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시공 없이 자신의 취향을 가득 담아낸 홍차홈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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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있는 홈스타그래머의 반전. 아기자기한 피드를 보고 신혼집이라 생각하고 홍차홈(@hongchahome) 정윤정 씨를 만나러 갔다. 예상과 달리 대학생 자녀를 둔 결혼 24년 차 주부! “그동안 여러 번 이사를 다녔는데 단 한 번도 인테리어 시공 없이 집을 꾸며왔어요. 취향을 담아 집을 가꿔 나가는 걸 좋아해서요.” 그녀는 그동안 다양한 스타일링을 시도해봤다고. 셰비, 모던, 미니멀 인테리어를 거쳐 요즘에는 세미 빈티지에 꽂혔는데, 그간의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여기에 이런 게 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 핀터레스트로 찾아보고 아이디어를 얻어요.” 예컨대 허전한 주방 빈 벽을 보고 창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직접 창문을 제작해 달았다. 벽에 거는 거라 가벼운 삼나무를 선택하고, 여닫을 수 있게 치수를 재서 제작 의뢰를 맡긴 것. 완성되어온 창문 틀에 직접 고른 경첩과 문손잡이를 장식해 완성했는데, 그 안에 사이즈가 꼭 맞는 포스터를 붙여 창문 느낌을 배가했다. 이처럼 집 안 곳곳 아이템마다 이야깃거리가 가득했다.
트렌드를 따라 하는게 아닌, 나의 취향이 담긴 집을 만들고 싶어요.
실패할지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서 집을 가꿔가고 있어요.
작은 아이템을 교체해 색다른 인테리어를 연출하는 법. 계절마다 쿠션, 식탁보 같은 패브릭을 바꿔주고 꽃시장에 가서 사온 꽃으로 갈런드를 만들기도 하고, 미니 트리를 만들기도 해요. 남은 식물은 디퓨저에 꽂아두면 예쁜 미니 화병이 되죠.
세미 모던 빈티지, 홍차홈
거실의 유리 테이블과 페치카도 직접 공들여 제작했다. “유리 테이블이 갖고 싶은데 기성 제품 중에서는 마음에 드는 게 없더라고요. 원래 책상처럼 긴 다리 길이를 짧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유리는 따로 사와서 얹힌 거예요.” 사람들이 어디 제품인지 물어오지만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나만을 위한 제품이라 뿌듯하다. 페치카 장식은 몇 년 전 만든 것으로, 당시에는 구하기가 쉽지 않아 직접 디자인을 하고 몰딩 디테일을 가미해 만들었다. 가장 최근에 만든 것은 침실의 벽면.
“가벼운 페인팅은 해봤어요. 이 집도 도배, 장판 등 아무것도 안 하고 들어왔는데 아무래도 지저분해 보여서 제가 칠을 했거든요. 하지만 빈티지 스타일은 가루로 된 물감의 색을 직접 조합하고 거친 느낌을 살려 칠하는 것이라 느낌이 살지 않을까, 지저분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보면 주말 내내 한 고생에 대한 보답처럼 느껴져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홈 카페 느낌의 주방에도 스타일링 노하우는 가득했다. “커피를 좋아해서 관련 아이템이 많은데 자리가 마땅치 않았어요. 쟁여두고 먹는 편이 아니라 김치냉장고를 치우고, 그 자리에 수납장을 들이고 미니 홈 카페로 만들었어요.”
검정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칙칙해 보였던 주방은 원목 소품들로 따스함을 가미했다. 지저분해 보이는 주방 뒤쪽을 가리기 위해 유리장을 미니 파티션으로 활용하고, 타일 무늬 시트지로 아일랜드 조리대를 감쌌더니 주방이 한결 밝아졌다. 인테리어와 장식을 옷처럼 가볍게 바꾸는 것은 그녀 특유의 부지런함과 센스 덕분.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는 정윤정 씨 집의 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인테리어 시공 없이 자신의 취향을 가득 담아낸 홍차홈에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