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유튜브 네이버TV캐스트 블로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DECO & ITEM

자연, 전통, 그리고 무늬

컨템퍼러리 코리안 디자이너 장응복의 방식

On August 17, 2020

한국의 전통적 미감을 동시대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하는 컨템퍼러리 코리안 디자이너 장응복. 그녀가 자연과 전통을 대하고 가치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대하여.

/upload/living/article/202008/thumb/45774-423966-sample.jpg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모노콜렉션의 무늬집 3층에 위치한 다목적 공간 무늬재에 걸린 뜻그림.

지난 7월 모노콜렉션의 새로운 공간, ‘무늬재’가 공개됐다. 모노콜렉션이 선보이는 무늬에는 모두 상징과 서사가 있다. 그래서 모노콜렉션의 무늬는 특별히 ‘뜻그림’이라 불린다. 무늬재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는 뜻그림 벽지와 장응복 디자이너의 최근 작품들을 선보인다.

디지털 이미지처럼 직조된 화문석, 모듈 형식으로 활용되는 부채 모양 트레이 등, 장응복의 작품들엔 유래가 있지만 새롭다. 이토록 꾸준히 작품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동력은 뭘까. 그녀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적 미감으로 파리 메종 & 오브제, 독일 하임텍스틸, 광주비엔날레 등 세계 유수의 전시에 참여해 반향을 일으킨 디자이너, 장응복의 시선이 궁금했다. 

자연의 색을 포착해 디자인적 활용 방안을 제안하는 아카이빙 북은 ‘TREND2022’라는 이름으로 출간할 예정.

자연의 색을 포착해 디자인적 활용 방안을 제안하는 아카이빙 북은 ‘TREND2022’라는 이름으로 출간할 예정.

자연의 색을 포착해 디자인적 활용 방안을 제안하는 아카이빙 북은 ‘TREND2022’라는 이름으로 출간할 예정.

입구에 걸린 화문석이 인상적이에요. 게임 화면이나 깨진 이미지 파일처럼 보이는 것도 같고요. 청와대 상춘재의 느티나무 마룻바닥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에요. 느티나무 패턴을 화문석의 제작 기법에 맞도록 모양을 다시 잡았죠. 픽셀 형식처럼 사각형이 모여서 그림이 되는 화문석 스타일로. 요즘은 화문석을 만드는 공정도 디지털화됐어요. 저도 예전부터 핸드드로잉을 하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옮기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벡터가 가진 라인의 맛, 포토샵 픽셀의 맛이 또 다르거든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같이 써서 효율적으로 작업을 할 방법을 계속 찾는 거죠. 무조건 옛날처럼, 우직하게 전통 방식을 계승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작업해야 할까요. 동시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현대 생활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조화를 이루어가려고 해요.

제작 과정을 바꿔나가는 거네요. 만드는 과정도 개선해나가면서 생산을 해야죠. 작업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공해, 그로 인해 사람에게 끼치는 유해한 부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유통 과정까지도. 내가 하는 작업이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는 없을까를 생각하게 됐어요. 자유로 인근에 살면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되는 자연을 보면서 더욱. 그래서 요즘은 최대한 가까운 곳, 우리나라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려고 해요. 애국자라서가 아니에요. 인도, 중국, 벨기에에서 실크와 리넨, 자카드 등을 들여와서 사용했는데, 이젠 수입 소재를 다루지 않아요. 10년 전부터 상주 명주도 짜보고, 5년 전부터는 천연 염색과 옻칠 같은 전통 기법을 패브릭에 적용하고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배우고 있습니다. 

무늬집에 선 장응복 디자이너. 흰 바탕에 백자호 선으로 간결하고 풍요로운 감각을 자아내는 볕가리개와 삼각침이 돋보인다.

무늬집에 선 장응복 디자이너. 흰 바탕에 백자호 선으로 간결하고 풍요로운 감각을 자아내는 볕가리개와 삼각침이 돋보인다.

무늬집에 선 장응복 디자이너. 흰 바탕에 백자호 선으로 간결하고 풍요로운 감각을 자아내는 볕가리개와 삼각침이 돋보인다.

그동안 자연을 통해서도 영감을 많이 얻으셨죠? 특히 요즘에요. 이곳 파주 문산으로 이사 오면서 아침마다 조깅을 하고 자연을 가까이서 보게 됐어요. 풀들이 싹이 트고, 무성해지고, 시들고, 얼어붙고, 죽고, 때론 다년생으로 다시 싹이 나고…. 풀들이 시들거나 말라 비틀어졌을 때의 질감 등 모든 것이,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단상을 크게 변화시켰어요.

그런 영감을 받은 다음 뜻그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시사철 아침 운동을 할 때,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요. 명소도 아니고 그냥 길에 난 풀때기들, 구름이 떠 있는 하늘같이 사소한 것들이요. 여기서 온 색을 발췌하고 벽지나 소품에 어떻게 쓰이면 좋을지를 보여주는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어요. 몇 년 전부터 해왔고 지금도 하는 일이에요. 그걸 모아서 ‘이렇게 쓰면 좋아’라는 걸 보여주는 패브릭 가이드 겸 트렌드 북도 만들고 있습니다.

말씀하시는 아카이빙은 쉽게 말해 좋아하는 장면을 찍어서, 그 속에 있는 색들을 공간 디자인에 적용해보는 거죠? 그렇죠, 누구나 해볼 수 있는 방식이에요. 여기서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것을 반영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해요. 직접 대보고, 해보는 수밖에 없어요. 무조건 멋있게, 아름답게가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기 취향이 있어야 하고, 직접 자기 공간을 에디션할 줄 알아야 해요. 내 공간은 내 몸에 닿는 부분들이잖아요. 

3 / 10
/upload/living/article/202008/thumb/45774-423969-sample.jpg

담양 대나무에 볕가리개를 드리운 모노콜렉션의 무늬집 입구. 모노콜렉션의 제품들과 여러 재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장응복 디자이너는 이곳에서 스스로 아이템을 매칭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

담양 대나무에 볕가리개를 드리운 모노콜렉션의 무늬집 입구. 모노콜렉션의 제품들과 여러 재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장응복 디자이너는 이곳에서 스스로 아이템을 매칭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

고전을 모티프로 했지만 현대적이고 아름다워서 곁에 두고 싶고, 내 집에 놓고 걸었을 때 볼수록 아름다운 것에는 분명히 그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래서 난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표면을 옻칠로 마감한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 소반인 ‘지층반’. 표면에 간결한 선을 그려 넣었는데 백자호 패턴과도 조화를 이룬다.

표면을 옻칠로 마감한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 소반인 ‘지층반’. 표면에 간결한 선을 그려 넣었는데 백자호 패턴과도 조화를 이룬다.

표면을 옻칠로 마감한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 소반인 ‘지층반’. 표면에 간결한 선을 그려 넣었는데 백자호 패턴과도 조화를 이룬다.

자연을 바라보고 아카이빙을 하는 요즘은 어떤 뜻그림을 고안하고 계시나요. 2017년 《무늬》라는 책을 내면서 모노콜렉션의 디자인 주제를 3가지로 개념화했어요. 도원몽(桃源夢), 산(山)-수(水), 담(淡). 도원몽은 한국의 옛 궁중 문화, 생활문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한국적인 것에 대한 정체성에 한창 목말라하던 시기의 작업들인데 그 후 2010년 아트링크에서의 전시를 위해 겸재 정선의 금강산 그림과 문인화로 작업을 했고요. 그때 산수와 여백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어요. 꽃신, 부채가 반복되는 도원몽과는 대비가 심한 쪽으로 간 거죠. 2013년 근방에는 시립미술관에서의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간의 제 작업을 돌아봤는데, 그 무렵 과천에서 단색화 전시를 보고 나서 새로운 콘셉트인 ‘담’이 나왔어요. 패턴이라는 것이 무늬만이 아니라 물들듯이, 단색에서의 질감이나 농담을 가지고도 패턴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요. 제가 요즘 만들어가는 네 번째 콘셉트는 더 가디언(The Guardian), 우리말로 정령(精靈)이죠.

정령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인데요. 미신적인 명명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옛날부터 산에 정령이 있다고 믿어왔어요. 그런 에너지를 이야기하고 싶고, 에너지를 디자인하는 단계예요. 어떤 공간이든, 그곳에 들어섰을 때 눈에 보이는 것 말고 냄새, 촉각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잖아요. 감각으로 느끼는 걸 평면에서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하며 재밌게 해나가고 있어요. 패턴은 나타내고자 하는 형상을 반복하는 건데, 더 가디언이 추구하는 것은 반복되는 패턴이지만 그 안에 자유로움을 주려는 거예요. 바람, 태양 그리고 무수히 반복되는 자연현상과 함께 시간의 흔적을 만들어가는, 모호하지만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을.

이번 전시엔 옻칠을 활용한 작업들도 보이네요. 지층반과 부채 트레이예요. 지층반은 양양의 바닷가 지층석에서 영감을 받아서 은행나무를 깎아 만들고 천연 옻칠로 마감한 소반이에요. 부채 트레이도 물푸레나무의 결을 살려서 옻칠을 한 모듈러 형식의 생활 도구죠. 4가지 사이즈로 만들어 컵받침이나 아침식사용 등으로 쓰임이 다른데, 서로 조합을 다양하게 해볼 수 있죠.

모노콜렉션의 화문석과 부채 트레이. 느티나무의 강건한 기운을 담은 화문석 디자인은 자연의 빛깔과 픽셀 방식의 표현이 만나 강렬하면서도 미니멀하다. 보름달을 상징하는 형상의 모듈형 부채 트레이를 화문석 위에 놓아 차를 마시는 공간을 연출했다.

모노콜렉션의 화문석과 부채 트레이. 느티나무의 강건한 기운을 담은 화문석 디자인은 자연의 빛깔과 픽셀 방식의 표현이 만나 강렬하면서도 미니멀하다. 보름달을 상징하는 형상의 모듈형 부채 트레이를 화문석 위에 놓아 차를 마시는 공간을 연출했다.

모노콜렉션의 화문석과 부채 트레이. 느티나무의 강건한 기운을 담은 화문석 디자인은 자연의 빛깔과 픽셀 방식의 표현이 만나 강렬하면서도 미니멀하다. 보름달을 상징하는 형상의 모듈형 부채 트레이를 화문석 위에 놓아 차를 마시는 공간을 연출했다.

옻칠에 모듈러 형식이라니, 예상치 못했던 조합이네요. 전통공예의 지속 가능한 가치를 현대 생활에 접목하기 위해서죠. 제가 지장(紙欌)을 오래 다뤘는데요. 종이로 만드는 우리 장롱을 모듈러 가구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자신의 쓰임새에 맞게 프레임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모듈러 형식에 관심을 갖고 계신 이유가 있나요. 다양하게 쓸 수 있으니까요. 우리 한옥을 봐도, 공간을 다목적으로 사용해왔어요. 네모난 작은 공간 안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책도 읽고, 바느질도 하고. 그 공간이 또 동틀 때의 빛, 낮의 정원을 바라보는 감각, 달빛 아래 호롱불을 켜고 공부를 할 때마다 다 달라요. 그런 효율성, 방마다 기능이 나눠진 아파트에서는 어렵죠. 한옥뿐 아니라 옛 공간에도 역사성과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는 쉽게 무너뜨리곤 해요. 집을 고칠 때도 싹 다 새로 고치듯. 저는 이제 때려 부셔야 되는 걸 되도록 피하고 싶어요. 쓰레기가 적은 디자인, 사용하기 쉽고 언제든 철수할 수 있어야죠. 공간을 계획하고, 아이템을 만들 때도 그런 고민을 해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공간은 어떤 모습인가요. 혹자는 백자가 놓인 공간의 여백, 또 다른 이는 자개장이나 색동 보자기의 화려함을 이야기하는데요. 한국적인 공간은 우리의 옛 물건을 놓아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편안하고 물건을 모시고 살지 않는 태도에서 오는 거예요. 자주 드는 예시가 있는데, 집을 지을 때 중국 사람들은 정원을 으리으리하게 꾸몄지만 일본 사람들은 미니어처처럼 꾸몄어요. 반면 우리는? 경치가 좋은 곳에 정자를 만들어서 대자연을 즐겼습니다. 부러 완벽히 갖추려고 하지 않는 태도로, 미완성과는 다른 고차원의 감성이 있어요. 완성되지 않은 것 같은 분청 표면의 거친 미감, 살짝 찌그러진 막사발의 느낌처럼. 

4 장응복 디자이너는 지층반, 부채 트레이, 쿠션 등을 사용자의 쓰임에 맞게 모듈 형식으로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제안한다.

4 장응복 디자이너는 지층반, 부채 트레이, 쿠션 등을 사용자의 쓰임에 맞게 모듈 형식으로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제안한다.

장응복 디자이너는 지층반, 부채 트레이, 쿠션 등을 사용자의 쓰임에 맞게 모듈 형식으로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제안한다.

한국적인 미감을 현대화하고 싶다는 디자이너, 아티스트들이 많아요. 내가 해보니 이렇더라, 가벼운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컨템퍼러리(Contemporary), 동시대적인 감성. 고전을 모티프로 했지만 현대적이고 아름다워서 곁에 두고 싶고, 내 집에 놓고 걸었을 때 볼수록 아름다운 것에는 분명히 그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래서 전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이곳 파주에 있는 모노콜렉션의 무늬집과 무늬재에선 앞으로 어떤 이벤트가 있을까요. 10년을 보고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처음 이야기했던, 단거리 생산을 위해 이곳에 시스템을 갖추는 거예요. 태피스트리, 핸드스크린, 염색과 패브릭의 제작 기법들과 지금 연구 중인 쪽염색, 옻칠과 내 일의 접점을 찾아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작업하고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죠. 10년 후면 내 나이가 70세니, 그때까지 꼭 건강해야겠네요.

한국의 전통적 미감을 동시대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하는 컨템퍼러리 코리안 디자이너 장응복. 그녀가 자연과 전통을 대하고 가치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대하여.

CREDIT INFO

기획
김의미 기자
사진
김덕창
장소협조
모노콜렉션(02-517-5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