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들락날락하던 학교 앞 문방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던 팬시점…. 돌아보면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문구에 진심인 때가 있었다. 그 순수한 마음을 품고 문구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났다. 덕업일치를 이룬 문구인의 취향 탐색.
문구가 취미이자 특기
by 김규림
문구인으로서 가장 성공한,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을 꼽자면 김규림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배민문방구의 마케터 출신이자, 《도쿄규림일기》, 《뉴욕규림일기》, 《아무튼, 문구》, 《문구인 일지》 등의 책을 펴낸 작가로서 문구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겸한다. 문구류를 좋아하는 소문난 문구 덕후인 그녀는, 100원, 200원짜리 문구류를 사서 친구들과 나눠 쓰던 어린 시절과 그야말로 화려한 문구들을 ‘뽐뿌’한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요즘은 레트로 스타일의 문구류에 꽂혀 있다.
“문구가 힙하면 별로 안 어울리는 느낌이에요. 걷다가 동네 문방구가 보이면 들어가서 한참을 구경하고, 지방의 1950~60년대 느낌이 나는 문구점을 부러 찾아가 득템을 하기도 하지요.” 그녀는 한 번 구입한 문구는 끝까지 다 쓴다는 일념으로 새로운 문구를 손에 넣으면 늘 쓰임을 고민한다. 문구에 숨결을 불어넣듯 존재의 이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림 노트’, ‘취향을 파는 노트’, ‘여행을 기록하는 펜’ 등 각각의 쓸모를 부여한 덕분에 그만큼 애정도 깊어진다. 그녀의 집은 마치 문방구를 연상케 하는데, 놀라운 것이 그 많은 문구류를 다 꺼내 쓴다고. “돈을 주고 구입했으면 계속 써야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시간 날 때마다 꺼내서 보고, 디스플레이도 바꿔가면서 소장한 모든 문구들이 햇빛을 볼 수 있도록 해줘요.”
취미가 특기가 되고, 업이 되어 더없는 행복함을 느끼고 있는 그녀는 앞으로도 문구라는 장르의 열렬한 팬으로 살아갈 계획. “생산자와 소비자를 넘나드는 지금의 삶이 정말 좋아요. 다른 이들의 제품을 응원하며 소비하다가 아이디어가 생기면 직접 문구를 만들어 공유하면서 즐거운 문구 생활을 지속하고 싶어요.”
매일같이 들락날락하던 학교 앞 문방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던 팬시점…. 돌아보면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문구에 진심인 때가 있었다. 그 순수한 마음을 품고 문구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났다. 덕업일치를 이룬 문구인의 취향 탐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