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돌아가는 각박한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은 힐링을 위해 숲을 찾는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청량하게 만들어주는 자연 속에서 위로받고 싶기 때문일 터. 도시를 떠나 각자의 방식대로 시골 라이프를 선택한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덜어내니 훨씬 더 행복한 삶이 되었다고.


스물일곱 나이에 귀촌하고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영원히 혼자인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서울 생활을 그려보지만 서울의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혀 이제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김중원 씨.

스물일곱 나이에 귀촌하고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영원히 혼자인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서울 생활을 그려보지만 서울의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혀 이제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김중원 씨.
설악산 병풍의 애플 하우스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과 함께 귀농을 택했다. 잠깐 농사를 경험하고자 했던 것인데, 지금은 서울의 복잡함에 숨이 막히고 시골 라이프가 좋아 되돌릴 수 없게 됐다. 사과농장 애플카인드를 운영하는 김중원 씨 이야기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캐나다에서 거주했다. 그러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가 일군 과수원을 함께 키워나가고자 자발적으로 귀국을 했다.
“대학 졸업식 날 아버지에게 농장 일을 권유 받았어요. 1~2년만 잠깐 해보려고 했는데 3년 넘게 하고 있어요. 이제는 사과농장을 빼놓고는 제 미래를 그릴 수 없을 정도로 애착이 생겼지요.” 그의 귀촌 스토리에선 부모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 김철호 씨는 특목고 입시 학원을 30년 동안 운영하다 매일 전투를 치르는 듯한 치열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태백산맥 한가운데에 둥지를 틀었다. 1만5000평의 넓은 대지에 부모님 집과 그의 집 등 여러 채의 집이 각각 자리를 잡고 있는데, 산맥 아래에 있어서인지 실제보다 넓어 보인다.
이곳은 SBS TV 예능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지이기도 한데, 촬영 목적으로 만들었던 오픈키친과 동물농장, 트리하우스 등은 허물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곳을 작은 테마파크로 만들려고 계획 중이에요. 마당은 어머니가 직접 가드닝해 예쁘게 꾸미고 있고, 촬영팀이 남기고 간 세트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될 예정입니다. 입구에는 사람들에게 분양할 사과나무들을 새로 심었어요. 도시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연을 경험하고 사과나무를 접하면서 자신들만의 또 다른 자연 친화 라이프를 꿈꾸게 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이곳을 작은 테마파크로 만들려고 계획 중이에요. 마당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만들고, 입구에는 사람들에게 분양할 사과나무들을 새로 심었어요. 도시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연을 경험하고 사과나무를 접하면서 자신들만의 또 다른 자연 친화 라이프를 꿈꾸게 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피, 땀, 눈물이 영근 사과 열매
그의 아버지는 앞으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생의 마지막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사과농장을 시작했다. 그를 포함한 세 아들도 아버지가 제시한 비전에 자발적으로 힘을 보탰다.
“사과는 초반 3~4년은 쓸 만한 열매를 맺지 않아서 결실을 얻기까지 기간을 오래 두고 시작해야 해요. 아버지, 형들과 함께 에너지를 쏟으며 1만5000그루의 사과나무를 관리해왔고, 작년부터 판매를 시작하고 있어요.”
그와 식구들은 맛있는 사과를 수확하기 위한 작황법을 익히고자 국내외로 교육을 들으러 다닌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축구장 크기의 퇴비 제조장도 만들었다. 여기에는 한약재 등이 들어가는데, 이 영양분을 먹고 자란 사과는 과육이 단단하고 과즙은 풍부하며 아삭하고 달면서 새콤한 게 꿀맛이다.
사과를 수확하는 일 못지않게 브랜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식재료는 맛은 물론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것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브랜딩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그와 가족들의 뜻을 모아 ‘사과 종족, 사과에 몰두한 사람들’이라는 뜻의 애플카인드로 이름 지었다.
꽃과 나비, 잎사귀, 빨간 사과 위에 올라탄 소녀를 그려 넣은 패키지 디자인은 영국 디자인 회사 빅피시와 함께 작업했다. 이 모든 것이 소비자들과 신뢰를 쌓는 일이라고 말하는 그.
“사과나무 한 그루가 제대로 성장하기까지는 7~8년이 걸려요. 그만큼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죠. 저와 가족들은 10년 후를 내다보며 느리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어요. 저희의 이런 노력이 행복한 사과를 키우고, 이를 통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각박한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은 힐링을 위해 숲을 찾는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청량하게 만들어주는 자연 속에서 위로받고 싶기 때문일 터. 도시를 떠나 각자의 방식대로 시골 라이프를 선택한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덜어내니 훨씬 더 행복한 삶이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