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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오 디자이너와 #내일의_공예⑦

공기 같은 살림, 옹기의 쓸모

On March 03, 2021

시대와 환경이 변하면서 일상에 필요한 물건도 자연스레 바뀌는 요즘, 전통 공예품이자 숨 쉬는 용기, 옹기가 주목받고 있다. 발효식품은 물론 곡식, 건어물을 보관하는 데도 제격인 과학적인 그릇 옹기의 현대적 쓰임에 대해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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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 화병과 항아리는 현대적인 오브제와 함께 세팅해도 잘 어울리는 소품이다.

전북 진안의 손내옹기 작업실에서 물레를 돌려 항아리를 만드는 이현배 장인.

전북 진안의 손내옹기 작업실에서 물레를 돌려 항아리를 만드는 이현배 장인.

전북 진안의 손내옹기 작업실에서 물레를 돌려 항아리를 만드는 이현배 장인.

작업실 주변을 가득 메운 다양한 크기의 장독대들.

작업실 주변을 가득 메운 다양한 크기의 장독대들.

작업실 주변을 가득 메운 다양한 크기의 장독대들.

전통 방식대로 불을 때서 옹기를 만드는 가마.

전통 방식대로 불을 때서 옹기를 만드는 가마.

전통 방식대로 불을 때서 옹기를 만드는 가마.

한반도 필수 공예품

오래전 옹기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물건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일반 백성부터 사대부, 왕실까지 아이가 태어나면 길일을 택해 태를 깨끗하게 씻고 태항아리에 넣어 좋은 터에 묻었다. 밥을 담아 먹는 오모가리, 똥을 담는 합수독아지는 일상에 꼭 필요한 물건이었으며, 시신을 커다란 옹관에 넣어 장사 지내는 것은 신석기시대부터 내려온 인류의 공통된 장법(葬法)이었다.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는 장(醬)이 다스린다고 하는데, 좋은 장은 좋은 장독을 만나야 가능했고, 우리의 대표 발효식품 김치는 장독을 땅에 묻고 그 안에 보관하면 몇 년을 두고 먹을 수 있었다. 이처럼 한반도에서 옹기는 ‘저장’을 위한 필수품이었다. 옹기는 진흙을 원료로 해서 잿물을 입히지 않고 구워 만든 그릇인 질그릇과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약간 구운 다음 오짓물을 입혀 다시 구운 오지그릇을 통칭하는 말이다.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를 합쳐 부르는 말로 도기가 바로 옹기, 자기는 청자와 백자, 분청사기를 일컫는다.

옹기의 가장 큰 특징은 ‘숨을 쉬는 그릇’이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옹기그릇이 숨을 쉬는 게 아니라 옹기그릇에 담긴 재료가 숨을 쉰다고 할 수 있다. 안에 담긴 게 숨을 쉴 때 옹기는 물이 새는 것을 막으며 공기는 통하게 하는 것. 이 때문에 안에 든 음식물이 부패되지 않고 발효가 되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옹기를 만드는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흙을 반죽해서 응달에서 말린 뒤 떡메로 쳐서 벽돌 모양으로 만들고, 이것을 바닥에 쳐서 판자 모양의 타래미를 만든다. 타래미를 물레 위에 올리고 방망이로 다듬고 손놀림을 거듭하며 모양을 만드는데, 옹기의 모양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전통 방식으로 제작 시 가마에 한 번 불을 때면 7일 동안 계속 불을 지핀다. 첫날은 습기를 날리는데, 1200℃까지 열을 가하면 흙 속에 들어 있던 유기물질로 인해 미세한 구멍이 생기면서 숨 쉬는 그릇 옹기가 탄생한다.

옹기는 수천 년 동안 우리의 조상과 한반도에서 함께해 온 일상용품이었으나 산업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타격을 입었다. 특히 도시 사람들의 경우 더 이상 장을 담그지 않고 깨지지 않는 스테인리스, 플라스틱 용기만을 선호하면서 옹기의 존재는 서서히 잊혔다. 이에 국가에서 1990년부터 옹기장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며, 지역별로 전통을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북 진안에 위치한 손내옹기의 이현배 옹기장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옹기가 일상에서 쓰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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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내옹기 작업실 전경. 바닥은 옹기를 만드는 흙과 같은 재료로 마감했다.

손내옹기 작업실 전경. 바닥은 옹기를 만드는 흙과 같은 재료로 마감했다.

양태오 디자이너에게 옹기에 띠무늬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이현배 장인.

양태오 디자이너에게 옹기에 띠무늬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이현배 장인.

양태오 디자이너에게 옹기에 띠무늬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이현배 장인.

호텔리어에서 옹기장으로

이현배 옹기장은 끊어질 뻔한 전통 옹기의 명맥을 잇는 것은 물론 옹기의 기능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급호텔에서 초콜릿 등 디저트를 전담하는 요리사로 일했던 그는, 우연히 옹기를 접한 후 1991년부터 인생을 걸고 옹기를 만들기 시작해 이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장인의 반열에 올랐다. 2008년 장인의 달항아리와 전골 솥이 유네스코 우수 수공예품으로 선정됐고, 2010년에는 예올이 올해의 장인으로 선정했으며, 2017년에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7호 ‘진안고원형옹기장’의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장인에게 옹기는 어떤 존재였을까? 양태오 디자이너가 장인과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멋진 작업실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호텔에서 초콜릿을 만드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옹기를 만드시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먼 곳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시골 출신이라 나이가 들면 시골에서 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농사는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옹기를 만났는데, 옹기는 농산물이 담기면 발효가 되어 부가가치가 높아지니 먹고살 수 있을 거라고 마음대로 믿고(웃음) 시작했어요.

옹기를 어떻게 배우게 된 건가요? 초콜릿을 만들다가 미술이 하고 싶어져서 진로 문제로 고민이 많았거든요. 여행을 하며 생각을 가다듬어야겠다고 계획을 세우는데 구술로 풀어낸 민중 자서전 《뿌리깊은나무》에서 읽은 옹기 이야기가 생각나더라고요. 옹기장의 “나 죽으면 이걸로 끊겨버리지”라고 말한 구절이 기억나서 벌교의 징광옹기점을 찾아갔어요. 제가 가니까 옹기장이 “어찌 왔냐”고 물었는데 저도 모르게 “옹기 배우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했어요. 저도 좀 당황스럽긴 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나니까 진짜 하고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옹기의 길로 들어선 거예요.  

원형의 흙덩이를 잘라서 벽돌처럼 만든 후 바닥에 탕탕 치대며 평평하게 타래미를 만든다.

원형의 흙덩이를 잘라서 벽돌처럼 만든 후 바닥에 탕탕 치대며 평평하게 타래미를 만든다.

원형의 흙덩이를 잘라서 벽돌처럼 만든 후 바닥에 탕탕 치대며 평평하게 타래미를 만든다.

손내옹기 작업실 전경. 바닥은 옹기를 만드는 흙과 같은 재료로 마감했다.

손내옹기 작업실 전경. 바닥은 옹기를 만드는 흙과 같은 재료로 마감했다.

손내옹기 작업실 전경. 바닥은 옹기를 만드는 흙과 같은 재료로 마감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단번에 결정하셨나 봐요? 둘째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식구들 고생이 많았죠. 《뿌리깊은나무》에 나오는 옹기 관련 글을 보면 당시에도 옹기로는 먹고살기 힘들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하고 정말 잘 맞았어요. 원래 조소를 해보려고 했던 제 성향하고 잘 맞았던 것 같고요. 옹기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어요.

그런 노력 덕분에 옹기로 전시도 할 수 있었나 봐요. 저는 선생님의 옹기 전시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정말 멋진 전시였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거든요. 선생님께선 옹기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투박하지만 제 일을 잘해내는 게 옹기의 매력이죠. 옛날에는 이 땅에서 생존하려면 발효음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발효는 좋은 말로 하면 자연 발효예요. 외국은 어떤 식품을 발효시키려고 하면 거기에 맞는 균을 배양해서 주입하는 방식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안 그래요. 환경이 조금만 다르면 다른 결과가 나타나요. 그런 조건에서는 옹기처럼 숨을 쉬게 해주는 용기가 꼭 필요했죠. 여름의 고온다습한 상황에서 부패하지 않고 발효가 되려면 통풍이 되어야 하는데 흙으로 빚은 옹기는 피부 호흡이 가능했어요. 물은 새지 않지만 공기는 통하는 특성이 있거든요.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정말 신기한 점입니다. 그런 특수한 기능을 위해서 특별한 작업 방식이 있나요? 옹기는 가마에서 훅 지나가는 불로 구워야 해요. 사기를 굽듯 열을 가두어서 가하면 표면이 유리처럼 변해서 호흡 기능이 떨어져요. 옹기 불은 안절부절못하면 안 되고 확 지나가는 불에 구워서 죽을 놈 죽고 살 놈 살게 한다고 하죠. 또 옹기는 흙도 세 군데 흙을 섞으면 탈이 없다고 해요. 사기는 성분을 나누고 균질화시켜야 조직이 강해지고 이러거든요. 하지만 옹기는 인공적인 색을 얻기 위한 게 아니라 호흡 기능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해서 나누지 않고 흔하디흔한 흙을 모아서 만듭니다. 재료에 연연해하면 뭘 못한다고도 하고요. 그런 기질의 차이가 있어요.

저도 한옥 마을에 살면서 옹기를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주로 외부에 두는 장독을 많이 접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선생님 댁과 작업실에서 보니 실내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식기류가 많아서 인상적이었어요. 물건은 놓인 자리를 따라간다고 합니다. 제대로 안 놓이면 옹기가 제 일을 잘 못한 거고 일을 제대로 했으면 그 상황에 따라가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어요. 옹기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고, 제구실을 다한다면 어디에 두어도 잘 어울릴 겁니다. 어찌 보면 자유로운 물건이죠.

옹기가 현대사회에서도 그 장점을 인정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세요? 옹기가 다시 고유한 기능성을 인정받을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스테인리스 용기가 아무리 깨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 안에서는 음식이 발효하지 못하고 부패하죠. 플라스틱 용기도 마찬가지예요. 편리하지만 음식의 맛을 지켜주지 못하고 환경을 오염시켜요. 우리는 그런 문제들을 모두 알고 있어요. 그러니 다시 옹기가 제 쓰임을 찾을 날이 오지 않을까요?

옹기를 만들기 위해 미리 뭉쳐놓은 흙덩이.

옹기를 만들기 위해 미리 뭉쳐놓은 흙덩이.

옹기를 만들기 위해 미리 뭉쳐놓은 흙덩이.

장인이 물레를 돌려 옹기의 주둥이 모양을 만들고 있다.

장인이 물레를 돌려 옹기의 주둥이 모양을 만들고 있다.

장인이 물레를 돌려 옹기의 주둥이 모양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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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 테이블웨어를 직접 사용해본 양태오 디자이너는, 가볍고 다른 식기와도 잘 어울려 일상에서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옹기는 한국인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해요.
음식을 저장하고 필수적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게 해주는 심플하고 쉬운 도구.
정말 큰 일을 해내는 물건에서 고마움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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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상차림을 완성할 수 있는 옹기 테이블웨어.

정갈한 상차림을 완성할 수 있는 옹기 테이블웨어.

작은 항아리들은 양념류를 담아두기 적당하다. 공기가 통하는 옹기의 특성상 오래도록 깊은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작은 항아리들은 양념류를 담아두기 적당하다. 공기가 통하는 옹기의 특성상 오래도록 깊은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작은 항아리들은 양념류를 담아두기 적당하다. 공기가 통하는 옹기의 특성상 오래도록 깊은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부담 없이, 자유롭게

저장 용기로 많이 생산되었던 옹기는 요즘 들어 식기, 화병, 화분 등 다양한 용도의 제품들로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여러 노력 끝에 냉장고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식기세척기에서도 사용 가능한 제품까지 만들어지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현배 장인은 예올과 함께 다양한 식기류를 제작하며 옹기의 현대화를 시도 중이다.

이가스퀘어 고문인 이상철 디자이너가 프로젝트를 맡아 옹기로 실용적인 테이블웨어를 만든 것. 활용도에 따라 한식과 양식 구분 없이 두루 쓰일 수 있는 다양한 식기류는 투박하다고 생각됐던 옹기도 스타일리시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양태오 디자이너는 평범한 흙으로 빚어 일상에서 편하게 쓰는 옹기의 장점에 주목했다.

“공예품은 예술품처럼 다루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벗어나, 부담 없이 사용해도 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는 옹기가 돋보였습니다. 쉽게 만들고 쉽게 쓸 수 있는 물건이 좋은 공예품이라고 생각해요.”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동경하는 요즘 옹기를 만나고 좋은 디자인의 제품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는 양태오 디자이너.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흙으로 만드는 데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옹기의 미학이 그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고.

“내일의 공예 칼럼을 진행하면서 늘 느끼지만, 공예 안에는 미래에 대한 답이 존재해요. 현재의 우리가 겪는 문제점, 플라스틱 공해라든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어요. 우리에겐 이미 옹기라는 훌륭한 물건이 있으니까요.” 그의 말대로 우리 곁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물건은 앞으로도 오래 함께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듯하다.

 

<리빙센스>×디자이너 양태오×예올

‘내일의 공예 프로젝트’ 일곱 번째 이야기- 옹기
<리빙센스>가 디자이너 양태오, 재단법인 예올과 함께 한국 전통공예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내일의 공예’ 프로젝트. 전통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일에 힘쓰는 단체 예올, 우리의 전통을 토대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동시대적 미감을 구축하고 있는 디자이너 양태오,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의 품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주는 매거진 <리빙센스>가 의기투합해서 한국의 전통공예 장인들을 찾아갑니다.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을 지키고 이어오는 장인을 만나 한국공예의 미래를 그려보고 그 현대적 쓰임을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소개된 공예품은 예올샵(www.yeol.org/product)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시대와 환경이 변하면서 일상에 필요한 물건도 자연스레 바뀌는 요즘, 전통 공예품이자 숨 쉬는 용기, 옹기가 주목받고 있다. 발효식품은 물론 곡식, 건어물을 보관하는 데도 제격인 과학적인 그릇 옹기의 현대적 쓰임에 대해 알아보았다.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