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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의 작은 서재

On July 15, 2020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가 새로 단장한 작은 서재에 다녀왔다. 묵향이 가득한 방에서 꼿꼿한 자세로 앉아 독서를 즐기는 선비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서울 북촌의 100년 넘은 한옥 청송재를 개조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 미학을 선보인 디자이너 양태오.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해온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동시대인의 미감을 만족시키는 한국적 디자인을 완성함으로써 평단의 인정과 대중적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 영국의 침대 브랜드 사보이어와 협업한 ‘문 01 The MOON 01’로 한국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런던 디자인위크 톱 10에 선정되고, 세계적인 디자인 잡지 <wallpaper>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작업에 찬사를 보냈을 정도로 그는 요즘 세계 무대에서 핫한 디자이너다.

최근 이용자 만족도 1위를 차지한 망향휴게소 화장실 리노베이션, 롯데월드타워 123층 루프톱 라운지 공간 기획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국의 미를 재해석하고 있는 양태오 디자이너는 한방 뷰티 브랜드 ‘이스라이브러리’를 론칭하며 내·외면의 아름다움을 함께 추구하는 프로젝트도 가동중이다. 이와 함께 청송재의 망묘당을 서재로 재단장해, 한의학을 비롯한 한국 전통문화를 기록한 책들을 접하며 차분한 묵향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고운 흰색 한지 커버로 싸여 있는 책과 정갈하게 정돈된 공간이 전달하는 분위기는 독서가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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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망묘당에서 책을 읽고 있는 양태오 디자이너.

평소 지독한 독서가라고 들었어요.
워낙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독서더라고요. 무언가를 배우러 가거나 누구를 만날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동하는 시간이나 잠자는 시간을 아껴서 책을 읽으려고 해요. 모르는 것을 깨치지 않고서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오롯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도구는 책이기 때문에 열심히 독서할 수밖에 없더라구요. 운전하면 책을 읽을 수 없고 택시를 타면 멀미를 해서, 요즘은 이동할 때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틈틈이 읽고 있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책이 전달해줄 수 있는 지혜는 어떤 것들일까요?
세상에는 세 부류의 창작가가 있다고 해요. 첫 번째는 전통을 고수하며 지키는 사람, 두 번째는 전통과 관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 세 번째는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 저는 세 번째 부류에 속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확실한 연구가 수반돼야 하죠. 과거를 다루는 건 책임이 필요하거든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설프게 접근하면 실수를 하게 되고, 그 실수는 어떤 면에서는 거짓말이 돼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바라볼 때 현자들의 지식과 지혜가 담긴 책을 읽으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망묘당 내부. 좁은 한옥 건물의 한쪽 면을 책꽂이로 채웠다. 책마다 하얀색 한지 커버를 씌워 정갈한 분위기를 풍긴다.

망묘당 내부. 좁은 한옥 건물의 한쪽 면을 책꽂이로 채웠다. 책마다 하얀색 한지 커버를 씌워 정갈한 분위기를 풍긴다.

망묘당 내부. 좁은 한옥 건물의 한쪽 면을 책꽂이로 채웠다. 책마다 하얀색 한지 커버를 씌워 정갈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스라이브러리의 브랜드 아카이빙 장소이기도 한 망묘당에는 제품 제작 과정과 재료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스라이브러리의 브랜드 아카이빙 장소이기도 한 망묘당에는 제품 제작 과정과 재료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스라이브러리의 브랜드 아카이빙 장소이기도 한 망묘당에는 제품 제작 과정과 재료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태오양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작은 소반에 찻잔을 올려 디스플레이 오브제로 활용했다.

태오양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작은 소반에 찻잔을 올려 디스플레이 오브제로 활용했다.

태오양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작은 소반에 찻잔을 올려 디스플레이 오브제로 활용했다.

원목과 흰색의 오브제로 구성된 서가.

원목과 흰색의 오브제로 구성된 서가.

원목과 흰색의 오브제로 구성된 서가.

최근엔 어떤 책에서 가르침을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읽은 책들은 디자인 평론이나 공예에 관한 것들이에요. 얼마 전부터 ‘트레바리’라는 독서 모임의 장을 맡게 됐는데, ‘계속 생각나는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디자인의 역사, 영향력 등을 전달하는 책을 읽고 토론해요. 덕분에 의무감으로라도 디자인 관련 책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웃음). 마침 최범 평론가의 《한국 디자인 어디로 가는가》, 《공예를 생각하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제 고민에 대한 조언도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조선시대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가구와 소품을 제작하고 있지만 그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대중과 만나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거든요. 상업적 성공과 제품의 질을 높이는 것 사이에서 조율점을 찾고 있었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이동할때 책을 많이 읽는다고 했는데, 그 외에는 주로 어디에서 책을 읽나요?
어디든 책과 빛만 있다면 그곳이 서재라고 생각해요. 독서하는 곳이 꼭 한곳일 필요는 없죠. 그래서 저는 책을 여러 곳에 두고 읽는 편이에요. 침대 옆, 사무실, 가방에 항상 책이 있어요.  

한옥에 살며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양태오 디자이너. 침대 브랜드 사보이어와 협업한 ‘문 01 The MOON 01’로 한국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런던 디자인위크 톱 10에 선정됐다. 세계적인 디자인 잡지 <wallpaper>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작업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한옥에 살며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양태오 디자이너. 침대 브랜드 사보이어와 협업한 ‘문 01 The MOON 01’로 한국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런던 디자인위크 톱 10에 선정됐다. 세계적인 디자인 잡지 <wallpaper>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작업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한옥에 살며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양태오 디자이너. 침대 브랜드 사보이어와 협업한 ‘문 01 The MOON 01’로 한국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런던 디자인위크 톱 10에 선정됐다. 세계적인 디자인 잡지 <wallpaper>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작업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평소 독서를 즐기는 덕분인지, 책과 관련된 작업물이 눈에 띄어요.
네, 책도 좋아하고, 조선시대 선비 사상에도 관심이 많아요. 단순하고 정돈된 공간에서 선비들은 평생 글을 읽으며 자신을 연마했잖아요. 책으로 가득한 그 작은 서재 안에서 깊이 있는 철학과 사상을 탐구하고 자신을 고취시키는 건 굉장히 고급스러운 문화라고 생각해요. 조선의 선비들은 책을 꽂아두는 책거리에 책만 진열하고 다른 오브제는 배제했다고 할 정도로 서재는 철저하게 독서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문화가 한국만의 독특하고도 멋진 문화라는 생각에 여러 작품들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동안 어떤 작업들을 했는지 궁금한데요?
프랑스의 드 고네이 벽지와 협업한 ‘코리아 컬렉션’은 조선시대 책거리와 궁궐도를 모던하게 재해석한 거예요. 저희 집 다이닝 룸에도 설치한 벽지인데 무늬를 자세히 보면 바윗돌이 갈고닦은 듯 거울처럼 보이고, 그 비치는 면 맞은편에 있는 책과 안경도 보여요. 그건 학문을 갈고닦는 것을 뜻하고요. 촛대는 독서를 통한 계몽된 상태를 상징해요. 벽지는 생활 소품이지만 소장 가치가 있도록 제작했어요. 특수 풀을 발라 붙이는 벽지로 일반 벽지와 달리 떼었다가 다시 사용할 수 있거든요. 또 이스라이브러리에서는 ‘차분한 독서가’라는 향 제품을 만들기도 했고요. 선비의 서재에서 풍기는 묵향을 베이스로 리뉴얼할 예정이에요.  

3 / 10
찬합에 향을 입혀 디퓨저로 활용할 수 있는 ‘차분한 독서가’ 시리즈. 묵향이 서재의 분위기를 고요하고 차분하게 이끈다.

찬합에 향을 입혀 디퓨저로 활용할 수 있는 ‘차분한 독서가’ 시리즈. 묵향이 서재의 분위기를 고요하고 차분하게 이끈다.

  • 찬합에 향을 입혀 디퓨저로 활용할 수 있는 ‘차분한 독서가’ 시리즈. 묵향이 서재의 분위기를 고요하고 차분하게 이끈다. 찬합에 향을 입혀 디퓨저로 활용할 수 있는 ‘차분한 독서가’ 시리즈. 묵향이 서재의 분위기를 고요하고 차분하게 이끈다.
  • 양태오 디자이너가 최근 읽고 있는 책들. 양태오 디자이너가 최근 읽고 있는 책들.
  • 조선시대 한지를 보관하는 고가구를 재해석한 제품. 조선시대 한지를 보관하는 고가구를 재해석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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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고네이와 협업한 벽지를 붙인 다이닝 룸 내부.

드 고네이와 협업한 벽지를 붙인 다이닝 룸 내부.

묵향이라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묵향을 베이스로 3가지 라인을 만들어볼 계획이에요. 북촌의 오래된 동네, 선비의 서재, 고종의 커피 향을 모티프로 향을 제작해서 소개하려고 해요. 한국의 고유한 정서를 담은 제품을 만들고 싶은 바람으로 제작하게 되었고요. 작은 사방탁자에 숯을 담은 디퓨저도 곧 출시할 예정입니다.

한국의 고유한 문화와 정서에 디자이너의 감각을 더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색없는 작품이 탄생할 것 같아요.
전 한국적인 정서에서 찾은 아름다움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옛것을 더 이상 지루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되겠죠. 일본의 다도는 센노리큐의 와비차 정신을 잘 포장해 세계적으로 각광받았어요. 우리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정서와 문화가 있는데 조명을 받지 못해 아쉬울 때가 많아요. 카니예 웨스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집 인테리어를 맡았고, 인테리어계의 철학자라고도 불리는 악셀 베르보르트는 한국을 방문하면 비싼 호텔을 뒤로하고 템플 스테이를 위해 해인사로 향해요. ‘고려대장경’의 특별함을 알아볼 만큼 한국의 자연스러운 건축물과 미학에 대해 관심이 많죠. 이렇게 한국만의 전통과 문화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책가도 벽지와 양태오 디자이너의 오래된 물건들이 잘 어울린다.

책가도 벽지와 양태오 디자이너의 오래된 물건들이 잘 어울린다.

책가도 벽지와 양태오 디자이너의 오래된 물건들이 잘 어울린다.

태오양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독서가를 위한 원목 의자.

태오양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독서가를 위한 원목 의자.

태오양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독서가를 위한 원목 의자.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는 양태오 디자이너. 미래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전통과 과거에 대한 탐구를 절대 게을리할 수 없다는 그에게서 한국 디자인의 밝은 미래를 확인케 됐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가 새로 단장한 작은 서재에 다녀왔다. 묵향이 가득한 방에서 꼿꼿한 자세로 앉아 독서를 즐기는 선비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