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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 피우는 공예가 이야기

푸른 나이의 옻칠 작가들

On January 21, 2021

옻칠을 하며 공예가로서의 인생을 꽃 피우고 있는 푸른 나이의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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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특유의 질감이 풍부하며 옻칠의 농담에 따라 다양한 색감이 만들어지는 지태칠기만의 멋.

한지 특유의 질감이 풍부하며 옻칠의 농담에 따라 다양한 색감이 만들어지는 지태칠기만의 멋.

  • 한지 특유의 질감이 풍부하며 옻칠의 농담에 따라 다양한 색감이 만들어지는 지태칠기만의 멋.한지 특유의 질감이 풍부하며 옻칠의 농담에 따라 다양한 색감이 만들어지는 지태칠기만의 멋.
  • 한지에 옻칠을 더하는 지태칠기 작업으로 만든 벤치와 스툴. 한지에 옻칠을 더하는 지태칠기 작업으로 만든 벤치와 스툴.
  • 지태칠기 작업을 하며 농담을 조절하는 긴장감, 종이에 옻칠이 스미는 모습은 수묵화에 빠져 있던 작가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지태칠기 작업을 하며 농담을 조절하는 긴장감, 종이에 옻칠이 스미는 모습은 수묵화에 빠져 있던 작가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 세련된 컬러 매치와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유남권 작가의 식기. 세련된 컬러 매치와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유남권 작가의 식기.
  • 일산에 위치한 개인 작업실에서 지태칠기 작업을 하는 작가. 칠과 건조를 수십 차례 반복하다 보니 작은 기물 하나를 완성하는 데도 수개월이 걸린다. 
일산에 위치한 개인 작업실에서 지태칠기 작업을 하는 작가. 칠과 건조를 수십 차례 반복하다 보니 작은 기물 하나를 완성하는 데도 수개월이 걸린다.

무한한 가능성을 더해가는 by 유남권 작가

유남권 작가는 스물한 살 때 옻칠을 배우고자 남원으로 향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는 동안엔 하루에 수묵화를 몇십 장씩 그릴 정도로 애정이 깊었지만, 다른 길은 없을까? 고민하던 그의 눈에 옻칠이 들어왔다. 괜찮을 것 같다, 일단 해봐야겠다는 기대감을 안고 곧장 남원에서 활동하는 옻칠장 남송 박강용 선생을 찾았다. 그길로 선생의 제자가 된 유남권 작가는 15년째 남원과 일산의 작업실을 오가며 옻칠 작가로 살고 있다.

그가 지금껏 옻칠에 매진하는 이유는 옻칠이 다양한 소재에 훌륭한 마감재가 되어주는 점 때문이다. 2019년엔 나무 위에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옻을 입히는 새로운 표현법을 시도했고 지금까지 삼베, 플라스틱, 금속에도 옻칠을 했다. 유남권 작가의 작업실과 아카이브를 살펴보면 한 사람의 작업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작품의 스펙트럼이 다채롭다. 항상 옻칠을 고집했지만 그릇, 촛대 같은 작은 소품부터 스툴, 벤치까지 다양한 아이템에 새로운 색감과 기법을 시도한 탓이다.

작가는 요즘 한지의 일종인 장지에 칠을 한다. 작은 함부터 시작해 최근엔 목재에 한지를 덧대고 칠을 한 벤치까지 선보였다. 매번 참신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아주 먼 꿈은 저희 선생님 같은 작가, 작업자가 되는 거예요. 한가지 일을 꾸준히 계속한다는 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을 가져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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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 MDF 합판에 무늬목을 입힌 형태를 개발해 가격 부담을 낮추고, 테두리에 흙을 섞은 칠을 둘러 내구성과 질감을 더한 옻칠반 시리즈.

원목 MDF 합판에 무늬목을 입힌 형태를 개발해 가격 부담을 낮추고, 테두리에 흙을 섞은 칠을 둘러 내구성과 질감을 더한 옻칠반 시리즈. 

  • 원목 MDF 합판에 무늬목을 입힌 형태를 개발해 가격 부담을 낮추고, 테두리에 흙을 섞은 칠을 둘러 내구성과 질감을 더한 옻칠반 시리즈.
원목 MDF 합판에 무늬목을 입힌 형태를 개발해 가격 부담을 낮추고, 테두리에 흙을 섞은 칠을 둘러 내구성과 질감을 더한 옻칠반 시리즈.
  • 종로구 이화동 오트오트의 작업실에 함께한 김아람, 김나연 작가.종로구 이화동 오트오트의 작업실에 함께한 김아람, 김나연 작가.
  • 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옻칠 콘테이너를 개발 중에 있다.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옻칠 콘테이너를 개발 중에 있다.
  • 오트오트는 다양한 사이즈의 트레이 외에도 플레이트, 수저받침 등을 직접 제작한다. 오트오트는 다양한 사이즈의 트레이 외에도 플레이트, 수저받침 등을 직접 제작한다.

합리적이고 섬세한 감수성 by 오트오트

오트오트의 옻칠반은 나무의 결이 생생하다. 검붉은 광택이 도는 전통 옻칠기와 다른 화사함이 있다. 투명하고도 화사한 색감을 위해 오트오트의 김나연, 김아람 작가는 나무에 옻칠을 하고 습지로 쓸어내 색을 흡수시키는 과정을 네다섯 번씩 반복한다. 트레이 하나의 칠이 마무리되기까지 일주일이 걸리고, 원하는 색감을 얻기 위해 2주간의 건조 과정을 거친다. 시간과 손길이 반영된 밝고 고운 오트오트의 트레이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한식 밥상에는 물론 디저트, 찻자리 등 다양한 상황에 매치하는 즐거운 상상. 공예를 전공한 두 작가는 대학에서 처음 옻칠을 접했다. 김아람 작가는 액체 상태로 시작해 부피감 있는 구조물을 만드는 등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옻칠에 매력을 느꼈고, 김나연 작가는 따듯한 성질의 옻칠과 나무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대학원을 졸업한 두 사람은 2015년부터 옻칠로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을 모았다.

“옻칠은 왜 다들 쉽게 사용하지 못할까? 구매력이 있는 50, 60대뿐 아니라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들자는 게 저희들 뜻이었어요.” 두 작가는 디자인과 가격 면에서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공정이 늘어날수록 단가가 높아지는 만큼 생산 과정을 개선하면서 제품력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가 추가됐다. 20회 이상 칠을 두껍게 올리는 전통 기법에 비해 칠의 횟수를 대폭 줄이는 방향을 택했다. 칠을 바르고 습지로 쓸어내 은은한 색감을 입히니 나뭇결이 살아나고 표면이 찍히는 전통 옻칠기의 단점이 보완됐다. 테두리에 흙을 섞어 칠을 두르자 나무껍질 같은 질감이 생기고 내구성이 강화됐다.

옻칠과의 생활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트오트, 앞으로는 어떤 아이디어를 선보일까? “일상에서 더 밀접하게 쓰일 테이블웨어를 고민하고 있어요. 어쩔 수 없이 도자기를 더 자주 쓰게 되잖아요. 옻칠만의 다른 강점을 발전시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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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의 독창적인 스탬핑 기법으로 탄생한 하르타 오목 접시 시리즈.

작가만의 독창적인 스탬핑 기법으로 탄생한 하르타 오목 접시 시리즈.  

  • 작가만의 독창적인 스탬핑 기법으로 탄생한 하르타 오목 접시 시리즈. 
작가만의 독창적인 스탬핑 기법으로 탄생한 하르타 오목 접시 시리즈.
  • 색을 칠하고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의도한 색을 얻게 된다는 작가의 작업물들.
색을 칠하고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의도한 색을 얻게 된다는 작가의 작업물들.
  • 하르타의 모든 작품은 작가의 섬세한 수작업으로 완성된다. 하르타의 모든 작품은 작가의 섬세한 수작업으로 완성된다.
  • 색 옻칠을 앞두고 있는 작업물들. 색 옻칠을 앞두고 있는 작업물들.
  • 흑칠을 여러 번 올리고 갈아내는 작업. 고르고 편평한 면을 만드는 동시에 칠기로서의 내구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흑칠을 여러 번 올리고 갈아내는 작업. 고르고 편평한 면을 만드는 동시에 칠기로서의 내구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단순한 형태에 담긴 다양한 색채 by 편소정 작가

칠은 금속, 천, 나무, 가죽 등 다양한 매체에 접착되고 칠 자체로도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 성형을 하는 데에 제한이 적으며 항균성, 내구성 등이 뛰어나 재료적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편소정 작가가 옻칠에 매력을 느낀 이유다. 일상에서 쓰임이 있는 물건을 만들고자 공예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더 풍부한 색감과 형태를 탐구하고자 동양화를 배웠으며, 이후 옻칠에 매료돼 문화재수리기능자(칠장) 자격증을 취득했다.

2019년에는 브랜드 ‘하르타’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옻칠 작가로서의 활동을 알렸다. 편소정 작가의 작품은 옻칠 공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오묘한 색감이 특징이다. 회화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라 오브제로서도 충분히 아름답다. 상판의 독특한 질감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이 질감과 색을 구현하기 위해 스탬핑 기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가죽 표면처럼 오돌토돌하게 표현하고 굴곡진 면에 다른 색을 입혀 두 가지 컬러를 상감하는 기법이다. 이는 색을 계속해서 얇게 쌓는 동양화 기법에서 힌트를 얻었다.

“작품의 영감은 주로 자연에서 찾아요. 돌멩이 하나에도 다양한 색이 섞여 있을 정도로 자연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 색감을 작품 안에 포착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는 공예작가뿐 아니라 사업가로서도 바쁘게 보냈다. ‘하르타’를 브랜딩하는 데 시간을 쏟았으며 조만간 그 결과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 공예작가들과 공예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꾸준히 고민해나갈 계획이라는 편소정 작가. 그의 작품이 더 많은 이들의 일상에 스미길 기대한다.

옻칠을 하며 공예가로서의 인생을 꽃 피우고 있는 푸른 나이의 작가들.

CREDIT INFO

기획
김의미 기자, 전미희(프리랜서)
사진
김덕창, 정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