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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아트스페이스 12탄

다시 만난, 옻칠 작가 허명욱

On July 20, 2020

한국의 아름다움을 다정한 시선으로 관찰해온 마크 테토가 <리빙센스>와 한국의 예술가들을 만나 나누는 깊은 이야기. 이번 호에는 <리빙센스>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연재의 첫 번째 인터뷰 주인공이었던 허명욱 작가를 만나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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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사진, 설치, 영상, 금속공예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작품 활동을 보여주는 허명욱 작가. 옻칠 작가로 이름을 알렸을 정도로 그의 옻칠화는 작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색감과 디자인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이루고 있다.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6월 한 달 동안 허명욱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전시실에서 마크 테토와 허명욱 작가는 3년 전의 인터뷰를 회상하며 당시와 비슷한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 앞에 섰다. 배경이 되는 작품은 작가의 ‘페인팅’ 시리즈. 매일 그날의 기분이나 에너지에 따라 옻과 천연 염료를 섞어 색을 만들고, 매일 바뀌는 색을 한 겹씩 덧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해서 작품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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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창으로 매일 계절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는 작업실. 창가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허명욱 작가와 마크 테토.

큰 창으로 매일 계절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는 작업실. 창가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허명욱 작가와 마크 테토.

처음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오래가는 법. 2016년 12월 한국의 예술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마크 테토의 물물기행’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마크 테토는 기대가 큰 만큼 걱정도 많았다. 한국의 예술가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직접 그들을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눠본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면식도 없던 허명욱 작가와 첫 인터뷰를 하게 되어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그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옻칠로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색을 만들며 수행을 하듯 작업하는 허명욱 작가와의 만남은 마크 테토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옻이라는 소재와 과정을 중요시하는 작업, 경건한 마음가짐은 서양인인 그가 처음 접하는 예술 세계였고, 대쪽 같은 선비처럼 느껴지던 허명욱 작가에게서 한국의 따뜻한 정까지 느낄 수 있었다고. 인터뷰 후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친해져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다. <리빙센스> 창간 30주년을 기념한 이번 인터뷰에서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를 만나기로 한 것은 처음의 좋은 기억이 지금까지 인터뷰를 계속 진행할 수 있는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3년 반 만에 다시 만난 허명욱 작가. 그의 예술 세계는 어디까지 확장됐을까.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작가의 제1 작업실. 작가가 직접 만든 난로와 스피커, 가구들이 반겨준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작가의 제1 작업실. 작가가 직접 만든 난로와 스피커, 가구들이 반겨준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작가의 제1 작업실. 작가가 직접 만든 난로와 스피커, 가구들이 반겨준다.

M 작가님 안녕하세요! 3년 반 전 제가 <리빙센스>와 함께 예술가들을 만나는 연재 기사의 첫 인터뷰를 작가님과 했었는데요. <리빙센스> 창간 30주년을 기념하는 인터뷰로 다시 만날 수 있어 정말 기뻐요!
나도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네요. 마크 씨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느꼈던 인터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M 오늘 인터뷰를 위해 작가님의 작품이 연상되는 색깔의 옷으로 골라 입었어요.
오! 정말 그렇군요. 고마워요. 마크 씨의 그런 마음 씀씀이 덕분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M 저 역시 작가님과의 인터뷰 후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등,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오늘 만남이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마크 씨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니 나도 뿌듯하네요. 맞아요. 내 작품은 오랜 시간 동안 하루의 기분, 느낌, 에너지를 담아서 기록하는 작업 위주로 이뤄져요. 시간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지만 내가 의미를 부여하고 기억하기 시작하면 그 작은 시간의 조각들이 소중한 것이 돼요. 그리고 그 시간들에 의해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고요. 매일 좋은 기분과 컨디션으로 색을 기록하는 게 목표예요. 하나의 색을 칠하기 위해 좋은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내 작품이 좋은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길 바라죠.  

어린 시절 작가에게 위안을 주었던 아톰은 이제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작품이 되었다.

어린 시절 작가에게 위안을 주었던 아톰은 이제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작품이 되었다.

어린 시절 작가에게 위안을 주었던 아톰은 이제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작품이 되었다.

M 기술보다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거죠?
어떤 일이 생겨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이게 작업으로 표현되는 게 중요하죠. 작가는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행위들이 쌓여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거죠. 지난번 마크 씨와의 인터뷰를 예로 들어볼게요. 그날 나는 좋은 기분으로 마크 씨를 맞이하고, 그 좋은 느낌을 가지고 색을 만들고 함께 옻칠을 했어요. 나는 그런 경험, 그런 시간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런 좋은 에너지로 쌓아 올린 결과물이 작품이 되길 바라는 거예요.

M 그날 제가 칠한 색이 기억나요. 초록빛이었는데 그 색 덕분에 제 기분도 좋아졌거든요. 함께 작업한 작품처럼 평면에 매일 만들어낸 색을 덧칠하는 페인팅 작업을 주로 하셨는데, 최근에는 색을 입힌 스틱을 겹겹이 쌓는 작업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요즘은 스틱 작업도 많이 해요. 이 작품은 일부러 새 작업을 하려고 만들어낸 건 아니에요. 옻에다 천연 염료를 섞어서 매일 색을 만들다 보니 하루하루 어떤 색을 칠했는지 기록을 하거든요. 작품은 매일 덧칠하기 때문에 지나간 날들에 어떤 색을 칠했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길쭉한 스틱에 매일의 색을 칠하고 아래쪽에 날짜를 기록해서 모아두었죠. 우연히 도록을 제작하면서 북 디자이너와 얘기를 하다가 모아둔 스틱의 옆면을 보게 됐는데 이것도 작품처럼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 대화에서 힌트를 얻어서 작품화하게 된 거죠. 생각해보면 이것도 시간이 만들어낸 작품이에요. 내가 매일 기록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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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에 색을 칠하고 겹겹이 붙여 축적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업.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매일 하나씩 칠하고, 말리고, 사포질을 해야 작품 한 점이 완성된다.

자작나무에 색을 칠하고 겹겹이 붙여 축적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업.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매일 하나씩 칠하고, 말리고, 사포질을 해야 작품 한 점이 완성된다.

  • 자작나무에 색을 칠하고 겹겹이 붙여 축적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업.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매일 하나씩 칠하고, 말리고, 사포질을 해야 작품 한 점이 완성된다. 자작나무에 색을 칠하고 겹겹이 붙여 축적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업.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매일 하나씩 칠하고, 말리고, 사포질을 해야 작품 한 점이 완성된다.
  • 작업실에는 공구들이 가지런히 자기 위치에 진열되어 있다. 공구를 찾는 데 들이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다.작업실에는 공구들이 가지런히 자기 위치에 진열되어 있다. 공구를 찾는 데 들이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다.
  • 제1 작업실에서 동산 하나를 넘으면 제2 작업실이 나온다.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패브릭에 생 옻을 칠하는 작업과 구리로 소품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제1 작업실에서 동산 하나를 넘으면 제2 작업실이 나온다.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패브릭에 생 옻을 칠하는 작업과 구리로 소품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 작업실의 어느 공간이든 공구들은 제자리에 놓여 쓰이길 기다리고 있다. 작업실의 어느 공간이든 공구들은 제자리에 놓여 쓰이길 기다리고 있다.
  • 생 옻칠 작업에 사용하는 붓과 염료통. 생 옻칠 작업에 사용하는 붓과 염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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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2층은 카페같은 공간이다. 손님을 맞이하거나 스태프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수저부터 젓가락, 접시, 테이블까지 대부분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작업실 2층은 카페같은 공간이다. 손님을 맞이하거나 스태프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수저부터 젓가락, 접시, 테이블까지 대부분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작업실 외부에 지은 온실에서는 망치질로 구리를 펴는 작업을 주로 한다.

작업실 외부에 지은 온실에서는 망치질로 구리를 펴는 작업을 주로 한다.

작업실 외부에 지은 온실에서는 망치질로 구리를 펴는 작업을 주로 한다.

M 꾸준한 기록 습관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거네요.
그런 것 같아요. 강연에서 ‘창작의 고통은 어떻게 극복하세요?’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어떻게 계속 새로운 작품이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머리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작업을 합니다”라고요. 작업을 시작할 때 보통 어떤 형태를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만들게 되는데, 손으로 만들다 보면 생각과는 다른 모습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예쁠 때가 있어요. 그렇게 작품이 되는 거죠. 머릿속에서만 작품을 구상하는 건 엄청 힘든 일이에요. 부단하게 손과 몸, 머리를 움직여야죠. 스틱 작업은 한 가지 행동을 꾸준히 지속해서 나온 작업이지, 머릿속으로 생각하려고 했으면 못 만들었을 거예요.

M 천에다 생 옻칠을 해서 만든 작품도 재미있더군요. 패턴이 있는 평면 작업이나 돌처럼 생긴 작품도 인상적이에요.
이 작품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옻칠, 건조, 사포질을 반복하며 만들어요. 천 한 겹을 쌓을 때마다 옻칠을 여덟 번 하는데 보통 20겹 정도 쌓으니까 몇 달은 걸려요. 패턴을 표현하기 위해서 나무 판 위에 철판을 올리고 용접하는 밑작업이 필요하고요. 나만의 독특한 방식이어서 특허출원을 신청하기도 했죠. 이렇게 작업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깊어지고, 질감도 달라지고 작품만의 고유한 느낌이 생겨나요.

M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이 변화한다는 게 신기해요.
그게 바로 옻칠의 특징이에요. 옻칠을 계속하면 바로 아래층에 칠한 색이 살짝 드러납니다. 밑에 색이 비치기 때문에 어떤 색을 발라도 다르게 느껴지죠. 드로잉 작업도 그렇게 진행돼요. 어떤 작품을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스케치를 합니다. 다음 날 드로잉한 면을 검정색으로 칠해요. 그리고 그 위에 또 드로잉을 해요. 그런 과정을 1년 정도 하다 보면 6개월 전에 칠한 색들이 드러나기 시작해요.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색들이 보이면서 첩첩이 쌓인 시간들을 함께 느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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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욱 작가와 함께 구리 컵에 옻칠을 해보는 마크 테토.

허명욱 작가와 함께 구리 컵에 옻칠을 해보는 마크 테토.

작업실 외부에서는 대형 작품들을 작업한다. 최근에는 패브릭에 생 옻칠을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다.

작업실 외부에서는 대형 작품들을 작업한다. 최근에는 패브릭에 생 옻칠을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다.

작업실 외부에서는 대형 작품들을 작업한다. 최근에는 패브릭에 생 옻칠을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다.

M 매일 색을 만들고, 똑같은 곳에 다른 색을 덧칠하는 과정이 서양인인 제 눈에는 새로워 보였어요. 서양에서 미술은 벽에 걸린 완성품 위주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작가님의 작품은 매일 덧칠한,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수백 개의 색 레이어가 있잖아요. 완성품보다는 과정, 시간이 더 중요한 작품처럼 느껴져요. 작가님의 작품이 서양에 알려지면 신선한 충격을 줄 것 같아요.
마크 씨가 새로운 시각으로 내 작품을 바라봐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나도 더 신나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해외에서 개인전을 해보려고 해요. 다른 문화권에서 내 작품을 어떻게 바라봐 줄지 정말 궁금하거든요.

M 매일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면서 마음을 비우는 단색화와는 또 다른 것 같아요. 과정을 중요시하는 작업이 비슷해 보이지만 작가님의 작품은 기록하고, 저장하고, 쌓아가면서 마음을 채운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작품을 이렇게나 잘 이해해주는 분이 있다니! 정말 놀랍고 고맙네요. 나의 요즘 최대 관심사가 내 작품의 평론이에요.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싶은데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내 작품은 그동안 단색화라는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나 역시 내 작품이 단색화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단색화가 행위를 통해 나를 비우는 것이라면 나는 행위를 통해 좋은 기운을 쌓는다는 게 정확한 시각이에요.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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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한남동 작업실’은 팬들이 직접 작가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업실을 설계한 건축가의 한남동 건물의 빈 공간을 스타일링할 기회가 생겨 카페를 열게 되었다.

카페 ‘한남동 작업실’은 팬들이 직접 작가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업실을 설계한 건축가의 한남동 건물의 빈 공간을 스타일링할 기회가 생겨 카페를 열게 되었다.

  • 카페 ‘한남동 작업실’은 팬들이 직접 작가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업실을 설계한 건축가의 한남동 건물의 빈 공간을 스타일링할 기회가 생겨 카페를 열게 되었다. 카페 ‘한남동 작업실’은 팬들이 직접 작가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업실을 설계한 건축가의 한남동 건물의 빈 공간을 스타일링할 기회가 생겨 카페를 열게 되었다.
  • 카페 ‘한남동 작업실’은 팬들이 직접 작가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업실을 설계한 건축가의 한남동 건물의 빈 공간을 스타일링할 기회가 생겨 카페를 열게 되었다. 카페 ‘한남동 작업실’은 팬들이 직접 작가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업실을 설계한 건축가의 한남동 건물의 빈 공간을 스타일링할 기회가 생겨 카페를 열게 되었다.
  • 카페 ‘한남동 작업실’은 팬들이 직접 작가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업실을 설계한 건축가의 한남동 건물의 빈 공간을 스타일링할 기회가 생겨 카페를 열게 되었다. 카페 ‘한남동 작업실’은 팬들이 직접 작가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업실을 설계한 건축가의 한남동 건물의 빈 공간을 스타일링할 기회가 생겨 카페를 열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에 담긴 커피와 디저트.

작가의 작품에 담긴 커피와 디저트.

작가의 작품에 담긴 커피와 디저트.

M 작가님의 작업이 좋은 기운을 쌓고, 그 기운을 다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게 맞는 말 같아요. 제 첫 인터뷰이로 작가님을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만약에 첫 인터뷰가 너무 힘들고 어려웠으면 그다음 번의 인터뷰가 두렵고 하기 싫어졌을 것 같아요. 그런데 첫 인터뷰에서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작가님과 작품을 만나서 정말 재미있었고 그다음 인터뷰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시작이 좋아서 이렇게 롱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내가 더 고맙습니다. 나와의 만남이 마크 씨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M 첫 인터뷰 후 벌써 3년 반이 지났는데요.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시는 작가님께 묻고 싶어요.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어요. 늘 그랬듯 하루하루 의미를 찾고, 그날의 기운을 좋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날의 색을 찾고요. 그 대신 꾸준히 작업한 만큼 작품 수가 늘고 작업실을 더 짓고 있어요. 곧 있으면 제3 작업실이 완공될 예정인데, 마크 씨도 꼭 초대할게요. 나는 3년 후에 마크 씨와 내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도 궁금한데요. 쌓아온 과거만큼 미래를 기대하는 것도 의미가 있죠. 마크 씨는 지난 3년 반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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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와 함께 전시실을 둘러보는 허명욱 작가.

마크 테토와 함께 전시실을 둘러보는 허명욱 작가.

  • 마크 테토와 함께 전시실을 둘러보는 허명욱 작가. 마크 테토와 함께 전시실을 둘러보는 허명욱 작가.
  • 6월 28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허명욱 작가의 개인전 전경. 평면에 겹겹이 옻칠을 한 ‘페인팅’ 시리즈, 자작나무 스틱을 겹겹이 쌓은 시리즈, 패브릭에 생 옻칠을 한 작업 등 작가의 최근 작업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6월 28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허명욱 작가의 개인전 전경. 평면에 겹겹이 옻칠을 한 ‘페인팅’ 시리즈, 자작나무 스틱을 겹겹이 쌓은 시리즈, 패브릭에 생 옻칠을 한 작업 등 작가의 최근 작업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작품의 겉면에서 보이는 색은 하나지만 그 밑에는 작가가 매일 만든 ‘그날의 색’들이 숨어 있다. 옻칠 작품은 소재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 레이어에 있는 색이 올라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오묘한 색감을 자아낸다.

작품의 겉면에서 보이는 색은 하나지만 그 밑에는 작가가 매일 만든 ‘그날의 색’들이 숨어 있다. 옻칠 작품은 소재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 레이어에 있는 색이 올라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오묘한 색감을 자아낸다.

작품의 겉면에서 보이는 색은 하나지만 그 밑에는 작가가 매일 만든 ‘그날의 색’들이 숨어 있다. 옻칠 작품은 소재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 레이어에 있는 색이 올라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오묘한 색감을 자아낸다.

M 뉴욕이나 강남에서 살 때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항상 빨리, 빨리를 외치며 정신없이 살았는데요. 작가님을 처음 만났을 때가 한옥으로 이사하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던 시기였어요. 마음은 급한데 한옥은 동선도 불편하고 자동화 기기가 설치된 공간도 아니어서 몸이 엄청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을 만나고 작은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알게 되고, 일상을 여유롭게 누리고 좋은 기운을 쌓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아무리 한옥이 손이 많이 간다 한들 문을 닫는 데 5분만 투자하면 되거든요. 그 짧은 시간이라도 숨을 돌리고 좋은 기분으로 나가려고 노력했고, 지금까지 그 기분을 유지하고 있어요.
만난 지 3년 후에 마크 씨에게 이런 얘기를 들으니 정말 감동이네요. 내 작업으로 인해서 어떤 변화가 생겼다는 거잖아요. 내 작품이 어디에 걸려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내 작업의 행위나 작품 속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느끼고 작은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 것! 이게 바로 내가 작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거든요.

M 요즘은 그릇이나 생활용품 같은 소품도 만드시니까 좋은 에너지를 전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겠어요.
그런 의도로 소품 작업을 해요. 어떤 분들은 소품을 만들면 내 작품의 값어치가 떨어질 거라고 우려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비록 작은 작품이라도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한다면 충분히 만들 가치가 있다고 봐요.  

허명욱 작가를 만나고 일상이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마크 테토.

허명욱 작가를 만나고 일상이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마크 테토.

허명욱 작가를 만나고 일상이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마크 테토.

작품의 겉면에서 보이는 색은 하나지만 그 밑에는 작가가 매일 만든 ‘그날의 색’들이 숨어 있다. 옻칠 작품은 소재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 레이어에 있는 색이 올라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오묘한 색감을 자아낸다.

작품의 겉면에서 보이는 색은 하나지만 그 밑에는 작가가 매일 만든 ‘그날의 색’들이 숨어 있다. 옻칠 작품은 소재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 레이어에 있는 색이 올라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오묘한 색감을 자아낸다.

작품의 겉면에서 보이는 색은 하나지만 그 밑에는 작가가 매일 만든 ‘그날의 색’들이 숨어 있다. 옻칠 작품은 소재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 레이어에 있는 색이 올라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오묘한 색감을 자아낸다.

M 저희 집에도 구리로 만든 작가님의 컵이 여러 개 있는데요. 아침마다 제 기분을 점검하면서 ‘그날의 색’을 생각하고 골라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이미 제 일상에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어요! 요즘처럼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는 시기에 작가님의 작품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내 작품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면 더없이 영광이죠. 오늘 인터뷰를 통해서 좋은 기운은 돌고 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요. 내가 첫 인터뷰 때 마크에게 전달했던 좋은 기운이 마크에게 변화를 주었고, 나는 오늘 마크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은 것 같아요. 그게 바로 힐링이고 충전 아니겠어요? 좋은 기분을 쌓으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리 3년 후에도 다시 좋은 기운으로 만나서 인터뷰를 하면 재미있겠는데요?

M 그렇게 되면 정말 뜻깊은 인터뷰가 될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이 빚어내는 좋은 에너지의 순환을 또 경험하게 되겠네요. 작가님의 새로운 작업들도 계속 만나보고 싶고요. 3년 만에 다시 한 오늘 인터뷰, 정말 즐거웠습니다. 제3 작업실이 완공되면 보여주세요!
감사합니다. 나 역시 마크 씨와 인터뷰를 하며 많은 것을 얻어가네요. 내 작품의 핵심을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마크 테토(MARK TETTO)

마크 테토(MARK TETTO)

JTBC 〈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 생활 10년 차, 북촌의 한옥 마을에 거주하며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매일 누리고 있다. 경복궁 명예 수문장을 역임하고, 한국 공예품과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국을 가장 사랑하는 외국인 중 한 명. 매달 〈리빙센스〉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다정한 시선으로 관찰해온 마크 테토가 <리빙센스>와 한국의 예술가들을 만나 나누는 깊은 이야기. 이번 호에는 <리빙센스>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연재의 첫 번째 인터뷰 주인공이었던 허명욱 작가를 만나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
촬영협조
가나아트센터(gana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