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자신만의 집을 꿈꾸는 시대지만, 때로는 집이 새로운 꿈을 심어주기도 한다. 오래된 빌라를 리모델링하고 꿈의 터전으로 삼은 전상미 씨의 이야기.

꿈으로 완성한 집
전상미 씨는 그동안 꿈꾸던 것들을 하나하나 이루며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줄곧 아파트에 살던 그녀는 3년 전부터 주택살이를 꿈꿨다. 첩첩이 사람들이 몰려 사는 아파트가 아닌, 가족 각자가 고요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곳.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의 조용한 동네를 점찍어두고 집을 보러 다니던 중 1990년대에 지어진 4층 빌라 건물을 만났다.
야트막하니 오래된 한옥들과 내공 있는 맛집들이 다양하게 들어서 있는 골목에 단단하게 선 빨간 벽돌집. 이 정도면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맘에 들긴 했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집이 커서 고민을 했는데 “달러 빚을 내서라도 사라”는 풍수지리 전문가의 조언에 용기를 얻었다.
넓은 지하 공간과 옥상을 꾸미는 동안 전상미 씨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미술대학 졸업 후 커스텀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육아에 전념하던 때에도 놓을 수 없었던 꿈. 순수미술에 대한 꿈을 이곳 빌라 시옷에서 풀어가겠다고. 그녀는 요즘 지하를 갤러리로 꾸미느라 바쁘다. 직접 전시를 기획해 작품을 선보이고 명상, 요가를 주제로 한 모임을 계획하는 등, 집 안 곳곳에 자신의 꿈을 풀어내는 중이다.

결이 다른 합판 인테리어
부부와 딸, 세 사람의 이름 모두에 ‘ㅅ’ 자가 들어간다. 그래서 빌라 시옷이다. 빌라 시옷에는 딸과 남편을 위한 아지트도 각각 마련했다. 남편은 3층 계단 옆에 아늑한 음악실을 갖게 됐고 딸은 4층 전체를 침실과 작업 공간으로 사용한다. 감성적인 부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미술을 전공하게 된 딸은 합판으로 마감한 인테리어를 원했다.
벽면과 가구는 물론 계단까지 합판으로 감싼 공간에서 부드러운 레트로 무드가 전해진다. 가볍지만 가볍게 보이지 않도록 합판을 시공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합판은 나라마다 수종과 품질이 다 달라요. 빌라 시옷에는 주로 내구성이 좋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산 합판을 사용했는데 색과 무늬가 균일하게 이어지도록 제조사까지 따져가며 선별했어요. 합판 위에 색을 덧칠하지 않고 투명 코팅으로 고유의 무늬를 살렸습니다.”
아날로그 아틀리에 류재호 소장의 디자인에 전상미 씨가 아이디어를 덧붙였다. “새것보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작은 가구에 정이 가요.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좋아해서 벽면의 일부는 시멘트 타일 시공을 요청했죠.” 빌라 시옷은 가족 각자의 구체적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세밀하게 담아 완성한 보금자리다.
집은 별자리 같은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별자리는 각자 반짝이는 별들이 모였을 때 붙여지는 이름이잖아요. 우리 가족도 각자의 자리에서 반짝이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더욱 빛날 수 있죠. 집은 우리 가족이 모여 반짝이도록 해주는 보금자리예요.
모두들 자신만의 집을 꿈꾸는 시대지만, 때로는 집이 새로운 꿈을 심어주기도 한다. 오래된 빌라를 리모델링하고 꿈의 터전으로 삼은 전상미 씨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