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유튜브 네이버TV캐스트 블로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SHOP

서울 속 빈티지 가구 숍 2

여섯 칸 한옥 속 디자이너 변재홍의 #심보의 취향

On April 09, 2021

지금은 그야말로 빈티지 가구 숍 춘추전국시대.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오리지널 빈티지 디자인 가구 숍 네 곳과 그곳을 운영하는 이들을 만났다.

/upload/living/article/202104/thumb/47773-449513-sample.jpg

1968년 처음으로 양산된 베르너 판톤의 ‘판톤 체어’를 전시한 방. 이 공간의 사진을 본 전 세계의 판톤 체어 컬렉터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는 중이라고.

/upload/living/article/202104/thumb/47773-449514-sample.jpg

여섯 칸의 방과 작은 중정이 있는 심보의 취향. 가치 있는 빈티지 가구가 국내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외 판매는 하지 않는다.

서울 종로구 계동 뒤안길, 고즈넉한 거리를 걷다 눈길을 사로잡는 돌벽돌 한옥집을 발견했다. 벽면의 작은 유리관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It will Begin from where I sit(내가 앉은 곳에서 시작될 거야)’. 무엇이 어떻게 시작될 것인지는 공간이 답한다. 작은 중정을 갖춘 ‘ㄷ’자 한옥의 여섯 칸 방마다 형형한 가구가 가득한 이유다. 지난 1월 문을 연 심보의 취향은 매 시즌 디자이너 한 명을 선정해 심도 있게 소개하는 빈티지 편집 매장이다. 이들이 소개하는 첫 번째 디자이너는 덴마크의 국민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베르너 판톤. ‘베르너 판톤 디자인을 초상하며’를 주제로 전시와 판매를 함께 진행하는 이 공간의 주인은 변재홍 씨다. 그는 서촌 물나무사진관, 경기도 양평 서종타워, 익선동 익동다방, 삼청동 정암아트갤러리를 설계한 건축 디자이너이자, 취향 깊은 오리지널 빈티지 디자인 가구 수집가다.  

3 / 10
/upload/living/article/202104/thumb/47773-449515-sample.jpg

심보의 취향 변재홍 대표.

심보의 취향 변재홍 대표.

심보의 취향이라는 상점 이름이 독특합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제 본업은 건축 디자이너예요. 제가 운영하는 사무소의 이름이 바로 ‘고약한 심보(古藥韓 Simbo)’죠. ‘옛 고(古)’에 향유할 락(藥)’ 자를 써요. 그러니까 옛것을 향유하며 고집스럽게 건축에 임한다는 뜻입니다. ‘심보의 취향’은 결국 건축 디자인을 하는 이의 고약한 취향을 드러내는 기물을 보여주는 셈이죠.

이 공간을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제가 오리지널 빈티지 디자인 가구를 사랑해요. 디자이너가 지닌 고매한 정신이나 디자이너로서의 자세, 생각의 흐름과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죠. 2년 전부터 제가 수집한 기물을 유의미한 곳에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대중은 물론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나가는 후배들에게 가까운 곳에서 좋은 가구를 만나는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베르너 판톤은 어떤 디자이너인가요? ‘형태보다 색채가 중요하다’는 철학 아래 강렬한 색채와 유기적 형태로 물건과 건물을 만드는 디자이너였어요. 실력가였지만 너무 독특해서 클라이언트들이 일을 주지 않았다고 해요. 좌절하고 또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건축 디자이너’라 칭하며 스위스를 기반으로 가구와 텍스타일을 디자인했죠. 이때의 작업에서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과 디자인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한결같이 드러납니다.

첫 번째 전시의 주제로 베르너 판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베르너 판톤의 작업과 생애가 제게 영감을 주기 때문이에요. 열심히 일하는 디자이너였고, 아내와 딸을 무척 사랑하는 모범적인 가장이기도 했으니까요. 더군다나 한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베르너 판톤의 디자인이 더욱 매력적으로 드러나요. 그렇게 보이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그의 디자인과 철학이 지닌 가치에 대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선택했습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베르너 판톤의 디자인 가구 중 가장 특별한 것은 무엇인가요? 터콰이즈 컬러의 판톤 체어예요. 1968년에 처음으로 양산한 에디션이죠. 이 의자를 얻기 위해 무척 노력했어요. 베르너 판톤과 동시대에 활동한 프랑스의 팝아트 작가 폴 마라가 당시 이 의자를 6개 샀다고 해요. 이후 고미술을 복원하는 그의 조카 야닉에게 물려주었고요.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을 보고 그를 추적했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앤트워프로, 그리고 다시 남부의 시골 마을로. 마침내 의자를 만났고, 수일간 주인을 설득해 의자 6개를 모두 구매했죠.

그렇게 수집한 물건들이 더 있나요? 1971년에만 생산된 루이스폴센의 푸른색 XXXL 사이즈의 플라워팟 펜던트 조명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수집가를 6개월간 매일매일 연락하고 설득해서 가져온 것이고, 1968년에만 생산된, 베르너 판톤이 그의 아내의 입술을 본떠 만든 의자는 구매를 위해 8개월간 스웨덴의 수집가에게 연락했어요.

그렇게 어렵게 수집한 물건을 떠나 보내는 게 아까울 수도 있겠어요. 행복하고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물건을 수집할 때는 반드시 국내에 이 의자를 선보이겠다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아깝지는 않아요. 판매도 해야지요. 그래야 다음 전시도 잘 준비하고….

이후에는 어떤 이의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인가요? 어떤 디자이너의 작업을 선보일지 조심스럽게 엄선 중입니다. 베르너 판톤처럼 훌륭한 디자이너이자 본받을 만한 인간이었던, 무결한 디자이너를 소개하고 싶거든요.

앞으로 심보의 취향을 찾을 <리빙센스> 독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아무것도 모르고 오셔도 좋아요. 그저 보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한옥과 오리지널 디자인이 만났을 때만 느껴지는 특별한 변주와 조화가 아주 멋스럽습니다. 참, 예약은 오픈 카카오톡보다는 전화가 편하답니다.

베르너 판톤의 ‘하트콘 체어’와 ‘콘 체어’.

베르너 판톤의 ‘하트콘 체어’와 ‘콘 체어’.

베르너 판톤의 ‘하트콘 체어’와 ‘콘 체어’.

베르너 판톤은 72세에 사망하기 전까지, 아내의 입술을 본뜬 텍스타일 디자인과 아내와 아들을 위한 디자인도 했다. 왼쪽은 1968년 한정 생산된 베르너 판톤의 펜던트 조명인 ‘플라워 팟’.

베르너 판톤은 72세에 사망하기 전까지, 아내의 입술을 본뜬 텍스타일 디자인과 아내와 아들을 위한 디자인도 했다. 왼쪽은 1968년 한정 생산된 베르너 판톤의 펜던트 조명인 ‘플라워 팟’.

베르너 판톤은 72세에 사망하기 전까지, 아내의 입술을 본뜬 텍스타일 디자인과 아내와 아들을 위한 디자인도 했다. 왼쪽은 1968년 한정 생산된 베르너 판톤의 펜던트 조명인 ‘플라워 팟’.

지금은 그야말로 빈티지 가구 숍 춘추전국시대.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오리지널 빈티지 디자인 가구 숍 네 곳과 그곳을 운영하는 이들을 만났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이지아, 정택
문의
심보의 취향(02-396-9110, open.kakao.com/me/Simbo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