흙을 바른 뒤 직접 페인트칠을 했다. 이렇게 친환경적으로 마감한 데다 집 앞 마당에는 태양광 패널도 설치했으니, 어쩌면 부부의 집은 가장 한국적인 패시브 하우스일 것이다.

제주도에서 사는 사진가 김재일(@kojell)에게 선물 받은 사진을 액자에 넣었다.

제주도에서 사는 사진가 김재일(@kojell)에게 선물 받은 사진을 액자에 넣었다.

제주도에서 사는 사진가 김재일(@kojell)에게 선물 받은 사진을 액자에 넣었다.

선우건 대표가 좋아하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LC2.

선우건 대표가 좋아하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LC2.

선우건 대표가 좋아하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L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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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오아시스의 공연 사진을 걸어둔 코너. 선우건 대표는 록밴드 오아시스가 있었기에 자신이 어린 시절 엇나가지 않았다고 믿는다. 노엘, 리암 갤러거 형제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노래를 불렀다.

“안전은 ‘안락할 안(安)’에 ‘온전할 전(全)’ 자를 쓴 단어예요. 그러니까 완전히 편안한 상태를 안전이라고 하는 것이더군요.
이 집에서 저희의 삶이 그러해요.” 부부는 시골살이를 하며 나 자신에게 몰두한 경험을 여러 사람과 나누기 위해,
이후 이 집을 공유 스테이로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도시인을 위한 피안의 집에서 더 많은 이가 더 나은 삶을 선택하길 바라며.

문수미 작가의 작은 작업실. 그녀는 이곳에서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린다.

문수미 작가의 작은 작업실. 그녀는 이곳에서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린다.

문수미 작가의 작은 작업실. 그녀는 이곳에서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린다.

휴식을 위해 선택한 JBL 스피커.

휴식을 위해 선택한 JBL 스피커.

휴식을 위해 선택한 JBL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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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위치한 부부의 홈 오피스.

2층에 위치한 부부의 홈 오피스.

사려 깊게 고른 휴식 조건

“여기 온 후 제 자신에게 몰두하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뭘 입든, 주식을 하든 안 하든. 남과 나를 비교하느라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죠.”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느라 소모했던 에너지를 고스란히 일상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이 느낀 시골 생활의 장점. 휴식을 위한 물건을 사려 깊게 골라 집을 채운 일이 그러하다.

편안한 조도를 선사하는 조명,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스피커, 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훌륭해 서 휴식의 질을 높이는 암체어, 여행을 연상케 하는 액자 등. 집 앞에 작은 텃밭을 꾸려 계절마다 올라오는 채소로 반찬을 만들어 먹고, 저녁에는 각자의 작업에 집중하며 누리는 삶. 이런 일상은 일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그걸 더욱 여실히 느끼는 건 선우건 대표 쪽이다.

“브랜딩을 하다 보면 트렌드에 휩쓸리기 쉬운데, 이곳에 있으니 본질에 집중하기가 더 쉬워요. 도시에서 경쟁적으로 일할 때와는 전혀 다르죠. 초조한 상황이 계속되면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누구나 하잖아요? 간섭 받을 일이 적으면 온전히 존재할 수 있어요.” 그 덕분일까, 파주에 이사 온 3년간 그는 어느 때보다 바쁘게 일하며,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갖게 됐다고. 부부는 이 집을 ‘안전한 집’이라고 부른다. 위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만은 아니다.

“안전은 ‘안락할 안(安)’에 ‘온전할 전(全)’ 자를 쓴 단어예요. 그러니까 완전히 편안한 상태를 안전이라고 하는 것이더군요. 이 집에서 저희의 삶이 그러해요.” 부부는 시골살이를 하며 나 자신에게 몰두한 경험을 여러 사람과 나누기 위해, 이후 이 집을 공유 스테이로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도시인을 위한 피안의 집에서 더 많은 이가 더 나은 삶을 선택하길 바라며.

2층으로 오르는 층계는 부부의 침실, 복도와 연결된다.

2층으로 오르는 층계는 부부의 침실, 복도와 연결된다.

2층으로 오르는 층계는 부부의 침실, 복도와 연결된다.

부부의 침실. 문수미 작가는 층고가 높고 창 바로 앞에 매화나무가 있는 이곳을 가장 좋아한다.

부부의 침실. 문수미 작가는 층고가 높고 창 바로 앞에 매화나무가 있는 이곳을 가장 좋아한다.

부부의 침실. 문수미 작가는 층고가 높고 창 바로 앞에 매화나무가 있는 이곳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브랜드 컨설팅 스튜디오 쿤스터(@kunster.kr)를 운영하는 선우건 대표와 웹툰 <수영은 음파음파>의 문수미 작가(@seeyou.soom) 부부는 그런 질문을 품고 파주의 전원주택으로 갔다. 환경을 바꾸니 내가 조금씩 보였다. 도시에서 모르고 살았던 것은 결국 휴식이었다. 그걸 알게 되는 과정의 중심에 그들만을 위한 안전 가옥, 집이 있었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백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