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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달린 박쥐란부터 핑크빛 화장실까지

아티스트 커플, 신단비 이석의 예술적 일상

On April 19, 2021

일상에서 예술의 영감을 얻고, 예술적인 일상을 향유하는 아티스트 커플. 신단비, 이석은 이렇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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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는 세 개의 아티스트 정체성이 존재한다. 설치 및 개념미술 작업을 하는 신단비, 미디어아티스트 이석, 그리고 서로의 관계와 사랑을 주제로 예술을 하는 커플 ‘신단비이석예술’. 신단비와 이석은 5년째 함께 살면서 서로의 삶과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현재 이들은 예술가와 연예인들이 모여 산다는 양평군 문호리, 그중에서도 계곡물이 흐르는 산 아래에 머무는 중이다. 천장에 달린 거대한 박쥐란부터 손님용으로 꾸몄다는 핑크빛 화장실까지 하나하나 애정을 가지고 소개하는 사랑스러운 커플. 사진을 찍을 때 ‘쎄 보이게’ 표정을 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들은 실로 다정했다.

중고나라에서 구매한 고가구와 국내 유명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의 사인으로 장식된 첼로를 한자리에.

중고나라에서 구매한 고가구와 국내 유명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의 사인으로 장식된 첼로를 한자리에.

중고나라에서 구매한 고가구와 국내 유명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의 사인으로 장식된 첼로를 한자리에.

포개진 두 사람의 모습을 석고로 캐스팅한 작업 ‘REC_2016’.

포개진 두 사람의 모습을 석고로 캐스팅한 작업 ‘REC_2016’.

포개진 두 사람의 모습을 석고로 캐스팅한 작업 ‘REC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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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천장과 대들보까지 집 안 전체를 흰 페인트로 직접 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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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옆 붙박이장에 퍼티를 여러 겹 발라 질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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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단비 작가의 작업실 창가에 놓인 사진은 ‘SHINLIART×John Yuyi’.

신단비이석예술의 2018년 작품인 ‘뽀뽀하면 사진 찍히는 기계’. 기계에 앉은 두 사람이 뽀뽀를 하는 순간 흐르는 미세전류를 전기로 바꿔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작동하는 원리다. 이 작품을 위해 수개월간 수천 번의 뽀뽀를 했다.

신단비이석예술의 2018년 작품인 ‘뽀뽀하면 사진 찍히는 기계’. 기계에 앉은 두 사람이 뽀뽀를 하는 순간 흐르는 미세전류를 전기로 바꿔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작동하는 원리다. 이 작품을 위해 수개월간 수천 번의 뽀뽀를 했다.

신단비이석예술의 2018년 작품인 ‘뽀뽀하면 사진 찍히는 기계’. 기계에 앉은 두 사람이 뽀뽀를 하는 순간 흐르는 미세전류를 전기로 바꿔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작동하는 원리다. 이 작품을 위해 수개월간 수천 번의 뽀뽀를 했다.

‘둘이 함께 앉아야만 앉을 수 있는 의자’는 등을 대고 동시에 앉아 서로의 다리와 등으로 지탱한다. 사다리는 천장에 걸린 박쥐란에 물을 주려고 둔 것.

‘둘이 함께 앉아야만 앉을 수 있는 의자’는 등을 대고 동시에 앉아 서로의 다리와 등으로 지탱한다. 사다리는 천장에 걸린 박쥐란에 물을 주려고 둔 것.

‘둘이 함께 앉아야만 앉을 수 있는 의자’는 등을 대고 동시에 앉아 서로의 다리와 등으로 지탱한다. 사다리는 천장에 걸린 박쥐란에 물을 주려고 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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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실에서 보이차를 음미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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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로 화강석의 질감을 낸 독특한 차탁에 고아한 다관과 찻잔까지. 아름다운 기물이 함께하는 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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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욕실을 도자 작업실로 바꿨다. 빛나는 조명은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작품 ‘C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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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단비 작가가 손수 만든 백자 다관들.

신단비 작가가 손수 만든 백자 다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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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 이들은 유럽을 여행하면서 카메라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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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단비 작가의 작업실. 종이 가방에 담긴 식물, 믹서 모양의 조명 등 독특한 소품이 조화를 이룬다.

신단비 작가의 작업실. 종이 가방에 담긴 식물, 믹서 모양의 조명 등 독특한 소품이 조화를 이룬다.

이석은 그가 태어난 해에 열린 88올림픽 아이템을 모은다.

이석은 그가 태어난 해에 열린 88올림픽 아이템을 모은다.

이석은 그가 태어난 해에 열린 88올림픽 아이템을 모은다.

양평을 꽤 많이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동네는 또 새롭네요. 이석 작가님은 산속이라 조심히 운전하라고 두 번이나 당부하시고…. 오는 내내 독특한 집들이 많더라고요. 이곳에 살게 된 이유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단비 원래는 삼청동 땅콩주택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다가, 작업에 몰두하고 싶어서 2년간 저희 할머니가 계시는 전남 고흥에서 살았었어요. 마을회관이었던 건물을 빌려서 작업도 마음껏 하고 바다도 매일 보면서 즐거웠는데 서울에서의 작업이 자꾸 늘어서 다시 올라오게 됐습니다. 양평에 오니 딱 저희가 찾던 한적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산길을 오르는 동안 개성 있는 집들이 많이 보이는 이 동네가 맘에 들었어요. 조각하는 작가님들, 소설가와 시인분들도 많이 살고 계신대요. 조용하고 큰 집을 찾으려고 했어요. 저희가 짐이 진짜 많거든요. 또 작업을 할 땐 뚝딱뚝딱거리면서 뭘 만들기도 하고, 음악을 크게 듣는 것도 좋아해서 다른 집들과 좀 떨어져 있어야 했죠. 이 집은 지은 지 10년 정도 됐다는데, 첫인상은 딱 찜질방 같았어요.

찜질방이요? 어디가요? 단비 집 안이 온통 어두운 갈색으로 되어 있었어요. 천장부터 나무로 된 골조가 전부 다요. 그래서 집 안 전체를 흰 페인트로 칠했어요. 작품이 돋보이려면 갤러리처럼 흰 배경이 가장 좋으니까요.

저는 이 집의 천장이 너무나 근사해요. 방마다 천장 모양이 다 달라서 재밌어요​. 단비 자세히 보시면 오래되어 나무가 갈라지기도 했는데 전 이런 게 더 멋있어요. 거실은 천장이 높고, 창호도 투박하지 않은 얇은 격자창이라 동화 같은 분위기에요. 걸레받이가 없어서 사진을 찍으면 집 같지 않아 보이는 점도 좋았고요. 솔직히 거실은 좀 춥긴 한데, 그래도 저는 편의보다는 멋있는 공간에서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멋집니다! 의자도 많고 소품도 다양해서 집이 재밌어요. 어느 분 취향인가요? 각자 취향을 존중하는 편이죠. 단비가 리빙에 관심이 높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단비에게 좋은 의자랑 조명을 사주고 싶어서 리빙 공부도 많이 했어요. 그 무렵 아르네 야콥센의 옥스퍼드 체어랑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조명을 샀어요.

취향은 존중하더라도 집에 둘 무언가를 사고, 옮기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이 있잖아요? 그럴 땐 웬만하면 단비 작가의 의견이 맞아요. 항상 저보다 정답에 가까워요. 단비 근데 오빠가 평소 이렇게 제 말을 잘 들어주다 보니, 정말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오빠가 “아니야! 이게 맞아!”라고 주장하면 제가 따르게 돼요. 아! 그런데 저 주방 쪽 작업할 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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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작업실에서의 이석. 보통 새벽 6시에 잠든다는 그는 평소 창문을 가려 깜깜해진 작업실 내부를 미디어아트와 조명으로 연출한다.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작업실에서의 이석. 보통 새벽 6시에 잠든다는 그는 평소 창문을 가려 깜깜해진 작업실 내부를 미디어아트와 조명으로 연출한다.

반대가 있었나요? 주방 쪽이 너무나 근사한데요? 단비 제가 작업한 거예요. 주방 붙박이장에 텍스처를 부여하고 싶어서 전체에 퍼티를 바르기로 했어요. 정말 미친 듯이 퍼티를 바르고 나서 하루에서 이틀 정도 굳힌 다음 또 퍼티를 바르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해서 두께를 쌓은 거예요. 오빠는 저한테 와서 매일 “단비야, 이거 맞아?”, “괜찮은 거 맞아?” 계속 추궁했어요. 저 나름대로 공부해서 시도했는데! 그땐 ‘우리 단비가 드디어 미쳤구나!’ 싶을 정도로 퍼티 작업을 너무 열심히 하는데 잘 모르겠는 거예요. 결국엔 회화적인 느낌이 나는 근사한 공간이 완성됐지만, 작업 단계에서는 의심이 들긴 했습니다. 이번에도 단비의 의견이 맞았어요.

집에 차실이 있네요? 단비 원래는 저희가 옷장 겸 작업할 때 쓰는 재료를 수납하는 곳이었는데 차실로 바꿨어요. 저는 요즘 차와 도자기에 가장 관심이 많은데요. 작업을 계속하면서 내가 너무 시각적인 자극에만 의존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던 때에 오감을 자극하는 차를 만났거든요. 티 블렌딩에 대해 열심히 연구도 하고 있고, 도자기를 만드느라 손이 마를 새가 없어요. 지금 하는 작업은 명상과 차를 연결하는 게 하나 있고요. 독특한 차 경험을 해볼 수 있는 키트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두 분이 각자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단비 저는 제 작업실이랑 거실이요. 저희 거실을 보면 덩치가 큰 가구가 없어요. 그 이유가 거실에서 작업을 할 때는 이 공간을 싹 비우거든요. 텅 빈 거실 바닥에 비닐을 깔고 작업할 수 있어서 신나요. 의자들이 가벼워서 배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거실에 의자를 빙 둘러놔서 친구들이 오면 여기 앉아서 대화를 하는데,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재밌어요. 저는 제 작업실이 제일 좋은데 평소엔 블라인드를 다 내리고 조명을 군데군데 켜놓고 지내요. 모니터를 멀찌감치 두고 다리를 펴고 앉아 작업하도록 책상 배치도 했고, 한쪽에서는 운동도 할 수 있어요.

작업을 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단비 일상이 제 소재예요. 고흥에서 지낼 땐 매일같이 바다의 윤슬(반짝이는 잔물결)을 바라보는 게 너무나 좋아서, 윤슬을 영상에 담고, 그 영상을 쪼개서 한 장씩 이미지로 출력해 책으로 엮고, 책을 펼쳐서 전시해 파도처럼 보이게 하는 작업을 했어요. 이렇듯 제가 일상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꺼내서 예술로 표현하고 싶어요. 저는 요즘 자유에 관심이 많아요. 자유로워야 아이디어가 떠오르니까요. 다들 자유롭길 바라면서, 자유를 준비하면서 사느라 정작 일상에선 자유를 누리지 못하죠. 자유를 최대한 누리면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노력형 자유인입니다. 제가 하는 ‘프레임’ 시리즈는 대자연을 소재나 배경으로 하는 대지 미술인데요. 대지와 절경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과정에서도 힌트를 얻는 것 같아요.

작가로서의 삶, 어떻게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요? 단비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투잡이요! 제가 좋아하는 순수예술 외에 영상감독으로 뮤직비디오와 전시 디렉팅도 하고 있어요. 여러 가지 재능을 활용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사는 걱정을 덜면 작가로서의 삶과 작업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요. 단비와 잘 지내는 것. 저는 단비를 만나고 나서 작가가 됐어요. 이전까진 아카데미를 운영했는데 단비와 연애를 하고, 서울과 뉴욕에서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작업했던 ‘Half And Half’(2015)로 주목을 받으면서 작가인 나로 살기로 했죠. 지금처럼 서로를 도와주고 영향을 받으면서 좋은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단비야, 잘 지내 보자!

2층 복도에 새로 산 신발을 진열했다. 예뻐서!

2층 복도에 새로 산 신발을 진열했다. 예뻐서!

2층 복도에 새로 산 신발을 진열했다. 예뻐서!

손님용 화장실 천장에는 이석 작가가 만든 핑크빛 수복강녕(壽福康寧) 레터링 조명이 걸려 있다.

손님용 화장실 천장에는 이석 작가가 만든 핑크빛 수복강녕(壽福康寧) 레터링 조명이 걸려 있다.

손님용 화장실 천장에는 이석 작가가 만든 핑크빛 수복강녕(壽福康寧) 레터링 조명이 걸려 있다.

일상에서 예술의 영감을 얻고, 예술적인 일상을 향유하는 아티스트 커플. 신단비, 이석은 이렇게 삽니다.

CREDIT INFO

기획
김의미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