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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평 바닥에 쌓아올린 집

바닥,계단조차 특별한 부부의 협소주택

On March 12, 2021

8.5평 바닥에 둘만의 행복을 탄탄하게 쌓아 올리다! 치열, 지혜, 재치를 키워드 삼아 삶을 꾸려가는 박재원, 이민영 씨 부부의 작고 소중한 협소주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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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콤마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누리는 이민영(@diveintotheidea), 박재원 씨 부부. 앞쪽에 놓인 그림은 이곳의 모습을 이민영 씨가 직접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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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과 연결된 1층 거실의 천장을 시원하게 노출하고 흰색 페인트로 도장했다. 테이블과 벤치는 부부가 직접 제작해 추억이 많은 가구다.

현관과 연결된 1층 거실의 천장을 시원하게 노출하고 흰색 페인트로 도장했다. 테이블과 벤치는 부부가 직접 제작해 추억이 많은 가구다.

집은 진짜 내가 누군지 알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요? 밖에서는 사회에 맞춰 꾸며진 나를 보여주게 되는데 진짜는 집에 결국 모이는 것 같아요. 내가 보고 경험하면서 영감을 얻은 것들, 내가 가진 취향과 생각이 다 드러나니까요.

붉은 바닥과 보색을 이루는 초록 타일을 시공하면서 줄눈은 붉은 톤으로 메웠다. 주방에 사용한 네이비, 오렌지, 초록색이 포함된 테라초 상판을 골라 전체적인 톤이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부부의 빨간 냉장고는 슬로베니아 브랜드 고렌예 제품.

붉은 바닥과 보색을 이루는 초록 타일을 시공하면서 줄눈은 붉은 톤으로 메웠다. 주방에 사용한 네이비, 오렌지, 초록색이 포함된 테라초 상판을 골라 전체적인 톤이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부부의 빨간 냉장고는 슬로베니아 브랜드 고렌예 제품.

붉은 바닥과 보색을 이루는 초록 타일을 시공하면서 줄눈은 붉은 톤으로 메웠다. 주방에 사용한 네이비, 오렌지, 초록색이 포함된 테라초 상판을 골라 전체적인 톤이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부부의 빨간 냉장고는 슬로베니아 브랜드 고렌예 제품.

취미로 반려견 콤마의 모습을 그려온 이민영 씨가 직접 제작한 쿠션. 이 귀여운 패턴을 펜이 아닌, 마우스로 꾹꾹 눌러가며 그렸다고.

취미로 반려견 콤마의 모습을 그려온 이민영 씨가 직접 제작한 쿠션. 이 귀여운 패턴을 펜이 아닌, 마우스로 꾹꾹 눌러가며 그렸다고.

취미로 반려견 콤마의 모습을 그려온 이민영 씨가 직접 제작한 쿠션. 이 귀여운 패턴을 펜이 아닌, 마우스로 꾹꾹 눌러가며 그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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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과 3층은 복층으로 트여 있다. 협소주택이라 한 평이 아쉽지만 구조의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부부는 과감히 2층의 천장 일부를 개방했다.

제가 친구분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고 연락드렸잖아요. 많은 사진들 속에서 이 집을 찾아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 바닥과 계단조차 특별하고 매력적이에요! 민영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해요. 하나하나 직접 꾸민 집이라 애정이 크지만 자랑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온라인에 사진을 올리진 않았어요. 집에 놀러온 지인이 사진을 잘 찍어줘서 이런 기회가 왔네요. 재원 <리빙센스>에는 어마어마한 집들도 많이 나와서 이 집을 소개해도 될까? 살짝 고민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희처럼 스스로 집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용기를 냈어요.

두 분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민영 10년 정도 패션계에서 일을 했고 지금은 의류와 패브릭, 가구 모든 분야를 열어두고 브랜드 론칭을 고민 중이에요. 대량으로 찍어내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 질리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싶어요. 재원 미술관을 비롯한 상업 공간부터 주거 공간까지 다양한 작업을 하는 아틀리에 설계사무소에 다니고 있어요. 이 집으로 이사한 2018년 쯤엔 협소주택을 짓는 회사에 있었고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완성된 공간에서 클라이언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건축 쪽 일을 하시다 보니, 집에 대해 좀 더 각별히 생각하는 부분도 있죠? 재원 전에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주거환경이 날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생각이 항상 따라다녔어요. 적금에 대출까지 더해서 말 그대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최대한의 자금을 마련했는데 말이죠. 전세로 사는 집에 큰 돈을 쓸 수도 없고, 돈을 쓴다고 해도 주거 기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게 힘들었어요. 그러던 중 저희 또래 부부에게 협소주택을 지어준 적이 있었어요. 약간은 얼리어답터 기질이 있지만 저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집을 지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어요. 집을 짓는 건 부유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평범한 사람들도 선택을 하고 용기를 내면 되는구나!

깨달은 바를 곧장 실행에 옮겼나요? 재원 집을 새로 짓진 못했고,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했습니다. 아내를 이태원 우사단길에서 처음 만났고 그 동네에 신혼집을 얻어서 살고 있었어요. 계약이 만료돼 쫓겨나게 되면서 이제 내 집을 가져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저희 부부는 힘들고 빡빡한 삶 속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기 위해 치열하게 지혜와 재치를 짜내려고 해요. 집 찾기에 돌입하자마자 서울 시내에서 교통은 좋지만 땅값이 저렴한 동네를 6개월 넘게 찾아다녔습니다. 서울에 남아 있는 달동네는 거의 다 돌아다닌 것 같아요. 그땐 집을 보고 와선 바로 도면을 그려서 아내에게 브리핑하고, 컨펌을 받는 게 일과였죠. 

얌전한 성격의 콤마는 난간 없는 계단을 차분하게 오르내린다. 벽 쪽에 놓인 어항에서 물고기와 새우를 기른다.

얌전한 성격의 콤마는 난간 없는 계단을 차분하게 오르내린다. 벽 쪽에 놓인 어항에서 물고기와 새우를 기른다.

얌전한 성격의 콤마는 난간 없는 계단을 차분하게 오르내린다. 벽 쪽에 놓인 어항에서 물고기와 새우를 기른다.

반려견 콤마와 함께했던 봄의 장면을 그려 쿠션과 포스터를 세트로 제작했다.

반려견 콤마와 함께했던 봄의 장면을 그려 쿠션과 포스터를 세트로 제작했다.

반려견 콤마와 함께했던 봄의 장면을 그려 쿠션과 포스터를 세트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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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으로 비스듬한 천장 덕분에 시야가 사방으로 트인다. 네모 반듯, 평평한 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원함이 있다. 창문에는 전동 커튼을 달았다.

대각선으로 비스듬한 천장 덕분에 시야가 사방으로 트인다. 네모 반듯, 평평한 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원함이 있다. 창문에는 전동 커튼을 달았다.

각자 사용하는 자전거 2대는 1층 벽에 고정해 보관하고 있다.

각자 사용하는 자전거 2대는 1층 벽에 고정해 보관하고 있다.

각자 사용하는 자전거 2대는 1층 벽에 고정해 보관하고 있다.

우사단길에 살던 힙스터 부부가 이곳 마장동에 반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민영 우사단길은 어디서나 한강과 남산을 바라볼 수 있는 동네예요. 아름다운 뷰를 누리려면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야 하지만, 저희는 그런 낭만을 즐겼어요. 반면 이곳에선 평지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었고 저희가 가진 예산을 넘지 않는다는 점도 맘에 들었어요. 재원 우사단 마을은 젊은이들이 모여들어서 서로 의지하며 문화를 공유하는 매력적인 곳이었어요. 낡고 허름하지만 나름의 낭만이 있는 우사단 마을과 같은 친근함을 이곳에서 느꼈어요.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 두 분의 취향과 능력이 어떻게 조화되었나요? 재원 제가 직접 공간을 계획하고 전문가들에게 일을 맡겼어요. 색을 쓰는 건 아내가 더 잘해서 덕분에 컬러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었죠. 민영 윤현상재에 자재를 보러 갔다가 지금의 빨간 타일을 발견했어요. 1층에 무조건 이 타일을 깔겠다고 결정하면서 주방 벽에 보색인 초록 타일을 두르고, 과감하게 주방 가구 색을 네이비로 정했어요. 그리고 2층과 3층은 제 로망이었던 검은 헤링본 마루를 골랐더니 남편이 벽과 천장을 자작나무 합판으로 매치했죠. 남편은 산을 보는 스타일이라면 저는 나무를 보는 타입이랄까요. 남편이 세밀한 걸 덜 신경 쓸 땐 제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때론 제가 디테일에 집요하게 매달리면 남편이 답답해하기도 해요. 하지만 같이하면 확실히 시너지가 생기는 걸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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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기르는 일은 남편 담당이다. 화분 옆에 놓인 집 모양의 작은 소품은 남편 박재원 씨가 콘크리트로 만든 명함꽂이.

식물을 기르는 일은 남편 담당이다. 화분 옆에 놓인 집 모양의 작은 소품은 남편 박재원 씨가 콘크리트로 만든 명함꽂이.

이 집을 고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도 있었나요? 재원 “보통의 셀프 인테리어에선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 할 수 없는 장인의 연륜이 묻어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저희 집에 오셨던 타일, 페인트, 목재, 금속 전문가분들에게 이 말을 꼭 드렸어요. 완성도 높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내공 있는 전문가들을 수소문해서 작업을 요청했거든요. 당시엔 그분들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고집이 있으신 분들이라 의견 충돌도 빈번하고 약속 시간이 잘 안 지켜져서 일정 조율에 고생도 많았고요. 그래서 공사 기간만 4개월이 걸렸는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만족해요. 타일의 정렬, 지붕의 각이 딱 맞아떨어지는 완성도 높은 공간에서 살게 됐으니까요.

가지고 계신 가구나 소품 중에 가장 아끼는 건 어떤 거예요? 민영 1층에 둔 벤치랑 테이블이요. 저희가 직접 만들었는데 쓸 때마다 뿌듯해요. 집에서 파티를 자주했는데 친구들과 이 테이블에 앉아서 놀던 추억도 종종 생각나고요. 요즘은 저녁을 먹고 이 자리에서 고스톱을 세 판씩 쳐요. 서로 놀려주는 재미가 있어서 목숨 걸고 한답니다. (웃음)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재원 가구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요. 재료는 을지로에서 나무판을 사고, 원하는 철제 프레임 디자인을 손으로 그려서 주문해요. 그 다음 과정은 집에서 했어요. 나무를 매끈하게 다듬고, 오일을 여러 번 먹인 다음 철제 프레임과 결합하면 돼요. 저희는 둘이서 같이, 직접 제작하는 걸 워낙 좋아해 즐겁게 작업했어요.

협소주택을 주변에 추천하나요? 민영 한 집에서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누릴 수 있어요. 때론 혼자서 집중을 하는 시간도 필요하잖아요. 남편은 3층, 제가 1층에 머물면 서로 다른 곳에 있는 느낌이 드는데, 그 기분도 좋던걸요. 재원 마당이 있는 넓은 집에 살면 더 좋겠지만, 전세보다는 작더라도 내 집 짓기를 추천해요. 저희 집은 층당 면적이 8.5평 정도인데, 작은 땅을 활용할 다양한 방법이 있을 거예요.

부부는 요즘 피아노를 독학하는 중인데 이제 바이엘 단계다. 벽면의 일러스트는 알베르 키위 작가의 작품.

부부는 요즘 피아노를 독학하는 중인데 이제 바이엘 단계다. 벽면의 일러스트는 알베르 키위 작가의 작품.

부부는 요즘 피아노를 독학하는 중인데 이제 바이엘 단계다. 벽면의 일러스트는 알베르 키위 작가의 작품.

테라스에서 동네 관찰을 즐기는 반려견 콤마를 위해 작은 정원을 조성했다.

테라스에서 동네 관찰을 즐기는 반려견 콤마를 위해 작은 정원을 조성했다.

테라스에서 동네 관찰을 즐기는 반려견 콤마를 위해 작은 정원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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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실. 원래는 수납장으로 막혀 있던 공간에 마네킹을 두어 여백을 살렸다. 부부는 이곳을 태국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길 같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유럽의 오래된 주택처럼 아늑하고 감성적이다.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실. 원래는 수납장으로 막혀 있던 공간에 마네킹을 두어 여백을 살렸다. 부부는 이곳을 태국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길 같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유럽의 오래된 주택처럼 아늑하고 감성적이다. 

  •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실. 원래는 수납장으로 막혀 있던 공간에 마네킹을 두어 여백을 살렸다. 부부는 이곳을 태국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길 같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유럽의 오래된 주택처럼 아늑하고 감성적이다.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실. 원래는 수납장으로 막혀 있던 공간에 마네킹을 두어 여백을 살렸다. 부부는 이곳을 태국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길 같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유럽의 오래된 주택처럼 아늑하고 감성적이다.
  • 계단 아래쪽 작업 공간은 요즘 건축사 시험을 준비하는 남편 박재원 씨가 주로 사용한다.  
계단 아래쪽 작업 공간은 요즘 건축사 시험을 준비하는 남편 박재원 씨가 주로 사용한다.
  • 3층의 벽과 천장은 자작나무 합판으로 마감했다. 3층의 벽과 천장은 자작나무 합판으로 마감했다.
  • 경험을 중시하는 부부는 자동차에 작은 텐트와 자전거를 싣고 40일간 국내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빛바랜 지도에 표시된 검은 선이 부부의 신혼여행 루트.경험을 중시하는 부부는 자동차에 작은 텐트와 자전거를 싣고 40일간 국내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빛바랜 지도에 표시된 검은 선이 부부의 신혼여행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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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헤링본 바닥에 자작나무 합판으로 마감한 벽과 천장. 잎이 무성한 식물들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다.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겠다는 건축주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 있는 공간을 만들려면 돈이 조금 더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릴 거예요. 이때 타협하지 않고 맨 처음 상상했던 공간을 갖기 위한 고집이 필요해요.

8.5평 바닥에 둘만의 행복을 탄탄하게 쌓아 올리다! 치열, 지혜, 재치를 키워드 삼아 삶을 꾸려가는 박재원, 이민영 씨 부부의 작고 소중한 협소주택 이야기.

CREDIT INFO

기획
김의미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