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주택을 4년간 손수 개조한 그래픽 디자이너 부부가 일상의 소재를 활용해 소박한 자연미가 깃든 크리스마스 장식을 완성했다.

역사가 깃든 핸드메이드 하우스
네덜란드 남부 헬레나벤(Helenaveen)에 살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부부 얀키스 반 뵈직(Jankees van Woezik)과 마졸린 드 구이예(Marjolein de Gooijer)에게 올해 크리스마스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1800년대 지어진 유서 깊은 교구의 목사 사저를 구입해 이를 직접 개조한 지 4년 만에 드디어 완성한 보금자리에서 네 식구가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이다.
“고칠 게 너무 많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우리 부부는 공간이 지닌 잠재성을 높이 평가해 직접 개조에 도전했어요.” 하지만 이들의 호기로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내심과 맞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것만 고치면 되겠지 싶던 부분을 파헤쳐보면 줄줄이 개선해야 할 것들이 나타났고, 예상액을 훌쩍 초과하는 개조 비용에 부부는 직접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타고난 낙천주의자이자 손재주가 남다른 남편 얀키스는 다행히 리노베이션에 흥미를 느꼈고, 이를 본 그의 아버지까지 동참하면서 공사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첫째 딸이 태어나고 4주 차가 되던 때 구입한 집이 아이가 네 살이 훌쩍 넘어 완벽한 모습을 갖추게 될지 누가 예상했을까요?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본 보금자리에 대한 부부의 애정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가족의 손으로 찾아낸 고택의 멋
빨간 벽돌에 푸른 박공지붕, 주변 풍경을 흰색 프레임에 담아내는 넓은 창문. 눈이 오는 날이면 이곳은 진저 쿠키로 만든 크리스마스 집과 꼭 닮은 모습으로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실제 이처럼 낭만적인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집을 선택했다는 부부는 인테리어 또한 그에 맞게 연출하고자 남다른 정성을 들였다.
“우리가 바라는 건 혁신적인 첨단의 집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공간에서 크길 바라는 마음이거든요.” 부부는 기존 공간이 품고 있던 마감재, 컬러 등을 파악하고 장단점을 분석해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며 최대한 고유의 개성을 되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런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횡재도 했다. 복도 바닥의 못생긴 카펫을 거둬냈을 때 드러난 멋진 마룻바닥, 창고에서 발견한 주방과 다이닝 룸 사이 설치되어 있던 4m 높이의 미닫이문 그리고 낡은 웨인스코팅 패널을 제거했을 때 나타난 기존 벽면 컬러는 이 집 본연의 개성과 운치를 살리는 데 결정타가 되었다.
“집에 텐트를 치고 살면서 공간을 하나하나 완성해갔어요. 저희 아버지도 4년간 여기서 숙식을 같이하다시피 해서 그런지 첫째 딸은 할아버지가 이 집에 함께 사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꾸민 크리스마스 일상
벽난로가 있는 거실에선 오래된 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크리스마스의 낭만이 가득하다. 남편 얀키스는 처음 개조를 계획할 때 벽난로에 대한 주관이 뚜렷했다. 벽돌로 쌓아 올린 벽난로는 고전미가 있지만 자칫 진부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 외관을 석고 플라스터로 매끈하게 마감하고 표면은 벽면과 똑같은 색으로 칠해 존재감을 자제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온 지금, 벽난로 옆에는 흰색과 실버 오너먼트로 은은하게 꾸민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자리하며 오랜 시간 정성 들여 가꾼 집의 진가가 드러났다. “우리는 이 집을 위해 값비싼 가구나 특별한 장식품을 사지 않았어요.”
대대로 물려받은 가구, 벼룩시장에서 구한 빈티지 그릇, 남편이 만든 테이블과 집을 고치다 남은 나무조각 등으로 소박한 듯 자연스러운 공간을 연출했다. 크리스마스 장식 또한 마찬가지다. 아내 마졸린이 만든 리스, 와인 병에 꽂은 양초, 여러 모양의 스탬프를 찍은 종이로 감싼 선물 상자 그리고 숲에서 주워온 솔방울 등의 소소한 것들로 만든 오너먼트가 집 안 곳곳에서 고요히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알려준다.
“지난날 먼지와 사투를 벌이며 집을 고치던 기억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하얀 눈과 함께 추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부가 기대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평범하지만 특별하다.
오래된 주택을 4년간 손수 개조한 그래픽 디자이너 부부가 일상의 소재를 활용해 소박한 자연미가 깃든 크리스마스 장식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