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갤러리스트 부부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예술가의 도시 베를린과 파리를 오가며 아트 노마드로 살아가는 부부가 베를린 시내에 있는 한 폐교를 갤러리와 집 그리고 아이들 놀이터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신시켰다.


학교 건물 맨 위층에 마련한 집. 옛 건물의 천장 구조를 살리고 가벽을 세워 학교 건물 특유의 긴 직사각형 구조를 짜임새 있는 생활 공간으로 전환시켰다. 흰 가벽에 걸어둔 작품과 그 앞 옷을 걸어놓은 듯한 조형물은 모두 비주얼 아티스트 미칼 로브너(Michal Rovner) 작품. 붉은 원형 카펫은 베르너 판톤 디자인, 우드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빈티지 컬렉션.

학교 건물 맨 위층에 마련한 집. 옛 건물의 천장 구조를 살리고 가벽을 세워 학교 건물 특유의 긴 직사각형 구조를 짜임새 있는 생활 공간으로 전환시켰다. 흰 가벽에 걸어둔 작품과 그 앞 옷을 걸어놓은 듯한 조형물은 모두 비주얼 아티스트 미칼 로브너(Michal Rovner) 작품. 붉은 원형 카펫은 베르너 판톤 디자인, 우드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빈티지 컬렉션.

예술과 일상이 결합된 공간
비교적 낮은 물가, 자유로운 창작 활동 공간이 시내 곳곳에 존재하는 베를린은 세계의 아티스트들을 불러들이며 오늘날 가장 주목 받는 예술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다채로운 문화공간이 들어서고 있는 베를린은 작가들뿐 아니라 문화 기획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독보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은 유명 갤러리스트 미하엘 푹스(Michael Fuchs)다. 20년 넘게 갤러리를 운영하며 그가 늘 했던 고민은 ‘열렬한 예술 팬이 아닌 사람도 갤러리를 찾게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고, 그러던 중 10년 전 미테(Mitte) 지역에 버려졌던 1930년대 유대인 여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5층짜리 낡은 건물을 30년간 임대한 그는 여기에 레스토랑과 카페, 갤러리와 전시장 등을 계획했고, 심지어 맨 위층에는 자신의 집을 마련했다. 건물에는 미하엘의 갤러리를 포함해 서로 다른 장르의 아트를 선보이는 갤러리 두 곳이 들어왔으며, 수준급의 레스토랑과 바, 카페를 입점시켜 예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아트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는 미하엘의 아내 콘스탄스 브레통(Constance Breton)이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더했다. 루프톱에 아이들의 놀이터를 만들어보자는 것. 그것도 아이와 어른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만든 놀이 기구가 있는 특별한 놀이터로 말이다.


온 가족의 행복한 놀이터 같은 집
‘루프톱 플레이그라운드’로 확실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하엘 푹스의 문화공간은 베를린에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보고 싶어 하는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예술을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놀이터 아이디어는 부부가 부모가 되고, 육아를 하면서 떠올릴 수 있었다. 특히 파리 출신의 콘스탄스는 잿빛 일색인 베를린의 놀이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10명의 아티스트가 제작한 위트 넘치는 놀이 기구는 오직 이 공간을 위해 만든 아트워크로서 갤러리스트 부부에게 빛나는 성취감을 안겨줬다.
그중 프랑스 출신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토미 웅거러(Tomi Ungerer)의 얼룩말 전망대는 이곳의 아이콘이자 아이들의 인기 놀이 기구로 사랑받고 있다. 업무상 베를린과 파리를 오가며 사는 부부는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가능한 한 두 집이 같은 느낌이 들도록 신경 쓰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은 놀이터가 있는 베를린 집이다. 그리고 이는 예술 작품을 집 안 곳곳에 배치하고 일상에서 즐기는 부부도 마찬가지. 건물 맨 위층에 둥지를 튼 부부의 집은 연이은 교실을 하나로 튼 개방적인 구조에 고색창연한 벽돌 천장과 트러스 구조의 철제 빔을 노출시킨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마치 로프트에 자리잡은 갤러리와 같은 모습이다.

예술을 통해 성장하는 가족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바꾸면서 미하엘은 건물이 지닌 역사성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때문에 건물 외부는 낡은 부분을 보강하는 차원의 보수 공사만 진행됐고, 실내의 경우 입점 시설에 맞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교실을 통합하는 정도로만 개조가 이루어졌다. 부부의 로프트 하우스는 맨 위층의 교실들을 하나의 공간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었는데, 그 결과 양쪽으로 창문이 있는 긴 직사각형의 스튜디오 공간처럼 되었다. “그림과 조형 작품을 전시하기 좋은 공간이라고 할까요.” 한 층만 내려가면 미하엘 푹스 갤러리가 있지만 결국 부부의 집은 갤러리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었다. 회화, 조각, 비디오, 설치미술 등 현대미술은 물론 디자이너 베르너 판톤의 디자인 아카이브도 다루는 미하엘이 인테리어를 모두 자신의 컬렉션으로 완성했기 때문. 시멘트 에폭시 바닥과 흰색 페인트 벽면으로 마감한 거실은 컬러풀하고 율동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베르너 판톤의 가구와 조명, 카펫의 조합으로 생기발랄함이 감도는가 하면, 스테인리스 스틸 아일랜드 하나만 놓인 미니멀한 주방은 거대한 플로어 램프와 빈티지 우드 테이블의 조합이 더해지면서 가정집의 따스함이 느껴진다. “예술은 우리 부부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집에서 예술에 대한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일깨우고 교감하며 성장해간다면 좋겠습니다.”

성공한 갤러리스트 부부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예술가의 도시 베를린과 파리를 오가며 아트 노마드로 살아가는 부부가 베를린 시내에 있는 한 폐교를 갤러리와 집 그리고 아이들 놀이터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신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