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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고 아름다운 주택

도예가 여경란 작가의 그릇, 집

On October 06, 2020

도예가 여경란의 집은 하나의 작품이다. 작가의 탁월한 미감은 물론 ‘나만의 것’을 만드는, 예술가로서의 가치관이 담겨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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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적 색감과 표현 방식이 반영된 여경란 작가의 도자기 인형. 윌리엄 모리스의 꽃무늬 벽지를 배경으로 앤티크 원목 가구와 함께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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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내려다본 2층 주방. 탁 트인 공간에 계단의 와이어 난간과 펜던트 조명이 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어 내리며 공간에 리듬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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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란 작가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2층 작업실 벽면에는 채색을 앞둔 인형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을 찍은 것처럼 기억에 딱 남는 재밌는 장면들이 있잖아요? 일상에서 영감을 받고 그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그림일기를 그리듯 작업을 해요. 집 안에서만 매일 똑같은 걸 그리면 재미가 없을 텐데, 왔다 갔다 여러 일을 하다 보면 금방 하루가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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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없이 양쪽이 트여 있는 2층 작업실 일부. 쇼룸이 있는 1층과 복층으로 연결되어 있다.

벽이 없이 양쪽이 트여 있는 2층 작업실 일부. 쇼룸이 있는 1층과 복층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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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생활공간으로 연결되는 통로. 노출 콘크리트 구조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업실에서 생활공간으로 연결되는 통로. 노출 콘크리트 구조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 작업실에서 생활공간으로 연결되는 통로. 노출 콘크리트 구조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업실에서 생활공간으로 연결되는 통로. 노출 콘크리트 구조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 초벌을 마치고 형태가 완성된 인형에 밑그림을 그리는 여경란 작가.
초벌을 마치고 형태가 완성된 인형에 밑그림을 그리는 여경란 작가.
  • 비가 많이 내린 올여름 풍경들이 담긴 작가의 최신 작품들.비가 많이 내린 올여름 풍경들이 담긴 작가의 최신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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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욕실에서 보이는 뷰. 욕실 창밖으로 야트막한 수조를 설치해 너른 강을 바라보는 듯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도예가로서 오래 일하고 싶어요.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규칙적인 패턴으로 살려고 해요. 아침 6시 반쯤 하루를 시작해 저녁 6시면 작업을 마무리하는데요. 낮에는 그릇을 만드는 노동자로 살지만 밤에는 호텔에서 자고 싶다는 게, 이 집을 짓는 목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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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에게 여행 온 느낌을 선물하고 싶어 게스트 룸은 바닥을 다다미로 마감하고 벽장과 고가구를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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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주방에서 바라본 다이닝 공간. 나무판 2개를 붙여서 제작한 대형 테이블을 놓고, 펜던트 조명 8개의 높낮이를 달리해 꾸몄다.

2층 주방에서 바라본 다이닝 공간. 나무판 2개를 붙여서 제작한 대형 테이블을 놓고, 펜던트 조명 8개의 높낮이를 달리해 꾸몄다.  

  • 2층 주방에서 바라본 다이닝 공간. 나무판 2개를 붙여서 제작한 대형 테이블을 놓고, 펜던트 조명 8개의 높낮이를 달리해 꾸몄다. 
2층 주방에서 바라본 다이닝 공간. 나무판 2개를 붙여서 제작한 대형 테이블을 놓고, 펜던트 조명 8개의 높낮이를 달리해 꾸몄다.
  • 여경란 작가는 그릇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지방 도시의 골동품 가게를 찾아다니며 찬장들을 모아왔다. 오래된 찬장들로 벽을 채운 1층 쇼룸.
여경란 작가는 그릇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지방 도시의 골동품 가게를 찾아다니며 찬장들을 모아왔다. 오래된 찬장들로 벽을 채운 1층 쇼룸.
  • 벽면에 계단 판을 고정하고 와이어로 난간을 세워 빛이 통하는 경쾌한 계단실을 연출했다. 벽면에 계단 판을 고정하고 와이어로 난간을 세워 빛이 통하는 경쾌한 계단실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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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데크에서 바라본 실내 공간. 폴딩도어를 개방하면 공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침실과 거실을 따로 구분하지 않아 소파와 침대를 한 공간에 두고 있다.

3층 데크에서 바라본 실내 공간. 폴딩도어를 개방하면 공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침실과 거실을 따로 구분하지 않아 소파와 침대를 한 공간에 두고 있다.

2층 경사진 천창으로 하늘이 가득 담기며 햇살이 풍부하게 들어온다.

2층 경사진 천창으로 하늘이 가득 담기며 햇살이 풍부하게 들어온다.

2층 경사진 천창으로 하늘이 가득 담기며 햇살이 풍부하게 들어온다.

바퀴 달린 도자기 스툴은 전시회에서 구입한 국내 작가의 작품.

바퀴 달린 도자기 스툴은 전시회에서 구입한 국내 작가의 작품.

바퀴 달린 도자기 스툴은 전시회에서 구입한 국내 작가의 작품.

계단을 지나 3층으로 연결되는 통로. 왼쪽 벽에 걸린 그림은 스페인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육감적인 인물화를 모티프로 여경란 작가가 그린 작품.

계단을 지나 3층으로 연결되는 통로. 왼쪽 벽에 걸린 그림은 스페인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육감적인 인물화를 모티프로 여경란 작가가 그린 작품.

계단을 지나 3층으로 연결되는 통로. 왼쪽 벽에 걸린 그림은 스페인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육감적인 인물화를 모티프로 여경란 작가가 그린 작품.

예술가다움이 느껴지는 시도

여경란 작가의 집은 담대하다. 질감을 그대로 드러낸 노출 콘크리트 외관부터 거침없이 높은 층고와 큼지막한 천창, 수평선을 감상할 수 있는 욕실까지 보통의 집과 다른 과감함이 있다. 300여 개의 도자, 공예, 사진 등 각종 예술 공방이 모인 경기도 이천의 예스파크(‘藝’S PARK)에서 가장 근사한 공간으로 꼽히는 집.

도자 공방 ‘여기담기’에서 여경란 작가를 만났다. “집 안에 작업실이 있으면 밖은 거의 나가지 않게 돼요. 집이 도예가라는 제 직업을 위한 공간이자 놀이터인 만큼 제가 원하던 좋은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복층이고 층고가 높아서 춥다면? 내복을 입으면 되고, 비가 많이 와서 수조에 살짝 녹이 슬었는데도 나름의 멋이 있어요.”

작가는 김경도 건축가가 설계한 지인의 집에 반해 그에게 건축을 의뢰했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구조를 나누고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건축가의 스타일이 맘에 들었던 것. 건축가 역시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경란 작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작업을 하면서 가끔씩 바라볼 수 있는 뒷마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자 건축가는 작업실 창가에 자작나무가 보이는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잠은 호텔에서 자고 싶다는 작가의 소원은 3층의 주거 공간 곳곳에 다채롭게 구현됐다. 앞뒤로 통창을 배치하면서 멀찍이 벽을 세워 시야가 시원하게 트이는 데크를 만들고, 넓은 욕실을 원한다는 요구에 인피니티 풀이 연상되는 수조를 디자인했다. 오밀조밀 귀여운 도자기 인형을 만드는 작가는 건축가와 시너지를 발휘해 대담한 공간을 완성했다. 

집을 짓고 공간을 채워가는 과정은 건축가와의 협업이기도 해요. 선이 굵은 이 공간 안에 장식이 화려한 빈티지 가구를 두는 것부터 서양식 구조의 공간에 동양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입혀야 할까… 내가 가진 감성을 어떻게 담아낼지 오래 고민했어요.

이천 예스파크에 위치한 여경란 작가의 공방 ‘여기담기’. 건물 바깥쪽에 벽을 세워 사생활을 보호하고, 외관에 입체감을 더했다.

이천 예스파크에 위치한 여경란 작가의 공방 ‘여기담기’. 건물 바깥쪽에 벽을 세워 사생활을 보호하고, 외관에 입체감을 더했다.

이천 예스파크에 위치한 여경란 작가의 공방 ‘여기담기’. 건물 바깥쪽에 벽을 세워 사생활을 보호하고, 외관에 입체감을 더했다.

일상에 아름다움을 부여한다는 것

쓰임이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데는 절제가 필요하다. 음식을 담기 위한 그릇, 사람의 생활을 담는 집을 구축하는 인테리어의 공통점이다. “실용적이면서 예술적 가치가 있게 만든 물건을 공예품이라고 하잖아요. 그릇이라면 음식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예술성을 표현해야 하죠. 그만큼 자신을 억제하며 작업을 해요. 건축가의 의도가 담긴 공간에 저의 취향을 담는 과정도 마찬가지였죠.”

작가는 15년 전 경기도 이천의 낡은 주택을 작업실로 직접 고쳤다. 그동안 ‘집을 가지고 놀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가구 배치를 새로 하고,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칠하는 등 집 꾸미기를 즐겼다. 이번 집도 꾸준히 모아온 찬장과 가구, 빈티지 소품들은 1층 쇼룸에 모으고 직접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윌리엄 모리슨의 꽃무늬 벽지와 찬장이 빼곡한 1층이 여경란 작가의 실제 취향이다. 반면 2, 3층은 건축가가 의도한 담백한 미감을 해치지 않고자 차분한 색감의 작품들을 배치했다. 일, 취향, 삶을 조화롭게 담은 집에서 작가의 삶은 규칙적으로 흘러간다. 작업실에 앉아 그릇을 만지고, 음악을 듣고, 커피를 내리고, 손님을 맞이하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루.

때론 게스트 룸에 편하게 누워서 야자나무를 바라보고, 자갈이 깔린 수조에 발을 담가보고, 강아지들을 산책시키며 동네 아이들을 만나고, 이웃에 사는 도예가들과 짬짬이 맥주를 마시는 작은 일탈을 누리기도 한다. 여경란 작가에게 요즘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일상이다. 말썽을 부리는 강아지들도 그리고, 비 오는 날 차를 마시거나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도 표현한다. 작가의 일상을 담는 그릇이자 일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작품인 집에서.

도예가 여경란의 집은 하나의 작품이다. 작가의 탁월한 미감은 물론 ‘나만의 것’을 만드는, 예술가로서의 가치관이 담겨 있기 때문.

CREDIT INFO

기획
김의미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