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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와 꽃터뷰 #2

제주라는 섬에 안겨 노래가 되다, 장필순

On February 10, 2021

장필순은 제주로 와서 자연이 되었다.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생명에게 곁을 주며, 노래라는 선선한 바람을 불어주는 사람. 요즘 세대들이 아이유의 우상, 이효리의 이웃으로 안다는 장필순의 진가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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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 ‘노래가 된 사람’, 백은하 作.

제주도 애월읍에 위치한 장필순의 사랑방 ‘카페 요유나’.

제주도 애월읍에 위치한 장필순의 사랑방 ‘카페 요유나’.

제주도 애월읍에 위치한 장필순의 사랑방 ‘카페 요유나’.

장필순의 사인이 적힌 앨범 역시 카페 요유나의 한쪽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생긴 수익금은 유기견 돕기에 쓴다.

장필순의 사인이 적힌 앨범 역시 카페 요유나의 한쪽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생긴 수익금은 유기견 돕기에 쓴다.

장필순의 사인이 적힌 앨범 역시 카페 요유나의 한쪽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생긴 수익금은 유기견 돕기에 쓴다.

카페 요유나에서 기타를 든 장필순이 나지막이 노래를 시작했다.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부르고, 노래가 끝나자 카페 직원이 외치길 “선생님, 완전 섹시해요! 멋져요!”

카페 요유나에서 기타를 든 장필순이 나지막이 노래를 시작했다.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부르고, 노래가 끝나자 카페 직원이 외치길 “선생님, 완전 섹시해요! 멋져요!”

카페 요유나에서 기타를 든 장필순이 나지막이 노래를 시작했다.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부르고, 노래가 끝나자 카페 직원이 외치길 “선생님, 완전 섹시해요! 멋져요!”

새벽, 원고를 마무리하며 장필순 9집 앨범 <soony re:work-1>의 수록곡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를 듣는다. 새벽 숲속 나무 사이를 걷는 듯한 분위기, 장필순의 목소리엔 아가도 있고 할머니도 있다. 수줍은 맑은 소녀도 있고, 나무꾼 청년도 있다. 어여쁜 제비꽃도 있고 무서울 것 없는 거목도 서 있다. 새벽안개가 있고 햇살이 있다. 오롯한 고독이 있고 따사로운 보살핌이 있다. 스산한 어둠이 있고 다시 솟는 말간 희망이 있다. 예전 대학로 콘서트장에서 듣던 그녀의 대표곡들인데 새롭게 들린다. 장필순은 자기 노래를 여러 번 다시 불렀다. 우리가 먹는 밥이 열 살 때 먹던 ‘말간 밥’과 사회생활을 하는 틈에 욱여넣은 ‘서러운 밥’이 다르듯, 굽이굽이 삶을 통째로 넣고 시기마다 다 다르게 피워낸 노래들.

노래로 살던 시절, 노래를 접으려 했던 시절, 나무하러 산에 다니던 시절, 아이들 성장시킨 시절, 유기견 돌보기에 열심을 다하고 동거 동락하는 조동익과 삶을 노래로 만들고, 노래로 삶을 만드는 현재진행형의 지금 이 시절…. 그 모든 시절마다 진심을 다한 삶의 밀도(密度). 그런데 힘을 주기보다 오히려 최대한 담담하게 무방비의 가녀린 목소리로 노래한다. 그래서 듣는 이를 마구 흔든다. 제주 집에서 만들어낸 그들의 우주 한편 한편을, 노래를, 삶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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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있어주면 돼’(장필순의 노래 제목), 백은하 作.

‘그대로 있어주면 돼’(장필순의 노래 제목), 백은하 作.


살기 힘든 세상에 사람보다 동물이 중요하냐, 그까짓 동물한테 난리냐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필요해서 길들인 동물이잖아요. 그러면 책임감을 갖고 지켜줘야죠.
 

마당엔 반려견인 달래, 완두, 냉이가 산다. 몸집은 커도 어찌나 순한지. 제주에 살면서 기르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도 어느덧 여섯 마리. 직접 땅을 파 마당 한쪽에 묻어주었다.

마당엔 반려견인 달래, 완두, 냉이가 산다. 몸집은 커도 어찌나 순한지. 제주에 살면서 기르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도 어느덧 여섯 마리. 직접 땅을 파 마당 한쪽에 묻어주었다.

마당엔 반려견인 달래, 완두, 냉이가 산다. 몸집은 커도 어찌나 순한지. 제주에 살면서 기르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도 어느덧 여섯 마리. 직접 땅을 파 마당 한쪽에 묻어주었다.

장필순이 귀가 아픈 달래의 상처에 붕대를 감자, 달래는 눈을 지그시 뜨며 의지했다.

장필순이 귀가 아픈 달래의 상처에 붕대를 감자, 달래는 눈을 지그시 뜨며 의지했다.

장필순이 귀가 아픈 달래의 상처에 붕대를 감자, 달래는 눈을 지그시 뜨며 의지했다.

우리는 제주에 폭설 예보가 떨어진 날 그녀의 집 근처 카페 요유나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가 내게 먼저 맑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백은하 작가님이시죠? 저 어제도 여기서 기다렸어요. 날짜 잘못 알고요.”

저도 제주로 이주해온 후로 이따금 날짜를 잊곤 해요. 여기 산속에선 더 그러실 것 같은데요. 선생님, 가지고 오신 이 옷들은 뭐예요?
제가 입던 옷인데 이곳 카페에 진열하고 팔아서 유기견 돕는 일에 기부해요. 팔리면 제 옷장에 있던 옷을 또 챙겨오고, 여기 카페 사장님이 팔아주세요. 같이 애써주는 거죠. 작가님, 이 옷 어떠세요? 유기견들을 위해 주머니를 좀 터시죠!(웃음)

바지가 모두 5000원. 와, 제주에 내려와선 통 옷을 살 일이 없었는데, 유기견도 돕고 좋은데요! 선생님, 제주 내려오신 지 꽤 되셨지요?
올해로 16년 됐네요.

그간 제주에서 녹음한 앨범을 여러 장 내시고, 유기견 돕기도 활발히 하시며 완전히 제주 사람이 되신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 제주 내려오실 때엔 음악을 완전히 접으려 하셨다면서요?
네, 둘이 농사짓자 그랬어요. 손이 다 망가질 만큼 톱질을 하고, 나무를 해다 나르고, 음악은 전혀 손대지 않고 호미질, 도끼질, 톱질만 4~5년 한 거 같아요. 화목 보일러를 쓰는데 땔감을 사다 쓸 순 없으니 매일 산에 올라가 잘라온 나무를 인디언처럼 마당에 쌓고…. 그 시간들이 재밌고 건강해지고, 좋았어요.

그때 왜 음악을 접으려고 하셨어요? 이만하면 됐다 싶으셨어요? 속상함 같은 것도 있으셨어요?
네, 둘 다죠. 작업을 하면서는 사람들 반응에 상관하지 않겠다는 주의지만, 속으론 우리만의 자아도취인가 싶었어요. 우리 음악이 시대와 안 맞는구나, 너무 빠른가?… 5집과 6집도 당시엔 전문가들에게만 좋은 평가를 받았고 성과는 안 좋았어요.

6집은 2000년대 베스트 앨범 100에서 1위, 최고의 명반으로도 선정되었는데요?
다 나중에 생긴 반응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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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순은 패션을 좋아한다. 앨범 커버 촬영 때문에, 예뻐서,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사게 된 옷들을 꾸준히 정리하고 리폼해 판매한다. 수익금은 유기견 단체에 기부하거나 동네에 방치된 강아지들을 먹일 사료 값이 되기도 한다.

장필순은 패션을 좋아한다. 앨범 커버 촬영 때문에, 예뻐서,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사게 된 옷들을 꾸준히 정리하고 리폼해 판매한다. 수익금은 유기견 단체에 기부하거나 동네에 방치된 강아지들을 먹일 사료 값이 되기도 한다.

유기견을 위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거래 성사! 백은하 작가는 입고 있는 코트와 머플러를 포함한 8가지를 구매했다.

유기견을 위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거래 성사! 백은하 작가는 입고 있는 코트와 머플러를 포함한 8가지를 구매했다.

유기견을 위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거래 성사! 백은하 작가는 입고 있는 코트와 머플러를 포함한 8가지를 구매했다.

지난 앨범 촬영때 입었던 흰 셔츠 역시 이제 백은하 작가의 옷이다.

지난 앨범 촬영때 입었던 흰 셔츠 역시 이제 백은하 작가의 옷이다.

지난 앨범 촬영때 입었던 흰 셔츠 역시 이제 백은하 작가의 옷이다.

그러다 어떻게 다시 음악을 할 마음이 솟아나셨어요?
그 불을 붙여준 게 (박)용준이랑 (함)춘호 형이었어요. CCM 음반을 만들자고 해서 그때 제주 와서 5년 만에 처음 기타 치면서 곡을 썼죠. 신앙은 있지만 제가 기독교인다운 삶을 살진 못했으니 다른 CCM 가수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지만요. 그렇게 앨범을 하나 내고 7집, 8집, 9집까지 음악을 지속하게 되었죠.

음악이 점점 더 세련되고 젊어지는 느낌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처지고 안주하게 되는데, 더 뭔가를 발견해나가며 아름다워요. 제주에서 영향을 받으셨나요?
일렉트로닉한 음악인데 많은 분들이 오히려 평안함과 자연의 소리를 느낀다고 하셨어요. 의도한 건 아닌데 이건 분명 여기 공간에서 오는 영향력이 아닐까 싶어요.

작년에 낸 싱글앨범 <소랑>은 제주를 노래한 건가요?
어느 날 좋아하는 숲길을 올라가는데 편백나무가 다 베어져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어요. 직설적인 표현 대신 제주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노래했어요.

남편이신 조동익 선생님은 음악 동지로 그리고 인생 동반자로 어떤 분이세요?
동익 오빠는 100% 뮤지션. 집에서 10평 밖을 벗어나지 않아요. 안방에 있는 작업실에서 공부하고, 작업하고요. 끊임없이 새로운 소리를 찾고 만드느라 거의 항상 책상에 앉아 있는 뒷모습을 봐요. 음악과 관련해 새로움을 늘 찾고 그게 공통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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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에게 고백했지 (장필순의 노래 ‘고백’ 가사 중)’, 백은하 作.

조동익 선생님께서 장필순 선생님을 위해 지은 곡이 혹시 있으세요?
없을 거예요(웃음). 서로를 너무 좋아한다거나 음악적으로 완벽히 맞았다거나 하는 그런 출발이 아니었어요. 그저 음악이란 테두리 안에 공통분모가 한 해, 두 해 만들어지면서… 서로 너무 사랑하지만, 소울메이트에 가까운 묘한 인연이에요. 우습게 이야기하면, 하나님이 나한테 “너는 이 사람하고 살면서 음악하고 지내다 와라”, 해주신 거 같은 기분.

두 분 음악 작업은 어떻게 하세요?
저희 둘은 악보 없이 암기로 해요. 기타랑 베이스를 직접 치고 작업을 하는 동안 결국 다 외워버리는 거죠. 보통 오빠가 리듬을 만드는 동안 제가 옆에 같이 앉아서 인터넷으로 좋아하는 패션 사진을 구경해요. 그러다 좋은 멜로디가 들리면 이야기를 한두 마디씩 하다가 작업이 시작되고 가사가 붙는 거죠. 24시간 같이 있으니, 음악에 진심이 담기게 되는 것 같아요.

직접 녹음한 음악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울컥하거나 너무 좋기도 하고, 그런가요? 그럼요. 특정 곡이 아니라, 전부 다요. 그런 감흥이 없으면 용감하게 삭제해버리죠. 일단 내가 들으면서도 ‘어… 이거 왜 이러지 이 노래…?’ 하면서 내 마음을 울려야 사람들한테 내보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한 천 번 이상 듣고, 계속 고치고…. 이젠 됐다 싶을 때까지 반복해요.

1월 말에 발매될 이번 앨범에는 어떤 노래들이 담겼나요?
<장필순 리마인즈 조동진>에 담긴 10곡이 전부 동진이 형 노래예요. 동익 오빠가 전곡을 편곡하고, 저의 느낌과 색깔로 다시 불러요. 아름답고 철학적 이야기가 담긴 노래들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에게 널리 들려주고 싶어요. 제게 가장 큰 위로가 됐던 곡 ‘슬픔이 너의 가슴에’라는 노래도 담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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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 ‘완두와 수놓은 대화’, 백은하 作.

ⓒ백은하 ‘완두와 수놓은 대화’, 백은하 作.


서울에서 살면서 가졌던 욕심들, 눈에 보였던 어지러운 불빛들이 걷히고…. 제주에선 단순한 삶을 살 수 있었어요. 도시에선 옷에 먼지 하나만 묻어도 털어내기 바빴는데 제주에선 옷에 도꼬마리, 가시덤불이 막 들러붙는데도 행복했어요. 그런 채로 침대에 곧장 들어 잠들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도 하고요.
 

거실 가운데엔 침대, 침대 옆 탁자엔 커피 도구들이 놓였다. 물건을 숨겨두지 않고 보이도록 수납하되 군데군데 예쁜 천을 무심히 걸어두어 보는 재미가 있다.

거실 가운데엔 침대, 침대 옆 탁자엔 커피 도구들이 놓였다. 물건을 숨겨두지 않고 보이도록 수납하되 군데군데 예쁜 천을 무심히 걸어두어 보는 재미가 있다.

거실 가운데엔 침대, 침대 옆 탁자엔 커피 도구들이 놓였다. 물건을 숨겨두지 않고 보이도록 수납하되 군데군데 예쁜 천을 무심히 걸어두어 보는 재미가 있다.

생일마다 선물로 받은 티포트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선반.

생일마다 선물로 받은 티포트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선반.

생일마다 선물로 받은 티포트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선반.

조동진 선생님 노래 중 ‘나뭇잎 사이로’가 좋아서, 옛날에 제 소망 리스트 중엔 ‘조동진 선생님과 나뭇잎 사이로 걸어 보기’가 있었어요. 3년 전 즈음 돌아가셔서 직접 만나본 적 없는 분이지만 참 슬프더라고요. 그분 노래가 장필순 선생님 목소리로 다시 세상에 나온다니, 신선하고 고마워요. 남기신 노래를 가족이 편곡하고, 가족 같은 동지가 다시 불러주고… 조동진 선생님이 행복하시겠어요.
모든 곡을 피아노로 풀었어요. 클래식 음악처럼, 이 앨범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오랫동안 대중들 사이에서 숨 쉬면 좋겠어요.

조동진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던 따뜻한 조언이나 위로가 되는 메시지가 있으세요?
순간순간 많았는데, 항상 기억에 남는 말이 있죠. 음악을 하는 행복을 가지려면 다른 사람보다 삶은 조금 힘들어야 한다. 삶도 행복하고 음악도 행복하기를 바라지 마라. 아프고 네 삶이 고달플 수밖에 없을 거란 걸 인정해야 할 거라고. 힘들 때 참 위로가 된 말이에요. 다르게 보면 넌 특별한 존재다, 라고 받아들여져요. 편하려면 특별함을 잃는 거니까.

선생님, 그런데 부엌 진짜 특별해요. 나무의 모양이 살아 있는 선반도 독특하고, 그릇도 많고, 이렇게 많은 살림을 예쁘게 갖추고 사실 줄은 몰랐어요.
동익 오빠가 나무로 뭘 만드는 걸 좋아해요. 주방에 그릇 놓을 선반을 달아달라고 했더니, 바다에서 주워온 나무를 자르고 깎아서 이렇게 꼼꼼히 만들어줬네요. 처음 제주에 와서 4, 5년은 음악은 내려두고 집을 하나씩 고치며 살았죠. 우리 딸한테, “나 죽으면 여기 귀한 거 많으니까 잘 챙겨. 나중에 이쁜 집 지어서 한쪽에 두면 보기에도 이쁘잖아?” 했거든요. 그러면 “엄만 뭐 죽는다는 그런 소리를 해!” 이럴 것 같잖아요? 근데 딸이 “응, 알았어, 엄마 내가 잘 챙길게!”라고 하네요. 하하!(웃음)

자녀분들 이야기도 좀 해주세요. 나이가?
88년생 딸 경윤이와 90년생 아들 민구. 경윤이는 딸(장필순의 손녀) 백일 될 때까지 제주에 있다가 서울 올라갔어요. 음악과 함께 비주얼 디자인 쪽 작업도 하고요. 둘째 민구는 제주에서 음악을 하고 있어요. 첫째는 손재주와 순발력이 뛰어나고, 둘째는 항상 노력하고 깊이 몰두하는 형인데 그건 아무도 못 따라가요. 시간은 걸리지만요. 파고들어가는 게 동익 형과 똑같아요. 좀 있으면 첫 앨범 나올 것 같아요.

그러면 이 집엔 가족과의 추억도 많겠어요. 처음 어떻게 이 집을 발견하셨어요?
집을 찾으러 한 달간 제주를 돌다가 우연히 이 집을 봤는데 마당이 넓고 좋아 보였어요. 동익 오빠가 집은 어떻게 생겨도 좋은데 마당이 꼭 있어야 한다기에 이 집으로 결심했죠. 말 나온 김에 마당에 잠깐 나갈까요? 

밤새 작업을 하고 아침에서야 잠이 든 조동익을 배려해 주방에 앉아 오순도순 대화를 이어가는 중.

밤새 작업을 하고 아침에서야 잠이 든 조동익을 배려해 주방에 앉아 오순도순 대화를 이어가는 중.

밤새 작업을 하고 아침에서야 잠이 든 조동익을 배려해 주방에 앉아 오순도순 대화를 이어가는 중.

넓은 마당이 강아지들 차지네요. 이 아이들과는 어떻게 만나셨어요?
하얀 아이 이름이 달래, 어미 개예요. 달래가 여기 와서 낳은 자식이 냉이랑 완두고요. 달래는 제가 이 동네 숲을 산책하던 중 나무에 묶여서 버려져 있기에 데리고 왔어요. 달래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 다리도 잘 못 쓰고, 귀에 상처가 생겨서 계속 붕대를 감아주고 있어요.

언제부터 유기견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셨어요?
제주에 버려진 개들이 많이 보였어요. 한동안은 여행객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입도해서 버리고 가는 경우도 많았고요. 추운데 풀숲에서 덜덜 떨고 있는 강아지들을 보면 그냥 두고 올 수가 없어서 데려와서 기르기도 하고…. 지금은 제주 지역 유기동물을 돕는 단체 프렌들리핸즈와 함께해요. 아직도 유기견 문제가 심각해요. 제발 사지 말고 입양하고, 입양 전 교육을 꼭 받고, 이 사회에 속한 모두가 동물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를 가졌으면 해요. 유기견들을 돕기 위한 작은 콘서트도 종종 해왔는데 공연 수익금으로 유기견을 돕는 것보다 더 큰 목적은 반려견, 반려묘의 존재를 소중한 생명으로 인정하자는 인식을 주는 데 있어요.

유기견들을 위해서라면 작은 무대도 마다하지 않으셨죠?
포크록의 대모, 2000년대 최고 명반의 주인공이시고, 요즘 젊은 세대의 아이콘인 아이유와 이효리 씨가 가장 존경하는 가수라면 멋진 무대와 장소에서 화려하게 사실 수 있잖아요.
멋지고 큰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어요. 유기견들을 도울 수 있는 자리에서 노래하는 게 저에겐 의미가 커요.

요즘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라는 책을 읽는 중인에 인상적인 구절이 있었어요. “굴드는 매 페이지마다 모르는 사람처럼, 질문하는 사람처럼 나아간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이야기인데, 이 구절을 보며 선생님을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삶을 꾀부리지 않고 다 진심으로 떠안고 살아오면서도 무거워지지 않고, 세월의 때 대신 오히려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게, 이거 같아요. 매 페이지마다 질문하는 사람처럼 나아가는 거. 비우고 또 실험하며 시작하고.
내가 모르는 것에 호기심이 안 생기면 재미가 없어지죠. 내가 하는 일에 질문하지 않고, 호기심이 동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한다 해도 그냥 직업으로만 남는 건데, 그게 제일 두려워요. 가난한 것보다 더 무섭고, 나이 들어서 특히 스스로 정말 외로운 존재가 되는 거죠. 불꽃이 스르르 꺼지는 것처럼.

곧 세상에 나올 조동진 리마인드 앨범은 어떻게 피어날까. 조동진의 시와 곡에 조동익의 편곡과 그녀의 목소리가 만난다면…. 조동진과 그 노래들을 누구보다 이해하며 제대로 ‘먹고 부를’ 사람은 그녀밖에 없을 것 같다. 그녀는 아무것도 주장하거나 고집을 부리거나 허세 부리지 않고 덤덤히, 처음 부르는 노래처럼 자기를 다 비우고 나아가겠지. 조동익의 프로듀싱으로 한곡 한곡 새로운 우주가 만들어지겠지. 이후 그녀가 새로 지은 노래 앨범까지 이어 나올 예정이니, 코로나19가 만든 우리 각자의 동굴 속에서 그래도 우리 귀는 호강하겠다. 나무도 하고 나물도 심고 톱질도 많이 하며 제 집을 만들고 뿌리 내린 후 주변과 생명을 돌보는 장필순. 제주라는 섬에 폭 안겨 그대로 노래가 된 사람. 마음과 몸이 하나로 뿌리내린 그곳에서 여전히 새로운 음악 실험을 즐겨 하니, 그녀가 여전히 청춘인 이유, 주름이 생겨도 표정이 늙지 않는 이유구나!


백은하와 꽃터뷰
백은하 작가의 꽃다운 시선에 담긴 콜라주 인터뷰. 꽃잎에 펜 드로잉을 더해 서정적인 꽃 그림을 그리던 작가가 사진기를 들었다. 제주의 크리에이터들을 만나 사진 위에 꽃, 식물, 때론 또 다른 촬영 사진을 오려 붙이는 작업을 선보인다.

장필순은 제주로 와서 자연이 되었다.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생명에게 곁을 주며, 노래라는 선선한 바람을 불어주는 사람. 요즘 세대들이 아이유의 우상, 이효리의 이웃으로 안다는 장필순의 진가는 이렇다.

CREDIT INFO

기획
김의미 기자
글·콜라주 사진
백은하
사진
이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