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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과 고양이가 사는 도심 속 아파트

작가 김도훈의 낭만있는 집

On April 13, 2021

도심속 아파트, 사려 깊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중년 남성이 멋대로 펼치는 공간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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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훈 작가가 그려준 초상화와 좋아하는 포스터들이 걸려 있는 벽면이 인상적인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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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공간에 큰 테이블을 두고 글쓰기 작업을 한다.

다이닝 공간에 큰 테이블을 두고 글쓰기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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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자신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는 김도훈 작가.

2019년 봄에 출간된 작가 김도훈의 첫 에세이집은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라는 책이다. 낭만이라니, 썸만 타다 끝나는 사랑이 유행인 요즘 ‘낭만’이라니! 반어법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에세이는 영화 전문 매체 <씨네21>의 간판 기자였고 패션 매거진 <GEEK>의 피처 디렉터, <허프포스트코리아>의 편집장을 역임한 작가가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느낀 것들에 대해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는 그와 인터뷰를 하던 배우 정우성의 멘트였는데, 에세이의 편집자가 그의 글에서 ‘낭만’이 느껴진다며 배우의 허락을 받아 제목으로 선정했다고. 집 안 곳곳에 쓸모없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사 모으고, 베이글을 사 먹으며 옛 연인을 떠올리고,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던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문득문득 꺼내보는 것등은 그만의 낭만을 추구하는 방식이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한 중년 남성의 삶을 향한 낭만적인 사랑 고백인 셈.

예전부터 그의 SNS에서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수집 활동을 지켜보며 쓸모없지만 쓸모 있는 것들이 가득한 그의 집이 궁금했다. 종종 새로 들였다는 가구와 물건들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의 취향에 감탄하곤 했다. 얼마 전 새로 들였다는 오렌지색 수납장 피드를 보고 그의 공간을 소개하고 싶다고 연락했고, 작가는 흔쾌히 낭만이 가득한 집의 문을 열어주었다.

호기심을 안고 찾아간 그의 공간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지만 김도훈이라는 질서 아래 모든 게 제자리를 잡고 있는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의 요즘 취미는 채소 이름을 딴 중고마켓에서 물건을 거래하는 일. 촬영하는 날도 마켓에 올라왔다는 아라비아핀란드의 티컵과 소서 세트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며 그가 물었다. “이거 너무 예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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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벽면이 거의 없는 작가의 집. 다이닝 공간과 서재 입구 사이에 전나환 작가의 작품과 포토그래퍼 김현성이 선물로 준 포스터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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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한쪽 노만코펜하겐의 사이드보드 위에 그동안 모은 CD와 좋아하는 소품들을 진열해두었다.

침실 한쪽 노만코펜하겐의 사이드보드 위에 그동안 모은 CD와 좋아하는 소품들을 진열해두었다.

 

영국에 살았을 때 친구들 집에 가보면 오래된 가구와 소품들이 가득했는데
멋지고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살고 있는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이 참 좋아 보였고, 그 경험 덕에 저도 소중한 물건들을 모아서 진열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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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서 가장 편한 것은 모든 공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 가장 작은 방을 침실로 사용한다.

혼자 살아서 가장 편한 것은 모든 공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 가장 작은 방을 침실로 사용한다.

좋아하는 카펫과 벼룩시장에서 단 돈 몇만 원에 구입한 멋진 고가구를 배치한 드레스 룸.

좋아하는 카펫과 벼룩시장에서 단 돈 몇만 원에 구입한 멋진 고가구를 배치한 드레스 룸.

좋아하는 카펫과 벼룩시장에서 단 돈 몇만 원에 구입한 멋진 고가구를 배치한 드레스 룸.

수납장 위에 가장 좋아하는 액세서리인 반지들을 모아두었다.

수납장 위에 가장 좋아하는 액세서리인 반지들을 모아두었다.

수납장 위에 가장 좋아하는 액세서리인 반지들을 모아두었다.

책으로 가득한 서재는 수집하고 있는 만화책, 잡지, 소설 등으로 채워져 있다.

책으로 가득한 서재는 수집하고 있는 만화책, 잡지, 소설 등으로 채워져 있다.

책으로 가득한 서재는 수집하고 있는 만화책, 잡지, 소설 등으로 채워져 있다.

다이닝 공간 맞은편의 큰 선반에는 식기류를 진열해두었는데, 대부분 여행 중에 사 모은 것들이다.

다이닝 공간 맞은편의 큰 선반에는 식기류를 진열해두었는데, 대부분 여행 중에 사 모은 것들이다.

다이닝 공간 맞은편의 큰 선반에는 식기류를 진열해두었는데, 대부분 여행 중에 사 모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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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코펜하겐의 테이블과 카르텔 체어 등이 어우러진 다이닝 공간. 최근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오래된 LP 음반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이 집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20년 전 서울에서 직업을 구하고 처음 살았던 곳이 홍대 부근, 상수역 근처였어요. 힙하고 재미있는 곳이었는데 밤에 너무 시끄러운 거예요. 어쩔 수 없이 당시 다니던 회사 근처인 이 동네에서 아파트를 구해서 살게 되었어요. 회사와 가깝고 편하니까 이 근방에서 계속 지냈는데 어느 날 이 아파트의 분양 공고가 뜨더라고요. 40대의 혼자 사는 남성이라 청약에 당첨될 거라고는 전혀 기대조차 안했는데, 제 앞에 당첨된 두 명이 입주를 포기해서 차례가 됐더라고요. 좀 부담되긴 했지만 큰마음 먹고 계약해서 ‘내 집 마련’에 성공했고, 입주한 지는 4년 정도 됐어요.

이곳에서 사는 동안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사실 조금 넓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아파트라는 공간이 안방, 서재, 침실, 거실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는데, 혼자 사는 저에게는 그런 구분이 별로 소용이 없거든요. 벽을 허물고 구조를 변경할까 하다가 아파트의 기본 구조상 제약이 있기도 했고, 그 비용을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사는 데 쓰는 것이 더 나을 거라 생각했어요. 거실 한쪽 벽면을 핑크색 페인트로 칠하고 수리없이 들어왔어요.

집을 꾸밀 때 가장 중점을 두었던 점은 무엇이에요? 개조를 못하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잘 채워보고 싶었어요. 원래 책이며 물건들을 쌓아두고 살았는데 이사를 오면서 이제 나이도 있으니 심플하고 모던하게 꾸미자고 다짐했죠. 노만코펜하겐과 헤이에서 흰색에 원목의 가구들을 사서 스타일링했는데, 뭔가 제 집이 아니더라고요. 왜 그랬나 생각해보니, 그때 한창 유행하던 북유럽 스타일로 꾸며보고 싶은 욕심에 제가 진짜 원했던 스타일에 대해 고민하지 못했던 거였어요. 그때 인테리어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새집에 입주하자마자 모든 걸 한 번에 사고 세팅하려는 데서 비롯됐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다시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어요?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었고요, 제 눈에 예쁜 것들을 하나씩 사서 모으면서 어우러지게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어떤 스타일이나 사조에 맞추려고 하지 않고 제 마음에 들면 구입해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주었는데, 그런 것들이 또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인테리어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언제부턴가요? 원래 남의 집 구경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영화 잡지에서 일할 때부터 해외 인테리어 서적을 일부러 사 읽었을 정도예요. <아파르타멘토> 같은 삶과 취향이 묻어나는 잡지를 좋아했어요. 그런 잡지들을 보면서 ‘세상에 아티스틱한 사람이 정말 많구나!’라고 새삼 느끼고 많이 배웠죠. 그리고 생각해보면 ‘자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인테리어 같아요. 옷은 어떻게 보면 약간 과장된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집은 가장 프라이빗한 공간이라 패션보다도 그 사람을 잘 보여준다고 봐요. 공간을 구경하다 보면 그 안의 사람을 알 수 있는 것도 좋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꾸미고 사는지 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공간을 꾸미는 감각은 타고난 건가요?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감각도 좋으셨던 분이었거든요. 어릴 때 저희 집엔 화려한 소파와 함께 페르시안 카펫 같은 게 깔려 있었어요. 당시 유행했던 멋들어진 등나무 가구도 있었고요. 1980년대 초반 그 집에서 푹신한 카펫을 밟으며 따뜻하게 보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어요. 제가 카펫을 좋아하는 것도 그 기억 덕분인 것 같아요. 지금 저희 집에도 카펫을 많이 깔아놓은 편이에요.

집에 재미있는 물건이 많아요! 수집하시는 건가요? 좋아하는 것들은 최대한 갖고 있는 편인데, 너무 많아서 정리하고 남은 것이 지금 보시는 것들이에요. 장식품은 여행이나 출장길에 벼룩시장 같은 곳에서 하나 둘씩 사 모은 것들이고요. 저는 어디서든 맘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우선 사는게 원칙이에요. 그곳을 다시 올 일은 거의 없고, 또 그 물건만을 사기 위해 다시 올 순 없으니까요. 처음엔 예뻐서 샀다가 이고 지고 오느라 고생하는 경우가 태반이죠. 식기 수납장의 유리잔 세트는 20피스짜리인데, 비행기를 두 번이나 환승하며 들고 오느라 ‘내가 이걸 왜 샀지?’ 하고 계속 후회했지만, 볼 때마다 흐뭇해요.

거실 테이블 위 재떨이들도 모으는 거죠? 맞아요. 재떨이는 세계 여기저기에서 구입하거나 선물로 받은 것들이에요. 재떨이를 모으게 된 건 앞으로 40년 정도 지나면 완전한 금연 시대가 올 거고, 그러면 재떨이라는 물건이 점차 희귀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요즘도 밤마다 이베이에서 1시간 정도는 재떨이를 검색해요. 가격도 저렴하고, 독특하고 예쁜 디자인을 가진 물건들마다 각각 사연이 있거든요. 너무 재미있어요. 나중에 재떨이용 진열장을 만들어서 채워볼까 생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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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가득 채운 물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거실. 사이드보드는 덴마크에서 직구한 닐스 존슨 디자인 제품. 금색 커피 테이블은 HAY, 흰색 임스 체어는 무라카미 다카시와 컴플렉스콘이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이다.

공간을 가득 채운 물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거실. 사이드보드는 덴마크에서 직구한 닐스 존슨 디자인 제품. 금색 커피 테이블은 HAY, 흰색 임스 체어는 무라카미 다카시와 컴플렉스콘이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이다.

고질라 피규어와 마샬 스피커가 올려진 오렌지색 카트는 카르텔의 1970년대 빈티지 제품으로 심보의 취향에서 구입했다.

고질라 피규어와 마샬 스피커가 올려진 오렌지색 카트는 카르텔의 1970년대 빈티지 제품으로 심보의 취향에서 구입했다.

고질라 피규어와 마샬 스피커가 올려진 오렌지색 카트는 카르텔의 1970년대 빈티지 제품으로 심보의 취향에서 구입했다.

작가의 집답게 책도 참 많아요. 책이 너무 좋고 잡지도 계속 구입하고 있어요. 표지가 예쁜 잡지는 사지 않을 수가 없고, 읽고 싶었던 책 중에 절판된 게 있다면 중고 서점에서 찾아서 소장할 정도로 책 욕심이 많아요. 주로 서재의 책장에 꽂아두지만, 늘 곁에 두고 싶은 거나 요즘 읽는 것들은 소파 옆이나 침대 근처에 두고, 아끼는 사진집 같은 경우 거실에 따로 모아서 꽂아두었어요.

집에 있는 물건들 중에 가장 아끼는 게 있다면요? 모든 것을 아끼지만(웃음), 루이스폴센의 판텔라 플로어 스탠드를 만족하면서 쓰고 있어요. 처음에 살 때는 너무 흔하고 가품도 많아서 고민했는데요. 이것만큼 어디에 놓아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조명이 별로 없더라고요. 실제로 사용해보니 플라스틱 전등갓을 어쩜 이렇게 잘 만들었는지, 빛이 은은하게 잘 퍼지는 게 정말 만족스러워요.

김도훈에게 집이란 어떤 공간이에요? 집은 나의 내면을 모두 끄집어내서 보여주는 공간이 아닐까요? 집을 보는 순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느낌이 오잖아요. 저도 집에 누군가 와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물건과 취향이 모여 있으니 너무나 진솔한 나의 모습인 거죠. 보는 사람의 마음에 들든 안 들든!

HAY의 테이블 위에서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재떨이들.

HAY의 테이블 위에서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재떨이들.

HAY의 테이블 위에서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재떨이들.

침실 수납장 위에 진열해둔 선글라스들.

침실 수납장 위에 진열해둔 선글라스들.

침실 수납장 위에 진열해둔 선글라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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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의 화장실은 향수 진열대가 된다. 좋아하는 향수로 가득한 화장실 선반.

멋쟁이의 화장실은 향수 진열대가 된다. 좋아하는 향수로 가득한 화장실 선반.

도심속 아파트, 사려 깊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중년 남성이 멋대로 펼치는 공간 미학.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