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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와 꽃터뷰 #4

부지런한 탐미주의자,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

On April 22, 2021

삶을 의미 있는 기념일의 연속으로 만드는 사람. 일상을 예술로 만들어내는 부지런한 탐미주의자 김영석에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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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 / ‘한복은 꽃처럼 피고’, 백은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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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캐비닛’이라는 뜻을 지닌 2층 공간에서 옷을 매만지는 디자이너 김영석. LC4, 에그 체어를 비롯한 디자이너 가구부터 시대를 초월한 그의 가구 컬렉션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추억의 캐비닛’이라는 뜻을 지닌 2층 공간에서 옷을 매만지는 디자이너 김영석. LC4, 에그 체어를 비롯한 디자이너 가구부터 시대를 초월한 그의 가구 컬렉션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짧고 가느다란 옷고름과 풍성하면서 화려한 꽃 패턴에서 맑고 단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김영석 디자이너의 한복. 그는 종종 한복을 디자인할 때면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다.

짧고 가느다란 옷고름과 풍성하면서 화려한 꽃 패턴에서 맑고 단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김영석 디자이너의 한복. 그는 종종 한복을 디자인할 때면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다.

짧고 가느다란 옷고름과 풍성하면서 화려한 꽃 패턴에서 맑고 단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김영석 디자이너의 한복. 그는 종종 한복을 디자인할 때면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의 어머니는 늘 한복을 곱게 입고 머리는 쪽을 졌다. 당시엔 다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와 양장을 막 따라 입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의 어머니가 학교 정문에 들어설 때면 반 아이들은 우르르 창가에 몰려들었다. 소년은 얼른 달려가 어머니의 팔짱을 끼고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자랑스러웠다.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의 이야기다. 어머니의 자태가 마음 깊이 아로새겨졌다가 어느 순간 발현돼 한복 디자이너가 된 걸까? 전통문화를 지키고 안내하고 싶었던 그는 어느 전통공예 전시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에 새삼 눈을 뜨고 인생의 길을 바꿨다.

당시 이벤트 기획자였던 그는 한복을 공부하고 20여 년 전 삼청동에 ‘전통한복 김영석’을 오픈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한복이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다는 것을, 고급스럽고 화려하고 아름답고 기품 있는 옷이 바로 한복이라는 점을 일깨웠다. 그 한복집의 디스플레이는 한 편의 시 같았다. 누가 이런 한복을 짓고 이렇게 전시를 할까? 흰 도화지를 배경으로 저고리 하나가 횃대에 걸려, 주변 풍경 속에서 비중이 작아도 화사하기 그지없는 분위기. 뉴욕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의 예술적 디스플레이 못지않은 존재감이었다. 흰 눈밭에 매화 한 송이 같았다.

어린 작가였던 나는 궁금함에 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런 고급 한복집에서 한복을 살 것도 아니면서, 한복이 보고 싶고, 이런 한복은 누가 지을까도 궁금했다. 청바지에 셔츠 차림이었던 오너 겸 디자이너 김영석은 친절하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다. 남자였구나, 이렇게 친절하고 열심히구나, 한복 입고 앉아서 기다릴 줄 알았는데 이런 현대식 캐주얼을 입고 서 있구나…. 한복은 아름다웠고, 그는 인상적이었다. 2년 전 제주에 어머니를 위한 집을 완성한 그가 매달 3분의 1 정도 제주살이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20년이 훌쩍 지나 그를 다시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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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원피스에 시폰 소재의 긴 저고리를 가볍게 걸쳤다. 여행지에서 편안하면서도 한국적인 무드를 갖추고 싶을 때 챙겨 가면 어떨까?

한복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어요. 검박한 민간의 한복이 있는가 하면, 속치마를 다섯 겹씩 입어가며 화려하게 치장했던 사대부의 한복 문화도 있었죠. 대중문화뿐 아니라 귀족문화가 가진 깊이도 바라봐야 해요. 좁게 바라보고 나머지를 삭제하다 보니 많은 걸 놓치는 것 같아요. 보통 달항아리는 하얗지만 흑유로 검은 달을 만들거나, 화려한 태양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시폰 소재 저고리에는 야생화 패턴이 반영되어 있다. 훈민정음과 사군자를 테마로 한 패턴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는 원단을 창조하는 과정을 즐긴다.

시폰 소재 저고리에는 야생화 패턴이 반영되어 있다. 훈민정음과 사군자를 테마로 한 패턴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는 원단을 창조하는 과정을 즐긴다.

시폰 소재 저고리에는 야생화 패턴이 반영되어 있다. 훈민정음과 사군자를 테마로 한 패턴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는 원단을 창조하는 과정을 즐긴다.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에 있는 김영석 디자이너의 공간, ‘르 샤토 드 마 메르(Le château de ma mère)’. 그는 최근까지도 돌담을 직접 쌓았고, 촬영 당일에도 사철나무를 심고 정원을 손수 가꿨다.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에 있는 김영석 디자이너의 공간, ‘르 샤토 드 마 메르(Le château de ma mère)’. 그는 최근까지도 돌담을 직접 쌓았고, 촬영 당일에도 사철나무를 심고 정원을 손수 가꿨다.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에 있는 김영석 디자이너의 공간, ‘르 샤토 드 마 메르(Le château de ma mère)’. 그는 최근까지도 돌담을 직접 쌓았고, 촬영 당일에도 사철나무를 심고 정원을 손수 가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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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면서 모아온 의자들만 해도 국적과 종류, 연식이 천차만별이다. 식사를 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다이닝 공간 겸 라운지인 1층은 클래식한 유럽풍 가구들로 꾸몄다.

여행을 다니면서 모아온 의자들만 해도 국적과 종류, 연식이 천차만별이다. 식사를 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다이닝 공간 겸 라운지인 1층은 클래식한 유럽풍 가구들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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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의 온화한 기분에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이곳은 그가 직접 어머니를 위해 꾸민 침실. 침대 위엔 선종훈 작가에게 의뢰한 어머니의 초상화를 걸었다.

핑크색의 온화한 기분에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이곳은 그가 직접 어머니를 위해 꾸민 침실. 침대 위엔 선종훈 작가에게 의뢰한 어머니의 초상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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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 / ‘신사임당 초충도 산책’, 백은하 作.

©백은하 / ‘신사임당 초충도 산책’, 백은하 作.

꽃 중에서도 야생화를 좋아한다는 그. 야생화를 반영한 패턴은 물론 방석과 베개와 같은 소품을 제작했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

꽃 중에서도 야생화를 좋아한다는 그. 야생화를 반영한 패턴은 물론 방석과 베개와 같은 소품을 제작했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

꽃 중에서도 야생화를 좋아한다는 그. 야생화를 반영한 패턴은 물론 방석과 베개와 같은 소품을 제작했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

©백은하 / ‘고요한 풍요’, 백은하 作.

©백은하 / ‘고요한 풍요’, 백은하 作.

©백은하 / ‘고요한 풍요’, 백은하 作.

한복 디자이너의 집이니까 전통 한옥일 줄 알았어요. 여기는 어머니와 저의 추억을 담은 집인데요. 유럽식으로 기획해봤어요. 이름 자체가 ‘르 샤또 드 마 메르( Le château de ma mère)’, 어머니를 위한 집이라는 뜻이에요.

머리 스타일도 이곳과 어울리시는데요. 이 집을 어머니 팔순에 맞춰 완공하려고 준비했었어요. 유럽식이니까, 팔순 잔치 때 드레스코드도 드레스와 턱시도로 정했죠. 잔치 때 분위기에 어울릴 만한 모습이어야 하니 집 짓기를 시작할 때부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잔치를 위해 몇 년 전부터 머리를 기르다니, 정말 기념일에 진심이시네요. 그래서 팔순 잔치를 잘 치르셨나요? 완공이 늦어져서 결국엔 81세 생신 즈음에 맞추게 됐어요. 공사를 6년간 했거든요. 1층만 지으려다 2층 짓고 정원도 직접 만들고…. 원래는 여기가 무 밭이었어요. 어머니와 둘이서 제주 올 때마다 같이 잡초를 뽑고 나무도 한 그루씩 직접 심었어요. 그래서 어머니와 저 모두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애정이 깊었습니다.

어머니의 기념일을 극진하게 챙기신 이유가 있으세요? 고마우니까요. “막내는 걷는 뒷모습도 이쁘다”고 하셨어요. 저희 5남매에 어른들도 계셨고, 더부살이하는 친척들도 늘 있어서 한 집에 13명이 살던 적도 있었는데, 그래서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죠. 어머니가 큰살림을 챙기시면서 밖에서 일도 하셨는데, 얼굴에 고생한 빛이 없다고들 하네요. 그게 자식으로서 참 감사해요.

어머니와 두 분이 함께 매월 서울 집과 제주 집을 오가시는 건가요? 네. 이제는 여기가 어머니와 저의 고향 같아요. 저와 어머니가 집에서 함께 쓰던 가구와 소품을 이곳의 2층에 모아두고 있어요. 추억을 모은 작은 박물관인 셈이죠. 훗날, 곁에 계시지 않는 부모님을 떠올리고 싶을 때, 제가 기댈 수 있는 벽이자 등받이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제주 집에 오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세요? 여기선 정원일이며 집안일이며 할 일이 엄청 많아요. 일단 오자마자 화병에 꽃을 꽂는데 그게 그렇게 즐거워요. 서울에선 꽃을 사려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여기는 바로 마당에서 가져오면 되니 좋아요. 브로콜리도 그렇고 무꽃, 배추꽃도 참 예뻐서 일부러 먹지 않고 꽃이 필 때까지 둘 때도 있어요. 이제 입구엔 하얀 사스타데이지가 필 것 같아요. 정말 이뻐요.

정원에서 식물을 보면서 한복에 대한 영감도 얻으시나요? 조화를 생각하게 돼요. 정원에는 큰 꽃이 있으면 작은 꽃이 있고, 그보다 더 작은 꽃들이 조잘조잘하게 피어 있어요. 한복 저고리를 보면 몸판, 끝동, 고름 같은 패턴 구조가 정해져 있는데, 각각 얼마만큼을 차지하도록 나눠야 해요. 그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거든요.

여러모로 미감을 타고나셨네요. 한복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남기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혼자서 골동품을 이것저것 사다 고치다가 ‘아니, 아예 새로 만들어서 내가 남기면 되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복을 내가 만들면, 우리 문화를 하나씩 만들게 되는 거잖아요? 10년만 해봐야지 했는데, 한 번씩 이게 맞나? 의문점도 들고, 또 도전하고 싶은 게 생기면서 지금까지 왔네요.

한복을 하면서 가장 기쁠 땐 언제인가요? 원단 디자인이 제대로 나왔을 때! 원사의 씨줄과 날줄이 잘 겹쳐져 짜일 때요. 서로 다른 색실이 겹쳐지면, 염료가 섞일 때와는 다른 묘한 색 배합이 일어나요. 최근에 신사임당 ‘초충도’를 모티프로 원단을 짰는데 만족스러워요. 한복의 디자인은 옛 그림들 속에 이미 다 있어서 따라 하는 건 오히려 쉬워요. 세상에 없던 원단을 새로 지을 땐 창작의 기쁨이 있죠.

중국 치파오나 일본 기모노와 우리 한복을 비교하면 한복만의 독특한 매력은 뭔가요? 여유로움이라고 생각해요. 여백의 미요.

여백은 고수가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완전히 꽉 채운 게 아니라 살짝 비어 있게 하는 거요. 그게 우아함과 자연스러움을 만드는 것 같아요. 그렇담 ‘한복을 잘 입으려면?’이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어디에나 두루두루 어울리는 한복을 지으려고 하지 마세요. 그렇게 되면 두루두루 입지만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게 돼요. 정확한 의도에 맞는 옷을 지어 입어야 그 순간이 빛날 수 있어요. 한복을 지어서 몇 번이나 입냐? 그렇게들 말하지만 다른 비싼 옷들도 1년에 몇 번씩 입나요? 안 그렇거든요. 특별한 날에 맞춘 한복을 그날 잘 입으면 되죠.

신사임당을 동경하는 백은하 작가와 김영석 디자이너는 ‘초충도’가 그려진 원단을 두고 신사임당의 작품 세계, 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신사임당을 동경하는 백은하 작가와 김영석 디자이너는 ‘초충도’가 그려진 원단을 두고 신사임당의 작품 세계, 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신사임당을 동경하는 백은하 작가와 김영석 디자이너는 ‘초충도’가 그려진 원단을 두고 신사임당의 작품 세계, 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백은하 / ‘한복詩花(김영석 옷×백은하 꽃)’, 백은하 作.

©백은하 / ‘한복詩花(김영석 옷×백은하 꽃)’, 백은하 作.

©백은하 / ‘한복詩花(김영석 옷×백은하 꽃)’, 백은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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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한 네이비 컬러에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반영한 한복 원단을 게리트 리트벨트(Gerrit Rietveld) 체어의 라인을 따라 연출했다.

모던한 네이비 컬러에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반영한 한복 원단을 게리트 리트벨트(Gerrit Rietveld) 체어의 라인을 따라 연출했다.

제가 선생님의 집을 보고, 가구와 소품을 두고 사시는 모습을 보니까 한복 디자이너지만 취향과 안목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것 같아요. 의, 식, 주 분야 상관없는 탐미주의자! 맞아요. 어느 나라를 가나 아름다운 골동품, 앤티크를 보면 막 샀어요. 저 예쁜 걸 내가 데려오지 않으면, 제대로 대접을 못 받을 것 같잖아요. 이 집을 지은 이유 중에는 창고에 쌓아두었던 제 소장품의 자리를 잡아주자는 취지도 있었어요.

바우하우스 가구, 중국 청나라 시대 가구, 프렌치 스타일까지… 동과 서, 시대도 정말 다양하게 모으셨는데 이 많은 것이 이렇게 자리를 잘 잡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요. 원래 어려서부터 오래된 물건들을 모으는 것 좋아했어요. 동네에서 남의 집 창고를 정리한다고 하면 구경하러 가고, 제 눈에 신기한 물건이 있으면 계속 내 공간에 모아뒀어요.

어린 시절 어떤 영향을 받으셨나요? 사대문 안에 살았던 게 큰 것 같아요. 남대문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꽃시장에서 꽃을 보고, 신세계백화점 5층에 있던 수족관도 구경 가고, 명동에 있던 코스모스백화점 지나서 명동성당 갔다가 문 닫힌 덕수궁의 담벼락을 몰래 타고 넘어가 놀기도 했거든요. 세트장처럼 잘 차려진 도시를 누비면서 다양한 건축양식을 구경할 수 있었죠.

서울에 있는 집은 어떤가요? 이곳만큼 다양한 컬렉션이 있나요? 요즘 저는 오히려 담백하고 소박하게 살려고 해요. 앞으로 추구하고 싶은 건 일본어로는 와비사비 정신인데요. 투박한 멋, 불완전함의 미학과 관련한 개념이죠. 늙어가는 제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찾아가고 싶어서요.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저 자신을 바라보려 합니다. 와비사비는 핀란드의 휘게, 스웨덴의 라곰과 연결될 수 있는데 우리말로 딱 맞는 개념을 못 찾았어요. 이렇게 벌려놓은 집을 두고, 이런 말을 하니까 이상하죠? 여긴 애초에 어머니를 위해서 짓기 시작했고, 수집했던 물건들의 자리를 잡아주고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만든 곳이니까요. 지금 서울 집의 살림과 가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고, 꼭 필요한 것만 쓰려고 실천 중입니다.

부지런하신 분이니, 자기계발 중이거나 목표를 두고 실천 중인 게 또 있으신가요? 매주 발레 학원을 다니고, 요리와 미술 이론을 배우고 있습니다.

발레요? 지금 2년째 배웠고, 2년 후가 제 환갑인데, 그때 이곳에서 직접 공연을 할 생각이에요.

기념일을 정말 잘 챙기시는 것 같아요. 어머님뿐 아니라 스스로의 기념일까지! 그럼 머리는 당분간 계속 기르시는 게 좋겠네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아직도 ‘남자가 왜 발레를 하냐’는 편견을 가지잖아요. 이런 시선에서는 자유로우신가요? 그런 거 신경 쓰면 제가 한복을 했겠어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합니다.

역시, 선생님!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국내 여행을 다니면서 보니까 우리나라에 근사한 다리들이 많았어요. ‘다리’ 시리즈로 퍼포먼스를 해보려고 해요. 논산에 가면 미내다리랑 원목다리라고 있어요. 벌판에 다리가 딱 놓여 있는데 정말 아름다워요. 이런 다리들을 무대 삼아 패션쇼를 여는 거죠. 날씨에 따라 하늘의 색감이 매번 다르니, 시시때때로 새로운 무대가 펼쳐져요. 국악이나 한국무용을 하는 분들과 협업을 해서 공연과 한복, 다리가 어우러진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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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 / ‘花中衣, 衣中花(화중의, 의중화)’, 백은하 作.

무엇을 기념하는 과정은 좋은 명분과 핑계가 되어 우리를 성장시킨다. 그는 기념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즐긴다. 말, 생각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벤트를 만들어가는 건 그가 타고난 기획자, 예술가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사람과 자신을 중요시하고, 귀하게 여겨 대접하고, 하루하루 시간을 값지게 기념하는 사람이라서다. 삶의 어느 순간을 기념한다는 건,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상대와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아니라면 물질적으로 아무리 부유해도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자기의 진심을 넣어야 힘들지 않게, 기쁘게 준비할 수 있다. 그러는 동안 삶의 시간들은 보석이 되고 꽃이 된다. 과시하거나 구색을 맞추려 든다면, 이렇게 줄기차게 기념하며 살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한복을 선택한 이유도 그것 아닐까? 한복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것. 특히 행복한 잔치에 차려입고, 나아가 삶의 순간순간을 아름답게 기념하기 위한 옷이니.



백은하와 꽃터뷰
백은하 작가(@baekeunha_flower)의 꽃다운 시선에 담긴 콜라주 인터뷰. 꽃잎에 펜 드로잉을 더해 서정적인 꽃 그림을 그리던 작가가 사진기를 들었다. 제주의 크리에이터들을 만나 사진 위에 꽃, 식물, 때론 또 다른 촬영 사진을 오려 붙이는 작업을 선보인다.

삶을 의미 있는 기념일의 연속으로 만드는 사람. 일상을 예술로 만들어내는 부지런한 탐미주의자 김영석에게 배우다.

CREDIT INFO

기획
김의미 기자
글·콜라주 사진
백은하
사진
이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