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오래된 가스탱크를 고급 아파트로 되살린 재생 건축 프로젝트. 그 안에 유명 패션 디자이너가 꾸민 펜트하우스를 소개한다.


형태와 색감으로 표현하는 온화함
건축적 조형미와 과감한 컬러로 우아한 여성미를 표현하는 패션 디자이너 록산다 일리칙(Roksanda Ilincic). 그녀가 인테리어 디자인에 도전했다. 19세기 런던의 대표적 산업기지 킹스 크로스의 상징과 같던 거대한 가스탱크를 고급 아파트로 재생한 프로젝트에서 록산다에게 주어진 임무는 펜트하우스 인테리어 디자인이었다. 원통형 가스탱크 구조를 그대로 살린 실내는 비정형에 굴곡진 형태로, 좋게 보면 개성이 넘치지만 평범한 아파트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난감한 구조. 하지만 기하학적 패턴에 익숙한 록산다에게 다가온 이 집의 가장 큰 문제점은 ‘차갑고 남성적인’ 인상이었다.
록산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적인 형태의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가구와 자신이 평소 즐겨 사용하는 핑크, 버건디 등의 난색을 적극 활용해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연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이를 한 번에 효과적으로 해결한 것은 다름 아닌 벽화. 스위스 출신의 아티스트 카롤린 드네르보(Caroline Denervaud)가 이곳에 5일간 머물며 다이닝 룸에 그린 구상화는 록산다가 그렸다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의 패션 디자인에서 엿볼 수 있는 색감과 조형미를 닮았다. “저는 건축과 회화, 조각 등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옷을 만들어요.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죠.”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런던의 오래된 가스탱크를 고급 아파트로 변신시킨 프로젝트. 패션 디자이너로서 인테리어 디자인에 조예가 깊은 록산다 일리칙이 펜트하우스의 차가웠던 첫인상을 보완하기 위해 살굿빛 나는 핑크를 커튼과 벽화에 적용, 공간 전체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인상이 감돌게 했다. 이 집에 놓인 가구는 모두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시대에 제작된 빈티지 컬렉션이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런던의 오래된 가스탱크를 고급 아파트로 변신시킨 프로젝트. 패션 디자이너로서 인테리어 디자인에 조예가 깊은 록산다 일리칙이 펜트하우스의 차가웠던 첫인상을 보완하기 위해 살굿빛 나는 핑크를 커튼과 벽화에 적용, 공간 전체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인상이 감돌게 했다. 이 집에 놓인 가구는 모두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시대에 제작된 빈티지 컬렉션이다.
부드럽게 강렬한, 여성 디자인 파워
록산다가 펜트하우스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제안받고 기꺼이 수락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런던 세인트 마틴에서 패션 공부를 하기 전 고향인 세르비아에서 건축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 르 코르뷔지에, 오스카 니마이어 등이 선보인 모던 건축을 동경하는 그녀는 동시대인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시기에 탄생한 유기적 형태미에 애정이 각별하다.
이러한 배경을 지닌 록산다가 2000년대 중반 런던 패션계에 데뷔한 이래 선보인 옷은 구조적이지만 부드러운 여성미가 돋보이는 것으로 미셸 오바마, 케이트 미들턴 등 퍼스트레이디와 왕세손비 등을 비롯해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허드슨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공식 석상에서 즐겨 입으며 유명세를 떨쳤다.
“집에서는 누구나 위안을 받고 영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록산다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숨겨진 보석과 같은 여성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가 제작한 가구와 오브제를 선별했다.
반세기 전 탄생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독보적인 조형미를 선보인 여성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 샬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빈티지 가구를 비롯해 현존하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램프와 화병은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전하는 록산다의 패션 철학을 인테리어로 표현하는 데 한몫한다. “제게 인테리어 디자인은 패션보다 더 연구하고 싶은 분야예요” 그녀의 연구와 도전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런던의 오래된 가스탱크를 고급 아파트로 되살린 재생 건축 프로젝트. 그 안에 유명 패션 디자이너가 꾸민 펜트하우스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