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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포레스트 #1

나의 시크릿가든을 꾸리다 by 슬로우파마씨

On October 29, 2020

바쁘게 돌아가는 각박한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은 힐링을 위해 숲을 찾는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청량하게 만들어주는 자연 속에서 위로받고 싶기 때문일 터. 도시를 떠나 각자의 방식대로 시골 라이프를 선택한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덜어내니 훨씬 더 행복한 삶이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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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와 층층이꽃, 향등골나물 꽃이 만개한 꽃길을 걷고 있는 슬로우파마씨의 정우성 씨와 딸 소이, 조카 예찬이.

꿈속의 비밀정원

공간에 식물을 처방하는 식물 스타일링 브랜드 ‘슬로우파마씨’를 이끄는 이구름, 정우성 씨 부부. 두 사람은 주말마다 딸 소이와 함께 아산으로 향한다. 치열했던 서울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도착한 곳은 ‘PEACE FLOWER FARM’.
“너무 아름다워서 우리만 보기엔 아까울 정도인데, 부모님이 정성껏 일군 소중한 곳이라 감춰두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이구름 씨의 가족이 ‘비밀정원’이라 부르는 이곳은 어머니 이현숙 씨의 오랜 소망에서 비롯된 공간이다. 아산에서 30년째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어머니는 항상 나만의 정원을 손수 꾸미고 철마다 다르게 피는 꽃들을 다루고 싶어 했다. 정년 퇴임을 앞둔 아버지 이창식 씨가 어머니의 꿈을 이루어주고자 나섰고, 이구름 씨의 세 자매네를 비롯한 온 식구가 주말마다 아산으로 모여 정원 가꾸기에 힘을 보탰다.

800평 규모의 정원에 상하수도 공사를 완료하고 트럭 8대 분량의 흙을 실어와 터를 닦는 것부터 시작해 마지막으로 유리온실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식구들은 정원을 일군 가장 큰 원동력은 아버지의 성실함 덕분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매일 아침 6시에 정원으로 출근해 화단을 보수하고, 잡초를 뽑고, 잡초를 묵혀서 거름을 만들고, 구석구석 물을 주며 가드너로서 인생 2막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어머니는 계절마다 새로운 꽃을 만나고 수확하는 기쁨으로 한 해를 보냈다. 새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아침에 꽃을 따다 꽃다발을 만들어 손님들을 만나고, 주말마다 손주들과 꽃길을 걷는 삶. 세상에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

추석 무렵 정원에 피어난 꽃들을 따다 채반에 모았다. 시기별로 피는 꽃의 종류를 기록하고자 사진을 꼭 남겨둔다.

추석 무렵 정원에 피어난 꽃들을 따다 채반에 모았다. 시기별로 피는 꽃의 종류를 기록하고자 사진을 꼭 남겨둔다.

추석 무렵 정원에 피어난 꽃들을 따다 채반에 모았다. 시기별로 피는 꽃의 종류를 기록하고자 사진을 꼭 남겨둔다.

정원에서 뛰노는 소이의 전용 장화도 있다. 배경은 슬로우파마씨 부부가 직접 쌓아 올린 유리온실의 하단 벽돌 부분.

정원에서 뛰노는 소이의 전용 장화도 있다. 배경은 슬로우파마씨 부부가 직접 쌓아 올린 유리온실의 하단 벽돌 부분.

정원에서 뛰노는 소이의 전용 장화도 있다. 배경은 슬로우파마씨 부부가 직접 쌓아 올린 유리온실의 하단 벽돌 부분.

“열매 따러 가자”는 이구름 씨의 말에 따라 나서는 아이들. 백일홍과 코스모스가 핀 길을 걷고 있다.

“열매 따러 가자”는 이구름 씨의 말에 따라 나서는 아이들. 백일홍과 코스모스가 핀 길을 걷고 있다.

“열매 따러 가자”는 이구름 씨의 말에 따라 나서는 아이들. 백일홍과 코스모스가 핀 길을 걷고 있다.

추석 무렵 정원에 피어난 꽃들을 따다 채반에 모았다. 시기별로 피는 꽃의 종류를 기록하고자 사진을 꼭 남겨둔다.

추석 무렵 정원에 피어난 꽃들을 따다 채반에 모았다. 시기별로 피는 꽃의 종류를 기록하고자 사진을 꼭 남겨둔다.

추석 무렵 정원에 피어난 꽃들을 따다 채반에 모았다. 시기별로 피는 꽃의 종류를 기록하고자 사진을 꼭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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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 초입에 위치한 PEACE FLOWER FARM. 한가운데에 유리온실이 자리한다. 풀 한 포기까지 가족의 정성어린 손길로 이룬 공간이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 초입에 위치한 PEACE FLOWER FARM. 한가운데에 유리온실이 자리한다. 풀 한 포기까지 가족의 정성어린 손길로 이룬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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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름 씨의 언니인 10년 차 플로리스트 이환희 씨의 솜씨. 가을의 꽃으로 간단하게 화병 꽂이를 하고 칡덩굴에 사초, 잎안개, 오이초를 감아 리스를 만들었다.

이구름 씨의 언니인 10년 차 플로리스트 이환희 씨의 솜씨. 가을의 꽃으로 간단하게 화병 꽂이를 하고 칡덩굴에 사초, 잎안개, 오이초를 감아 리스를 만들었다.  

  • 이구름 씨의 언니인 10년 차 플로리스트 이환희 씨의 솜씨. 가을의 꽃으로 간단하게 화병 꽂이를 하고 칡덩굴에 사초, 잎안개, 오이초를 감아 리스를 만들었다.  
이구름 씨의 언니인 10년 차 플로리스트 이환희 씨의 솜씨. 가을의 꽃으로 간단하게 화병 꽂이를 하고 칡덩굴에 사초, 잎안개, 오이초를 감아 리스를 만들었다.
  • 이구름 씨의 언니인 10년 차 플로리스트 이환희 씨의 솜씨. 가을의 꽃으로 간단하게 화병 꽂이를 하고 칡덩굴에 사초, 잎안개, 오이초를 감아 리스를 만들었다.  
이구름 씨의 언니인 10년 차 플로리스트 이환희 씨의 솜씨. 가을의 꽃으로 간단하게 화병 꽂이를 하고 칡덩굴에 사초, 잎안개, 오이초를 감아 리스를 만들었다.
  • 크라프트지 위에 식물을 올려 사람 얼굴 만들기는 아이들과 함께 자주 하는 놀이.
크라프트지 위에 식물을 올려 사람 얼굴 만들기는 아이들과 함께 자주 하는 놀이.
가을을 맞아 정원에 가득 핀 핑크뮬리.

가을을 맞아 정원에 가득 핀 핑크뮬리.

가을을 맞아 정원에 가득 핀 핑크뮬리.

정원을 가꾸는 이창식, 이현숙 씨 부부. 여름내 가득 피었던 잎안개의 씨를 받기 위해 채종을 하는 중이다.

정원을 가꾸는 이창식, 이현숙 씨 부부. 여름내 가득 피었던 잎안개의 씨를 받기 위해 채종을 하는 중이다.

정원을 가꾸는 이창식, 이현숙 씨 부부. 여름내 가득 피었던 잎안개의 씨를 받기 위해 채종을 하는 중이다.

비밀정원을 다녀오고 나면 빠르게 흘러가는 서울의 일상도 더욱 행복하게 느껴져서 자연에서 얻어온 힘을 곳곳에 나누려고 해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 우리가 꾸린 식물이 있는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이 마음을 계속 지켜가고 싶어요. 

정원을 가꾸는 이창식, 이현숙 씨 부부. 여름내 가득 피었던 잎안개의 씨를 받기 위해 채종을 하는 중이다.

정원을 가꾸는 이창식, 이현숙 씨 부부. 여름내 가득 피었던 잎안개의 씨를 받기 위해 채종을 하는 중이다.

정원을 가꾸는 이창식, 이현숙 씨 부부. 여름내 가득 피었던 잎안개의 씨를 받기 위해 채종을 하는 중이다.

사랑이 대물림되는 행복 충전소

아이들이 자라듯 정원의 꽃들도 소리 없이 자란다. 비밀정원에 모여 행복을 충전하는 가족들은 자연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몸소 실감한다. “각자 할 일을 정하지 않고 모이는데, 와서 보면 노는 사람 없이 다들 무언가를 하고 있어요. 정원에 오면 한 번도 시간을 확인하지 않는데 해가 저물어 어두워질 때까지 마냥 행복해요.”

새로 피어난 꽃들을 살피고, 온실에서 기른 모종을 옮겨 심고, 꽃으로 작품을 만드는 등. 시계가 없는 아름다운 낙원에서는 하루가 빨리 저문다. 슬로우파마씨의 이구름, 정우성 씨 부부는 주말마다 내려와 유리온실 공사를 직접 했다. 콘크리트로 기반을 다지고, 벽돌을 하나하나 쌓고, 목재로 골조를 만들고, 유리를 끼워 넣는 등 5월부터 시작한 긴 작업이 이제 막바지다.

누구 하나 재촉하는 사람이 없으니 조금은 느긋하게, 오로지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뿌듯한 마음으로 땀을 흘렸다. 이제는 입구에 문만 달면 완성이니,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겠다.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도 대물림되는 걸까? 식물을 사랑하는 가족들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땅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배운다. 부부의 딸 소이는 정원에서 사촌들과 어울리며 사계절을 보냈다.

봄에는 정원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여름엔 오디의 맛을 처음 알았고, 꽃을 위해선 지렁이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고 느낀다. 플로리스트 이모와 함께 정원에서 식물을 채집해 꽃다발을 만드는 꽃놀이도 자주 한다. 가을의 정원엔 코스모스와 달리아가 흐드러지고 사초와 핑크뮬리가 넘실거린다.

여름내 기승을 부리던 잡초들도 주춤하고, 달려드는 모기가 없어서 더욱 평온한 가을의 정원은 즐길 거리가 넘친다. 내년을 기악하며 씨를 모으는 채종 작업도 하고, 말리기 좋은 야생화로 리스를 만들고, 허브를 엮어 스머지 스틱을 만드는 등 하고 싶은 일도 너무나 많은 요즘이다.

가족들은 다시 새로운 꽃이 피는 내년이면 어머니의 꽃집 30주년 기념 마켓을 열고, 라벤더와 캐머마일로 꽃차를 만들고, 클래스도 꾸준히 열 계획이다. 자연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널리 나누고 싶어서다.

바쁘게 돌아가는 각박한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은 힐링을 위해 숲을 찾는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청량하게 만들어주는 자연 속에서 위로받고 싶기 때문일 터. 도시를 떠나 각자의 방식대로 시골 라이프를 선택한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덜어내니 훨씬 더 행복한 삶이 되었다고.

CREDIT INFO

기획
한정은(컨트리뷰팅 에디터),김하양·김의미 기자, 김자은(프리랜서)
사진
김덕창,이지아,정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