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소재 디자이너인 김진영 씨에게 집은 ‘나다운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녀의 취향과 개성을 꼭꼭 눌러 담은 공간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집들 속에서 더욱 특별해 보인다.

가족과 집 소개 부탁드려요.
저와 남편, 열세 살과 열 살된 두 아들이 살고 있어요. 이 집에서 살게 된 지는 3년 반 정도 됐고요. 매일매일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공간처럼 색다름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SNS에서 예쁜 집으로 유명해요. 집은 직접 고치셨나요?
‘새 아파트라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는데, 막상 입주하려고 보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부랴부랴 거실과 침실 바닥에 마루 시공을 하고, 거실의 포인트 월과 붙박이가구 등에 시트지를 붙이는 간단한 공사만 하고 들어왔어요.
거실 바닥재가 인상적이에요. 주방과 다른 재질인데도 조화롭고요.
저희가 애지중지하는 소파가 캐멀 컬러예요. 거실에서 가장 메인이 되는 가구라 소파 컬러에 맞춰 어두운 원목마루를 선택했어요. 침실도 거실과 같은 바닥재로 연결했고요. 주방의 폴리싱 타일과 아이방의 강마루는 원래 깔려 있던 바닥재인데, 나름 잘 어울리더라고요.
원목마루, 폴리싱 타일, 강마루가 모두 깔려 있으니 어떤가요?
일단 공간마다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질리지 않는달까요. 그리고 바닥재 각각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죠. 폴리싱 타일은 관리가 편하지만 여름철이 되면 약간 끈적하거든요. 상대적으로 원목마루는 놀랍도록 보송보송하고요. 그 대신 긁힘과 찍힘에 약한 것이 단점이라 물건을 떨어뜨리면 아차 싶답니다(웃음). 강마루는 고급스러움은 덜하지만 가성비가 좋은 것 같아요.
간단한 공사 외에는 스타일링만으로 꾸미신 거네요.
네. 워낙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출장을 많이 다니는 직업이라 감각적인 인테리어나 소품들을 많이 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어요. 패션업계에서 오래 일하면서 결국 패션은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선지 집이 무척 감각적인데요, 어떤 콘셉트로 꾸민 건가요?
제가 화이트 & 블랙 같은 모던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그런데 가구나 소품을 고르다 보면 묵직한 느낌이 강한 빈티지 스타일을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선지 저희 집을 보는 사람들은 모던하게 생각되다가도 빈티지한 느낌이 드나 봐요. 그래서 둘을 합쳐 모던 빈티지라고 부르고 있어요.
집을 꾸밀 때 특별히 염두에 둔 점이 있나요?
휴식이요. 저희는 맞벌이 부부예요. 퇴근하고 들어오면 녹초가 되니, 집은 완벽히 휴식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실에는 일부러 TV를 두지 않았는데, 가족이 모여 따뜻한 조도의 조명과 음악을 틀고 휴식을 취해요. 집을 취향껏 꾸며 놓으니 굳이 다른 데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에서 힐링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피드를 보면 집 안 구조가 자주 바뀌더라고요.
그림 렌털 서비스를 이용해서 3개월마다 그림이 바뀌는데 계절이 바뀌는 주기와 비슷해요. 바뀌는 그림 컬러와 계절감을 고려해 레이아웃과 소품도 바꾸죠. 가끔은 그냥 기분 날 때 혹은 새로운 자극을 원할 때 바꾸기도 하고요.
가구를 옮기고 소품을 재배치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저희는 남편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손발이 잘 맞아요. 처음에는 서로 노하우가 없어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고 소품을 배치하는 데 하루가 꼬박 걸렸지만, 요즘은 반나절이면 되거든요. 힘든 것보다 구조를 바꿔서 얻는 기쁨이 더 커요. 계속 구조를 바꾸니 새로워서 질리지 않고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어요.

집은 곧 ‘나’예요. 누군가를 따라 하지 않고 나만의 개성과 색이 담긴 공간이라 더 소중하죠. 제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존재하기도 하고요. 집을 꾸미는 일은 제 취향과 스타일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일종의 모험인 셈이에요.
지금까지 바뀌었던 많은 거실 레이아웃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조가 있다면요?
지금의 구조가 마음에 들어요. 아이보리 컬러의 패브릭 소파를 선물 받았는데, 기존에 있던 소파와 가까이 두고 싶어 ㄱ자 형태로 붙였거든요. 기존의 소파는 벽에서 거리를 떨어뜨리고, 소파 뒤에 사이드테이블을 두고요. 라운지처럼 아늑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배치를 바꾸고 나서 후회했던 적도 있나요?
거실을 침실로 사용하면 풍수지리적으로 좋다고 해서 침대가 거실로 나왔던 적이 있어요. 가장 별로였지만 이색적인 경험이었어요(웃음). 한 번은 창가를 등지고 소파를 둔 적도 있는데, 주방을 마주 보는 것이 싫더라고요.
자주 배치를 바꾸려면 아이디어를 얻는 곳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예전에는 핀터레스트를 주로 이용했고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예쁜 집들이 넘쳐나니 감탄하면서 보게 돼요. 인친들의 집들이 하나같이 예쁜 데다 개성이 있어 보는 눈이 즐거워요. 온라인 빈티지 숍도 많이 봐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써보고 싶어서 해외 직구를 많이 하는데, 다이닝 체어가 각각 다른 것도 이 때문이죠.
바쁜 와중에도 집 꾸미기에 진심인 진영 씨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집은 곧 ‘나’인 것 같아요. 저의 개성과 색을 담았으니까요. 제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존재하기도 하고요. 가끔 인스타그램에서 보게 되는 예쁜 집들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결국 제 손길이 곳곳에 닿은 우리 집이 제일이더라고요. 인테리어를 하면서 제 취향과 스타일을 계속 찾아나갈 수 있어 행복합니다.
여성복 소재 디자이너인 김진영 씨에게 집은 ‘나다운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녀의 취향과 개성을 꼭꼭 눌러 담은 공간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집들 속에서 더욱 특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