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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아트스페이스 14탄

비우며 채우는 예술, 박서보 작가

On September 16, 2020

한국의 아름다움을 다정한 시선으로 관찰해온 미국인 마크 테토가 <리빙센스>와 한국의 예술가들을 만나 나누는 깊은 이야기. 이번 호에는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작가의 새로운 작업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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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의 거장 박서보 작가. 90세의 고령에도 변화하지 않으면 추락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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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아틀리에에 전시된 ‘묘법’ 시리즈.

작가의 아틀리에에 전시된 ‘묘법’ 시리즈.

아들에게 선물 받은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집과 작가의 젊은 시절 사진들.

아들에게 선물 받은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집과 작가의 젊은 시절 사진들.

아들에게 선물 받은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집과 작가의 젊은 시절 사진들.

한국미술을 이야기할 때 과연 박서보라는 이름을 빼고 논할 수 있을까? ‘단색화의 거장’,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걸어 다니는 한국 미술사’ 등의 수식어만 들어도 작가는 한국미술계를 대표하는 인물임이 틀림없다.

1931년에 태어난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도 홍익대학교에서 동양미술과 서양미술을 전공하며 예술가의 길에 들어섰다. 대학 재학 중 생활고에 시달리는 현실 속에서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두각을 보이며 실력을 인정받는다.

홍익대학교 미술학장을 지내며 후학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대표작 ‘묘법’ 시리즈는 수백, 수천 번 반복하는 긋기와 붓칠로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연필로 긋는 동작을 수행하듯 끊임없이 반복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무늬를 만들어내고, 그 무늬는 수행의 결과물이자 작품이 된다. 수행을 통해 탄생한 작품은 치유의 힘을 가진다. 박서보 작가의 단색화를 접하고 한국의 미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는 마크 테토가 연희동에 새로 마련한 작업실을 찾았다.  

그리는 것이 몸에 체화된 작가는 매일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요즘은 하얀색 페인트를 칠하고 그 위를 연필로 긋는 행위를 반복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그리는 것이 몸에 체화된 작가는 매일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요즘은 하얀색 페인트를 칠하고 그 위를 연필로 긋는 행위를 반복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그리는 것이 몸에 체화된 작가는 매일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요즘은 하얀색 페인트를 칠하고 그 위를 연필로 긋는 행위를 반복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M 작가님 안녕하세요! 2년 만에 새로운 공간에서 또 뵙게 됐네요! 마크, 반가워요! 이곳은 둘째 아들 내외와 함께 살면서 작업을 하는 ‘기지’예요.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작전을 짜고 진두지휘하는 기지잖아요? 그렇게 중요한 곳이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에요.

M 돌과 이끼로 꾸민 정원도 아름답고, 건물도 심플하지만 독특한 구조가 눈에 띄어요. 이 건물은 어떤 곳으로 꾸미신 거예요? 조병수라는 건축가가 있어요. 굉장히 창의적이고 열심히 새로운 걸 많이 하는 분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에게 박서보라는 사람을 절대 의식하지 말고 그의 생각대로 멋진 집을 지어달라고 했어요. 이곳은 내가 죽은 후에 기념관으로 사용할 공간이니 그런 것만 신경 써달라고 했죠. 예전에 안성에 집을 지을 때 내가 이것저것 요구사항이 많았어요. 다 지은 후에 보니깐 내 간섭이 그 집을 망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건축가의 마음대로 하라고 부탁했어요.

M 새로운 공간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 아들과 이것저것 생각은 많이 해요. 2층 작업실에서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어요. 서보미술재단 이사장인 큰 아들은 내 작품들을 하나하나 촬영해서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어요. 시간이 무척 걸리는 작업이죠. 기지재단 이사장인 둘째 아들은 서브컬처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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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의 2층은 작가의 작업실이다. 작업 도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지만 모두 나름의 질서를 갖춰 정리돼 있다.

'기지’의 2층은 작가의 작업실이다. 작업 도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지만 모두 나름의 질서를 갖춰 정리돼 있다.

  • 기지’의 2층은 작가의 작업실이다. 작업 도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지만 모두 나름의 질서를 갖춰 정리돼 있다. 기지’의 2층은 작가의 작업실이다. 작업 도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지만 모두 나름의 질서를 갖춰 정리돼 있다.
  • 작가가 사용하는 연필들. 작가가 사용하는 연필들.
  • 작업 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작업 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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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 아틀리에에 전시된 파스텔 톤의 작품들. 작가는 밝은 색을 다루면 아이스크림 같아서 찍어 먹어보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고, 다양한 색을 쓴 후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층 아틀리에에 전시된 파스텔 톤의 작품들. 작가는 밝은 색을 다루면 아이스크림 같아서 찍어 먹어보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고, 다양한 색을 쓴 후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마크 테토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박서보 작가. 마크 테토는 박서보 작가의 작품을 만나고 수행하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마크 테토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박서보 작가. 마크 테토는 박서보 작가의 작품을 만나고 수행하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마크 테토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박서보 작가. 마크 테토는 박서보 작가의 작품을 만나고 수행하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M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는 정말 잘 봤어요. 관객이 많아서 관람하기 힘들었지만요(웃음). 작가님의 작품이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잘 통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국립현대미술관 역사상 관람객이 최고 많이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내 그림은 서양미술과 접근법이 달라요. 서양미술은 인간 중심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각을 모두 쏟아놓고 그것을 표현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걸 사다가 벽에 걸고 작가의 표현된 개성으로부터 이미지 폭력을 당한다고 있죠. 전 1960년대부터 이런 것을 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고, 미술교육도 개혁하려고 했어요. 계획처럼 잘되지 않아 고생도 많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운 좋게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림을 나를 비우는 수신의 도구로 활용한 것이 젊은 친구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전달한 것 같아요.

M 전시 이후 단색화가 한국에서 가장 핫한 장르가 된 것 같기도 해요. 단색화에 대해서 잘 몰라도 작품을 접하는 느낌이 좋아 전시를 찾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젊은 관객들이 단색화에 대해 더 깊이 다가가게 되었고요. 네, 단색화는 그림만 봐서는 잘 몰라요. 예전에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고, 기자회견장에서 내가 단색화의 정의를 외국 기자들 앞에서 정확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희끄무레하거나 거무스름하다고 해서 단색화가 아니다. 단색화의 핵심은 색이 아니라 정신이라고요. 행위의 무목적성,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듯이 어떤 행동으로 비워내기를 반복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물성이 생깁니다. 그 물성은 그림에서 어떤 식으로든 보이게 되어 있고요. 그것을 물성의 정신화라고 부르고, 이게 바로 단색화의 요체죠.

1층의 접견실 곳곳에 작가의 작품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의 접견실 곳곳에 작가의 작품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의 접견실 곳곳에 작가의 작품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가 수집한 예술품과 작가의 가족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아틀리에 한쪽 귀퉁이.

작가가 수집한 예술품과 작가의 가족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아틀리에 한쪽 귀퉁이.

작가가 수집한 예술품과 작가의 가족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아틀리에 한쪽 귀퉁이.

1층의 접견실 곳곳에 작가의 작품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의 접견실 곳곳에 작가의 작품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의 접견실 곳곳에 작가의 작품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매일 서서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일은 고령의 작가에게 버거운 노동이지만, 매일 조금씩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리는 게 목표. 백 살이 되는 2030년까지 그리기를 계속하는 게 작가의 바람이다.


M 처음 접하면 쉽게 이해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전에 누군가 저를 한국을 대표하는 미니멀 작가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단색화는 미니멀과 차이가 있어요. 미니멀은 논리로 검증해서 표현을 최소화하는 겁니다. 제 그림은 제가 수신하는 도구예요. 예전의 선비들처럼 말이죠. 선비들은 과거에 급제하면 어쩔 수 없이 하나의 정파에 속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학문적으로 흠모하던 인물을 정치적 입장 때문에 배척하게 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번뇌가 시작되고 선비들은 그런 고민에서 벗어나기 위해 먹을 갈고 붓글씨를 쓰고 사군자를 쳤습니다. 오랜 시간 먹을 갈고 붓을 들면 자신은 완전히 비워지죠.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렵혀진 자신을 수신하기 위해서 선비들은 붓을 들었습니다.

M 서양과 한국의 미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서양에서도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작품의 제작 과정이나 작품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은 한국 예술의 특징인 것 같아요. 서양의 춤은 동작을 멈추면 모든 게 정지되는데, 우리의 승무는 몸동작을 멈추어도 헝겊이 공중에서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고 있어요. 이건 인간의 지배를 떠나서 시작되는 세계죠. 가야금은 누르고 튕겼을 때뿐만 아니라 손을 놓았을 때도 소리가 울립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여운을 즐겼어요. 저도 그런 예술을 하려고 1970년대부터 애써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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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접견실 곳곳에 작가의 작품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의 접견실 곳곳에 작가의 작품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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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작가를 만나고 ‘마음의 여백’이라는 한국적 미학을 깨닫게 되었다는 마크 테토. 다시 만난 작가는 2년 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새로운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서보 작가를 만나고 ‘마음의 여백’이라는 한국적 미학을 깨닫게 되었다는 마크 테토. 다시 만난 작가는 2년 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새로운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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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전시 공간 바로 옆에 정원을 꾸며서 자연과 작품이 조화롭게 보이도록 했다.

아틀리에 전시 공간 바로 옆에 정원을 꾸며서 자연과 작품이 조화롭게 보이도록 했다.

  • 아틀리에 전시 공간 바로 옆에 정원을 꾸며서 자연과 작품이 조화롭게 보이도록 했다. 아틀리에 전시 공간 바로 옆에 정원을 꾸며서 자연과 작품이 조화롭게 보이도록 했다.
  • 작가의 사고를 방해하지 않도록 일부러 돌과 이끼, 키 작은 나무들로만 꾸민 정원. 작가의 사고를 방해하지 않도록 일부러 돌과 이끼, 키 작은 나무들로만 꾸민 정원.
작가는 작품 뒷면마다 작품명과 사인을 직접 기입한다.

작가는 작품 뒷면마다 작품명과 사인을 직접 기입한다.

작가는 작품 뒷면마다 작품명과 사인을 직접 기입한다.

M 작가님만의 회화법인 ‘묘법’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동안 그림만 열심히 그리다가 어느 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절에도 찾아가고, 철학서도 열심히 읽었죠. 탐욕으로부터 벗어나서 모든 걸 비워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가 둘째 아들이 한국 나이로 다섯 살 때였는데, 국민학교(지금 초등학교) 다니는 형의 국어 공책을 가지고 놀다가 글씨가 잘 안 써지니까 연필로 마구 휘갈기더라고요. 본인은 잘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안 되니까 체념을 한 거죠. 그걸 보고 내가 찾던 게 바로 이거구나! 아이가 끼적거리는 것을 보고 묘법이 시작된 거예요. 그 첫 작품은 아무리 돈을 줘도 안 팔겠다고 했어요.

M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이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울림을 주나 봐요. 요즘 젊은이들이 단색화에 끌리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인 것 같고요. 21세기는 지구 전체에 스트레스 병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왜냐하면 디지털 시대의 변화 속도는 사람이 따라갈 수 없거든요. 모두 패배자가 된 거예요. 스트레스 때문에 다들 정신이 이상해지는 거죠. 이전에는 그림으로부터 어떤 것이 나와서 나에게 들어왔는데, 이제는 그림이 보는 사람의 불안한 심정 같은 것을 흡인해줘야 해요. 그게 21세기 회화 예술의 역할이에요. 작품이 흡인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가가 자신을 비워내야 가능하죠. 자신을 비운 작가의 작품은 대중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어요.

M 요즘 사람들은 눈앞에 너무 많은 것들이 있어서 하루 종일 소비만 하는 것 같아요. 생각할 시간조차 없죠. 소비만 하다 보니 내 마음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작가님의 작품은 그 길을 알려주시는 것 같아요. 제 그림은 물에 불린 한지를 굵은 연필심으로 긋는 행위를 반복하는 작업입니다. 그 과정에서 직선과 직선 사이에 골짜기가 생겨요. 그 위에 진한 밑색을 한 번 바른 후 한가지색을 반복해서 덧칠합니다. 그 과정은 흔적을 남기고 사람의 마음을 쓰윽 잡아당기는 힘이 있죠.

그동안의 전시와 작품 활동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과 도록들.

그동안의 전시와 작품 활동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과 도록들.

그동안의 전시와 작품 활동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과 도록들.

M 관객들에게 숨 돌릴 틈을 주시는 작가님의 요즘 작업은 어떠세요? SNS에 제 생각을 자주 올리는데, 이제 사회와 투쟁할 필요도 없고 나하고 싸울 필요도 없고요. 어떤 이념의 멍에를 지고 갈 필요도 없어요. 이제 그 무게를 모두 벗어버리자 하는 생각이에요. 다만 그리는 건 이제 내 신체의 일부가 되어서 멈출 수 없는 일이 되었죠. 무리하면 다음 날 앓기도 하지만 내 안에서 부글부글 넘쳐나는 것들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계속 그리려고 해요. 요즘은 새로운 작업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M 이미 많은 것들을 이루셨는데, 새로운 작업에 도전하시는 모습이 대단하세요! 변화하지 않으면 추락합니다. 하지만 잘못 변화해도 추락합니다. 저는 변화하기 위해서 최소한 3년 내지 5년 동안 혼자서 작업을 점검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신체의 일부분처럼 되었을 때, 새로운 것을 발표합니다. 사람들은 박서보가 언제 저렇게 변했지라고 하지만, 저는 밤에 자는 것도 미루고 새로운 작품을 구상해요. 나는 평생 4시간만 자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장 하던 4년 동안은 2시간만 자고 그리면서 버텼어요.

M 작가님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 뜨거운 열정이 느껴집니다. 얼마전에 밥을 먹다가 얼마나 더 살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전부터 백살까지 사는 게 내 바람이었고. 예전에 스크랩북을 만들 때 1950년부터 2030년까지라고 미리 써놓기도 했어요. 내가 나와의 약속한 만큼 살아야 하는데, 또 모르죠. 전 벌써 무덤자리도 마련해 놨으니 걱정은 없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설중매거든요. 겨울이면 설중매를 볼 수 있는 곳에 묻힐 거에요.

M 작가님의 바람대로 앞으로 오랫동안 멋진 작품들 보여주시길 기대할게요! 작가님을 존경하는 후배들에게 어떤 당부를 해주고 싶으세요? 위대한 예술가가 되려면 그 시대를 꿰뚫어보는 통찰력, 식지 않는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만 제대로 유지하고 살면 돼요. 지식이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지식으로 그리면 그림이 지식에 갇혀버려요. 자유를 억압하는 규범을 넘어서는 게 창의력이에요. 책도 많이 읽으면 좋지만, 이 세상 모든 게 선생이라고 생각하세요. 진리가 하늘이나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 널려 있으니 그걸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크 테토(Mark Tetto)

마크 테토(Mark Tetto)

JTBC 〈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 생활 10년 차, 북촌의 한옥 마을에 거주하며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매일 누리고 있다. 경복궁 명예 수문장을 역임하고, 한국 공예품과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국을 가장 사랑하는 외국인 중 한 명. 매달 〈리빙센스〉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다정한 시선으로 관찰해온 미국인 마크 테토가 <리빙센스>와 한국의 예술가들을 만나 나누는 깊은 이야기. 이번 호에는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작가의 새로운 작업실을 찾았다.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