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돌아가는 각박한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은 힐링을 위해 숲을 찾는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청량하게 만들어주는 자연 속에서 위로받고 싶기 때문일 터. 도시를 떠나 각자의 방식대로 시골 라이프를 선택한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덜어내니 훨씬 더 행복한 삶이 되었다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숲
3만 평의 숲에 모두를 위한 숲속 놀이터인 바테와 친환경 자연주의 교육을 실천하는 학교 이야스콜라를 만든 박혜란 대표. 그녀가 도심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인 거제도로 내려와 숲속 놀이터와 학교를 세운 것은 어릴 적 추억 때문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주말이면 어린 세 자매를 이끌고 거제도에 있는 할머니 집에 데려갔다. 심지어 이때는 주6일제여서 토요일에도 등교를 해야 했지만, 부모님은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자연에서의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세 자매는 주말이면 거제도 숲속에서 뛰놀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자연을 만끽했다. 어릴 적 숲에서의 좋은 경험은 그녀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자라게 해주었고, 도시에서 생활하면서도 언젠가는 거제도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품게 되었다.
2016년, 그녀는 드디어 꿈꾸던 귀촌을 결심했다. 결심하기까지는 부모님의 설득도 한몫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50여 년 전부터 고향인 거제도 지세포에 땅을 사 모았다. 언젠가 땅값이 오르면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자연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그녀는 자신과 부모님의 꿈을 담아 좋은 자연을 보전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바테와 이야스콜라를 만들었다.
“자연의 좋은 점은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는 점이에요. 수많은 잡념과 감정이 사라지면서 치유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요. 이렇게 좋은 자연을 저희만 누리기가 아까웠어요. 많은 사람들과 좋은 자연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바테와 이야스콜라를 세우게 됐죠.”
아이들은 이야스콜라의 자연주의 교육으로 자연의 넉넉함을 배웠으면 해요.
모두를 위한 공유의 숲을 꿈꾸다
그녀는 자연과 그 안에서의 좋은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테다. 바테는 자연 놀이터로 수목원처럼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거나 가꾼 공간이 아니다.
한두 개 심은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고, 그 나무의 씨앗을 새와 바람이 옮기고 땅과 햇빛, 비가 키우면서 숲을 이뤘다. 동백나무, 매실나무, 유자나무, 귤나무, 감나무, 두릅나무, 앵두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뒤죽박죽 섞여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자연 스스로가 키운 바테의 숲은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화로워져요. 현대인들이 마음의 병이 많은 까닭은 생각이 많기 때문이에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지우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바테는 현재 한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면서 자연에게도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자연이 회복되는 시간을 준 뒤 내년 3월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바테가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면 이야스콜라는 아이들을 위한 자연 학교다. 아이들을 위한 이상적인 학교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의 로망이 실현된 공간이기도 하다. 그녀는 아이들이 무언가에 구속받지 않으면서 자연을 통해 있는 그대로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러기에는 숲이 우거지고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거제도가 환경적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는 것이 그녀의 판단이다. 이곳에서는 캐나다식 친환경 자연주의 교육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매일 등교 직후 한 시간 동안 트래킹을 하거나 뛰놀며 에너지를 발산한다.
수업 중간중간 자연 놀이 시간도 갖고, 아예 야외에서 수업이 펼쳐지기도 한다. 직접 채소를 기르며 관찰 일지를 쓰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몸으로 배운다.
“아이들은 자연을 통해 스스로 배우면서 터득해요. 마음이 넓어지고, 인성 교육과도 연결되죠. 이렇게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저처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바쁘게 돌아가는 각박한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은 힐링을 위해 숲을 찾는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청량하게 만들어주는 자연 속에서 위로받고 싶기 때문일 터. 도시를 떠나 각자의 방식대로 시골 라이프를 선택한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덜어내니 훨씬 더 행복한 삶이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