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가구의 부속 장식품으로 사용됐던 두석의 화려한 변신. 디자이너 양태오가 두석장을 찾아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두석 공예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리빙센스>×디자이너 양태오×예올
‘내일의 공예 프로젝트’ 두 번째 이야기-두석장
<리빙센스>가 디자이너 양태오, 재단법인 예올과 함께 한국 전통공예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내일의 공예’ 프로젝트. 전통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일에 힘쓰는 단체 예올, 우리의 전통을 토대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동시대적 미감을 구축하고 있는 디자이너 양태오,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의 품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주는 매거진 <리빙센스>가 의기투합해서 한국의 전통공예 장인들을 찾아갑니다.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을 지키고 이어오는 장인을 만나 한국 공예의 미래를 그려보고 그 현대적 쓰임을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소개된 공예품은 예올샵(www.yeol.org/product)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두석은 한국의 전통 목가구에 부착하는 금속 장식을 뜻한다. 목가구의 모서리에 예쁜 조각을 새겨 넣거나 넓은 면적의 공간을 채우는 용도로 주로 사용했으며, 노르스름한 콩의 색감을 가졌다고 해서 두석이라 불렀다.


두석 공예의 전통적인 방식은 동합금으로 만든 판을 마름질한 후 망치질로 펴고, 문양에 따라 조이질(조각)을 하고 모서리를 다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용도에 따라 구멍을 뚫거나 볼록하게 입체감을 주기도 한다.

두석 공예의 전통적인 방식은 동합금으로 만든 판을 마름질한 후 망치질로 펴고, 문양에 따라 조이질(조각)을 하고 모서리를 다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용도에 따라 구멍을 뚫거나 볼록하게 입체감을 주기도 한다.
알고 보면 친근한, 두석
'두석’이란 용어는 낯설지만 오랫동안 우리의 생활공간 안에서 그 존재감을 발휘해왔다. 두석은 장식으로 사용된 전통적인 금속 재료로 조선시대의 문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동을 주성분으로 아연을 섞어 만든 일종의 동합금이며 금과 은에 비해 값이 저렴하고 철에 비해 다루기 용이하면서 색상이 아름다워 옛날부터 장식 기물에 많이 활용되었다. 얇게 편 금속판에 전통 문양을 새겨 넣어 목가구나 의복의 장식, 군사용 무기, 의례 용품으로 사용되어왔지만 생활방식이 바뀌면서 점점 주변에서 찾기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허대춘, 안이환 두석장은 60년 전부터 두석 공예를 배우고 생업으로 삼아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통 가구 수요가 많아 두석 공예는 호황을 누렸지만 점점 그 수요가 줄면서 일거리도 함께 줄었다. 예올이 2017년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으로 허대춘, 안이환 두석장을 선정한 것은 두석 공예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해서 그 쓰임을 다양하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예올은 두 두석장과 함께 포크, 가구 클립, 팔찌 등을 제작하며 현대적인 소품으로 재탄생시켰고, 이제 그 쓸모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

디자이너와 두석장의 만남
서대문에 위치한 허대춘, 안이환 두석장의 작업실은 주택가에 있는 단층짜리 가정집이다. 방마다 두석 재료와 작업 도구가 가득 찬 작업실은 지난 30년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두 명의 두석장은 작업에 따라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망치를 두드리거나 기계를 돌린다. 양태오 디자이너가 두 장인이 함께 오랫동안 작업한 사연이 궁금하다고 물었더니 “일은 줄어들고 인건비는 오르다 보니 둘이 같이하면 더 잘될 것 같아서 함께하게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두 명의 두석장 중 형님인 허대춘 두석장은 “둘이 함께하니까 일이 두 배로 빨라졌어요. 그리고 서로 장기가 달라요. 서로의 장점을 살려서 일하면 다른 사람이 우리를 못 따라오지”라며 손발이 맞는 동생과 함께 일하는 좋은 점을 알려주었다.
양태오 디자이너는 전통 가구의 부속품을 만들다가 얼마 전부터 예올과 함께 현대적인 물건을 만들기 시작한 소감에 대해 물었고, 안이환 두석장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새로운 일이라 재미도 있었지만, 처음엔 디자이너랑 얼마나 싸웠는지 몰라요.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고 도안을 보니까 헷갈리기도 하고, 손도 많이 가고…. 그래도 시대가 변하는 대로 우리도 따라가려고 노력하지.”
전통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대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하는 데는 그만큼의 고충이 따르지만 값어치가 있는 결과물을 내는 듯하다. 두석장이 제작한 포크, 테이블 클립, 액세서리 등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양태오 디자이너의 사용 후기도 맥을 같이한다.
“저도 장인분들께서 만든 포크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디자인도 아름답고 실용성도 있어서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 멋진 물건이 이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걸 알게 됐으니, 앞으로는 더 감사한 마음으로 소중히 사용하게 될 것 같아요.”

두석의 현대적 쓰임을 찾다
명절 손님 대접을 위해 찻상을 차릴 때 포크는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끗이다. 하지만 막상 한국적인 스타일의 예쁜 포크를 구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두석 공예로 만든 포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슬기로운 아이템이다. 양태오 디자이너는 얼마 전부터 두석 공예로 제작한 포크를 사용하는데 편리하고 멋스러워 언제 사용해도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포크를 선물 받은 지 2년이 넘었는데 일반 포크처럼 다루기 쉽고, 설거지도 편해서 정말 만족해요. 공예품이라고 해서 애지중지하느라 사용하지 못하면 말 그대로 애물단지잖아요. 아름답고 튼튼해서 일상생활에서 마음대로 써도 괜찮은 물건이야말로 진정한 공예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두석장의 작업실을 방문한 양태오 디자이너는 두석 공예야말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하다고 보았다. 금속이 가진 특유의 질감과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는 아름다움이 그 쓸모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 양태오 디자이너는 장식적 요소를 가진 생활용품이라면 무엇이든 두석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전통 촛대나 향꽂이 등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하면 아름다운 제품이 탄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석 공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니, 그 아름다움이 왜 특별한지 알 것 같아요. 매일 망치를 두드리고 금속을 다듬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장인분들에게는 수행의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몸과 마음을 닦아온 분들이 만들어낸 물건이 특별하지 않을 수 없겠죠.”
전통 가구의 부속 장식품으로 사용됐던 두석의 화려한 변신. 디자이너 양태오가 두석장을 찾아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두석 공예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